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256
“익히 예상은 했지만, 가히 상전벽해라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발전하였군.”
유혁연은 조선 사절단의 정사로서 대두국 아니, 한울 제국을 방문하였다.
요한의 대관식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대경에 도착한 조선 사절단은 대경의 압도적인 규모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이미 대경에 세 번이나 온 적이 있는 유혁연도 그와 표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대경을 자주 와본 그였기에 더더욱 놀랐다.
몇 년 사이에 대경은 무서울 정도로 발전해 있었기 때문이다.
‘제국이 되었으니, 앞으로 더 부강한 나라가 되겠지?’
중앙군이라 할 수 있는 흑기군의 수만 20만에 달한다고 들었다.
단 한 번도 패전을 경험한 적이 없는 무패의 군대가 20만이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군대를 증강하고 있었으니, 한울 제국의 미래는 실로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과연 우리 조선은 언제쯤 한울 제국 같은 강대국이 될 수 있을까?’
작금의 조선을 생각하면 사실 암울하기만 하였다.
갑작스러운 이호의 죽음으로 어린 나이의 왕세자가 왕위에 올랐다.
당연히 국정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 와중에 만주에서는 마적이 날뛰기까지 하였다.
나선 즉, 러시아와의 국경 충돌도 점점 잦아지고 있었고 말이다.
내부도 어수선하고 외부 사정도 마냥 좋다고 보기 어려웠으니 조선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울 제국에서 수백 명의 유학생을 무료로 교육시켜 준다는 점입니다. 역시 동향 출신이라 그런지 황제 폐하께서 아조에 상당히 관대하신 거 같습니다.”
“하하, 정말 기쁜 일이지요. 한울 제국을 배우려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야 했을 텐데, 제국에서 이렇게 기회를 주다니 말입니다.”
요한의 명령에 따라, 한울 제국의 여러 대학에서는 조선의 유학생을 받아주기로 하였다.
입학금은 황실에서 대신 내주는 조건이었는데, 사절단 일행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기쁨을 드러냈다.
조선의 상국은 더 이상 남명이 아니었다.
남명은 지는 해였고 한울 제국이야말로 새롭게 뜨는 해였다.
즉, 아시아의 초강대국이자 조선이 반드시 배워야 할 선진국이었기에, 그런 한울 제국에서 조선의 인재들을 교육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기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유혁연은 이 사실을 마냥 기쁘게 여기지 않았다.
‘과연 한울 제국에서 황제의 돈으로 교육을 마치고 돌아온 이들이 누구에게 충성할지 의문이란 말이지.’
다른 이들은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지만, 그에게는 요한의 의도가 선명하게 보였다.
요한은 대학이라는 교육 시설을 통해 각국의 지도부를 장악하려는 속셈이었다.
한울 제국의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라면 자국에서 높은 직급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으니 이를 이용할 거라는 의미였다.
***
제국을 선포하고 1년이 지난 1664년.
모든 이가 예상했던 대로 한울 제국의 일 황자인 유진이 남명의 황제가 되었다.
4년, 아니 요한이 처음 섭정왕이 되었을 때부터 준비하였으니, 사실상 8년 이상을 준비한 대계를 시행에 옮긴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남명 내부에서 큰 반발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물론 아예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남명에 충신이 없다지만, 그들의 나라가 사라지게 생겼는데 아무도 불만을 표출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근황파 세력들이 일으킨 반란은 유진이 남명에서 자체적으로 키운 병력만으로 손쉽게 제압되었다.
흑기군을 동원하였다면 민심이 요동쳤을 텐데, 유진은 요한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황제로 군림할 만한 실력을 갖춘 것이었다.
그리고 이 사실은 민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8년 동안 공들여 키운 정보 조직이 남명에서 일어난 유혈사태를 ‘없는 사건’으로 만든 것이다.
“한울 제국의 황제여. 짐은··· 아니,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한때 정무제라고 불렸던 남명의 마지막 황제, 주유황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요한은 그런 주유황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주유황의 모습은 어딜 봐도 황제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저 두려움이 많은, 평범한 청소년으로 보였다.
요한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황제였던 주유황의 신체에 손을 댄 것이다.
“걱정하지 말아라. 너에게 해를 가해야 할 정도로 나의 기반은 약하지 않다.”
“······!”
주유황은 자기 어깨를 두들기는 요한의 손길을 느끼며 눈을 크게 떴다.
실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섭정왕이라 하나 요한은 그의 신하였던 자다.
그런 요한이 마치 아랫사람을 대하듯 그를 대하고 있었으니, 남명의 충신들이 이 장면을 본다면 입에 게거품을 물 것이 분명하였다.
하지만 주유황이 눈을 크게 뜬 이유는 노여움이나 분노해서 그런 게 아니라, 요한의 따뜻한 손길에 안도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정성공이 그랬던 것처럼, 언제 독살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렸던 주유황이었다.
그런데 요한이 이렇게 확답을 주었으니 안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요한이 그를 기만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황제였던 그를 죽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조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요한은 상대를 기만하고 속이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당당하게 선언하고 그것을 쟁취하는 그런 부류의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주유황은 완전히 안심한 채 요한의 아들인 김유진에게 황위를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황제를 넘기며 야인 신분이 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봉읍에서 평생을 의식주 걱정 없이 호화롭게 살았다.
***
김유진은 남명의 황제가 되고 국명을 진(秦)으로 바꾸었다.
‘전국을 통일하겠다는 야망으로 가득 한 모양인데?’
요한은 픽 웃었다.
나라 이름만 봐도 유진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거 같았다.
하지만 요한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대진의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전국을 통일하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정은지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여 대진의 군사력에 집중 투자를 해도, 한계는 명확하였다.
요한이라고 대진의 군사 활동을 가만히 지켜만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오국이나 서국 같은 번국들의 왕위를 동생들에게 넘긴다고 약속한다면 어느 정도의 군사 활동은 묵인해도 되겠지.’
한울 제국의 황위는 당연히 그의 자식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이에게 넘길 것이었다.
하지만 황제가 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니, 나머지 황자와 황녀들은 요한이 따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불행한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슬람권의 왕조들처럼 경쟁자를 없애려는 목적으로 형제를 모두 죽이거나 유배지에 가둬놓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여 요한은 한울 제국과 별개로 자치권을 가진 일종의 ‘연방국’을 만들려고 하였다.
유진이 세운 대진이 첫 번째 연방국이었고, 앞으로 동남아의 대륙권 국가인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이 그다음 연방국이 될 예정이었다.
물론 그 연방국들은 대진이 그랬듯 요한의 자식들이 왕위를 갖게 될 것이다.
‘나중에는 북미도 그렇게 되겠지.’
요한의 자식은 무척이나 많았다.
무려 29명이나 되었고, 이중 남자아이만 따져도 17명이었다.
요한은 황자 모두에게 왕위를 줄 생각이었으니 아시아의 영토만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폐하, 무슨 생각을 그리하세요?”
그때 그의 곁으로 다가온 아리따운 여인이 다정한 목소리로 요한을 불렀다.
여인의 이름은 고정희.
조선계 출신으로, 요한의 일곱 번째 아내였다.
“유정이는?”
“자고 있어요. 어찌나 책을 좋아하는지, 책을 꼭 껴안고 자더라고요.”
책이라고 해봤자 그림이 절반 이상인 동화책이었다.
이솝 우화를 그린 동화책 말이다.
하지만 유정의 나이가 이제 겨우 2살이란 것을 생각하면 이조차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지성 면에서는 유진의 어린 시절을 뛰어넘는 거 같군.’
한울 제국의 시민들이 용비어천가를 할 때 하는 말처럼, 요한의 유전자가 우월하기라도 한 것일까?
요한의 자식들은 하나같이 비범한 재주를 가졌다.
재능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던 이 황자 유성이나 삼 황자 유현도 자신의 힘으로 당당하게 해군 사관학교와 대경 대학에 입학하였다.
그 밑의 황자들 역시 성적이면 성적, 교우 관계면 교우 관계, 모든 면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말이다.
하지만 고정희가 낳은 유정을 뛰어넘는 이는 없어 보였다.
‘이 아이라면 내 뒤를 잘 이어줄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요한은 젊었다.
이제 겨우 마흔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의 육체는 게임 속 아바타였기에, 노화도 더뎠다.
10년이 아니라 20년이 지나도 그는 여전히 정정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 겨우 2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를 후계자로 점찍는 것도 가능하였다.
‘뭐, 이런 욕심이 제국을 망치는 요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
1675년 10월.
3차 인구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한울 제국의 인구는 무려 3,850만 명.
두 번째 인구 조사였던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400만 명이 늘어난 인구였다.
프랑스의 위그노 추방과 조선의 경신 대기근이 겹치면서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났던 것.
‘17세기에 4,000만 명에 가까운 인구라니. 지금 한울 제국의 국력이라면, 나폴레옹이 이끄는 19세기 초반의 프랑스와도 자웅을 겨룰 수 있겠는데?’
물론 요한이 인구 하나만 가지고 나폴레옹 시대의 프랑스를 거론하는 것이 아니었다.
인구도 주요 요소였으나,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영토였다.
동남아시아의 해양 세력을 전부 석권한 것이 지금의 한울 제국이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호주 대륙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드넓은 영토를 최대한 알차게 써먹고 있다는 의미였다.
또한 한울 제국은 ‘총력전’의 준비도 갖추어진 상태였다.
국가에서 명령이 떨어진다면 그 즉시, 수백만 명의 장정들이 군에 입대하여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다.
이는 그동안 ‘국민 교육’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태어난 나라가 서로 다른 백성들이 교육의 힘으로 완벽한 한울 제국의 신민이 되었다는 뜻이다.
물론 교육의 힘 말고도, 한울 제국의 일원이 되면서 그동안 삶의 질이 나아진 것을 경험하였기에 더더욱 애착심을 가지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난 여기서 만족하고 싶지 않단 말이지.’
이미 한울 제국은 하나의 나라라고 보기에 지나칠 정도로 넓었다.
호주까지 개발을 끝내면 10억 이상의 인구도 능히 감당할 수 있었다.
한울 제국의 인구가 4,000만 명이 채 안 되니, 수백 년 동안 영토를 확장하지 않아도 인구압을 겪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요한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만족할 수 없는 것은, 앞으로 올 제국주의 시대를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유럽 열강들이 공격적으로 영토를 확장하며 저들만의 경제 블록을 만들려고 할 터.
하지만 한울 제국은 요한이 다음에 남길 유훈 때문에라도 식민지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식민지를 만들지 않는 한울 제국은 국가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설령 식민지가 경제적으로 손해인 경우가 있다고 해도, 경제 블록을 넓혀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국가 경쟁에 도움이 됐다.
그리고 세계의 절반 가까이 식민지로 삼을 유럽 열강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 영토만으론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제국의 영토는 그대로 유지한다 하더라도, ‘연방’의 영토는 최대한 넓혀놔야 한다는 뜻이었다.
“15년. 우리 제국은 15년 안에 반드시 신대륙으로 진출하겠다.”
요한은 나직하게 선언하였다.
늘 그래왔듯, 그의 선언은 이번에도 실현될 가능성이 높았다.
단순히 그의 의지가 대단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모든 외부 조건이 한울 제국에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일본은 동과 서로 나누어져 내전을 거듭하고 있었고 중국도 마찬가지로 청나라와 진나라 간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조선이야 경신 대기근의 피해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렇기에 한울 제국의 신대륙 진출을 견제할 세력은 유럽 국가들뿐이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이 편을 계속 바꿔가며 전쟁을 이어가는 상황이었다.
저들의 세력권을 침범한다면 모를까, 그전까지는 서로 죽어라 싸우며 한울 제국의 성장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은퇴는 70살 때쯤 하자고. 신대륙의 절반 이상을 집어삼킨 이후에 말이야. 내 육체라면 70살 이후에도 나름 건강할 테니, 아주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17세기, 대만의 왕이 되었다 (完)
작가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