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쇼켄 왕은 완전히 의욕을 잃었지. 심지어 건강까지 안 좋아졌고. 쇼켄 왕이 붕어하고 쇼시쓰가 쇼켄 왕의 뒤를 잇게 된다면 유구를 병합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야.’
요한은 전쟁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고민했었다.
어떻게 해야 평화롭게 유구를 병합할 수 있을지.
그리고 고민한 결과는 ‘사쓰마 번과 정반대로 행동하기’였다.
사쓰마는 유구를 마치 식민지 대하듯 대하였다.
유구 내에서 인기가 많았던 왕을 강제로 일본으로 끌고 가는가 하면, 왕이 보는 앞에서 왕이 아끼는 신하를 펄펄 끓는 기름 속에 넣어 죽이기도 하였다.
사탕수수를 강제로 수탈한 것도 물론 유구인을 분노하게 하였고 말이다.
이런 사쓰마 번이 있기에 요한은 유구를 얻기 위해 어렵고 복잡한 수단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가 보기에 유구의 민심을 얻는 방법은 너무도 간단해 보였던 것이다.
‘앞으로도 줄곧 쇼켄 왕의 권위를 인정해주면 될 일이지. 물론 사탕수수도 제값으로 사주고 말이야.’
유구인들의 자존심을 건들지 않고, 그들의 이익도 해치지 않는 것.
이것이 요한이 생각한 유구의 민심을 얻는 전략이었다.
물론 여기서 그친다면 유구는 대두국의 동맹이 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외부의 위협이 더해진다면?
다시 한번 유구가 위기에 처한다면 어떨까.
이를테면 사쓰마 번이 유구를 공격하려는 목적으로 군사를 모은다는 소문이 돈다든가(진짜로 사쓰마 번이 침공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정씨 일족 소속의 상인들이 해적으로 돌변하여 유구를 약탈하는 그런 상황이.
이 같은 외부의 위협을 겪다 보면 유구인들은 자연스럽게 알게 될 수밖에 없었다.
힘이 없다면 나라를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동맹의 존재만으로 나라를 지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데 유구가 힘을 되찾을 방법은 없지. 이미 병적 자원은 내가 다 사용한 상태니까.’
유구에서 전투력을 기대할 수 있는 장정은 거의 다 흑기군 소속이 되었다고 해도 무방하였다.
앞으로 유구가 군사력을 키운다고 해도 천 명 정도가 한계일 터.
물론 그 천 명에 불과한 군사력을 키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왕이 직접 군사력을 키우려 한다면, 유구의 대신들은 대두국이 있는데 왜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냐며 반발할 테니까.
그렇기에 요한은 유구 병합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전하, 영일 상단에서 소식을 보냈는데, 상단주 무토 헤이가쿠가 대마도 도주에 의해 감금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도중 요한에게 한 가지 비보가 날아왔다.
무토 헤이가쿠.
그는 바로 조선과 대일 무역을 담당하는 영일 상단의 상단주였다.
물론 그 영일 상단은 요한이 75%의 지분율을 가진 어용 상단이었고 무토 헤이가쿠는 요한의 측근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대마도 도주는 그런 요한의 측근을 감금한 것이었다.
“대마도 도주가 왜 그런 선택을 했지?”
“제 예상이지만, 그들은 우리의 패배를 예상했던 모양입니다.”
“소식이 느려도 너무 느린데? 규슈 연합 함대가 무너진 게 벌써 한 달도 넘게 지난 일인데 우리가 패배할 것이라고 예상하다니 말이야.”
“그보다는 영일 상단이 늦게 소식을 전한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대마도 도주가 우리에게 소식을 전하지 못하게 방해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뭐가 됐든 대마도 도주는 엄청난 실수를 한 셈이 되었다.
요한의 경고를 무시하고 되레 요한을 도발하기까지 했으니까.
“마침 잘 됐어. 안 그래도 대마도를 응징해줄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사쓰마와의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바로 대만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는 없었다.
이왕 일본까지 온 김에 조선에도 들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조선으로 가는 길에 마침 대마도가 있었다.
영일 상단을 협박하여 자신들이 취급하는 물품은 조선과 교역하지 말라고 하였던 바로 그 대마도가 말이다.
당연히 요한으로선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대마도가 무토 헤이가쿠를 공격하는 만행까지 저지른 상황이라면 더더욱.
‘조선의 인재를 지속해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영일 상단만으로 부족했는데, 대마도를 함락시킨다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겠어.’
***
한편 요한이 사쓰마와 한창 전쟁하고 있을 무렵, 청나라의 섭정왕인 도르곤은 대두국이 유구를 점령하였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었다.
“괘씸한 조선 놈이 욱일승천의 기세로 국력을 확장하고 있구나.”
요한의 소식을 들은 도르곤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한때는 요한을 회유 대상으로 생각하던 도르곤이었다.
남방의 바다를 지배하는 요한이 청나라와 손을 잡는다면 남명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하지만 요한은 청나라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번왕의 작위를 내려주려고 했더니 본인이 이미 왕을 참칭한 이후였다.
그래도 남명 황제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왕이 되었으니 이를 이용하여 두 나라를 이간질하려 했으나 그조차 통하지 않았다.
대두국은 오히려 남명의 충성스러운 번국이 되었다.
심지어 대두국은 곧 유구국까지 끌어들였는데, 남명은 순식간에 남방의 두 나라를 지배하는 강대한 제국이 되어버렸다.
“놈을 방해할 방법이 없겠느냐?”
“···아무래도 먼바다의 일이라, 그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놈에게 시간을 주면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
하지만 답답하게도 대두국이 욱일승천의 기세로 국력을 확장하는 상황에서도 청나라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청나라의 수군은 외부로 무력을 투사하기는커녕 장강을 지키는 것도 버거운 상태였다.
사실 장강을 지킬 수군을 다시 키워낸 것만으로도 청나라의 국력은 실로 놀랍다고 봐야 했다.
요한에 의해 장강의 수군이 철저하게 박살이 난 것이 불과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일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도르곤으로선 요한을 견제하기는커녕 요한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내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
“우선은 대서의 일을 마무리 짓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도르곤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떻게든 요한을 방해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현재 청나라는 장헌충이 세운 대서국을 무너뜨리는 것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남명에 대한 공격이 실패하자 다시 화살을 대서국으로 돌린 것이다.
그리고 청나라의 이 같은 시도는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청나라의 맹렬한 공격에 대서국의 황제를 자처하던 장헌충이 전장에서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대서만 끝내면 그다음은 남명이다. 김요한 그놈이 남명을 돕지 못하는 상황일 때, 남명을 철저하게 박살 낸다.’
도르곤은 대서국과의 전쟁이 곧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황제를 자처하던 장헌충이 죽었으니, 그깟 농민 반란군이 얼마나 버티겠는가.
하지만 대서국은 장헌충의 죽음으로 기세를 잃기는커녕 오히려 기세를 얻은 듯, 항전을 거듭하였다.
“오삼계까지 패배했다고?”
“그, 그렇습니다. 이정국이란 자의 매복에 당해 대패하였다고 합니다.”
청나라는 이번에야말로 대서를 멸망시키기 위해 거센 공격을 가하였다.
아오바이에 이어 청군의 핵심 장수인 오삼계까지 출정시킨 것.
그런데 대서국은 이정국이란 장수를 중심으로 청나라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심지어 청나라에게 최악이라 할 수 있는 소식도 들려왔다.
대서국이 대서라는 국명을 포기하고 남명 황제인 융무제의 아래에 들어가려 한다는 소문이었다.
이는 남명의 영토가 두 배 이상 커지는 일이었으니, 청나라로선 실로 최악이라 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지형이 문제로군. 쯧, 하필 촉나라 땅을 집어삼키다니.”
도르곤은 혀를 차더니 이내 결심을 내렸다.
“호오거를 남명으로 보내야겠다.”
“수, 숙친왕을 말씀입니까?”
그의 말을 들은 그의 심복들이 화들짝 놀랐다.
아이신기오로 호오거.
숙친왕의 작위를 가진 그는 한때 도르곤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도르곤의 경쟁자였다.
호오거는 홍타이지의 장자이기도 했는데, 무용이 가히 자신의 부친, 홍타이지에 버금간다는 말까지 들렸다.
그리고 도르곤은 내심 이런 호오거에 질투하고 있었다.
정치 능력이야 도르곤이 더 좋을지 몰라도 여진족이 가장 중요시하는 무용은 호오거가 훨씬 더 뛰어났으니 말이다.
그래서 도르곤은 호오거를 철저하게 견제하였는데 그를 무고하여 실각시킨 후, 지금은 그를 잡아 가두기 위한 명분을 만드는 중이었다.
감옥 속에서 호오거를 죽이는 것.
그것이 도르곤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남명이 되살아날 상황에 부닥치자, 도르곤에 있어 정적 제거는 더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도르곤에게 최우선 순위는 결국 청나라의 성공이었기 때문이다.
***
‘나를 살려둘 줄이야. 도르곤, 네놈이 그래도 그 알량한 권력보다 청나라의 미래를 더 생각하기는 하나 보구나.’
남명 덕에 간신히 목숨을 구제한 호오거는 남명의 부활을 기뻐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었다.
그가 설령 남명 덕에 목숨을 구제했다고 해도, 그는 남명을 멸망시켜야 하는 입장이란 사실이었다.
“전하, 조정의 지원을 더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명의 기세가 워낙 거세서 10만의 군세로는 남명을 멸망시키기가 어려울 거 같습니다.’
“지원을 요청한다고 얼마나 더 해주겠느냐?”
도르곤이 그를 싫어해서 지원을 더 안 해줄 거라는 말이 아니었다.
애초에 그를 견제할 목적이라면 전쟁에 동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만, 지금 청나라의 여건이 그를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전쟁을 오래 끈다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세운 이 제국은 내부로부터 무너질 수 있다.’
거듭된 전쟁으로 청나라의 국력은 많이 약화하였다.
반란도 끊이지 않고 일어나서 더더욱 국력 소모가 극심하였다.
대서국과 전쟁하는 와중에 그에게 10만을 지원한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심지어 녹영군뿐만이 아니라, 상당한 수의 팔기군도 지원해주었다.
“남명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가 무엇이냐?”
호오거가 묻자, 여러 답변이 들려왔다.
남명의 황제인 융무제가 직접 이끄는 금군이 가장 강하다는 의견, 정씨 일족의 장수들이 이끄는 군대가 가장 강하다는 의견, 남만의 군대는 전부 다 오합지졸이라는 의견 등등.
놀랍게도 정성공이 지휘하는 흑기군이란 군대가 가장 강하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흑기군은 남명에 도착하고 몇 차례 출정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 출정 때 모두 승전을 이루어냈었다.
작은 규모의 전투였지만, 그때 보여줬던 흑기군의 전투력을 높게 평가하는 이들이 청나라 내부에는 소수나마 존재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남명 정벌군의 수장이 될 호오거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 흑기군이란 자들의 기세가 매섭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도르곤이 그토록 경계하는 김요한이란 조선인이 만든 군대라지?”
“그렇습니다. 섭정왕이 그를 회유하려 하였으나, 실패했다고 들었습니다.”
“번왕의 작위를 주려 했는데 이미 스스로 왕이 되었다 하니, 상황이 아주 우스웠겠어.”
마치 비웃듯 그리 말하는 호오거지만, 정작 그는 요한을 괄시하지 않았다.
자신의 호적수이면서 최대 정적인 도르곤이 인정한 사내였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람 보는 눈 하나만큼은 대단한 도르곤이었기에 그의 인정을 받은 요한은 무시하고 싶어도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
당연히 요한이 조직한 흑기군이란 군대 역시 무시할 생각이 없었고 말이다.
“남만을 칠 때 가장 먼저 흑기군이란 놈들부터 처리한다.”
호오거는 그렇게 최우선 목표를 정하였다.
국경을 지키는 여러 부대 중에 흑기군을 가장 견제되는 대상으로 뽑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남명을 공격할 준비를 하는 와중에, 한 가지 희소식이 들려왔다.
그건 다름 아닌, 흑기군을 지휘하는 정성공이란 자가 칙사로서 일본으로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대청 제국을 우습게 여기는군. 이 중요한 시기에 지휘관이 임지를 벗어나다니 말이야.’
청나라를 우습게 봤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