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255
요한은 영국과 네덜란드의 연합 함대를 어떻게 막을지 고심하였다.
‘큰 틀은 그대로 하되, 조금 더 악착같이 시간을 끌어야겠군.’
웬만하면 백성들로 하여금, 전쟁의 피해를 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욕심에서 비롯된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까지 개입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어찌 됐든, 전쟁에서 지는 것보단, 경제적인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이기는 쪽이 나았으니까.
“전하, 프랑스라는 국가의 외교관이 알현을 청하였습니다.”
그렇게 연합 함대를 막을 방법을 모색하던 중, 한 손님이 요한을 찾아왔다.
그 손님은 다름 아닌, 프랑스에서 온 전권 대사였다.
“동아시아의 지배자이며, 차이나의 황제들을 종으로 부리는 미다그 왕국의 요한 폐하시여. 폐하의 지혜와 용맹은 외신의 본국인 프랑스까지 전해져 왔습니다.”
“···내 명성이 유럽까지 전해졌을 줄은 몰랐군.”
뵐네브라는 외교관은 온갖 미사여구를 덧붙이며 요한에게 찬사를 보냈다.
제국주의 시대가 본격화되었을 프랑스였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미래의 프랑스에 있어 비유럽인은 미개한 원시인 같은 존재들이었으니.
물론 지금의 프랑스도 수많은 식민지를 가진 나라로서 우월감에 잔뜩 취해있었다.
그런데도 저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요한에게 바랄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였다.
“영국의 원정 함대를 막아주겠다고?”
하지만 뵐네브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
다름 아닌, 영국의 개입을 막아주겠다는 말이었던 것.
“무엇을 원하지?”
“두 가지를 원합니다. 하나는 인도입니다. 저희 프랑스가 인도에 진출하는 것을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
“인도라. 프랑스도 인도에 욕심을 내는 것인가?”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전쟁 이전에 VOC와 맺었던 조약을 프랑스에서 세울 동인도 회사와도 맺어주셨으면 합니다.”
즉, VOC와 같은 조건으로 항구를 개항해달라는 요구였다.
관세를 덜 내거나, 영토를 달라는 것은 아니었기에 이 정도 요구는 들어주지 못할 것이 없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프랑스가 영국의 원정 함대를 배제하는 것에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과연 가능할까?’
영국은 네덜란드의 동맹인데 과연 프랑스의 말을 들을 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요한으로선 손해를 볼 것이 없는 제안이었기에 결과를 지켜보기로 하였다.
***
영국은 VOC와 대두국의 공멸을 바라고 있었기에 로저 팔머가 지휘하는 영국의 원정 함대는 아주 느긋하게 아시아로 향하였다.
네덜란드도 아프리카를 지날 때까지는 그런 영국 함대의 움직임에 발을 맞추었다.
하지만 희망봉을 지날 때쯤, 네덜란드 함대는 영국 함대를 제치고 먼저 아시아로 가버렸다.
“왜 그렇게 서두르나 했더니, 이것 때문인가!”
동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이동하며 모잠비크 해협에 막 진입하려 했을 때였다.
VOC 함대가 대두국 함대에 의해 참패했다는 소식을 들은 로저 팔머는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열강에 속하는 네덜란드가 일개 아시아 국가에게 바다에서 대패를 당하다니.
로저 팔머는 영국인이었기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도 서둘러야겠군.’
그럴 리는 없겠지만, 네덜란드의 원정 함대까지 대패를 당한다면 이번 원정은 실패로 끝이 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네덜란드를 상대로 이긴 상대라면, 영국의 원정 함대 역시 이길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애초에 VOC 함대가 이미 대패한 상태니, 시간을 끌 필요도 없어졌다.
“돛을 최대로 펼쳐라! 최고 속력으로 인도양을 지날 것이다!”
영국 함대가 그렇게 모잠비크 해협을 지나 인도양을 가로지를 때였다.
갑자기 프랑스 깃발을 단 범선 세 척이 로저 팔머의 기함을 향해 접근하였다.
“뭐, 뭐라고 하셨소? 미다그 왕국과 동맹을 맺었다고?”
“그렇습니다. 그러니 만에 하나 잉글랜드 함대가 미다그 왕국과의 전쟁에 돌입한다면, 우리 프랑스와도 그 즉시 전쟁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주십시오.”
뵐네브라는 이름의 프랑스 전권 대사는 그에게 이 같은 경고를 날렸다.
로저 팔머는 이런 뵐네브의 경고를 듣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본래라면 프랑스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영국은 프랑스의 동맹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저 팔머는 찰스 2세의 심복이었기에 찰스 2세가 프랑스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국왕 폐하시라면 프랑스에 대적하는 것을 원치 않으실 거다.’
그는 충신 중의 충신이었다.
본래 역사에서 자신의 아내를 왕에게 빼앗겼음에도 충절을 지켰을 정도였다.
물론 나비효과로 인해 바바리 빌리어스는 그의 아내가 되지 않고 바로 찰스 2세의 왕후가 되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찰스 2세의 충신인 로저 팔머로선 내각의 명령보단 국왕의 사사로운 감정이 더 중요하였다.
그리고 찰스 2세가 친프랑스 성향을 가진 이상, 프랑스의 협박을 무시할 수 없었다.
자칫하면 그로 인해 프랑스와의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로저 팔머가 그렇게 주저하고 있을 때였다.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아 새로운 소식이 그의 귀에 전해졌다.
그 소식은 로저 팔머로 하여금 더는 고민할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
네덜란드 원정 함대가 전멸했다는 소식이었으니 말이다.
***
프랑스의 협박이 통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지, 네덜란드 원정 함대는 단독으로 대두국을 침공하였다.
이미 철저하게 준비가 된 상태였기에 요한은 별다른 위기 없이 네덜란드 원정 함대를 바닷속으로 수장시킬 수 있었다.
“전하, 영국의 전권 대사가 알현을 청하였습니다.”
네덜란드 원정 함대가 무너지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영국이었다.
본국에서 올 원정군만 믿고 기세등등하게 요한을 도발하였던 영국 공사는 태세를 완전히 전환하였다.
마치 속국이 종주국을 대하듯, 극진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요한은 코웃음을 치며 영국 공사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VOC가 망하고 남은 잔해물이라도 얻고 싶은 모양인가 본데, 내가 그걸 왜 네놈들에게 줘?’
전쟁을 선포하지 않는 것만 해도 감사히 여겨야 할 것이다.
물론 영국의 원정 함대가 인도를 지난다면 그 즉시 전쟁을 선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생각이 없지는 않은지, 영국의 원정 함대는 인도로 넘어오지 않았다.
요한의 경고를 의식한 행동이었다.
그렇게 영국의 원정 함대가 인도양 한복판에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낼 때, 네덜란드는 마침내 항복을 결정하였다.
1660년 4월의 일이었다.
그리고 네덜란드와 강화 조약을 맺기 무섭게, 프랑스와도 한 가지 협정을 맺었다.
프랑스에 중국 및 대두국의 항구를 개항해 주는 대신, 프랑스는 인도 동부를 비롯하여 동남, 동북아시아 전체를 대두국의 세력권으로 인정해 주는 그런 협정이었다.
“전하께서 여전히 이민자를 원하신다면 아국은 이에 적극 협조해 줄 의향이 있습니다.”
“위그노를 아국으로 추방하려는 생각인가 보지?”
“그, 그걸 어떻게?”
“뭐가 됐든 좋다. 우리는 영토에 비해 인구가 턱없이 부족하니, 개신교를 믿는 이들이라고 차별할 생각은 없다.”
개항권과 관련된 협정 말고도 특별한 협정을 맺기도 하였다.
이민자, 정확히는 위그노에 관련된 협정이었다.
‘위그노라. 태양왕(루이 14세)이 권력을 쥐기 시작한 모양이군.’
프랑스의 위그노 추방 정책은 대두국에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었다.
위그노 중에는 대두국에 필요한 각종 기술을 가진 중상공인이 많았다.
이들을 흡수한다면 대두국의 발전은 더욱 빨라지게 될 것이다.
***
네덜란드의 원정 함대를 꺾어내고 그들의 항복을 받아내면서 전쟁은 끝이 났다.
그리고 바타비아에서 프랑스와의 조약까지 마치고 대경으로 돌아가자 엄청난 인파가 요한을 환영해 주었다.
“결국, 유진이 남명으로 떠난 것인가.”
요한이 함대를 이끌고 네덜란드와 해전을 치르는 동안 유진은 대학에서 원하는 교육을 모두 끝마치고 대경을 떠났다.
본래의 계획대로 복경으로 가서 ‘양위식’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참고로 유진의 양위식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근황파 세력이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국이 거세게 반발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잠잠합니다.”
“방해하고 싶어도 방해할 수 없을 거다. 내전으로 정신이 없는 상황이니까.”
영웅이라 불러도 절대 어색하지 않은 인물이 바로 정성공이었다.
그는 요한에게 호적수라 부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영웅의 최후는 허무하기 그지없었다.
독살인지, 단순한 병사인 건지 어찌 됐든, 전장이 아닌 자신의 침소에서 허무한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올해는 많은 인물이 하늘로 가버렸군. 정지룡도 죽었고 효종도 죽었으니 말이야.’
요한은 잠시 그런 생각을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지룡이 죽었을 때는 그도 꽤 복잡한 감정을 느꼈었다.
그가 처음 나라를 세울 때, 일종의 후원자가 되어 막대한 지원을 해준 인물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양위식을 계획대로 마무리 지으려면, 우리도 슬슬 준비해야겠군.”
“드디어 칭제건원을 하시려는 겁니까?”
요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모두가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의 노력으로 거대한 제국을 세우는 것에 일조했다고 생각하니 감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요한도 뿌듯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제국을 세웠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기보단, 그가 미리 생각해 두었던 제국의 조건을 충족했다는 것에 뿌듯했다.
일단 영토 면에서만 봐도 사실 조건보다 훨씬 압도적이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호주, 뉴질랜드, 브루나이 등을 포함한 거대 제국이었으니까.
물론 인구도 2,500만을 넘겼으니 이 시대 기준으로 제국을 선언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경제력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말이다.
“제국의 이름은, 무엇으로 정하셨습니까?”
진정이 조심스럽게 묻자, 요한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였다.
“한울. 우리 제국의 이름은 한울 제국이다.”
***
사실 한울 말고 여러 이름을 생각했었다.
요한이 가장 많이 생각했던 건 대한제국이란 이름을 선점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그가 대한민국의 사람이었으니 대한제국이 가장 끌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중국의 옛 이름을 참고하거나 동남아시아 국가의 이름을 따오는 것도 많이 고민했었다.
그런데도 한울이란 이름을 선택한 것은 중국 국가와의 ‘차별성’ 때문이었다.
중국 왕조는 전통적으로 나라의 국호를 정할 때, 한 글자로 지었다.
주나라가 멸망하고 춘추전국 시대가 되면서 각 제후들은 주나라가 그 지역의 이름으로 정한 것을 그대로 국호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그것이 대대로 이어져 남송을 제외하면 모든 국가의 국호가 외자였다.
요한으로선 중국 왕조와의 차별성을 위해서라도 특별한 이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한울의 의미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한’은 크다, 바르다, 가득하다 등의 의미를 가졌다.
또한 한울의 ‘울’은 울타리의 줄임말이었다.
즉, 한울의 뜻은 ‘큰 울타리로서 바르고 이상적으로 사람들을 품으라.’였다.
여러모로 요한이 세운 제국의 이상과 맞다고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