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246
대두국으로 이민 온 조선인은 대략 150만 명 정도 되었다.
인구만 따지면 중국인 다음으로 조선인이 많은 셈이었다.
그리고 150만 명의 조선인 중, 8할 이상이 화전민 출신이었다.
올해 마흔인 김돌석도 바로 그 화전민 출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처음 포졸들에게 쫓길 때만 해도 진짜 죽는 줄 알았는데···. 내 인생이 이렇게 달라질 줄이야.’
김돌석은 눈앞의 작은 가게를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경의 많고 많은 생선 가게 중 하나였다.
수입도 변변찮은 그런 가게였으나, 이 가게가 자신의 소유라는 생각을 하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하였다.
그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자신의 것을 가진 적이 없었다.
태어날 때는 노비였다.
노비 생활을 더는 참지 못하고 도망쳐 화전민이 되었는데, 자신의 힘으로 힘겹게 가꾼 논조차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랬던 그가 대두국에 오고 나서는 자신의 것을 하나씩 갖게 되었다.
처음에 가졌던 건 이름이었다.
매번 다른 이름으로 불렸던 그가 대두국에 오고서 처음으로 김돌석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심지어 얼마 지나지 않아 집도 생겼다.
나라에서 공짜로 지어준 것인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화전민 출신이라 하자, 농지까지 지원해 주었다.
맨몸으로 대두국에 왔던 그가 단숨에 집과 농지를 갖춘 자작농이 된 것이다.
평생을 농사만 지을 거 같았던 그는 아내와 함께 대경으로 상경하였고, 막일로 열심히 돈을 벌었다.
그렇게 대두국으로 이민 온 지 10년 차가 되었을 때, 그는 집 한 채와 자신 소유의 가게를 얻게 되었다.
이는 거저 주어진 행운이 아닌, 그의 노력이 불러일으킨 결과였다.
‘이게 다 국왕 전하 덕분이지.’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을 이루어냈지만, 김돌석은 자신이 잘해서 성공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에 노력은 조선에서도 똑같이 했었다.
그런데도 조선에선 자그만 성공조차 이룰 수 없었다.
노비였고, 나라에서 범죄자로 규정하는 화전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두국에서의 삶은 달랐다.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큰 보상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래서 김돌석은 요한을 구원자라고 생각하였다.
이는 김돌석뿐만이 아니라, 화전민 출신이라면 대부분이 이와 같은 생각이었다.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살던 그들에게 처음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요한이야 인구도 늘리고 중국계를 견제하기 위해 화전민을 받아들인 거지만, 대두국에 이민 온 조선인들은 그저 은혜라고만 생각한 것이다.
“와아아아!”
대경에 도착한 요한을 보고 미친 듯이 환호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다.
김돌석은 집안에서는 근엄하면서 과묵한 전형적인 조선의 아버지였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마치 좋아하는 연예인을 발견한 사생팬을 보는 거 같았다.
하지만 김돌석이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의 주변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왕 전하 천세! 천천세!”
“어머, 나를 봐주셨어!”
“이쪽도 봐주세요!”
그렇게 열광적인 분위기 속, 김돌석은 자신의 어깨를 밀치고 요한의 어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한때 홍모인이라 불렸던 서양인이었다.
김돌석도 처음에는 서양인을 도깨비처럼 생각했었으나, 지금은 익숙해진 상태였다.
그러니 이 자리에 서양인이 있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애초에 조선인뿐만이 아니라, 흑인과 동남아시아인 등, 다양한 인종이 모여있었으니까.
하지만 김돌석은 그 서양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그리고 김돌석은 서양인의 품에서 권총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나온 순간 저도 모르게 몸을 움직였다.
서양인의 손에 들린 총구가 향하는 방향으로 몸을 날린 것이다.
탕!
“윽!”
아니나 다를까.
권총이 불을 뿜더니 곧 그에게 엄청난 고통을 선사하였다.
‘내, 내가 암살을 막아냈어! 내가 전하를 지켜냈다고!’
고통을 느끼면서도 그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누구보다, 심지어 그를 낳게 해준 부모보다 존경하는 대상이 요한이었다.
요한의 나이가 김돌석보다 7살 어리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김돌석에게 있어 요한은 충성의 대상을 넘어 신앙의 대상이나 다를 게 없었다.
그리고 그는 그런 요한을 암살의 위협에서 지켜주었다.
그 대가로 설령 목숨을 잃는다 한들, 전혀 후회되지 않았다.
***
“지금 즉시 석조전으로 오십시오. 이는 어명입니다.”
요프 덴 아윌은 대두국 군인의 강압적인 지시를 듣고 흠칫 놀랐다.
1654년에 맺은 협정으로 네덜란드와 영국, 스페인은 대두국에 공사관을 설치하였다.
그리고 최초의 공사로 임명된 것이 바로 요프 덴 아윌이었다.
‘암살 기도를 당했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왜 나를 찾는 거지? 설마 우리를 의심하는 건 아닐 테고···.’
참고로 그는 동인도 회사가 꾸민 음모를 전혀 알지 못하였다.
단지 그가 전해 들은 정보는 요한을 피습한 흉수, 아니 흉수‘들’이 백인이라는 사실이었다.
대두국 입장에서는 네덜란드를 의심할 당위성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요프 덴 아윌은 자신이 떳떳하기에 크게 문제 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물론 요한의 집무실이 있는 석조전에 도착할 때는 그 역시도 살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도 이 석조전은 올 때마다 웅장한 느낌을 주기는 했었다.
단순히 동양에서 보기 힘든 석재로 지어진 궁전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크기가 무척이나 컸기 때문이다.
다만, 피습 사건이 벌어지자마자 방문한 것이라 그런지, 더욱 긴장됐다.
삼엄하게 경비 서는 근위대의 모습을 확인하며 요프 덴 아윌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근위대 병사들의 시선이, 마치 그를 노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뭘 잘못 했다고?’
그는 속으로 그리 중얼거리고는 거대한 문 앞에서 대기하였다.
5m는 될 벌한 이 문은 그의 힘으로 열 수 없었다.
안에서 열어주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것.
“들어와라.”
방음 때문에 다른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더니, 익숙한 목소리 하나만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물론 그 목소리의 주인은 요한이었다.
분노가 느껴지는 요한의 목소리를 들으며 요프 덴 아윌은 식은땀을 흘렸다.
문이 열리고 집무실 내의 풍경이 보이자 더더욱 긴장됐다.
저 멀리, 창가 쪽에 요한이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문 주변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는데, 그들은 공손하게 양손을 모은 채, 일자로 서 있었다.
마치 교사에게 벌을 받는 아이들을 보는 거 같았다.
“네덜란드 공사는 내 앞으로 와라.”
“예? 아, 알겠습니다.”
눈치를 보며 대충 영국 공사의 옆으로 가려고 하였으나, 요한이 직접 그를 지목하며 자신의 앞으로 불렀다.
요프 덴 아윌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면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나를 죽이려 해놓고 아직 대경에 남아있을 줄은 몰랐다. 그래도 이왕 이렇게 부른 김에 한 가지 물어보지. 정말,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그 순간 요프 덴 아윌은 저도 모르게 불경을 저지르고 말았다.
고개를 들고 요한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자신이 불경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못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은 지금 엄청난 모함을 받고 있었다.
무려 대두국의 국왕을 시해하려 했던 음모자라는 모함을 말이다.
“전하를 죽이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미 범인들이 다 자백했다. 그들의 출신이 어디인지, 누구의 명령을 받았는지 다 자백했다는 뜻이다.”
“아, 암살범들이 우리 네덜란드인들이란 말씀입니까?”
요한이 같잖다는 듯 웃더니, ‘발뺌 하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조선어였지만, 4년이나 대두국에 살아온 그였기에 그 뜻을 모르지 않았다.
그로선 당연히 가만있을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최악의 경우 대두국과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입장에서 그것만큼은 피해야 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네덜란드가 어째서 우호국인 대두국에서 그런 음모를 저지른단 말입니까! 이건 우리의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다른 누군가의 음모일 게 분명합니다!”
그런 요프 덴 아윌을 보며 요한은 싸늘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이미 모든 게 밝혀졌다. 변명 따위는 의미 없으니, 이것을 너희 국가에 전하도록 해라.”
“이것은?”
“내 결의가 담긴 서신이다. 일종의 선전 성명서라 할 수 있지. 너희, 네덜란드를 대상으로 한 선전 성명서 말이다.”
요프 덴 아윌의 항변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미 요한은 전쟁 준비를 시작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럴 수가.”
선전 포고를 들은 요프 덴 아윌은 절망하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공격을 당하지는 않을 테니, 최악은 면했으나 요한의 신사적인 행동이 오히려 그로 하여금 더욱더 두려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국왕이 직접 전쟁을 선언한 것만 봐도 대두국의 자신감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
네덜란드와 영국, 스페인은 모두가 아는 앙숙 관계였다.
같은 것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 세 나라는 대두국을 상대할 때만큼은 의견을 합치하고는 하였다.
1654년에 맺은 신사협정도 바로 대두국에 대항하는 그런 협정이었다.
앙숙인 그들이 힘을 합쳐야 할 정도로 대두국은 위협적인 나라였다.
“영국과 스페인은 중립을 지키겠다고 하였지?”
“그렇습니다. 우리가 제시한 증거가 확실하여, 어쩔 수 없이 중립을 선택한 거 같습니다.”
비리 문제로 몇 년이나 정계에서 은퇴했다가, 다시 외교부 장관으로 복귀한 원종이 차분한 어조로 그와 같이 설명하였다.
“명분보단 이길 확신이 안 서니까 개입하지 않는 거다. 승산이 높다면 명분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을 놈들이니 말이야.”
요한은 그리 말하고는 이내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뭐가 됐든, 두 나라가 참전하지 않았으니 잘된 일이었다.
물론 영국이든, 스페인이든 두려울 게 없었다.
그들의 본토인 유럽이라면 모를까, 아시아에서만큼은 대두국의 국력에 대항할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두 나라와 전쟁하면 서양과의 교역이 완전히 막히기에 이왕이면 전쟁을 피하는 게 좋았다.
어차피 요한으로선 네덜란드의 식민지만 얻어도 충분하기도 했고 말이다.
“마긴다나오 술탄국은 3만의 군대를 파병한다 하였고, 브루나이 술탄국 역시 2만의 군대를 파병한다고 약조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총 5만인가. 10개 여단을 출정할 계획이니 원정군은 무려 10만이겠군.”
대두국에겐 속국이 존재하였다.
하나도 아니고 두 개의 속국이 있었는데, 이들 모두 이번 전쟁에 참전하기로 하였다.
‘그나저나, 마긴다나오 술탄국이야 여력이 되니 그렇다 쳐도, 브루나이 술탄국은 의외로군. 2만이나 될 줄이야.’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브루나이 술탄국에게 있어 2만의 군사는 사실상 전력이나 마찬가지였다.
요한을 돕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는 의미였으니, 사실상 대두국과 한 몸이 됐다고 봐도 무방하였다.
물론 정작 대두국은 전력을 다하기는커녕 절반의 군사력만 동원할 계획이었지만 말이다.
“마타람 술탄국은? 그들은 어떻게 반응할 거 같은가?”
네덜란드와의 전쟁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국가가 바로 마타람 술탄국이었다.
전쟁이 벌어질 지역에서 강국이라 할 만한 나라가 마타람 술탄국뿐이었기 때문이다.
마타람 술탄국은 네덜란드의 우호국이기도 했으니 더욱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마타람 술탄국을 아군으로 끌어들이긴 어려울 테지만, 그들이 네덜란드를 돕는 일만큼은 확실하게 막아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래?”
원종이 자신한 것처럼 마타람 술탄국의 참전을 막아낸다면, 대두국이 상대할 적은 네덜란드 하나였다.
그리고 네덜란드(정확히는 동인도 회사)가 아시아에서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기껏해야 2만 명 정도.
반면, 대두국은 속국의 군대 5만, 자국의 군대 5만 이렇게 총 10만의 군대를 동원할 예정이었다.
사실상 5배 이상 차이 나는 전력이었으니, 이번 전쟁은 지고 싶어도 질 수 없는 전쟁이었다.
‘네덜란드도 생각이 있으면 전쟁 대비도 해놨겠지. 하지만 얼마나 대비했든, 인도네시아는 우리의 것이 될 수밖에 없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