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109
109화
소 요시나리는 요한에게 몇 사람을 소개해주었다.
놀랍게도 그가 소개한 인물 중에는 조선 조정에서 상당한 권력을 가졌다고 알려진 정치 거물도 있었다.
조선 통신사를 가장 많이 상대해서 그런지 조정 내부에도 작지 않은 인맥을 갖춘 듯싶었다.
“다른 이는 더 없나?”
“···도대체 어떤 인물을 소개해주길 바라시는 겁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그가 소개한 인맥 중에서 요한이 원하는 조건을 가진 인물은 없었다.
‘하긴, 조건이 까다롭긴 하지.’
그가 원하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였다.
조정이나 왕실에 불만을 품은, 일종의 반체제 성향이 있는 인사일 것.
그러면서 조선 전체에 엄청난 명성을 가진 인사일 것.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만 만족해서도 안 되고, 두 가지 조건 모두 만족해야 했으니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조선 내부의 반란을 획책하고 계시는 겁니까?”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럼 왜 그런 조건을 가진 인사를 소개받길 원하시는 겁니까?”
요한은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하였다.
구태여 소 요시나리에게 모든 걸 말해줄 필요는 없었다.
어찌 보면 대두국의 약점이라고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 그렇다면 오오우라 미쓰토모라는 상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전하께서 원하는 답변은 그에게 들으면 될 거 같습니다.”
소 요시나리는 자칭 조선 전문가라는 상인을 소개해주었다.
“전하를 뵙게 되다니! 가문의 영광입니다!”
“자네가 오오우라 미쓰토모인가?”
“하이! 광우라고 불러주십시오.”
오오우라도 아니고 미쓰모토도 아니고 뜬금없이 광우라니.
하지만 요한이 놀란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왜 이렇게 조선어를 잘하는 거지?”
그는 조선어로 자신을 소개하였는데, 현지인처럼 자연스러웠다.
요한이 직접 가르친 흑기군 장교들보다 더 자연스럽게 조선어를 사용하는 거 같았다.
“어렸을 때, 조선 상인에게 직접 배웠습니다. 성인이 되고는 조선 선비에게 직접 유학을 배웠고 말입니다.”
“그래?”
유학까지 배운 걸 보니, 소 요시나리가 괜히 그를 조선 전문가라고 칭한 것이 아닌 듯하였다.
“김요한 전하께서는 조선에 대해 잘 모르신다고 하셨는데, 무엇이든 소인에게 물어보십시오. 대마도에서, 아니 일본 전체에서 소인만큼 조선을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럼 내가 말하는 조건을 갖춘 사람을 소개해줄 수 있겠나?”
확실히 그는 조선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많은지, 요한의 요구 조건을 듣고는 바로 한 사람을 이야기해주었다.
“홍석영이란 자가 있습니다.”
“홍석영?”
“그 유명한 척화 삼학사 중 한 명인 홍익한의 아들입니다.”
“삼학사라면 척화론을 주장했다가 청나라에서 처형당한 이들을 말하는 거지?”
일본인인 오오우라 미쓰토모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게 조금 부끄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요한이 아무리 역사를 전문적으로 공부했다고 해도 이런 세세한 역사까지 다 알고 있지는 않았다.
원래 몰랐던 정보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잊은 정보도 상당히 많았던 것이다.
“그렇습니다. 참고로 홍익한의 아들은 모두 두 명인데, 두 명 모두 오랑캐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고 알려졌습니다.”
“홍석영은 그럼 뭐야? 홍익한의 진짜 아들이 맞는 건가?”
“운 좋게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합니다. 그러다 오랑캐가 무서워서 지금껏 신분을 숨기고 살았답니다. 다만, 홍익한이 죽고 제사 목적으로 홍익한의 양자로 입적한 홍응원은 그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뭔가 좀 복잡해 보입니다.”
오오우라 미쓰모토는 복잡하다고 말했지만, 요한은 굳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홍석영이란 자가 사칭범이든, 아니든 상관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홍석영의 능력, 평판, 명성 등이었다.
특히 평판, 명성 등이 중요하였는데, 조선인들이 이민을 결정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의 보증이 필요하였다.
요한이 홍석영에게 기대하는 역할도 바로 그런 것이었다.
“평판과 명성은 어떻지?”
“척화론자들에게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들었습니다. 아마 다른 선비들도 그를 마음속으로 지지하고 있을 겁니다. 단지 오랑캐가 무섭고 그런 오랑캐의 눈치를 보는 조정 대신들이 무서워 겉으로 표현하지 못할 뿐입니다.”
청나라를 계속 오랑캐라 부르는 것도 그렇고, 척화론자를 은연중에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그렇고, 요한은 오오우라 미쓰모토가 일본 상인이 아니라 마치 조선 사족(양반)처럼 느껴졌다.
‘능력도 쓸만해 보이니, 이자를 영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앞으로 조선과 관련된 일을 할 때 크게 도움을 받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그런 생각은 잠시뿐, 그는 곧 오오우라 미쓰모토에게 말하였다.
“좋다. 혹시 그자와 연락할 방법이 있으면 내 서신을 전해줬으면 좋겠어.”
“알겠습니다. 최대한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고맙군.”
요한이 고맙다며 어깨를 두들겨주자 오오우라 미쓰모토가 크게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 보면 일본의 원수라 할 수 있는 요한이었다.
그런데 오오우라 미쓰모토는 그런 요한을 대단히 존경하는 듯 보였다.
‘대두국으로 끌어들이는 건 어렵지 않겠어.’
***
경상도에 위치한 장암이란 이름을 가진 서원은 한 가지 소문으로 들떠있는 상태였다.
“그 소문을 들었는가?”
“김요한 장군이 왜의 투항을 받아낸 일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네! 하하! 실로 통쾌한 일이야! 우리 조선의 장수가 왜를 무찌르고 기어코 항복까지 받아내다니!”
이미 조선에서는 요한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사쓰마 번과 한창 전쟁하는 도중, 규슈 연합 소속 함선 몇 척이 조선까지 표류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요한의 존재가 처음 조선에 알려졌다.
요한이 대만이란 곳에서 나라를 세운 일부터, 동맹국인 유구를 도와 일본과 싸우게 된 일, 그리고 명나라(남명)를 도와 청나라를 무찌르는데 일조한 일도 소문으로 퍼졌다.
당연히 이런 소문이 퍼지면서 요한은 영웅화될 수밖에 없었다.
조선의 구원(옛 원수)인 일본을 무찌르고 현재로서 가장 큰 원한을 가진 나라인 청나라와 싸워 승리하였으며, 심지어 은인의 나라인 명나라에 큰 도움을 줬다고 하지 않는가.
왕을 참칭한 것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였지만, 그가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영웅이란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네!”
“또 뭐가 있단 말인가?”
“건방을 떨던 대마도의 도주도 크게 혼쭐을 내줬다더군!”
“허어! 대마도 도주를?”
경상도 사족(양반)들은 일본을 무찔렀다는 소식보다 대마도를 혼내줬다는 사실에 더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일본의 항복을 받아냈다는 소문은 그들이 느끼기에도 현실성이 없게 느껴졌다.
실제로 일본 상인들이 말하기를, 일본 전체가 아닌 일개 영지와 싸운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요한의 승리에 통쾌함을 느끼면서도 그 이상의 감정을 느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마도를 상대로 승리한 것은 전혀 느낌이 달랐다.
대마도는 경상도에서 바로 지척에 있는 섬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마도까지 공격하였다면 김요한 장군은 언제든 조선에 올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특히 경상도 사족들이 주목한 것은 요한의 방한이었다.
장암 사원의 사족들도 대마도의 위치를 거론하며 하나같이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야 그럴 걸세. 장군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올 수 있을 거야.”
“정말로 기대되는군! 김요한 장군이 꼭 한번 조선에 와줬으면 좋겠어!”
“나도 그렇다네. 장군을 뵙게 되면 묻고 싶은 말이 참으로 많아!”
이렇게 장암 사원의 유생들이 조선의 영웅으로 알려진 요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 마침 요한의 서신이 장암 서원으로 전해졌다.
***
백회(伯晦) 홍석영.
그의 부친인 홍익한은 척화파의 우두머리 중 한 명이었고 심지어 청나라로 끌려가 처형당하기까지 하였다.
그중에서 홍익한의 자손도 모두 죽임을 당했다고 알려졌는데 홍석영은 충성스러운 심복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구제할 수 있었다.
물론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었다.
가문을 잃고, 자신이 존경하는 홍익한을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했으니까.
전쟁이 끝나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는 신분을 숨기고 지내고 있었다.
장암 서원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그는 진작에 김자점 같은 주화파 무리로부터 박해를 받았을 것이다.
‘일국의 왕을 참칭한 그자가 왜 나를 찾는 거지?’
서원에 숨어 지내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그가 무슨 종교인처럼 속세에 초탈한 채 은거하는 것은 아니었다.
몸은 서원에 있어도 그는 쉴 새 없이 서신을 주고받으며 북벌 멸청의 뜻을 품은 동지들과 교류하였다.
심지어 최근에는 세자의 측근들과 교류하기 시작하였다.
왕이 멀쩡히 살아있는 상황에서 대역 죄인인 그가 세자의 측근들과 교류하는 건 목숨을 건 도박에 가까웠다.
홍석영은 그야말로 북벌 멸청이란 대의에 목숨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런 그가 요한의 존재를 모를 리 없었다.
그리고 그는 요한을 대단히 복잡하게 평가하였다.
물론 그라고 요한이 일세의 영웅이란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영웅인 동시에 조선 왕실의 역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존재가 멸청복명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 문제는 그가 왕을 참칭했다는 점이다.’
홍석영은 내심 조선 국왕인 이종에게 강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이종은 무능한데다, 쓸데없이 의심은 많았으며, 겁까지 많아 청에 복수하겠다는 의지를 티끌만큼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종은 최악의 조건을 가진 왕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홍석영이라고 이종을 왕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요한은 조선인이었다.
조선인인 요한이 이종의 허락을 받지 않고 왕을 참칭했으니 역적이라 칭하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일단 한 번은 만나보는 게 좋겠어.”
이유야 여러 가지였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호기심이었다.
과연 요한이 어떤 인물일지 그라고 관심이 없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
“이곳이 조선인가.”
“그렇습니다. 저곳이 거제입니다.”
“지형이 변화무쌍한데?”
요한은 마치 직업병처럼, 조선 땅을 보고 가장 먼저 지형부터 파악하였다.
그의 계획상 대두국이 조선과 전쟁을 치를 일은 없을 것이다.
단순히 조선이 그의 정신적 고향이라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고향으로 생각하지도 않았으니까.
조선은 대두국과 멀리 떨어진 나라였고, 원교근공의 논리로 조선과 적대하는 것보다 같은 편으로 삼는 게 더 이익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지. 대마도 같은 작은 섬도 나를 상대로 엄청난 오판을 저질렀는데, 조선이라고 실수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말이야.’
요한은 조선이 그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면 무력을 써서라도 그 판단을 바꿔줄 의향이 있었다.
물론 조선의 뒤끝을 생각하면 그런 일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겠지만 말이다.
“홍석영이란 자는 언제 오는 것이냐?”
“자정 전에는 온다고 하였으니, 해가 지고 몇 시간 지나면 그때 나타날 거 같습니다.”
“오늘만큼은 훈련소 수준으로 군기를 잡도록 해. 최초로 만나게 될 조선인에게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니 말이야.”
“예, 알겠습니다.”
좋은 모습이라고 했지만, 군기 잡힌 모습이 좋게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위압감 넘치는 모습이 아닐까?
‘뭐 장보고함 하나만으로도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말이야.’
범선을 자주 접한 일본인들도 800톤급의 거함인 장보고함을 보고 까무러치게 놀라고는 하였다.
겨우 150톤급의 함선을 거함으로 생각하는 조선인들이 그것의 몇 배나 되는 장보고함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벌써 기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