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254
“6척의 전열함을 비롯하여 총 22척의 함선을 나포하였습니다.”
“적 제독은 어떻게 되었지? 살아있나?”
“기함이 침몰했을 때 사망한 거 같습니다. 실종하여 시신을 찾지 못했습니다.”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과 명승부를 벌였던 VOC 함대의 제독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는 하였으나, 그거야 나중에 보고서로 확인하면 될 일이었다.
지금은 전장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래도 사상자가 적지는 않군.’
전력이 우세하기는 하였으나, 압도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아무리 요한의 지휘 능력이 출중하여 피해를 줄였다고 한들, 사상자가 백 단위로 나오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전열함의 피해는 전무하다는 사실이었다.
마닐라함이 거의 반파되고 안평함도 큰 피해를 보았지만, 일단 전열함들은 전부 수리만 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었다.
오히려 VOC의 전열함 6척을 추가로 얻었으니,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있으리라.
‘이로써 우리도 11척의 전열함을 갖게 된 건가.’
아직 유럽의 해양 국가들과 비교하면 부족한 전력이기는 했다.
하지만 적어도 아시아라는 지역에서만큼은 대두국에 대항할 세력이 없었다.
“시랑 참모총장.”
전장 정리가 얼추 끝나자 요한은 시랑을 불렀다.
“말씀하십시오.”
“나는 이만 대경으로 돌아갈 테니, 남은 전장은 경이 맡아줬으면 해.”
그러자 시랑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하였다.
“맡겨만 주십시오. 적의 수도, 바타비아는 물론이고, 수마트라섬까지 점령하겠습니다.”
시랑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애초에 바다를 제압한 상황이었고, 적지에 상륙시킬 수 있는 육군 전력도 10만이나 됐다.
반면 VOC는 모든 병력을 합쳐도 2만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 VOC가 장악한 인도네시아의 영토를 점령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왕이면 실론 섬까지 장악해 두도록.”
“실론 섬 말씀입니까?”
“네덜란드의 원정군이 오면 그곳에서 막을 것이다. 그러니 서두를 필요가 있어. 요새화해야 하니 말이야.”
요한은 시랑에게 추가 임무를 내렸다.
인도 아대륙의 남동쪽에 위치한 섬, 실론 섬을 점령하라는 임무였다.
‘어렵지 않을 테지. 어차피 VOC의 주 전력은 인도네시아 방면에 있으니 말이야.’
***
요한은 시랑에게 전장을 맡기고 대경으로 돌아왔다.
네덜란드와의 전쟁이 벌써 1년 이상 장기화되었음에도 대경의 분위기는 놀랍도록 평온하였다.
사실 그럴 만도 한 것이, 대경 시민들은 전쟁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대경 시민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대두국의 모든 백성이 여느 때와 다를 게 없는 평온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었다.
물가도 이전과 비슷하였고, 유럽산 사치품(주로 향수)도 여전히 쉽게 구해졌다.
네덜란드 상선만 통제할 뿐, 영국이나 스페인 상선은 자유롭게 대두국과 교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아아아아!”
“대두국 천세! 국왕 전하 천천세!”
다만 자바 해전의 결과를 모르는 것은 아니라서, 항구에 나온 대경의 시민들은 미친 듯한 함성을 내뿜으며 요한을 환영해 주었다.
함성을 지르는 이들 중엔 네덜란드인과 외형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백인들도 꽤 보였다.
주로 북독일 출신의 백인들이었는데, 이들도 이미 대두국의 일원이 되었는지 요한을 열렬히 환영하였다.
‘진짜 고향에 온 기분이군.’
요한은 그런 대경 시민들의 반응에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어느 순간 대경이란 도시가 그의 고향처럼 느껴졌다.
이곳에 정착하여 다시는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사실 요한이 세운 계획에 있어 대경은 임시 수도일 뿐이었다.
아마 칭제건원을 하면 또다시 수도를 옮겨야 할 가능성이 높았다.
대경은 대두국 영토에서 지나칠 정도로 북쪽에 위치한 곳이었으니까.
그리고 새로운 수도는 아마 VOC의 수도였던 바타비아 즉, 자카르타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대경 병원으로 이동해라.”
“예, 알겠습니다.”
시민들의 화답을 받던 요한은 궁으로 가지 않고 뜬금없이 병원으로 향하였다.
어디 다쳐서 병원에 가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에게는 주치의가 있었고, 그가 탔던 장보고함에도 의사가 세 명이나 타 있었다.
그런데도 병원에 가는 건 한 명의 여인 때문이었다.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요한이 대경 병원에서 찾던 여인은 다름 아닌, 대경 병원의 의사인 고정희였다.
“내가 늦은 건 아니겠지?”
“늦었어요. 그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세요?”
그 말을 듣던 요한은 슬쩍 그녀의 왼손을 바라보았다.
대두국 백성들은 왕실의 문화를 따라 하고는 하였다.
그리고 그들이 따라 하는 왕실의 문화 중 하나가 바로 결혼반지였다.
요한이 처음 시작한 뒤로 왕실의 문화로 알려지며 모든 백성이 따라 하게 되었던 것.
‘없다.’
다행히 그녀의 손가락엔 아무것도 끼워져 있지 않았다.
물론 그녀의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미리 반지를 빼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저는 전하께서 저를 잊은 줄 알았는데 말이죠.”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정말요?”
“물론이다.”
와락!
화사한 미소를 짓던 고정희는 갑자기 요한을 확 껴안았다.
이 시대의 여인치고 대담한 태도가 아닐 수 없었다.
오죽하면 요한의 곁을 지키는 근위병이 반사적으로 권총에 손을 댈 정도였다.
‘이런 성격이라 더 마음에 드는 거 같단 말이지.’
하지만 요한은 당돌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더욱 반하였다.
***
고정희를 만난 이후, 요한은 다른 가족들과도 해후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여섯 명의 왕후에게 넌지시 고정희의 존재를 알렸다.
새로 왕후를 들이는데 다른 왕후들의 허락을 구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다고 해도 얘기 정도는 미리 해두는 것이 기본 예의였다.
물론 고정희 말고 다른 왕후도 새로 들이게 될 거라는 이야기도 하기로 하였다.
마타람 술탄국의 공주를 말이다.
‘곧 마타람 술탄국도 속국이 될 텐데, 그곳의 공주도 왕후로 받아들여야겠지. 언젠가 병합할 곳인데, 차별해서 좋을 게 없으니까.’
어찌 보면 설레발에 가까운 생각일 수 있으나, 요한의 이 같은 생각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었다.
자바 해전의 결과는 마타람 술탄국의 내전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사실상 VOC와 대두국 간의 대리전 구도로 전개되었던 마타람 술탄국의 내전이었기에, 자바 해전의 승자가 정해지자 순식간에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 한쪽은 대두국이 지지하였던 라맛 태자 쪽이었다.
그리고 흑기군이 자바 섬에 상륙하자 안 그래도 기울어졌던 전세는 완전히 굳혀졌다.
라맛 태자의 군대는 3만을 넘어 4만에 달하였고, 반면 술탄의 군대는 1만이 채 안 남았다.
그때쯤 되자 술탄의 장수 중에서도 배신자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결국 자바 해전이 끝나고 두 달이 지난 시점에 술탄은 왕위에서 폐위되고 라맛 태자가 새로운 술탄으로 등극하였다.
술탄이 된 라맛은 자신의 누이를 요한에게 보냈다.
마긴다나오 술탄국의 예를 따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마타람 술탄국의 내전이 라맛의 승리로 끝이 나자, 바타비아를 공략하는 것은 더욱더 쉬워졌다.
바타비아는 자바 섬에 위치한 도시였기에 이제는 육지에서도 바타비아를 공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바타비아를 함락했다는 소식보단, 실론 섬을 점령했다는 소식이 먼저 들렸다.
실론 섬에 주둔한 병력은 기천에 불과하였고 그 질도 그리 좋지 못하였다.
그 덕에 쉽게 점령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 원정 함대의 규모가 생각보다 큰 거 같습니다.”
“그만큼 아시아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겠지.”
실론 섬을 확보하기 무섭게 새로운 정보가 입수되었다.
전열함 12척과 프리깃 25척 그 외 중소 전함 40척까지 70척 규모를 자랑하는 네덜란드의 원정 함대가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는 정보였다.
네덜란드에서 대두국을 멸망시키기로 작정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엄청난 규모였다.
하지만 요한은 네덜란드의 원정 함대를 두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이미 대두국도 10척이 넘는 전열함을 확보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네덜란드의 원정 함대가 아시아에 도착할 때쯤, 몇 척의 전열함이 추가로 건조될 터.
그때쯤 되면 오히려 대두국 함대의 전력이 네덜란드 원정 함대의 전력을 훌쩍 뛰어넘게 될 것이다.
‘다만 100문급 전열함이 있다는 건 조금 거슬리긴 하는군.’
전열함이라고 다 같은 전열함이 아니었다.
영국은 2층 갑판은 물론이고 3층 갑판의 전열함도 흔히 존재하였다.
네덜란드도 영국의 경쟁국답게 전열함의 수준이 썩 낮지만은 않았다.
무려 100문급 함포를 적재한 전열함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100문급 함포라고 해봤자, 무적은 아니었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영국과의 전쟁에서도 100문급 전열함을 허무하게 잃었던 나라가 네덜란드였다.
압도적인 숫자 앞에서는 100문급 전열함 같은 이른바 ‘1급 전열함’도 무용지물이란 뜻이었다.
“뭣이? 네덜란드뿐만이 아니라, 영국 함대도 있다고?”
네덜란드의 원정 함대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기 무섭게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
그건 바로 영국에 대한 정보였는데, 이들 역시 네덜란드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원정 함대를 꾸렸다고 한다.
아예 네덜란드 원정 함대와 딱 붙어서 이동하고 있었는데, 이런 그들의 목적은 굳이 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대두국을 굴복시키기 위한 목적일 것이다.
중국 문화를 즐기러 온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원정대를 보내는 데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모되었을 텐데 말이다.
‘최악의 상황이군.’
***
요한은 곧바로 영국의 공사를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이건 선전포고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인가?”
상당히 불리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요한은 강하게 나갔다.
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저들이 그냥 물러날 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아시아로 향하는 함대를 두고 말하는 거다.”
“그건 어디까지나 저희 회사령의 치안을 관리하기 위해 파견된 함대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뻔뻔하기 그지없는 공사의 말에 요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100년 뒤의 동인도 회사도 아니고, 인도에 이제 막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영국의 동인도 회사가, 대규모 원정 함대가 필요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영국의 함대가 인도에 도착하면 나는 그것을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겠다.”
“전하, 그것은 내정 간섭입니다.”
“물러나도록.”
“이대로 물러나라니요. 경고만 하려고 저를 부르신 겁니까?”
“그럼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하지?”
“협상하는 선택지도 있었는데, 아쉽게 됐군요. 전하께서는 오늘 일을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공사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 같이 말하였다.
늘 공손한 모습만 보였었는데, 든든한 뒷배를 갖게 되자, 마침내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요한은 그런 공사를 보고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네놈들도 네덜란드의 VOC와 다를 게 없는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VOC는 사실상 망한 거나 다름없었다.
회사령을 전부 상실하고 오직 바타비아만 남은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그 바타비아도 길어야 한 달 정도밖에 버틸 수 없을 테니, VOC는 사실상 망했다고 봐야 했다.
그리고 영국 공사의 도발로 인해 영국이 동인도 회사도 비슷한 미래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았다.
동남아시아의 해양 세력권을 전부 장악한 요한이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대두국의 해군은 유럽 열강의 해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게 될 것이다.
해군력이 비슷해지면 지리적 이점 때문에라도 인도는 대두국의 세력권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네덜란드든, 영국이든 요한의 허락 없이는 인도에서 어떤 활동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런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두 국가의 연합 함대를 막아낼 필요가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