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65
────────────────────────────────────
득남.
“마투스. 이번에도 네가 고생을 해줘야 할 거 같다.”
요한이 불쑥 그리 말을 꺼내자, 마투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나보고 필리핀을 지키라는 거냐?”
“너밖에 없잖아. 적임자가.”
흑기군 참모총장이란 직책을 가진 마투스였다.
사실상 이인자라고 봐도 무방한 위치.
단순히 직책만 이인자가 아니었다.
마투스는 요한이 가장 신뢰하는 부하였다.
‘능력도 훌륭하지. 내가 장강에서 몇 달을 보냈을 때, 아무런 사고 안 일으키고 대만을 잘 통치했었으니까.’
적어도 흑기군을 통제하는 것만큼은 마투스가 진정보다 훨씬 나았다.
한때 오번병의 정신적 지주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도 모든 흑인 장교가 그를 상관으로 인정하고 있었고 말이다.
흑인 장교들만 확실하게 장악해도 흑기군을 통제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정성공에게 맡겨도 되는 거 아닌가?”
마투스는 어지간히 필리핀에 남는 것이 싫었는지 정성공을 거론하였다.
참고로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정성공이 이인자였다.
정지룡의 장남이고 현재 부총병이란 엄청난 자리까지 얻은 상태였으니 그를 배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정성공도 나와 함께 대만으로 돌아갈 거다.”
“···이런.”
더는 루손 섬 총독의 길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한 마투스가 이마를 어루만졌다.
하지만 그는 역시 요한이 신뢰하는 인물답게 감정을 다스리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곧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온 마투스는 총독이 된 이후에 필요하게 될 정보를 얻고자 요한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하였다.
“어느 부대를 데리고 갈 거지? 당연히 본부 대대는 데리고 갈 거고, 3대대와 4대대 중 하나만 남기고 가는 건가?”
“본부 대대야 당연히 데리고 갈 거고, 3대대와 4대대는 남길 거다. 그들 대신 신규로 편성된 대대를 데리고 갈 거야. 걔네는 내가 직접 훈련을 시켜야 하거든.”
“5, 6, 7, 8대대 전부를?”
요한은 필리핀에서 총 4개의 대대를 새로 조직하였다.
이 중 5대대와 6대대는 오번병 500명과 일로코 족 1,500명으로 구성된 부대였고 7대대, 8대대는 모두 팡가시난 전사들로 구성된 부대였다.
물론 장교진은 한때 본부 대대 소속이었던 간부들이었고 말이다.
“아니, 7대대와 8대대만.”
흑기군의 병사가 되었다고 해도 7대대와 8대대는 아직 믿을 수 있는 병력이 아니었다.
병사가 지녀야 할 자질이건, 충성심이건 말이다.
하여 이 두 개의 대대는 대만으로 데려가 요한이 직접 훈련하기로 하였다.
“필리핀에 총 4개의 대대를 남기고 가는 거니,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본부 대대가 없는 게 아쉽긴 해도 크게 문제는 없을 거 같다.”
“몇 달만 잘 지켜달라고. 어차피 내년쯤 다시 필리핀으로 올 테니 말이야.”
요한이라고 자신을 보좌해야 할 마투스를 필리핀에 오래 짱박아둘 생각이 없었다.
점령지가 안정되고 원정군 역시 재정비를 끝마친다면 지체하지 않고 바로 필리핀 전체를 정복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대만에 가면 할 게 많겠어. 물자도 더 모아야 하고, 양위식도 해야 하고···. 이참에 나라까지 건설하는 게 좋겠지?’
대두국이란 국명으로는 지금 요한이 거느린 수십 만의 백성을 포용할 수 없었다.
대만, 아니 대만에서도 극히 일부의 원주민을 포용하는 국가 이름이었으니.
즉, 대만이라는 한정된 지역에서만 쓰이는 그런 국가 이름이었기에 다른 이름을 새로 구상해야 했다.
같은 이유로 여송국 같은 국가 이름도 사용할 수 없었다.
‘뭐, 국명이야 나중에 생각해도 될 문제고, 그보다 지금쯤 중국의 상황이 어떠려나?’
양위식이든, 국가 선포든 사실 중요한 것은 남명의 반응이었다.
정지룡과 융무제.
요한이 지금껏 왕좌에 앉지 못하고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두 사람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요한으로선 남명과 청나라의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
남명은 여전히 청나라와 전쟁하고 있었다.
겨울에 잠시 전쟁이 멈추는가 싶더니, 겨울이 끝나기 무섭게 융무제가 북진하여 전쟁이 재개되었던 것.
놀랍게도 남명은 장강 이남의 땅을 수복하는 것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그 말은 한때 명나라의 수도였던 남경을 수복하는데 성공했다는 사실을 의미하였다.
“거기까지는 좋았어. 거기까지는.”
“황제가 욕심이 너무 많았습니다.”
정지룡은 혀를 찼다.
그의 동생, 정지봉의 말처럼 황제는 너무 욕심이 많았다.
남경을 수복했으면 된 거지, 융무제는 그 이상을 노렸다.
양주까지 치고자 수군을 대거 동원하였던 것.
사실 장강 이북을 노린 것 자체는 시기상으로 나쁘지 않았다.
현재 청나라는 요한의 습격 때 입었던 피해를 모두 복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즉, 장강에 청나라 수군이 얼마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명이라고 사정이 다른 것은 아니었다.
사실상 장강을 포기하였던 남명이었다.
없던 수군이 갑자기 생겨날 리는 없었다.
물론 융무제는 정지룡을 믿고 그와 같은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정지룡은 요한에게 100척의 함선을 지원하여 장강을 지키는 청나라 수군에게 궤멸 직전의 피해를 주었으니까.
“영토를 욕심낸 건 그렇다 쳐도, 나를 상대로 이빨을 드러낸 게 화가 나는군. 누가 자신을 황제로 옹립해주었는지 잊기라도 한 모양이야.”
당연히 정지룡은 융무제의 지원 요구를 거절하였다.
귀중하기 그지없는 정 씨 가문의 함대를 융무제에게 지원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저 생색내기로 소형 함선 수십 척만 보내줬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정지룡의 행동에 융무제는 평소의 그답지 않게 행동하였다.
융무제의 휘하에서 황군 지휘관으로 복무하던 정지룡의 수하들을 처형한 것이었다.
이는 사실상 정지룡의 권력에 대항하기로 선포한 셈이었으니, 정지룡으로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잇따른 승전으로 여러 장군의 지지를 받고 있어서, 이를 믿고 그러는 거 같습니다.”
“그깟 장수 몇 명을 믿고 나를 배신하려고 해?”
정지룡은 코웃음 쳤다.
“애초에 남명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장수가 누구의 사위인데?”
물론 그가 말한 장수는 요한이었다.
“···그런데 요한이라면 안심할 수가 없을 거 같습니다. 폐하께서 워낙에 요한을 총애하는 모습을 보였지 않습니까?”
“장인인 나를 배신할 거라는 말이야?”
“야망이 큰 놈이지 않습니까.”
그 말을 듣자 정지룡은 쓴웃음을 지으며 어떤 부정도 하지 못하였다.
사실 그 역시 요한을 완벽하게 믿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상당히 경계하고 있었다.
정성공을 요한의 곁에 보낸 이유 중에는 요한을 감시하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을 정도니까.
“요한을 배신하지 않게 만들 방법은 하나뿐이로군.”
“무엇입니까?”
“나라를 세우게 하는 거야. 황제가 요한을 번왕으로 삼기 전에 말이지.”
“······!”
요한이 완전한 독립을 꾀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요한을 지켜본 정지룡이 모를 수는 없었다.
원래 같았으면 적당한 시점에 요한을 경고하여 그가 허튼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융무제와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자 생각이 달라졌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요한의 가치가 커진 것이다.
그러니 만큼 요한과 적대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은 피해야만 했다.
즉, 요한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뜻이었다.
“대만이란 섬을 완전히 요한에게 넘길 생각이군요.”
“뭐 지금도 그놈의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이 또한 마음에 드는 결정은 아니었다.
대만은 정씨 가문의 것.
요한은 잠시 정지룡을 대신해서 대만을 관리하는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정식으로 대만의 소유권을 요한에게 넘겨야만 했다.
이미 실질적으로 요한의 것이나 마찬가지라, 그 혼자 부정해선 의미 없는 일이기도 했고 말이다.
“단, 후계자는 반드시 정씨 가문의 피를 이어야 해. 마침 은지가 임신했다고 하니 잘 된 일이야.”
“요한 그놈도 형님과 대립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 그 정도야 어렵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내가 죽은 이후지. 놈은 너무 젊거든.”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삼이(정성공)가 있지 않습니까.”
정지룡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정성공을 믿어도 될까?
필리핀에서 그가 활약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정지룡은 어느 순간부터 정성공을 불신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능력을 불신한다기보단, 그의 사상을 불신하는 것이었다.
‘서신에 적힌 글만 봐도 삼이 그놈이 요한을 얼마나 존경하는지 알 수 있다. 삼이 그놈은 요한이 자신을 배신할 수도 있다는 생각 자체를 아예 안 하고 있어.’
사람을 한 번 믿으면 끝까지 믿는 것이 정성공이었다.
정성공에게 요한은 이미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아는 정지룡이었기에 자신이 죽은 이후가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슬슬 남명을 팔아야 할 때가 온 거 같군. 청나라만 급한 것이 아니니 말이야.’
남명의 가치는 최고점에 이르렀다.
무려 반격에 성공하여 장강 이남을 수복하는 데 성공했을 정도니.
지금이라면 청나라도 남명을 자신의 적수로 인정하고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청나라의 적수인 남명을 바칠 경우, 그 공은 어느 정도로 인정받을까?
어쩌면 정지룡은 지금 남명에서 누리는 권력 수준의 권력을 청나라에서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리라.
산해관을 열어준 오삼계보다 더 큰 공을 세운 셈이었으니 말이다.
***
한편 그 시각, 청나라의 최고 권신 도르곤도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지룡은 확실히 남만(남명을 낮게 부르는 말)의 다른 개와는 달라 보이는군. 북벌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을 보면 말이야.”
원래도 청나라에서 정지룡은 상당한 거물로 인정받았다.
그야 남명의 최고 권신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성동의 군이 패퇴하고 남경까지 상실하게 되면서 정지룡의 존재감은 더 커졌다.
지금이라면 그에게 투항을 권유할 때, 최소 번왕의 자리를 약속해야 할 정도였다.
“다만 그는 믿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장강에서 있었던 일처럼, 언제 갑자기 우리를 배신할지 모릅니다.”
“···그게 문제라면 문제야.”
융무제의 북벌은 청나라 조정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장강이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한 시점이었다.
만약 융무제가 수만의 대군을 거느리고 장강을 건넜다면 청나라는 양주까지 상실하게 되었을지 몰랐다.
양주는 거듭된 반란으로 상태가 좋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남명에서 가장 강력한 해군을 가진 정지룡이 융무제의 북벌에 대한 후원을 중단하면서 남명의 반격은 그 기세를 잃고 말았다.
그 덕에 여유가 생긴 청나라는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정지룡은 사실상 청나라의 은인이었던 것.
다만, 아직은 방심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정지룡이 다시금 마음을 바꿔, 융무제의 북벌을 지원하기 시작한다면 수군이 약한 청나라는 이를 막기가 쉽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 근심을 없애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정지룡이 가진 가장 강력한 패를 제거하는 것이지.”
언젠가 청나라의 수족이 될 수도 있는 정지룡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정지룡은 남명의 신하였지, 청나라의 신하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도르곤은 정지룡을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정지룡 본인에게 해를 가할 생각은 없었다.
정 씨 가문에서 가장 청나라에 우호적인 게 정지룡이었다.
그를 제거한다면 정씨 가문은 대대적으로 반청활동에 나서게 될 터.
도르곤은 정씨 가문과 적대하는 일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정지룡이 가진 가장 강력한 패라 하시면,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요한이라는 자를 말하는 거다. 우리에게 처음으로 굴욕을 선사하였던 바로 그 조선 놈 말이야.”
빠드득.
작년 말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도르곤은 이를 갈았다.
청나라가 남진에 실패한 원인이 무엇이었던가.
바로 요한의 활약 때문이었다.
요한만 아니었다면 남명은 이미 멸망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조선인을 아내로 둘 정도로 조선에 관한 감정이 나쁘지 않았던 도르곤은 어느 순간 조선에 적개심을 품기 시작하였다.
“그 조선 놈을 제거하기만 한다면 정지룡의 배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당왕(융무제)이야 말할 것도 없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