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244
사람들은 황도주 일당이 숙청되었을 때, 크게 우려하였었다.
황도주의 죄목은 역모죄였고, 보통 역모죄는 정치적으로 이용하기에 대단히 좋았다.
조선에서 일어난 각종 옥사들도 그 대부분이 역모에서 시작되었다.
조선의 왕들은 역모를, 설령 거짓 역모라도 어떻게든 활용하여 신하들을 숙청하는 용도로 써먹었던 것이다.
그러니 남명의 조야(조정과 민간)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요한이 이번 명분으로 얼마나 많은 피를 보려 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그저 두렵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의외로 요한은 피의 숙청 같은 공포 정책을 펼치지 않았다.
심지어 황도주, 하해 같은 주동자들만 처형할 뿐, 단순 가담자들은 옥살이만 시켰다.
이 같은 요한의 온건한 처사에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새롭게 생겨난 빈자리를 대두국 사람이 아닌, 남명의 사람들로 채웠다는 사실이었다.
당연히 자신의 측근들로 빈자리를 채울 것으로 생각했었기에, 이런 요한의 인재 등용을 보고 사람들은 요한을 달리 보게 되었다.
또한 그가 이후에 펼친 정책들도 크게 호평받았다.
그는 크게 세 가지 정책을 펼쳤다.
첫째는 지주들에게 걷는 세금을 줄이는 것이었다.
이는 그가 섭정왕이 되었을 때부터 약속했던 정책이었는데, 정작 기득권에 해당하는 이들은 이 같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요한의 권력이 워낙 강하기에 사소한(?) 약속쯤은 뭉개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한은 철저하게 약속을 지켰고 그 덕에 지주들은 더욱더 요한을 지지하게 되었다.
둘째는 이른바 군비 축소였다.
현재 남명의 군대는 20만에 달하였다.
그리고 요한은 이 20만에 달하는 군대의 규모를 10만까지 줄이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는 군부 세력의 우려와 불만을 가져왔다.
하지만 요한은 이 같은 우려와 불만을 아주 간단하게 해소하였다.
바로 돈이었다.
더 많은 하사금을 뿌리는 것으로 간단하게 해소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군부 세력의 불만과 우려를 해소하자 이 같은 군비 축소 정책은 만인의 지지를 불러왔다.
징집병들이야 징집을 안 당해서 좋고, 그 외의 다른 백성들은 세금을 덜 내서 좋은 일이었다.
“기득권이야 그렇다 치고, 민심까지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군.”
요한은 피식 웃으며 그리 말하였다.
우습게도 지금의 남명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세금은 전년보다 훨씬 줄었고, 대두국의 저렴한 물산이 공급되면서 생활 물가는 안정되었다.
외부 위협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으니, 몇몇은 융무제 때보다 좋았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민심은 더욱 좋아지겠지. 세금을 계속 줄일 테니 말이야.’
융무제는 북벌을 목표로 국방력 강화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다.
1년 예산의 50% 이상이 국방비일 정도였다.
당연히 이 같은 국방 예산 확대 정책은 백성들의 부담을 가져왔다.
한마디로 세금이 늘어났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남명의 군사력을 강화할 생각이 티끌만큼도 없었다.
요한은 남명의 섭정왕이었으나, 남명은 여전히 그에게 있어 잠재적 적국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하여 국방비를 계속 줄일 예정이었고, 그에 따라 민심은 더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워낙 전하께서 통치를 잘하셔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이제 상인들의 저항만 분쇄한다면 이 나라는 사실상 전하의 것이 될 겁니다.”
“상인들의 저항도 크게 걱정할 거 없다.”
요한이 섭정왕으로서 세 번째로 펼친 정책이 바로 상인 억압 정책이었다.
상인들에게 걷는 세금, 이른바 상세를 늘리는 식으로 상인 억압 정책을 펼쳤다.
물론 상인들로 하여금 가장 고통스럽게 한 것은 세금이 아니었다.
엄청난 기세로 몰려오는 대두국 상인들이 남명의 상인들을 괴롭게 만들었다.
그리고 요한은 이런 대두국 상인들을 여러 방식으로 크게 지원해 주었다.
검계를 이용하는가 하면,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 주기도 하였고, 은행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이 같은 요한의 조치 덕에 항구 도시뿐만이 아니라, 내륙의 도시에서도 대두국 상인들이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하였다.
다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었다.
요한은 사실상 남명 상계의 주적이 된 상태였다.
하국상이 괜히 상인들의 저항을 거론한 것이 아니라는 뜻.
하지만 요한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이미 대비가 다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괜히 왈패들부터 정리한 것이 아니야. 왕실 정보부를 시켜서 암흑가를 장악하였지. 상인들의 움직임은 이미 왕실 정보부가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
요한은 정보를 대단히 중요시 여겼다.
정보 관련 조직을 세 개나 창설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리고 그가 창설한 조직 중, 왕실 정보부는 그 규모가 가장 컸다.
왕실 정보부의 영역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체에 흩어져 있었는데, 당연히 남명을 담당하는 부서도 존재하였다.
검계를 비롯하여 천지회, 살주계 등 음지의 권력들은 사실상 왕실 정보부가 관리한다고 보도 무방하였다.
이들을 통해 남명 상계의 움직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상인 몇 명 죽어 나가는 정도야 민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테지.’
요한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
유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천주를 벗어나기 무섭게 엄청난 인파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파는 집요할 정도로 그를 따라다녔다.
만약 이곳이 그가 살던 대경이었으면 이 같은 관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대경에서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으니까.
하지만 이곳은 대경이 아니었다.
심지어 대만도 아니었고, 대두국조차 아니었다.
바로 남명이었다.
“제 뒤로 오십시오, 저하.”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에게 든든한 호위가 붙어있다는 사실이었다.
무려 근위대 중위인 김정근이 그를 지켜주고 있었다.
김정근이 이끄는 80명의 병사도 그의 어차를 호위하였고 말이다.
“황자님이시래?”
“아니, 대두국의 왕자님이시라는데?”
“그러면 섭정왕 전하의 아드님이라는 거잖아?”
하지만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80명의 근위병으로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수천 명의 인파가 작정하고 달려든다면 근위대가 아무리 대단한들, 유진을 지킬 수 없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마침 근처에서 그를 알아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순히 ‘높은 분’으로 인식한 것이 아니라, 그가 대두국의 왕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그에 따라 유진은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유진은 타국의 왕자, 심지어 남명 황제인 정무제를 허수아비처럼 다루는 요한의 아들이었다.
남명 백성들이 그에게 유감을 품어도 그리 이상해할 것이 없다는 뜻이었다.
“왕자 저하! 천세! 천천세!”
“저도 봐주세요! 왕자 저하!”
하지만 유진은 이어지는 백성들의 반응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그는 공격받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하였다.
요한의 아들이니 당연히 적대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남명의 백성들은 그를 적대하기는커녕 열성적으로 환영하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위험할 거라 하지 않았나요. 김정근 중위?”
“흠흠. 의외로 민심이 나쁘지 않은 거 같습니다.”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좋은 거 같은데요.”
유진은 김정근 중위에게 투덜대듯 그리 말하고는 이내 속으로 생각하였다.
‘아바마마께서는 남명의 신민들에게도 환대받으시는구나.’
새삼 요한의 능력이 놀랍게 느껴졌다.
번국의 왕이라는 신분으로 남명 백성들의 마음을 얻다니.
이는 요한의 정치력과 통치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
요한은 양팔을 벌리고는 그대로 유진을 자신의 품에 안았다.
그 모습을 근위대 장병들이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다만 유진은 부친과의 스킨십이 다소 낯설었는지, 얼굴을 붉히며 어색한 반응을 보였다.
“보, 보고 싶었습니다. 아바마마.”
“그새 많이 컸구나.”
유진의 등을 몇 번 두들겨주고는 포옹을 푼 요한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자신의 장남을 바라보았다.
11살, 한국 나이로 쳐도 12살밖에 안 되는 어린 나이였다.
그런데 키가 벌써 160이 넘는 것처럼 보였다.
대두국의 성인 남성 평균 키가 대략 160 정도일 테니, 유진의 키는 성인과 비슷한 셈이었다.
‘단순히 키만 큰 게 아니라지?’
지적 능력도 이미 성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였다.
외국어도 곧잘 할 정도.
요한이 직접 유진을 보니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구석이 있는 거 같았다.
자신을 보는 눈빛부터 더욱 총명해진 느낌이었다.
“오는 데 불편한 것은 없었느냐?”
“예. 불편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 다행이구나.”
유진의 성장은 만족스러웠으나, 어딘가 거리감이 생긴 건 아쉽게 느껴졌다.
어릴 때만 해도 거리감 같은 것이 전혀 없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요한은 왕이었고 유진은 왕의 아들이었다.
다른 평범한 가정에서 그러는 것처럼, 다정한 부자 관계를 맺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앞으로 소자는 남명의 사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유진부터 평범한 부자 관계를 맺는 걸 원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대뜸 이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요한은 유진의 말을 듣자마자, 근위대 장병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물러나 있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근위대 장병들이 멀찍이 물러나자 요한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남명의 사람이 되겠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하는 말이냐?”
“네. 알고 있습니다.”
“말해봐라. 어떤 의미인지.”
“다른 재산은 탐하지 않고 오직 남명의 재산만 노리겠다는 의미입니다.”
재산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유산이란 표현이 더 옳을 것이다.
요한이 죽은 뒤에 분배될 유산 중에 남명의 작위 즉, 양왕이란 작위만 노리겠다는 의미였으니까.
물론 요한의 건강을 생각하면 유진이 요한보다 오래 살 거라는 보장은 없었지만 말이다.
“양왕이라는 작위만 노리는 것은 아닐 테지?”
“···남명의 황제가 되고 싶습니다.”
유진은 어린아이답지 않은 강렬한 눈빛을 하며 그렇게 말하였다.
그러자 요한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원하던 답변이었기 때문이다.
“단,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대경에 머물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유진의 말을 듣고 요한은 살짝 미간을 좁혔다.
사실 요한은 유진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미 그의 미래 계획을 전부 구상해 둔 상태였다.
거유로 명성을 떨치는 유학자도 준비하였는데, 유진의 스승으로 삼을 계획이었다.
남명은 유교 사회였고, 유진을 남명의 황제로 만들려면 어린 나이부터 유학을 공부시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작 유진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대경에 남는다고 하였으니, 계획이 틀어졌다고 봐야 했다.
“대학이라. 적어도 몇 년은 대경에 남아있겠다는 말이로구나.”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이제 중등학교를 조기 졸업한 주제에 고등학교는 물론이요, 대학까지 금방 졸업할 것처럼 말하는 유진이었다.
요한은 그런 유진의 자신감이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다.
어찌 됐든 자신의 실력을 증명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유진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하였다.
‘자기 사람을 만들고 가려는 모양이군.’
학문에 미련이 남아 대학을 졸업하겠다는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학문보다는 인재를 구하려는 목적이 더 클 터.
“좋다.”
요한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유진은 처음으로 반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요한이 자신의 제안을 거절할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유진은 이내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요한이 한 가지 조건을 덧붙였기 때문이었다.
“대신, 너에게 분배될 유산으로 예정된 일 왕후의 자산은 내가 임의로 사용할 것이다. 너에게 물려줄 유산(남명)을 위해 왕실 전체의 자산을 쓰는 건 이치에 맞지 않으니까 말이야.”
“···물론입니다.”
한마디로 유진이 언젠가 유산으로 물려받게 될 외척의 자산을 남명에서 사용하겠다는 의미였다.
영향력 유지를 위해, 관료들이나 장수들에게 뿌리는 뇌물로 말이다.
유진으로선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