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
홍석영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단지 벼슬을 얻었다는 이유로 그 정도의 급료를 받는다는 것이 외신으로선 선뜻 믿기 어렵습니다.”
요한은 그의 의심에 픽 웃었다.
자신을 의심했다고 해서, 불손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스웠다.
그의 태도는 조선이 그만큼 가난하다는 사실을 방증하였다.
조선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기에 요한의 말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조선과 달리 관료의 수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탕, 대나무, 도자기 같은 값비싼 물품을 주로 생산하여 대단히 부유한 편입니다.”
“···대두국은 상업이 발달한 나라인가 봅니다.”
“입지가 입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업이 발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업이 발달했다는 말을 듣고 홍석영은 살짝 표정을 굳혔다.
사농공상이란 말이 있듯, 조선에서는 직업을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모두가 알 듯, 상인을 천시하는 나라가 조선이었다.
조선 선비인 홍석영 역시도 다른 선비가 그러하듯, 상업을 억압해야 한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홍석영의 표정이 굳어진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그도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구태여 상인은 천하다느니, 상업을 억압해야 한다느니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대두국이 설령 그렇게 부유한 나라라도 급료가 그렇게 높은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9품 관료가 그 정도 급료를 받는다니. 그러면 도대체 당상관(정3품 이상의 관료)는 얼마나 많은 급료를 받는다는 말입니까?”
“당상관이면 최소 15석 이상 받습니다.”
사실 맡은 직책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했다.
애초에 대두국에는 당상관이라 부를 만한 관료 자체가 몇 없기도 했고.
다만 요한은 거짓을 말하지는 않았다.
당상관 정도 되는 고위 관료라면 1달 월급으로 은 6냥 정도 주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신생 국가인 대두국은 인재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나라였고,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려면 돈이라도 많이 줘야 했기 때문이다.
“하, 한 달에 한 번씩 백미 15석을 받는단 말씀입니까?”
아니나 다를까.
백미 15석을 받는다는 말에 그는 큰 충격에 빠진 얼굴이었다.
요한은 그런 그가 또 의심할까 봐 자신을 지키는 흑기군 병사에게 한 달 급료를 물었다.
그러자 흑기군 병사는 마치 조선인처럼 자연스럽게 조선어를 사용해 자신의 한 달 급료를 알려주었다.
“월에 은으로 2냥씩 받고 있습니다.”
“은으로 2냥이라니. 일개 병사가 은 2냥을 받는단 말입니까?”
병사는 홍석영을 무표정한 눈으로 노려봤다.
자신을 일개 병사라 칭하니 감정이 상한 듯싶었다.
하지만 정작 홍석영은 그런 병사의 시선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대만에서는 백미의 가격이 상당히 낮습니다. 2냥으로 쌀 5석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아직은 무역에만 의존하는 단계다 보니, 쌀 가격은 계절에 따라 천지차이였다.
유구가 그러했듯, 대만 역시도 사탕수수 의주로 생산한 지역이라 쌀 생산량은 인구 전체를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던 것.
하지만 대만의 지리적 위치는 워낙 좋아서 남명의 쌀을 거의 남명 본토에서 유통되는 가격으로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다.
정씨 일족 상인들이 요한의 눈치를 보고 폭리를 취하지 못한다는 이유도 있었고.
다만 청나라가 남명을 칠 때면 쌀 가격이 급등한다는 게 문제긴 했다.
‘뭐 그래도 루손 섬 북부를 얻어서 앞으로는 남명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낮아질 테지. 베트남과의 교역량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말이야.’
식량을 자급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요한이 모를 리 없었다.
그의 어용 상단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루손 섬 북부와 베트남 등을 쉴 새 없이 오가는 것도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함이었다.
***
“가르침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의 가르침 덕에 저희 조선의 선비들이 대두국에 가면 아주 융숭한 대우를 받게 될 거란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인재를 얻기 위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홍석영이 더는 의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요한은 반색하였다.
이 정도로 설명했으면, 홍석영도 내심으로는 대만 이주의 메리트를 인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대만의 관리가 되었을 때 얻게 될 이점은 엄청났으니까.
아마 요한 본인도 조선 선비로 태어났다면 조선에서 관직 생활을 하느니, 대만으로 가서 입신양명을 노렸을 게 분명하였다.
‘이러다 홍석영 본인까지 이민 오겠다고 하는 거 아니야? 홍석영은 조선에 남아서 계속 이민자를 끌어오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요한이 속으로 그렇게 설레발을 칠 때, 홍석영이 강렬한 눈빛을 내뿜으며 그에게 물었다.
“다만, 전하께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만약 전하의 요청대로 조선 인재들이 전하를 보좌하여 대두국의 통치를 돕는다면, 저 북방 오랑캐를 멸하는 것도 가능합니까?”
아무래도 홍석영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월급이나 복지, 뭐 그런 일반적인 게 아닌 거 같았다.
북방 오랑캐를 언급한 것만 보면 그가 무엇을 가장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었다.
청나라를 멸하는 것.
즉, 그는 대두국을 돕는 게 청나라를 멸하는 것에 도움이 되는지, 그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이 서신들을 보시겠습니까? 황제 폐하께서 제게 그간 보냈던 서신들입니다.”
“황제 폐하의 서신이라니. 이걸 감히 외신이 봐도 되겠습니까?”
“이것을 보시면 제가 저 북방 오랑캐와의 전쟁에서 어떤 활약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융무제가 한창 요한을 자신의 측근으로 삼으려 했던 시절, 그는 요한을 향한 자신의 총애를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본인이 직접 쓴 서신도 수십 장을 보냈을 정도인데, 요한은 자신이 보관하던 서신 중에서 군사적 활약상이 적힌 서신을 홍석영에게 보여주었다.
장강에서 수십 척의 배로 수백 척의 배를 격침하고 적병 수만 명에 피해를 줬다는 그런 내용이었는데, 이를 읽는 홍석영은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요한을 총애했던 융무제가 요한의 활약상을 조금 과장해서 적었다 보니, 그 전공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청나라가 남명을 재침하였는데, 이때 남명을 돕기 위해 파병 갔었던 대두국 소속의 병사 이천 명이 북방 오랑캐의 병사, 1만 명을 무찔렀습니다.”
1대대와 2대대의 활약상도 그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이는 요한 스스로도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자신이 지휘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흑기군 장병들이 엄청난 활약을 펼쳤으니 이보다 자랑스러울 수 없었다.
“허어. 대두국의 국력이 실로 대단한 거 같습니다. 저 패악 무도한 북방 오랑캐를 상대로 이만한 전공을 세우다니.”
“오랑캐를 멸하는 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조선 선비들이 저를 보좌하여 전쟁에 전념할 수 있도록 내정을 안정시켜주기만 한다면, 오랑캐를 무찌르는 건 제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 말을 듣고 홍석영은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요한은 그런 홍석영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배 내부를 자세하게 보여주었다.
장보고함의 위대함을 알려, 대두국의 힘을 한 번 더 각인시키기 위함인데, 예상과 달리 장보고함을 구경하는 그의 얼굴은 언뜻 보면 큰 변화가 없어 보였다.
사실 홍석영은 놀라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이미 놀랄 만큼 놀란 상태였기에 더 놀랄 기력이 없었던 것.
***
홍석영은 요한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장암 서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가 장암 서원으로 돌아오자 서원 관계자와 유생들이 그를 열렬히 반겨주었다.
그의 무사 귀환을 반겼다기보다는 그가 전해줄 요한에 대한 정보를 더 반겼다고 봐야 했다.
“김요한 장군, 아니 대두국 국왕은 소문처럼 재주가 뛰어나고 걸출한 이였소. 처음 봤을 때부터 범상치 않더군.”
사람들은 경악하였다.
장암 서원에서 가장 요한에게 거부감을 보였던 홍석영이 요한을 장군이 아닌, 국왕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홍석영의 말을 듣자 국왕이라 부른 것 정도는 놀랄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남명 황제가 직접 요한을 책봉했다는 사실도 물론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변방 국가에 불과한 대두국이 심상치 않은 국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자, 더 놀랍게만 여겨졌다.
“오랑캐의 배를 수백 척이나 격침했다고?”
“심지어 수만 명의 오랑캐를 무찔렀다니. 우리 조선 군사들도 하지 못한 일이 아닌가.”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실제로 몇몇 유생은 강한 의심을 보이고 있기도 했다.
홍석영이 직접 황제의 서신을 봤다고 말했음에도 여전히 의심을 지우지 않았다.
서신 자체가 가짜일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소문은 과장되는 법이다. 그런데 소문이 전부 사실이었다니, 그게 말이 되는가? 오히려 김요한이란 자가 조선에 어떤 소문이 퍼진 걸 알고 이를 이용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김요한이란 자 본인이 소문을 퍼뜨렸을 수도 있고.’
그리고 비관적인 성격을 가진 이만춘이란 이름의 유생도 내심 불신하였다.
하지만 이만춘처럼 홍석영의 말을 의심하는 유생은 극소수에 불과하였고, 대부분은 대두국이 부국강병을 이룬 나라라는 사실을 그저 놀랍게만 여길 뿐이었다.
“대두국 국왕이 원하는 것은 하나더구려. 학문에 뜻을 둔 인재를 원하고 있소.”
“우리 선비들을 원한다는 말씀입니까?”
“꼭 선비가 아니어도 된다고는 했지만, 어찌 됐든 우리와 같은 선비라면 바로 벼슬을 얻게 된다더군.”
사실 요한은 글만 읽고 쓸 줄 안다면 양반이 아니어도 환영할 의사가 있었다.
당연히 여기서 말하는 글이란 한자였다.
대두국에서 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은 이제 수천 명을 넘어 만 명 이상이 됐으니까.
반면 한자를 쓸 줄 아는 인재는 천 명이 채 안 됐고 말이다.
“오오!”
“대두국에 가기만 하면 벼슬을 얻게 된다고?”
당연하겠지만, 홍석영의 말을 듣고 흥미를 보이지 않는 유생은 별로 없었다.
안 그래도 장암 서원의 여론은 요한에게 대단히 우호적이었다.
일세의 영웅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한이 건국한 대두국에 가기만 하면 모든 유생이 원하는 벼슬까지 얻게 된다고 하니, 반응이 좋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과거도 치르지 않고 벼슬을 준다니. 남행처럼 조상의 공덕으로 벼슬을 얻는 것도 아니고, 실로 낯 부끄럽구나.’
물론 이만춘한테는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보였지만 말이다.
“혹여나 흥미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저녁에 나를 따로 찾아오시오. 대두국의 관료가 되면 받게 될 처우에 대해서 알려주겠소.”
급료가 얼마인지, 다른 복지는 어떤지 그런 이야기는 이런 장소에서 하기엔 너무 상스러웠다.
물론 홍석영은 단순히 상스럽다는 이유로 급료를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대두국 관료가 받게 될 급료가 너무 커서 너나 할 것 없이 이민 가겠다고 할까 두려워 조심하는 것이었다.
***
장암 서원의 유생들은 열띤 토론을 펼쳤다.
토론의 주제야 단순하였다.
요한을 따라 대두국에 갈지, 아니면 계속 조선에 남을지, 그것에 관한 토론이었다.
“나는 가겠네.”
“자경, 진심인가?”
자경이라는 자를 가진 이절의 말에 여기저기서 놀란 반응을 보였다.
이절은 수년 전, 20대 중반의 나이에 식년시에서 3등으로 합격하여 생원이 된 인재였다.
만약 중간에 부친상을 당하지만 않았다면 작년에 있었던 식년 문과도 합격했을 거라고 모두가 말할 정도로 그의 학문은 출중하였다.
그렇다 보니 모두가 놀란 것이다.
조선에서도 입신양명할 수 있는 인재인 이절이 대두국에 가겠다고 발언했으니 말이다.
“이 조선에서는 내가 무엇을 한들, 북방 오랑캐를 무찌르는 것에 일조하기는 어려울 걸세. 하지만 대두국에 가면 다를 거야.”
“두렵지 않은가? 지금은 장군이 평정하였다 해도 그곳은 본래 야인의 땅이었네. 여전히 미개하고 원시적인 문화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야.”
“나는 장군을, 아니 대두국 국왕 전하를 믿네.”
요한을 장군이 아닌 전하라 부르니 사람들은 더더욱 놀랐다.
자칫하면 역적으로 몰릴 수도 있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전하라니, 자네···.”
“뭐, 어떤가? 황제 폐하께서 번왕으로 임명하셨다는데?”
정작 당사자인 이절은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
어차피 조선을 떠날 몸이라 생각하고 있으니 조정의 반응을 걱정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어찌 되었든, 나는 조금도 걱정이 되지 않네. 오히려 기대하고 있지. 그곳에서 내가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를 말이야.”
장암 서원에서 가장 학문이 뛰어난 이절이 대두국으로 가겠다고 하자, 유생들은 대만으로의 이민을 더욱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요한을 응원하는 유생들이라 해도 고향을 떠나는 선택을 내리기는 쉽지 않았는데, 생각이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어. 내년에 예정된 식년 문과를 포기하고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을 대두국의 관직을 얻겠다고 설치다니.’
이만춘은 그런 유생들의 모습을 보며 조소를 지었다.
조선 선비에게 가장 중요한 과거를 포기하고 알지도 못하는 나라로 떠나려 하는 유생들의 모습이, 그에게는 한심하게만 보였다.
하지만 그런 그의 생각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뀌게 되었다.
그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대두국의 관리가 되면 받게 될 온갖 혜택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