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96)
제96화
21화 : 오랜 기다림(3)
‘나를 따라오지 말아라.’
‘하지만 왕이시여…….’
‘나는 너를 데리고 갈 수 없어, 거긴……. 아니, 이건 말할 수 없겠구나.’
‘왕이시여, 저는 어디든 따르겠습니다, 그러니…….’
‘너는 정말 고지식해서 말도 제대로 안 듣는구나, 하긴 넌 항상 그랬지.’
왕은 가볍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괴로운 명령을 내렸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왕은 그를 봉인했다.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라…….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왕이시여!’
그는 봉인되었다.
세계수의 봉인.
남자는 절망했지만, 그런데도 왕을 믿었다.
그는 말했다.
돌아오겠다고.
‘나는 왕의 기사다, 그분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
그는 기다렸다.
아주 오랫동안.
시간은 물과 같았다.
필사적으로 담아 멈추려고 해도 손가락 틈으로 빠져나가듯이 유구하게 흘러갔다.
몇십 년, 몇백 년이 지났다.
‘왕께서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그는 오로지 충성심 하나로 그 긴 시간을 버텨왔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벌써 정신을 놓고, 광인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간.
남자는 그 시간을 버텼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끝없는 살의와 더불어 증오가 피어오른다.
다시 기다린다.
왕은 반드시 돌아온다고 했고, 약속한 건 지켰으니까.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리라.
하지만 가끔 마음 깊숙한 곳에서 피어오르는 불안이 있었다.
‘혹시 나를 버린 건 아닐까?’
‘나를 잊은 건 아닐까?’
‘왕께서 나를? 아니, 그럴 리가 없어……. 하지만 그럼 왜 나를 찾아오지 않으시는 거지?’
철벽같았던 정신이 흔들린다.
목소리는 그러한 틈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그를 점차 어둠에 잠기게 했다.
끝없는 유혹.
그럴수록 그의 청아했던 기운은 점차 어둠에 물들기 시작하며, 세계수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길 몇 년.
그의 이성은 어둠을 헤매고, 살의와 분노 그리고 그 목소리가 머리를 가득 채웠다.
‘아아……. 왕이시여…….’
남자는 왕을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인간을 죽이라는 목소리뿐.
절망과 좌절.
굳건했던 충성 또한 천 년이라는 세월 앞에서 쇠하며, 바스러질 뿐이었다.
‘나는…….’
-크르르르…….
그렇게 타락한 자가 되어 가고 있을 때, 남자는 느낄 수 있었다.
낯익은 기운이다.
티끌만큼 남은 이성이 조용히 고개를 들며, 환희에 찬 외침을 토해냈다.
‘왕이시여!’
* * *
“하압!”
채앵!
[검술 숙련도가…….]에이든은 즐겁게 검을 휘둘렀다.
타락한 자는 분명 강하고, 검술도 뛰어나 강적임은 틀림이 없다.
그런데도 아슬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역시 현질이 최고구나!’
정령 연구소에 투자한 보람이 있다.
반응 속도도 빨라지고, 힘도 늘어나 타락한 자의 공격에 대응하는 것도 편했다.
한스와 레아의 견제.
거기에 미니 포탑이 쏘는 화살이 일제히 타락한 자를 노리고 있었다.
연계가 깔끔하게 이어지며, 타락한 자를 강하게 압박했다.
-크아악!
타락한 자는 검을 거칠게 휘둘렀다.
갑자기 강해진 적.
에이든에게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운에 혼란에 빠진 타락한 자의 검 끝이 흔들렸다.
‘지금이다.’
에이든은 스킬, 마나 블레이드를 사용했다.
푸른 궤적이 아름다운 잔상을 남기며 휘둘러지며, 타락한 자를 강하게 압박했다.
서걱!
드디어 한 번.
인고의 시간 끝에 드디어 에이든의 검이 타락한 자의 갑옷을 베어냈다.
이제 조금만 더 압박하면 놈을 죽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때였다.
우웅.
세계수가 만든 결계가 흔들린다.
한계가 온 것이다.
오염된 상태에서 힘을 쥐어짜며 결계를 만들며 무리하던 세계수의 힘이 결국 소진되었다.
마을을 지키는 결계는 아직 버티고 있지만, 타락한 자를 묶고 있던 결계의 힘이 약해졌다.
-크아아악!
그 결과.
억압되어 있던 타락한 자의 어둠이 풀려나기 시작했다.
타락한 자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엄청난 압력이 느껴졌다.
“윽…….”
그 압력에 레아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녀는 임대인이 아니라 무장지대, 건물주의 버프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싸운 것을 칭찬해야 했다.
타락한 자가 움직인다.
세계수의 결계가 약해져서 그런지 움직이는 속도가 이전과는 다르게 빠르고, 강력했다.
“큭!”
어둠이 날카롭게 이빨을 드러낸다.
이빨은 당장이라도 에이든을 물어뜯기 위해서 달려들었다.
에이든은 이를 악물며 검을 움직이며 공격을 막았다.
카가가강!
지금까지와 다른 소리가 났다.
마나 블레이드를 펼치고 있지만 타락한 자가 두른 어둠이 더 강한 모양이다.
어쩔 수 없었다.
광기와 악의가 터져 나온다.
한 번 부딪칠 때마다 에이든은 영혼이 송두리째 뽑혀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마나 블레이드가 충돌을 거듭할 때마다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큭…….”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천 년의 원한은 지금의 에이든이 막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크아아악!
타락한 자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어둠에 에이든과 한스가 크게 밀려났다.
그때.
놈이 검을 치켜들었다.
끔찍할 정도의 어둠이 모여들고 있다.
어둠은 빛조차도 흡수할 정도로 깊어, 보고 있으면 그대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저건 못 이겨…….”
레아가 중얼거렸다.
온몸을 잠식하는 어둠이 그녀의 깊숙한 곳에 있는 공포를 자극했다.
끝을 알 수 없는 마력.
레아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거대한 벽을 마주한 거 같았다.
절대 넘을 수 없는 벽.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절망과 좌절감을 강제로 심어 버리는 벽이다.
‘저걸 어떻게…….’
타다닥!
그때였다.
레아가 공포에 잠식되어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을 때.
단 한 명.
오로지 에이든만이 그 어둠 속에서 공포를 이겨내고 나아가고 있었다.
‘벤다.’
그런데 할 수 있을까?
타락한 자는 강하고, 어둠은 깊다.
포토스를 상대할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동안 일일 퀘스트로 능력치를 올리고, 숙련도도 올리고, 레벨을 올렸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러던 찰나.
[‘이건 빚이다.’]에이든의 앞에 찬란한 빛과 함께 성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빚은 무슨,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그가 멋대로 데리고 오지만 않았으면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병사들도 한꺼번에 데리고 왔을 것이다.
모처럼 만든 미스릴 검도 저택에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 검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처럼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됐고.’
에이든은 들고 있던 검을 던지고, 손을 뻗어 성검을 붙잡았다.
성검의 신성력이 그의 몸을 휘감으며 어둠을 떨쳐냈다.
[성검, 엑스칼리버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무장 지대가 엑스칼리버의 영향을 받아, 일시적으로 변합니다.] [신성 지대로 변경됩니다.] [사유지가 신성 지대가 됩니다.] [신성 지대에 존재하는 모든 ‘악’의 능력치가 10% 감소합니다.] [모든 ‘악’이 사용하는 마법의 효과가 20% 감소합니다.] [2서클 이하의 흑마법의 사용을 금지합니다.] [중급 이하의 스켈레톤은 신성 지대에서 존재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신성 지대에 존재하는 아군의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신성 지대에 존재하는 모든 아군의 철제 무기에 신성력이 깃듭니다.] [신성 지대에 존재하는 모든 아군을 신성력으로 보호합니다.]성검, 엑스칼리버의 효과가 발동하면서 무장지대가 신성 지대로 변했다.
버프가 강력해졌다.
‘벨 수 있을까?’
아니.
지금 필요한 건, 의문이 아니었다.
베지 못하면 죽는다.
이런 곳에서 죽을 순 없었다.
그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었고, 지켜야 할 것도 많았다.
거기에 자신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있지 않던가.
‘벤다.’
의지를 검에 담는다.
우우웅!
그의 의지를 받은 엑스칼리버가 진동하며, 지금보다 더 강한 빛을 발했다.
빛이 어둠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베고, 나는 돌아간다.’
강력한 기세가 에이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못 하면 죽는다.
한스도.
레아도.
풀려난 어둠이 대륙을 잠식하며 헤스티아 영지까지 휘말릴 수 있었다.
‘지키기 위해서.’
그때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가 에이든에게 말을 걸어왔다.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가 너를 위협하면?’
갑작스러운 질문.
그에 에이든은 상관하지 않으며 마치 정해져 있다는 듯이 대답을 내놓았다.
‘상관없어.’
‘수만, 수천만의 군세를 오로지 홀로 상대해야 할 때가 찾아온다면, 너는 어떻게 할 거지?’
‘그래도 상관없어, 내 영지 건드리는 새끼들은 다 내 손에 죽는 거야.’
자신의 울타리 안에 들어온 이들은 반드시 지킨다.
적이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그 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다고 할지라도 변하지 않는 지고의 법칙이다.
그리고 이것이 헤스티아 영지의 영주.
에이든이 내린 결론이다.
‘하.’
그 말에 목소리는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래, 지금은 그거면 충분하겠지.’
우우우웅!!
[성검, 엑스칼리버가 왕의 의지를 받아들입니다.] [일시적으로 성검, 엑스칼리버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능력 일부 개방.] [어둠 속성 공격 시, 500%의 추가 대미지를 입힙니다.]어둠 속에서 별이 반짝인다.
에이든의 의지가 담긴 성검은 지금까지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강렬한 힘을 품었다.
“아스트로…….”
광활한 어둠을 비추는 별은 다음 순간.
“소드!”
어둠을 가르며 떨어졌다.
타락한 자는 두르고 있던 어둠을 검에 두르며 에이든의 검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광활한 어둠은 당장이라도 빛을 잠식해버릴 것 같았다.
하나,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한 줄기의 빛은 막을 수 없었다.
‘이건…….’
타락한 자는 깨달았다.
‘막을 수 없다.’
다음 순간.
서걱!
에이든의 검은 정확하게 타락한 자를 베어냈다.
“후우…….”
검을 내린 에이든은 전신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리했다.
조금 전 일격은 그 남자의 경지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아주 조금은 닿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컸다.
“콜록…….”
에이든은 각혈했다.
동시에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쓰러졌다.
그렇게 쓰러지는 가운데.
멀어지는 정신 속, 에이든이 본 것은 하나.
[칭호, ‘구원자’ 효과가 발동됩니다.]타락한 자에게 깃들어 있던 어둠이 사라지고 있는 것.
* * *
“으…….”
에이든은 천천히 눈을 떴다.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장로의 집인가?’
“윽.”
전신이 욱신거렸다.
보통 피로한 게 아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고생인 건지.
그저 세계수나 정화하고, 적당히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돌아오면 끝나는 간단한 일이었다.
한데, 갑자기 나타난 타락한 자 때문에 모든 일이 꼬이고 말았다.
“죽겠다……. 그런데…….”
에이든은 기억을 더듬었다.
타락한 자를 벤 것까지 기억하고 있다.
“잠깐, 그럼 퀘스트는 어떻게 된 거지?”
타락한 자가 죽었다면 당연히 퀘스트도 완료되었을 것이다.
동시에 다른 것보다 욕심이 눈을 팍! 하고 떴다.
“내 10만 골드는?”
띠링.
그때.
알람이 울렸다.
[칭호, ‘구원자’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긴급 퀘스트, ‘타락한 자를 죽여라!’가 변경되었습니다.] [퀘스트, ‘타락한 자의 구원’이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 ‘타락한 자의 구원’을 클리어하셨습니다.]“응? 이게 뭐야?”
갑자기 퀘스트가 바뀌었다.
분명 타락한 자를 죽이라는 퀘스트였는데, 제목도, 내용도 타락한 자를 ‘구원’하라고 하고 있었다.
알람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모든 능력치…….] [20만 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뭐야?”
보상도 바뀌었다.
칭호는 주어지지 않았지만, 경험치를 얻어 레벨이 5개나 올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원래 10만 골드만 준다던 보상이 무려 20만 골드나 들어왔다.
“오우……. 이게 뭔…….”
보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타락한 자를 구원하셨습니다.] [그는 왕의 명령으로 천 년 동안 세계수에 봉인되어 왕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모종의 이유로 절망과 좌절에 빠져, 결국 타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런 그가 당신을 만나 구원을 받고, 타락했던 영혼이 정화되었습니다.]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팔랑.
에이든의 앞에 종이 한 장이 떨어졌다.
그것을 본 에이든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뭐야…….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