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92)
제92화
17화 : 엘프의 취향(3)
“그러니까……. 정령왕님의 부탁을 받았다는 거군요?”
“네, 맞습니다.”
“크흠, 이거 정말 실례가 많았습니다.”
장로는 고개 숙여 사과했다.
평소라면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라도 봤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스트레스가 쌓여서 예민하게 반응하고 말았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에이든은 장로의 코에 박혀 있는 천을 봤다.
“코는 괜찮습니까?”
“끄응……. 일단 멎은 거 같습니다, 하하하……. 이거 참,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설마 요정에게 맞는 날이 올 줄이야.”
“…….”
“정말 신기하군요, 정령왕님의 부탁을 받은 것도 충분히 놀라운 일인데, 요정의 가호까지 받았을 줄이야.”
엘프는 장수종이다.
인간과 다르게 평균 수명이 500살이나 될 정도로 오래 사는 종족이다.
그렇게 오래 사는 장수종조차도 요정을 직접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페어리 프린…….”
“프린스.”
“페어리 프린…….”
“프린스.”
“…….”
“프린스입니다.”
“그렇군요……. 페어리 프린스가 존재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는 몇 번이나 에이든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아무튼, 오해해서 죄송했습니다.”
“아닙니다.”
“일단 지금은 좀 그러니, 세계수를 만나는 건 내일 어떻습니까? 일단 쉬면서 여독을 푸시죠.”
사실 납치되고 카말의 숲에 버려진 것이라 풀 여독은 없긴 하지만.
엘프의 마을에 오는 건 처음인지라 구경할 겸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러죠, 그런데 한스는 어디에 있습니까?”
“아, 한스 님 말씀이시군요?”
“한스 님?”
“그분이라면 연무장에 계실 겁니다.”
“연무장에?”
“지금 젊은 엘프들이 그분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습니다.”
가르침?
싸우는 법이라도 배우고 있다는 건가?
원작에서 레아가 주인공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엘프는 강한 사람을 좋아하지, 가끔 사람들이 엘프는 폐쇄적인 종족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틀렸어, 엘프도 배우는 걸 좋아해, 왜인 줄 알아?’
‘심심해서 그래, 생각을 해 봐, 100년을 살아도 지루한데, 500년을 넘게 살아야 하잖아, 얼마나 심심하겠어.’
‘그래서 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지.’
배움을 좋아했다.
특히 강해지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가끔 수련을 위해 마을을 떠나는 엘프도 있었다.
한스가 만났던 엘프도 그중 하나였다.
“보러 가도 될까요?”
“하하하, 물론이죠, 에이든 님은 저희를 도와주기 위해서 오셨고, 아이들의 은인이지 않습니까? 거기에 정령의 친구이니,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처음 있던 경계심은 사라지고, 호의가 가득했다.
에이든은 장로의 안내를 받으며 집을 나왔다.
“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숲의 요정이라고 불리는 만큼 엘프 마을은 집을 포함해서 대부분이 나무로 만들어졌다.
온통 녹색 밭!
자연을 한 아름 담고 있는 마을의 경치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피로를 풀어주는 거 같았다.
꽃과 식물의 내음이 바람을 타고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인간의 영지와는 확실히 달랐다.
다만 조금 분위기가 무겁다.
아마 세계수의 오염이 이쪽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듯, 묘하게 긴장감이 감도는 거 같았다.
‘연무장은 이쪽인가?’
에이든은 한스를 만나기 위해, 연무장으로 향했다.
과연 뭘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에 연무장을 찾은 에이든이 안쪽을 들여다봤고, 그곳에서는.
“중심을 잡아라! 그러다가 허리 나갈 수 있으니까! 내려갈 때, 숨 들이마시고, 가슴 들고!”
“이건 복합관절 운동이다. 발바닥 전체로 밀면서 엉덩이를 집어넣어라, 볼기 부위도…….”
엘프들이 한스에게 헬스를 배우고 있었다.
“너, 너무 무겁습니다!”
“무겁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옆에 있는 원판을 합쳐 봤자, 기껏해야 150kg밖에 되지 않는다!”
“봉도 무게가 있는데요!?”
“봉은 조상님이 들어 주시는 거다! 그런 무게는 잊어!”
“끄아아아! 세계수여!!”
“하나 더~ 그래그래, 하나 더 할 수 있겠네, 오, 한 번 더……. 좋아, 하나 더!”
“언제 끝나나요!? 벌써 열 번째인데요!? 저 한계예요!”
“한계는 네가 정하는 게 아니다.”
“그, 그럼 누가 정하는데요?”
“내가 정한다, 하나 더.”
“주, 죽을 거 같아요!”
“걱정하지 마라, 죽을 거 같을 뿐이지, 죽지는 않으니까, 내가 많이 굴려봐서 잘 알고 있으니까.”
“아악!”
“기합 좋고! 하나 더!”
“죽여버리겠어!!”
“으하하하!”
“웃지 마세요!”
그 광경에 에이든은 땀 냄새가 물씬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왜일까.
헤스티아 영지에서도 이 광경을 몇 번이나 본 거 같았다.
‘왜지? 왜 저놈이 가는 곳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지?’
한스가 문제인가?
왜 한스가 가는 곳마다 이렇게 헬창의 냄새가 나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
‘엘프들이 근육을 좋아해서 그걸 이용해서 경계심을 풀려고는 했지만……. 너무 친해지지 않았나?’
“꺄아악! 저도 죽을 거 같아요!”
“안 죽는다니까?”
그리고 레아도 거기서 열심히 바벨을 들고 있었다.
* * *
‘그 갑옷에 그려져 있던 인장, 사론톤 가문이었지?’
에이든은 엘프를 추격하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한스는 근육 자랑하느라 자세히 못 본 것 같지만 그들이 입고 있던 가죽옷에는 문장이 그려져 있었다.
사론톤 가문의 문장이다.
그리고 엘프들의 몸에 박혀 있던 화살은 쇠뇌용 화살이었다.
‘세실리아인가?’
사론톤 가문에서 들어온 1,000개의 쇠뇌 주문.
그걸 어디에 쓰려는 건가 했더니, 엘프 사냥에 쓰려고 했던 모양이다.
에이든은 생각을 더듬었다.
엘프와 사론톤 가문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다.
‘세계수의 열매 강탈 작전.’
세계수의 열매에는 특수한 힘이 깃들어 있다.
죽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되살릴 수 있는 최고의 치료제가 될 수도 있고.
방법에 따라서는 강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영약을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하나, 세계수의 열매에는 엘프들조차 모르는 효능이 숨겨져 있었다.
‘오염된 세계수의 열매를 이용하면 그 누구라도 세뇌할 수 있는 약이 되지.’
절대적인 세뇌.
성녀의 신성력이 아니라면 풀 수 없으며, 설사 마스터라고 할지라도 저항할 수 없다고 했다.
세실리아는 그것을 이용해서 누군가를 세뇌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 대상이 누군지, 마지막까지 나오지 않았지만.
“응? 여긴.”
그렇게 정차 없이 걸어 다니던 에이든은 어느 화원에 도착했다.
화원인 거 같지만, 꽃들은 전부 시들어 있었다.
삭막하기 짝이 없는 화원이었다.
“뭘 보고 있나요?”
“장로님.”
“여긴 화원이군요.”
“그런데…….”
“꽃이 전부 시들었죠? 어쩔 수 없었답니다, 세계수가 오염되어 그 힘이 결계 유지에 집중되었거든요.”
장로는 씁쓸한 표정으로 화원을 바라봤다.
엘프의 마을은 세계수의 힘으로 유지되는 것인데, 세계수가 오염되어 힘을 분산할 틈이 없었다.
“예전에는 이곳에 꽃이 만발해서 마을에는 꽃내음이 가득했었습니다, 벌과 나비가 날아와 꿀을 채취하기도 했죠, 그랬었는데…….”
장로가 꽃에 손을 대자, 바사삭, 하면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지금은 이렇게 초라하게 변하고 말았군요, 옛날에는 이곳에 있는 꽃으로 화관을 만들어 놀기도 했었는데.”
“아름다웠나 봐요?”
“물론이죠, 이곳에서 피는 꽃은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밖에서는 구할 수 없는 진귀한 꽃도 존재했죠.”
“아깝군요, 직접 못 봐서.”
“하하하, 직접 보셨다면 마음에 들었을 겁니다, 제가 잘 지켰다면 말이죠.”
깊은 회한(悔恨)이 가득한 눈빛이다.
장로인 자신이 세계수의 오염을 미리 알았다면, 마을이 이렇게까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오염을 정화한다면, 금방 원래대로 돌아올 겁니다.”
“그렇겠죠, 이 꽃 중에는 열매를 맺는 꽃이 있는데……. 아, 그러고 보니.”
장로는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주머니를 꺼냈다.
“이걸 보시겠습니까?”
“이건 뭡니까?”
“열매입니다, 여기서 피는 꽃 중에 열매를 맺는 것이 있습니다.”
“열매요?”
에이든은 주머니를 열어봤다.
주머니를 열자 안쪽에서 어디선가 맡아 본 듯한 익숙한 냄새가 풍겼다.
후각을 자극하는 그리운 냄새에 에이든은 깜짝 놀랐다.
“이건!”
열매는 검고, 딱딱한 작은 열매였다.
냄새를 맡아본 에이든은 열매 한 알을 입안에 넣었다.
그것을 본 장로는 화들짝 놀랐다.
“앗! 그거 그렇게 먹으면 엄청 쓸 텐데…….”
장로의 말대로 열매의 쓴맛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렬했다.
하지만 에이든은 뱉지 않았다.
지독할 정도로 쓴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몸이 떨려왔다.
이 맛을 어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가끔 꿈에서도 찾았던 바로 그것이었다.
‘이거 커피콩이잖아?’
검은 열매는 바로 커피콩이었다.
차분히 그것을 보고 있던 장로는 가지고 있던 물을 그에게 넘겼다.
“그대로 먹으면 너무 씁니다, 그래서 어린 엘프들은 그걸 별로 좋아하지 않죠, 그래서 저희는…….”
“물에 타거나, 우려내서 드시죠?”
“어떻게 그걸……. 혹시 알리브를 아십니까?”
모를 수가 있나.
저쪽 세계에 있을 때, 에이든은 얼죽아였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여름에도, 겨울에도 얼음을 가득 넣은 아메리카노만 마셨었다.
하나, 이쪽 세계에는 커피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서 내심 아쉬워하고 있었다.
설마 엘프 마을에서 이걸 보게 될 줄이야!
‘안 그래도 카페인이 당겼는데, 이걸 여기서 찾아?’
“이 열매, 또 있나요?”
“아뇨, 그게 마지막입니다, 세계수가 오염되면서 저희 마을에서는 더는 꽃을 피울 수 없게 되었거든요.”
세계수가 멀쩡했을 땐, 이 화원은 꽃으로 만발하고 가지각색의 열매가 맺혔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그리운 광경이다.
“세계수는 제가 반드시 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세계수를 정화하면 이 커피콩을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
그것을 위해서라면, 에이든은 불구덩이라도 들어갈 수 있었다.
“세계수가 정화되면 이 열매, 저도 받을 수 있겠습니까?”
“하하, 물론이죠, 그 정도는 얼마든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약속입니다.”
“물론이죠, 은인에게 그 정도는 당연히 드릴 수 있습니다.”
“좋았어! 커피! 커피가 날 부른다!”
“하하, 그렇게 좋아하시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그거 말고도…….”
그때였다.
장로가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젊은 엘프가 허겁지겁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는 엘프 마을 밖에서 경계를 맡고 있던 엘프였다.
“헥스, 무슨 일인가?”
“인간입니다.”
“인간?”
“네, 레아와 아이들을 붙잡았던 그 인간들이 이 근처까지 왔다고 합니다.”
“이 근처까지?”
“네, 결계가 있어서 마을을 인식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엘프 마을을 지키는 결계가 있다.
세계수가 펼치고 있는 결계로 외부의 접근을 막으며, 인식하지 못하게 해준다.
다만, 이 결계는 세계수가 펼치고 있는 것이기에 날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지금은 일단 지켜봐야겠구나.”
“옛날에는 어떻게 했습니까?”
에이든이 묻자, 장로는 뭘 그런 당연한 것을 묻냐는 식으로 태연하게 대답했다.
“일단 활부터 쐈습니다.”
“에?”
“적당히 몇 놈 다리 맞춘 후, 더 들어오면 대가리를 뚫어주겠다면서 협박을 했죠.”
생각해 보니.
주인공 일행이었던 레아도 엘프라는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게 과격했던 거 같았다.
‘레아! 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나는 아무 짓도 안 했어, 저놈들이 먼저 시비 걸었기에 받아 줬을 뿐이지.’
‘그래도 그렇지! 대뜸 화살을 쏘면 어떻게 해.’
‘선수 필승, 당하기 전에 처리해야지.’
‘그러다가 잘못되면!’
‘그럼 어쩔 수 없는 거지, 그게 자연의 이치 아니겠어?’
‘제발 대책 없이 행동하지 마!’
‘대책은 원래 저지르고 생각해야 하는 거야.’
‘아악!’
그것 때문에 주인공이 상당히 골머리를 썩였던 것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지금은 불가능하죠, 세계수가 오염되어 힘이 약해져서 저희는 정령을 잃었습니다, 거기에…….”
“저 사악한 인간 놈들……. 이상한 무기를 사용합니다.”
“이상한 무기?”
“활입니다, 저희가 쓰는 것과는 다른 무기를 사용하더군요, 빠르고, 정확해서 저희 쪽도 제법 애를 먹고 있습니다.”
아.
설명을 들은 에이든은 애써 시선을 피했다.
저들이 뭘 말하는 건지, 대충 예상이 갔기 때문이었다.
쇠뇌다.
쇠뇌는 초심자도 다루기 쉽고, 숙달도 쉽다.
발사 속도도 빠르고, 양손을 쓸 필요 없이 레버를 당기면 되기에 조금만 연습하면 한 손으로도 쏠 수 있다.
한데, 그러한 쇠뇌를 숙련자가 쓴다면?
아마 생각 이상의 성능을 발휘할 터.
‘이거 쇠뇌에 대해서는 모르게 하는 게 낫겠지?’
괜히 그런 사실을 들켜 봤자, 좋을 건 없었다.
“장로님, 그래도 언제까지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저놈들은 떠나지 않을 겁니다.”
“으음…….”
장로도 그건 안다.
하나, 방법이 없다.
지금 엘프의 힘으로는 밖에 있는 인간들을 상대하는 건, 요원한 일이었다.
가능은 해도 이쪽에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에이든 님, 세계수의 정화, 오래 걸릴까요?”
“일단 봐야 알겠지만.”
원작에서는 마을을 찾아온 주인공 일행이 세계수를 정화하는 데 한 달이나 고생했었다.
정화에 필요한 재료를 찾고, 가공하고.
그리고 또 마법진을 그리며 정화 의식까지 치르는 데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었다.
주인공의 동료 중 한 명이.
‘……포기하면 안 될까?’
라는 말을 할 정도였으니, 말 다 한 셈이었다.
하지만 그런 주인공 일행과는 다르게 에이든은 필요한 것을 챙겨왔다.
성배가 있으며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편하게 정화할 수 있다.
다만, 그래도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운 좋게도 이번에 좋은 것을 얻었고, 그걸 이용하면 시간을 확! 줄일 수 있었다.
‘정확하게는 정령왕을 협박해서지만.’
“필요한 것만 챙기면, 금방 끝낼 수 있을 겁니다.”
“아무래도 시간을 오래 끌 수 없을 거 같습니다,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뭘요.”
세계수를 정화해야만 퀘스트도 클리어할 수 있었다.
거기에 세계수를 정화해야만 커피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카페인!
삶의 활력소를 다시 맛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계수를 정화해야 했다.
“필요한 것만 챙기면 곧바로 정화 작업에 들어가겠습니다.”
커피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