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요한은 당연히 정성원이 자신이 보유한 건물로 벌금을 대신 낼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무슨 수를 쓴 것인지 50만 냥의 현금을 만들어냈다.
단 한 채의 건물도 포기하지 않고 현금을 납부한 것이다.
“어떻게 된 건지 알아냈느냐?”
아직 정보부라고 할 조직은 없었지만, 요한은 개인적으로 돈을 써서 여러 정보를 취득하고 있었다.
외교 전문가인 신승이 주로 이 일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그는 마침 상인 출신이었다.
하여 요한은 그에게 외교부 일을 맡기면서 정보를 모으는 일도 같이 맡겼다.
“다른 상인들이 도왔다고 합니다.”
“정씨 일족의 상인들을 말하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도왔다기보다는, 그가 가진 건물을 저렴하게 사들였다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지금 정성원 그자 때문에 안평 전체의 집값이 내려갔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요한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50만 냥의 현금을 얻어낸 건 물론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요한의 다른 노림수 즉, 화교 자본으로부터 부동산을 얻어내는 노림수는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 못내 찝찝하였다.
이 기회에 요한은 최대한 많은 부동산을 국내 상인에게 분배할 생각을 했었던 것이다.
‘여전히 화교 자본이 안평의 부동산 대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뜻인가.’
물론 요한 개인이 가진 부동산이나 왕실 또는 정부가 가진 부동산도 만만치 않게 있었다.
단지 그와 관련된 부동산을 제외한 나머지 부동산은 전부 화교가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이는 단순히 부동산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두국의 경제가 화교 자본으로부터 독립하느냐, 독립하지 못하느냐의 문제로 볼 수도 있었다.
요한이 경제 독립의 첫 시작점을 부동산으로 잡았던 것.
“뭐, 크게 상관은 없겠지. 어차피 수도만 이전하면 알아서 건물을 토해낼 수밖에 없을 테니까.”
“수도 이전이라, 확실히 그렇긴 하겠습니다. 땅값이 내려갈 게 훤히 보이는데, 그대로 건물을 가지고 있을 상인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요한은 부동산 문제에 더는 연연하지 않기로 하였다.
괜히 그가 수도 이전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수도를 이전하면 화교 자본은 손해를 감수하고 건물을 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화교 상인들로서는 대두국의 수도라면 모를까, 일개 지방 도시에 큰 투자를 할 이유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정성원 그놈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짓을 벌이다니. 이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는 절대 움직이지 않겠다는 의사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겠지?’
죽는 건 두려웠는지, 벌금은 내라는 대로 내긴 했다.
흑기군이 대놓고 그의 저택을 포위한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요한이 원했던 현물 납부가 아닌, 현금으로 벌금을 냈다는 점에서 요한은 그의 생각을 알아차렸다.
결국 그는 요한에게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대들기로 한 것이다.
“정성원을 계속 예의주시하도록. 어떻게든 그자의 전 재산을 몰수할 명분을 찾아야 한다.”
상인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면 명분이 필요하였다.
그리고 정성원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 명분이 오래지 않아 생길 거 같았다.
마약을 밀수하든 무기를 밀수하든, 아니면 해적질을 해서라도 이번에 입은 손실을 만회하려 들 테니까.
어쩌면 반란을 계획할 수도 있고 말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정보원의 능력이었다.
정성원이 대놓고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을 테니, 정보를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
하여 요한은 다시금 신승에게 일을 맡겼다.
신승은 인성 면에서는 그리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려웠으나, 능력 하나는 일품이었다.
스페인어를 겨우 몇 달 만에 현지인 수준으로 익힌 것만 봐도 그의 머리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익힌 스페인어로 필리핀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었고 말이다.
“알겠습니다.”
“만약 그자의 재산을 몰수할 명분을 찾아낸다면, 정식으로 정보부를 신설하여 그곳의 장을 너에게 맡길 것이다.”
“······!”
그 같은 요한의 말을 듣고 신승은 눈을 부릅떴다.
명예욕, 권력욕, 재물욕 등등.
그야말로 욕망 덩어리 그 자체인 신승이었다.
요한이 암군이었으면 그는 희대의 간신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신승이었으니 한 부의 장관이 될 기회가 오자, 볼이 발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흥분하였다.
‘표정을 보니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할 거 같으면 억지로라도 일을 만들 기세인데?’
원하는 결과만 얻는다면 요한이야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그로서는 상인들이 단체로 반발하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
“반드시! 반드시 복수하고 말 것이다.”
정성원은 이를 갈며 복수를 다짐하였다.
무려 50만 냥.
건물을 100채 이상 살 수 있는 엄청난 돈을 벌금으로 물어야만 했다.
당연히 그만한 현금이 없어서 부동산을 팔아 돈을 마련해야 했는데, 300채 이상 보유했던 그의 부동산 목록이 단번에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는 뼈아픈 손실이었다.
평범한 상인이었으면 이 정도의 손실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손실을 복구할 방법을 찾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성원은 보유한 재력이 작은 국가의 1년 예산보다 많은 거상 중의 거상이었다.
이 같은 재력 덕에 그는 자신이 엄청난 권력자가 된 거 같은 착각 속에 살았었다.
대두국의 작위를 얻으려 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다.
그런 정성원이었기에 벌금으로 잃은 돈을 복구할 생각보다, 자신이 겪은 굴욕을 되갚아 줄 방법을 모색하기 바빴다.
“올해 안에 수도를 이전할 거라는 소문을 퍼뜨리도록.”
“왕실에서 정말로 수도 이전을 결정한 겁니까?”
“그 조선 놈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내가 어찌 아느냐? 사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일단 소문이 퍼지면 그 조선 놈에 대한 민심이 안 좋아질 것이다!”
정성원은 화교 사회에 몇 가지 소문을 퍼뜨려 대두국 왕실, 정확히는 화교 상인들에게 요한에 대한 반발심을 갖게끔 유도하였다.
화교 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그였기에 소문은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가 퍼뜨린 소문들은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사망세? 그건 또 무슨 세금인가?”
“이 땅에서 죽은 자가 자손 없이 사망할 경우, 죽은 자의 재산을 정부에서 가져간다는 게 사망세의 요체야.”
“하. 가문의 재산을 정부에서 가져간다고? 그런 악세가 만들어진다니. 믿을 수가 없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는 자식이 다섯이나 있다는 점인가.”
“그럴 때는 상속세라고 해서, 재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더군.”
정성원은 가장 먼저 수도 이전에 관한 소문을 퍼뜨렸다.
하지만 신빙성이 없어서인지 예상보다 큰 효과가 없자, 이어서 바로 여러 세금에 관한 소문을 퍼뜨렸는데 정성원이 원하는 결과가 바로 나왔다.
이미 부동산 보유세라는 세금을 만들어낸 전적이 있는 대두국 정부였다.
상속세니, 사망세니 그런 세금을 만든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으리라.
곧 화교 상인들은 불만에 찬 목소리로 정부를 비난하기 시작하였다.
세금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 세금을 사용하는 사람 외에는 없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때가 됐다. 사상들을 부르도록.”
상인들이 요한을 향해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성원은 곧바로 화교 사회에서 힘깨나 쓰는 상인들을 자신의 저택으로 초대하였다.
“대두국 국왕이 누구 덕에 왕이 된 것이오? 우리 상인들의 지지가 있기에 왕이 된 거 아니었소? 그런데 지금 그자는 우리에게 입은 은혜를 잊고 우리 돈을 털어먹기에 혈안이 되었소!”
“옳습니다!”
“왕이 더 막 나가지 못하게 우리의 힘을 보여줘야 할 거 같은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구려.”
신중한 이들은 그런 정성원의 물음에 침묵으로 답하였다.
하지만 몇몇 상인은 달랐다.
특히 임동영이란 젊은 상인은 그의 의견에 동참한 것을 넘어 그 이상을 주장하였다.
“아예 왕을 폐위시켜버리고 우리가 이 나라를 장악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정성원도 그 과격한 주장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정성원이 임동영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와, 왕을 폐위시키자고? 그자에게 흑기군이 있는데 어찌 그자를 폐위시킨단 말이오?”
“흑기군이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여송이니, 유구니, 전부 다른 곳에 주둔하고 있지 않습니까? 안평을 지키는 흑기군 병사는 얼마 되지도 않습니다.”
1대대와 2대대는 남명으로 원정을 갔고, 최초로 여단이 된 본부 여단은 유구를 지키고 있었다.
본부 여단에서 극히 일부 병력만이 안평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 외에 대만을 지키는 병력이 3대대와 4대대였는데, 이들은 현재 대만의 다른 지역을 지키고 있었기에 안평에는 본부 여단 소속의 병사 300명이 전부였다.
“겨우 수백입니다. 수백!”
처음에는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제안이라고 생각하였다.
아무리 그가 대두국을 변방 섬나라라 취급하며 무시한다 해도 흑기군의 전설을 듣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병력 수 자체는 얼마 안 될지 몰라도, 남명의 군대와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한 군대가 바로 흑기군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그런 흑기군이 지키는 요한을 어찌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쉽게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임동영의 의견을 들어보니 마냥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상당히 가능성 높은 계획처럼 느껴졌다.
‘사상들이 부리는 인부나 낭인을 모두 모으면 최소 이천 이상의 장정을 모을 수 있다. 여기에 내가 돈을 조금 투자해서 낭인을 모은다면···?’
못해도 3,000 이상의 숫자를 모을 수 있었다.
안평에 주둔한 흑기군은 고작 300명.
무려 10배나 차이 나는 숫자였다.
그리고 이때 임동영이 300명의 흑기군을 200명으로 줄일 방법을 제시하였다.
“소인이 안평에 주둔한 중대장 중 한 명과 굉장히 가까운 관계입니다. 거사가 일어날 때 그자를 묶어두기만 한다면 우리가 상대할 흑기군은 200명밖에 안 될 겁니다.”
“이백이라···.”
정성원은 자신의 내면에서 탐욕이 이는 것을 느꼈다.
그의 처음 목표는 화교 상인들이 왕실에 불만을 품게 하여 요한의 통치를 방해하는 것이었다.
상인들이 힘을 모으면 요한이라고 해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할 터.
왕권을 약화하는 셈이니, 어쨌든 성공적인 복수라고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이때 임동영이 그가 생각했던 계획보다 훨씬 이상적인 계획을 제시해주었다.
요한에게 더욱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의견을 제시한 것인데, 심지어 이 의견에 따를 경우, 복수에 성공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 조선 놈을 없애기만 한다면, 나는 이 나라의 왕이나 마찬가지인 존재가 될 수 있다.’
겉으로는 요한의 자식을 왕으로 옹립해야 할 테지만, 상관없었다.
마치 청나라의 도르곤이 그러듯, 진짜 권력은 그가 가질 테니 말이다.
정성원은 탐욕에 가득 찬 표정으로 다른 상인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신중한 이들이야 이번에도 표정을 감추며 조심스럽게 굴었으나, 몇몇 상인들은 달랐다.
그들 역시 임동영의 계획이 가능성 높다고 여기며, 정성원처럼 요한이 왕위에서 물러난 이후, 대두국 왕실이 가진 엄청난 자산을 강탈하는 미래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
한편, 조선 양반 사회에는 큰 파문이 일고 있었다.
대만으로 갔던 유생들의 소식이 조선에 닿았기 때문이다.
“9품 관료도 천석꾼이 부럽지 않다는군!”
“가망 없는 과거에 계속 도전하는 것보다 차라리 대두국에서 입신양명을 노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내 생각도 그러네. 대두국은 마침 명의 신하라고 하지 않은가? 크게 보면, 대두국을 돕는 게 명의 은혜를 갚는 일일 수도 있네.”
유생들은 대부분 대만에서의 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처음엔 문화가 워낙 달라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었지만, 그런 문화적 차이는 의외로 쉽게 적응하였다.
애초에 유생들은 처음 조선을 떠날 때부터 대만을 오랑캐의 땅으로 생각하였고, 오랑캐를 교화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이민을 결정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문화가 다른 것 정도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고, 그저 앞으로 힘을 써서 교화하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유생들의 생각이 이러하다 보니 그들이 전한 소식은 온통 긍정적인 내용으로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기후는 따뜻하고 사람들은 근면하고 온후하였으며, 급료가 높고 물가는 대단히 저렴하여 9품 관료도 매일같이 7첩을 먹을 수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말이 양반이지 상민이나 다를 바 없는 한미하고 궁색한 집안의 양반들은 이런 내용을 듣자, 이민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묘당(의정부)도 이 소식을 듣지 못했을 리 없었다.
“당장 홍석영이라는 역도를 잡아들여야 합니다!”
김자점은 입에 게거품을 물며 그와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는 이미 요한을 도와 대두국으로의 이민을 주동하는 홍석영을 역도로 규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