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234
섬유란 것은 원래라면 엄청난 노동력을 요구하였기에 대두국의 생산력으로 청나라의 섬유 시장을 장악하는 건 불가능하였다.
대두국의 인구는 아직 1,000만 명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 나라가 전쟁을 벌이며 시간과 자원을 소모하는 동안, 대두국은 꾸준하게 발전을 거듭하였다.
그리고 대두국의 발전 속도는 엄청났다.
일찌감치 유럽의 학자와 기술자를 초빙하여 여러 혁신적인 아이템을 연구하였던 요한이었다.
당연히 요한은 경제성 있는 아이템을 연구하고 개발하였는데, 이렇게 개발된 신제품 중에서 섬유와 관련된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조면기였다.
본래 100여 년 뒤에 미국에서 개발될 이 제품은 미국 남부를 세계적인 목화 생산 지역으로 만드는 것에 가장 큰 기여를 하였다.
조면기의 역할은 목화를 대량 생산하는 것이었다.
이미 요한은 조면기를 개발하기 전부터 목화의 재배지를 늘려왔었는데, 조면기까지 개발하자 대두국의 목화 생산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두 번째는 방적기였고 세 번째는 방직기였다.
방적기야 조면기를 통해 늘어난 목화를 축력과 수력을 사용해서 실로 만들어 냈고, 방직기는 이 실로 옷감을 대량 생산하였다.
사실상 대두국은 산업혁명의 초기 단계에 진입한 것과 다를 게 없는 것이었다.
‘청나라야 말할 것도 없고 조선이나 남명의 섬유 시장을 장악하는 것도 이미 정해진 일이지.’
미래의 영국이야 산업혁명에 진입하고도 중국과의 무역이 늘 적자가 났기에 아편을 팔아 적자를 줄여야만 했었다.
각종 기계로 옷의 생산에 드는 노동력이 획기적으로 줄었음에도 중국의 엄청난 인구에서 나오는 생산력과 경쟁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영국이 무역 적자를 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사실 운송비 때문이라고 봐야 했다.
중국과 영국 간의 거리는 지구를 반 바퀴 돌아야 할 정도로 멀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영국과 달리 대두국의 경우 중국과 지척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였다.
복건성의 경우, 날만 좋으면 나흘 안에 갈 수 있었으니.
거리가 가깝다는 건 그만큼 운송비가 줄어든다는 뜻이니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다만 유일한 걱정은 중국에서 우리의 기술을 훔치는 것인데···.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저들의 정치에 개입해야겠지. 상업에는 최대한 관심을 두지 않게 유도하는 거야.’
***
각국에 거점을 만드는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굳이 조약 때문이 아니더라도 대두국의 행사를 방해할 세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가 알게 되었던 것이다.
대두국은 대적해선 안 될 국가라는 사실을.
그러니 각국의 기득권이라 할 수 있는 사족들 역시 감히 대두국의 행사를 방해하려 들지 않았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지 2년이 지난 1657년이 되자, 대두국의 거점은 전부 다 완공되었다.
경제 침략의 전초 기지를 모두 건설한 것이다.
“대두국에서 만든 비단 사세요! 질도 좋고 가격도 쌉니다요!”
“미곡 팝니다. 단돈 2원! 대두국에서 수확한 미곡이라 더 맛있습니다!”
1657년이 되자, 중국의 어느 지역에서든 대두국에서 생산한 물건들이 인기를 끌었다.
심지어 쌀조차 대두국의 것이 가장 인기였다.
본래 19세기 이전까지 중국산 제품은 세계 최고의 명품처럼 취급받았다.
그런데 정작 중국인들은 중국산 제품이 아닌, 대두국산 제품을 최고로 여기었다.
짧은 시간 동안, 대두국의 이미지는 섬에 사는 오랑캐 국가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국가가 된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의 변화는 중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청나라, 남명, 그리고 남명의 번국인 오국이나 서국뿐만이 아니라, 조선에서도 대두국의 기술력을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대두국에서 값싸고 품질까지 좋은 옷감들이 조선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조선의 영의정이었던 김육이 살아있었다면 이런 사태를 보고 대두국을 더욱 경계했을 것이다.
조선의 농부들은 일거리가 없는 농한기에 부업으로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삼베를 만드는 일과 짚신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런데 대두국과 교역하면서 이 두 가지의 부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가격 경쟁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던 탓이다.
당연히 부업을 잃은 조선의 농부들은 더욱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대두국에서 쌀을 비싸게 사주고, 만주 개발로 인해 일거리가 많아졌기에 어떻게든 버틸 수는 있었다.
하지만 쌀을 비싸게 사주는 것이나, 만주를 개발하는 일은 모두 대두국에 의존하는 것이었으니 조선의 처지는 더욱 위태로워졌다고 봐도 무방하였다.
당연히 김육이라면 이런 대두국을 더욱 경계할 것이 분명하였다.
다만, 김육은 이미 1년 전에 노환으로 삶을 마감한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조선 대신 중에 대두국을 김육만큼 경계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상인들은 물론이고 평범한 농민들조차 대두국의 화폐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도 대두국을 경계하지 않았던 것.
김육의 빈자리를 노리고 당파 간의 다툼이 심해졌기에 대두국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국왕인 이호는 건강 문제로 국정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었고 말이다.
대두국의 상인들은 이런 상황을 이용하여 더욱더 깊숙이 조선의 경제에 침투하였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조선인들은 대두국의 기술력을 인정하게 되었다.
***
조선의 경제가 조금씩 대두국에 의해 장악되고 있을 때, 남명이나 청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미 각국의 미곡 시장은 대두국이 장악한 상태였다.
한정 상회는 남명이나 조선의 미곡을 사서 청나라나 일본에 되팔았다.
중계 무역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두었는데, 사실상 독점 무역이었기에 미곡의 시세가 한정 상회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다.
사치품 시장은 특히 대두국의 물건이 각국의 시장을 점령했다고 봐도 무방하였다.
유리부터 도자기, 비단 등, 중국에서 전통적으로 수출하던 물건들조차 이제는 대두국의 것을 사용하였다.
청나라든, 남명이든, 이제 기술력에서 대두국에게 완전히 밀렸기 때문이다.
이제 황궁에서도 대두국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확실히 대두국의 도자기는 고풍스럽기 그지없구나.”
황궁의 주인, 융무제는 심경이 복잡해 보이는 눈으로 대두국에서 만든 골회자기를 바라보았다.
물론 그는 이것이 소의 뼈를 이용해서 만든 ‘골회자기’라는 사실을 몰랐다.
단지, 대두국의 기술이 우월하여 보다 아름답고 보온성이 더 좋다고 여길 뿐이었다.
가격이 의외로 비싸지 않다는 점도 대두국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하지만 대두국을 인정하는 만큼, 대두국을 경계하는 마음도 커졌다.
“쿨럭!”
“괜찮으십니까, 폐하?”
“짐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폐, 폐하!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융무제의 최측근인 백관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리 말하였다.
다만, 그도 융무제의 건강이 안 좋다는 걸 알아서인지, 만세를 살 거라는 둥 그런 아부는 하지 않았다.
“죽을 때가 되니 더욱더 걱정이 되는구나. 이 나라의 안위가.”
“심려하지 마십시오. 폐하의 선정으로 나라가 안정되어 가고 있지 않습니까? 달단의 위협도 받지 않으니, 그야말로 태평성대와도 같습니다.”
“짐이 걱정하는 건 서국의 역적도, 동북의 달단도 아니야. 바로 양왕이지. 짐은 과연 태자가 양왕을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구나.”
주유황의 나이는 이제 고작 다섯 살이었다.
그런데 융무제의 수명은 길어야 몇 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
과연 그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주유황이 제왕학을 모두 익히고 조정 대신들까지 완전히 휘어잡을 수 있을까?
아무리 제 자식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아버지라도 이런 상황에선 회의감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양왕이 은으로 자신의 세력을 만들고 있다지?”
“···그렇습니다. 수십, 수백만 냥의 은자를 뿌려 조정 관리들을 회유하고 있습니다.”
사실 태자의 시대만 걱정할 것이 아니었다.
당장 융무제가 멀쩡히 살아있는 지금도 이미 요한의 영향력은 전성기 시절의 정지룡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정치에 개입하지 않아 그 영향력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었다.
“환관들은? 환관들의 충심은 의심하지 않아도 되겠느냐?”
“무, 물론입니다. 환관들이 어찌 감히 황제 폐하를 배신할 수 있겠나이까.”
“말단 관리들에게도 은자를 그리 뿌려대던 양왕이다. 그런데 환관들이라고 은자를 안 뿌렸겠느냐?”
백관수가 침묵하자, 융무제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젠 황궁조차 안심할 수 없었다.
황궁의 환관들이 양왕의 앞잡이가 되어 융무제의 일거수일투족을 알려주고 있었다.
‘김요한! 이자가 계속 살아있다면, 이 나라는 언젠가 주씨의 나라에서 김씨의 나라로 바뀔 것이다.’
모두가 은연중에 그리 생각하였다.
주유황이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들, 이 흐름을 막을 방법은 없을 거 같았다.
억지로 막으려 한다면?
환관들에 의해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 독살당할지 몰랐다.
하여 융무제는 결단을 내려야만 하였다.
“어떻게든 양왕을 복경으로 데려와야 한다.”
“양왕을 말입니까?”
백관수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아주 오랫동안 융무제를 섬겨온 그였기에 눈치만으로도 융무제가 모종의 결단을 내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하지만 그자는 논공행상 때도 아프다는 핑계로 복경에 오지 않았습니다.”
요한 입장에서야 당연히 복경으로 올 이유가 없었다.
사실상 적진이나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누가 그의 목숨을 노릴지 모르니 요한은 구태여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았었다.
“섭정왕의 자리를 주고 대리청정을 명령한다면 그때는 오지 않겠느냐?”
“······!”
융무제의 말에 백관수는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이 정도 보상이라면 혹할 거 같았다.
명실상부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될 수 있는 기회였으니 말이다.
***
한편, 융무제가 모종의 결심을 할 때, 바타비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방법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미다그의 왕을 암살하는 것. 그자만 암살한다면 미다그의 확장을 더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1년 전, 바타비아의 총독인 요안 마차위커르는 본국 이사회로부터 이 같은 명령을 받았다.
군대를 모두 동원해서라도 대두국의 확장을 저지하라고.
심지어 기회가 생기면 아예 대두국을 침공하라고까지 하였다.
본국에서도 그만큼 대두국의 국력 확장을 경계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요안 마차위커르 총독은 알았다.
군사적인 대립으로는 절대 대두국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그동안 동인도 회사도 꾸준하게 군대를 늘려왔다.
1만에 불과하였던 군대가 짧은 시간 동안 2만 가까이 늘어났을 정도였다.
사실상 군사력이 2배 늘어난 셈인데, 대두국을 상대로는 이 정도 병력으론 어림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동인도 회사가 파악한 대두국의 군사력은 최소 5만이 넘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조차도 몇 년 전의 정보였고, 지금은 8만에서 10만 사이일 거라는 말이 나돌고 있었다.
뭐가 됐든 동인도 회사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나라였다.
그렇기에 요안 마차위커르는 다른 방식으로 대두국을 상대하려고 하였다.
‘왕위 계승에 가장 가까운 왕자조차 겨우 10살 정도밖에 안 됐다지?’
왕자들의 나이가 적다는 건 굉장히 긍정적인 신호였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대두국엔 아직 명확한 후계자가 없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