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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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를 함락시키다.
같은 시각.
정지룡의 장남, 정성공도 대만의 소식을 듣고 있었다.
물론 정성공에게 대만의 소식을 전한 이는 정지룡의 간자가 아닌,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정성공에게 소식을 전한 이는 다름 아닌, 요한의 심복 중 한 명인 원종이었다.
“김요한 장군께서는 이레 전, 평야 전투에서 크게 승리하여 붉은 머리 오랑캐 수천을 베고 수백을 포로로 잡았습니다.”
원종은 중국인이었다.
그리고 중국인답게 허풍이 수준급이었다.
1,000 vs 600의 전투를 마치 수천 명의 병력으로 만 명의 적군을 깨부순 것처럼 설명하였다.
정작 숫자가 많았던 쪽은 흑기군이었는데 말이다.
“홍모인을 수천이나 처치하였단 말이냐?”
“예, 장군. 이제 이주에 남은 홍모인 병사는 천 명이 채 안 됩니다.”
원종의 말을 듣자 정성공은 매우 감탄하였다.
안 그래도 그는 요한을 높게 평가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요한이 대만으로 넘어간 지 거의 두 달 만에 이 같은 성과를 거두니, 마치 역사 속의 명장처럼 여기게 되었다.
“내 듣기로 이주의 크기가 한 개의 성만 하다는데 사실인가?”
“그렇사옵니다. 이주에는 수만 평의 전답에 수천만 리의 미개간지가 있는데 만약 개척에 성공한다면 아무리 못해도 수십만 냥의 세금이 나올 것입니다.”
“농지에서만 그만한 세금이 나온다는 말이냐?”
“소인이 어찌 거짓을 논하겠습니까.”
정성공은 거듭 감탄하였다.
변방의 오랑캐를 처치한 것도 대단한 공인데, 그 땅의 잠재적 가치도 엄청나다고 하니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허어. 엄청나구나. 이주를 얻으면 북쪽을 응징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되겠어. 그렇지 않은가. 감휘 장군?”
“소장이 생각하기에 이주 장악의 가장 큰 이점은 후방의 안녕입니다. 뭇 장수들의 가족을 이주로 옮겨 간다면 장수들은 그 어떤 두려움도 없이 전투에 임할 수 있을 겁니다.”
친우이자, 지장의 자질을 가진 감휘의 말에 정성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그런 이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여진족은 바다에 약한 족속들이었다.
대만을 가려면 바다를 건너야 했으니, 대만에 가족을 대피시킨다면 장수들은 안정감을 가지고 싸울 수 있었다.
“남은 홍모인이 천 명이 채 안 된다면 올해 안에 이주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겠구나.”
정성공은 벌써 요한을 볼 생각에 기대되는 것을 느꼈다.
그의 나이 22살.
아직은 호기심이 많을 나이였다.
그런 그에게 요한의 전설적인 업적은 가슴을 부풀게 하였다.
이것저것 물어볼 생각에 벌써 흥분이 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원종은 그가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였다.
사실 이 말을 꺼내는 것이 그가 정성공을 찾은 진짜 목적이었다.
“김요한 장군에게 듣기로 가장 어려운 관문이 하나 남아있다고 합니다.”
“가장 어려운 관문이라. 그것이 무엇이냐?”
“열란차성(질란디아 요새)이라고 홍모인들이 세운 성이 하나 있는데, 그곳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수군을 보유하지 못한 김요한 장군께서도 성을 점령할 방법을 찾지 못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요한이 정성공에게 원종을 보낸 이유.
그건 바로 지원군을 얻기 위함이었다.
정성공은 정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그리고 정씨 가문의 후계자는 가주인 정지룡보단 못해도 백 척이 넘는 선박을 동원할 수 있었다.
참고로 요한은 필리핀에도 신승을 보냈는데, 스페인의 도움을 얻기 위함이었다.
스페인이든, 정성공이든, 둘 중 한 곳이 요한을 도와 대만의 해상을 봉쇄한다면 질란디아 요새는 쉽게 점령할 수 있으리라.
“흐음. 성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면 확실히 수군이 없는 요한에겐 난공불락이나 다를 게 없겠구나.”
“그렇사옵니다.”
정성공은 턱 끝을 쓰다듬었다.
마치 자신이 도울 게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런 정성공을 보며 원종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만약 정성공이 요한을 도와준다면 원종은 단숨에 마투스 다음 가는 요한의 심복이 될 수 있으리라.
물론 필리핀으로 간 신승은 요한의 신임을 잃게 될 것이고 말이다.
***
흑기군은 질란디아 요새가 있는 타이오완으로 빠르게 진격하였다.
행군 속도가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VOC의 원정대를 깨부수고 불과 사흘 만에 타이오완 인근 지역으로 도달했을 정도였다.
“뭐야, 너희는?”
“장군! 저는 시라야 족의 두치우꾸이라고 합니다! 부디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그러던 중 일단의 무리가 흑기군의 앞을 막아섰다.
정확히는 타이오완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요한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말해봐라. 상태를 보니 약탈이라도 당한 거 같은데, 누구에게 약탈을 당한 것이냐?”
“화란인들입니다! 화란인이 저희 부족을 약탈하였습니다!”
“놈들이 갑자기 왜?”
“장군에게 협력했다면서 갑자기 마구잡이로 학살하였는데, 도저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 장군! 부디 저희 부족의 복수를 도와주십시오!”
요한은 그 말을 듣고 헛웃음을 지었다.
‘설마 놈들이 도망치는 와중에 약탈을 저지른 건가? 완전히 맛이 가버린 모양인데?’
처음 흑기군과 마주쳤을 때만 해도 정예군 그 자체였던 VOC 원정대였다.
하지만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자, 군기가 붕괴한 거 같았다.
“좋다. 우리의 부대에 합류해라. 내가 너희의 복수를 도와주지.”
“가, 감사합니다!”
뭐가 됐든 요한으로선 나쁠 게 없는 일이었다.
아군이 늘어나는 셈이니까.
‘본성인이 세운 마을에도 약탈을 저질렀네.’
흑기군으로 합류한 것은 시라야 족뿐만이 아니었다.
요한을 피해 퇴각하던 VOC 원정대는 들르는 마을마다 모조리 약탈하였다.
당연히 본성인들도 그런 묻지 마 약탈을 피할 수 없었다.
심지어 VOC 원정대는 자신들과 같은 종교를 믿는 마을조차 약탈할 정도였다.
“장군님! 저도 흑기군에 가입하여 홍모인과 싸우고 싶습니다!”
“저도 부탁합니다! 시키는 일이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을 지나자 흑기군의 규모는 순식간에 불어났다.
이제는 약탈을 당한 이들뿐만이 아니라, 눈치가 있고 몸을 쓸 줄 아는 자라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흑기군에 합류하였다.
흑기군이 곧 대세였기 때문이다.
‘VOC 원정대 덕분에 완벽한 대의명분이 생겼군.’
대만 사람이라고 네덜란드를 무조건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네덜란드 덕에 이득을 보는 사람도 분명 존재하였는데, 그들은 일종의 친네덜란드 파였다.
특히 기독교를 믿는 대만 원주민이나 본성인이라면 적어도 요한보단 네덜란드를 더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VOC 원정대는 자신들을 지지하는 세력까지 약탈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제 대만에서 네덜란드를 도울 세력은 없을 것이리라.
***
“제가 말했지 않습니까! 놈들의 목표는 처음부터 포모사(대만)를 장악하는 것이었다고! 도대체 놈들을 왜 포모사에 상륙시켜서 이 사달을 만든 겁니까!”
피터 분은 패장이었다.
그것도 자신이 아녀자보다 약골이라 부르던 중국인에게 대패를 당한 패장.
하지만 요새로 돌아온 피터 분은 단 한 번도 죄를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되려 자신의 상관인 프랑수아 카롱 총독을 비난하였는데, 그런 피터 분의 뻔뻔한 태도에 카롱 총독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놈의 배후가 누구인지 알면서 나를 비난하는 것이오? 아니면 중국의 해적왕과 일전을 벌여야 했단 말이오!”
“상륙시킨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놈들이 처음 불운한 움직임을 보일 때, 행동에 나서지 않은 건 이사회에서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사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카롱 총독의 실책이었다.
요한과의 충돌이 꺼려져서 외교로만 사태를 해결하려 하다 보니 적기를 놓친 건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카롱 총독에게도 할 말은 있었다.
‘그렇게 빨리 세력을 키울지 누가 예상을 해!’
처음 요한이 대만에 데리고 온 병력은 200명도 채 안 됐었다.
솔직히 그 정도 숫자는 누구라도 방심할 수밖에 없는 숫자였다.
카롱 총독은 한때 수천의 병력도 지휘한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방심하였었다.
요한이 흑기군을 천 명에 달하는 규모로 키우기까지 걸린 시간은 거의 보름 정도였다.
보름 만에 군의 규모를 5배로 늘린 셈이었다.
군의 규모가 이렇게 급격히 늘어날 것을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심지어 그 군이 VOC의 원정대와 자웅을 겨룰 정도의 강군인 것도 예상 밖이었다.
“피터 선장! 당신이라고 다를 거 같소? 애초에 피터 선장, 당신이 패배하지만 않았으면 될 일이었소!”
“적들은 훈련이 잘된 강군입니다. 심지어 김요한이란 자는 리처드 1세와 비견될 정도로 강력한 무위를 뽐내는 자인데 저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비겁한 변명이오! 징집한 지 겨우 한 달 된 병사가 훈련이 잘된 강군이라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직접 경험한 당사자가 그렇다는데 각하께서는 어찌 그런 말도 안 되는 비난을 하십니까!”
두 사람의 책임 공방은 며칠 동안 이어졌다.
사캄 마을에 거주하던 선교사 길버투스 하파르트가 요새로 대피하여 두 사람을 중재할 때까지 지겹도록 말싸움을 이어갔던 것.
“지금 중요한 것은 지난 일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선량한 어린 양들이 야만인의 손에 죽어가고 있단 말입니다!”
길버투스 하파르트의 일갈에 두 사람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들도 그들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타비아에는 지원 요청을 하셨습니까?”
“물론이오. 피터 분 선장이 패전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지원을 요청하였지. 다만, 바타비아의 지원을 기다리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화약은 1만 파운드, 식량은 1개월 치밖에 없소.”
카롱 총독은 암울한 표정으로 그와 같이 말하였다.
“그럼 각하께서는 설마 항복을 생각하고 계신 겁니까?”
“타이오완의 시민을 지키기 위해선 항복을 고려할 수밖에. 바타비아의 지원군이 언제 올 줄 알고 중국군과 맞서 싸우겠소?”
놀랍게도 카롱 총독의 정적처럼 굴었던 피터 분도 이때만큼은 쥐 죽은 듯 조용하였다.
길버투스 하파르트가 놀라서 피터 분을 바라보니, 피터 분은 길버투스 하파르트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행동만 봐도 그 역시 요한과의 전투를 피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허허.”
요새의 총독과 사령관이 전의를 상실한 모습을 보이자 길버투스 하파르트는 헛웃음을 지었다.
도대체 그 요한이란 중국인 장수가 얼마나 걸출한 인물이기에 VOC 내에서 인재라 불리던 두 사람이 저런 모습을 보이는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의문을 가지는 것도 잠시.
길버투스 하파르트는 마치 백 전의 용사처럼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요새를 포기한다는 말은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자들을 버리자는 말과 다를 게 없습니다! 저 중국의 야만인들이 하나님의 백성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어쩌자는 것이오?”
“싸워야지요. 바타비아에서 반드시 저희를 도우러 올 것입니다!”
그러던 그때였다.
땡-! 땡-! 땡-!
종소리가 울리자 세 사람은 다급히 성벽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곧 그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이, 이백 명으로 출발했던 군대가 어떻게 두 달 만에 저런 대군이 될 수 있는 거야!”
무려 3,000.
요새의 수비병보다 6배나 많은 적군이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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