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96
096화
“놈들의 배가 오스미 반도 앞바다에 출몰하였다고?”
시마즈 미츠히사는 헛웃음을 지었다.
사쓰마 반도를 공격하던 적의 함대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오스미 반도 근처에 나타났다.
이는 사쓰마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조금이라도 사쓰마를 경계했다면, 이렇게 별다른 준비도 없이 사쓰마의 영토를 누비지는 않았을 것이리라.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적의 규모를 파악하자 시마즈 미츠히사는 오히려 신중해졌다.
“겨우 열다섯 척이라고?”
처음 이 같은 정보를 들었을 때, 시마즈 미츠히사는 당연히 함정일 것으로 생각하였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함선 한 척, 한 척의 전투력이 사쓰마의 함선과는 비교가 안 되게 강하다고 해도, 숫자가 너무 적지 않은가.
50척, 아니 100척이라 해도 적다고 생각했을 텐데, 15척은 지나치게 적은 숫자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저들의 국왕이란 자가 그 선단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조센징 말이냐?”
“하이.”
시마즈 미츠히사는 눈을 부릅떴다.
일개 영주인 다이묘들도 전시에 함부로 움직이는 경우가 드물었다.
다이묘의 목숨에 영지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었다.
일개 영주인 다이묘의 목숨도 이리 중요하게 취급받는데, 일국의 왕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요한은 대두국의 왕, 심지어 사실상 나라를 건국한 건국 왕인데도 소수의 함대만 이끌고 적지로 왔다.
이는 대범한 수준을 넘어, 만용이라 볼 수밖에 없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도이의 본 함대는 야쿠시마 섬에 있다고 합니다.”
“야쿠시마라. 그곳을 봉쇄하여 우리 병사를 말라서 죽게 할 속셈인가.”
그는 적의 의도를 바로 눈치챘다.
대두국의 함대가 두 개로 나누어진 이유를 바로 알아차린 것.
“적이 어지간히 방심하였나 보군. 감히 전력을 두 개로 분산하다니 말이야.”
시마즈 미츠히사는 이를 갈았다.
대두국은 사쓰마에서 섬 오랑캐 내지는 해적 집단 정도의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런 대두국이 일본에서 강대한 세력으로 손꼽히는 사쓰마를 무시하는 행동을 보이니, 시마즈 미츠히사로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더는 인내하지 않겠다. 수군은 지금 즉시 모든 전력을 동원하여 대두 왕을 참칭한 조센징을 끌고 와라!”
“”하이!!””
그렇게 사쓰마 함대는 오랜 재정비를 마치고 무려 220척 규모의 함대를 동원하였다.
긴코만에서 출정한 사쓰마 함대의 목표는 오스미 반도를 공격하는 대두국의 별동대 즉, 요한이 이끄는 선단이었다.
***
긴코만에서 출항한 수백 척의 함선은 곧바로 적이 있다는 오스미 반도 방향으로 움직였다.
“빌어먹을 해적 놈들 같으니. 그놈들 때문에 이게 무슨 난리야!”
“내 친척도 그놈들 때문에 지금 바다를 못 나가고 있어. 직업이 어부이신데 말이야.”
“아주 개 같은 놈들이군!”
사쓰마 병사들은 독이 바짝 오른 얼굴로 그와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유구 제도를 빼앗겼을 때만 해도 같잖다 여기며, 비웃기 바빴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대두국의 함대는 유구 제도를 넘어 사쓰마의 영토까지 공격하였다.
배에 탄 병사 중에는 대두국으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본 이들도 존재할 정도였다.
“잡히면 사지를 잘라 버리겠어!”
그렇게 독이 바짝 오른 사쓰마 함대는 순식간에 오스미 반도 동부 해안가까지 도달하였다.
“놈들이 북쪽으로 이동했다고?”
“하이!”
함대를 지휘하던 사쓰마의 수군 대장은 시마즈 가문의 시마즈 타다타카였다.
그는 요한의 함대가 남쪽이 아닌, 북쪽으로 달아났다는 소식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지간히 겁이 없는 놈들이군. 우리가 이만한 규모의 함대를 동원했는데, 달아나지 않고 오히려 더 깊숙이 들어오다니 말이야.”
시마즈 타다타카는 이를 갈며 ‘건방진 조센징’이라고 욕하였다.
안 그래도 그는 종형제인 시마즈 미츠히사의 소극적인 대응에 실망하고 있었다.
고작 대두국 따위를 상대로 소심하게 구는 것이 이해가 안 갔던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무시하던 대두국의 함대가 건방진 행동을 보이자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였다.
“쫓아라!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다!”
“하이!”
사쓰마의 함대는 북상하여 대두국의 함대를 쫓았다.
“각하! 여기부터는 오비 번의 영역입니다!”
몇 시간이 지나 오스미 반도 끝자락에 도달하였다.
더 북상하면 이웃 번인 오비 번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기에 사쓰마의 함대는 잠시 배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놈들이 어디로 간 것이냐? 설마 오비 번으로 넘어간 것인가?”
“그럴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애초에 그놈들은 오랑캐이지 않습니까? 오랑캐 놈들에겐 우리 사쓰마 번이든, 오비 번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겁니다.”
아직 대두국의 함대가 오비 번의 영역으로 넘어간 것을 확신할 단계가 아니었기에 시마즈 타다타카는 잠시 대기한 상태로 정보를 파악하였다.
곧 몇 가지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정보는 대두국의 함대의 항로였다.
“북쪽으로 계속 이동했다고? 그럼 오비 번의 영토로 넘어갔다는 뜻이 아닌가!”
“제가 생각하기에도 그렇습니다.”
“안 되겠군. 오비 번의 위기를 모른 척할 수는 없지! 이웃을 돕기 위해 우리도 북쪽으로 이동한다!”
물론 그는 오비 번이 대두국의 함대에 공격당하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솔직한 말로 오히려 통쾌하기까지 하였다.
원래 이웃 간에 사이가 좋은 경우는 드물었다.
사쓰마 번의 경우는 특히 확장 정책을 펼치며 한때는 오비 번을 침략하기도 했었다.
오비 번의 뒤에 막부가 없었다면, 사쓰마는 언제든 다시 오비 번을 침략할 것이다.
시마즈 타다타카는 그래서 내심 이번 일을 기회로 삼고자 하였다.
외부의 적이 침략했다는 빌미로 오비 번에 군사를 끌고 가 영향력을 행사할 생각을 한 것이다.
***
“대군을 이끌고 오비 번으로 넘어오다니. 지금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이오!”
오비 번의 반응은 그가 예상했던 것과 사뭇 달랐다.
사쓰마 함대가 오비 번의 영역으로 넘어오자, 좋아하기는커녕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해적들이 이쪽으로 왔을 텐데?”
“해적이라니. 사쓰마랑 싸우고 있다는 도이 놈들을 말하는 것이오?”
“그렇다만.”
“도이 놈들이 우리를 공격할 이유가 없지 않소! 그들과 전쟁하는 것은 당신들, 사쓰마인데!”
실제로 오비 번은 요한의 공격을 받지 않았다.
오비 번의 상선이 피해를 보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시마즈 타다타카는 그 사실을 믿지 못하였다.
외부 세력인 대두국의 함대가 오비 번과 사쓰마 번의 차이를 어떻게 알고 정확히 사쓰마 번만 공격한단 말인가.
“날 막지 마라. 분명히 이곳에 놈들이 왔다.”
“우리가 안 왔다는데, 당신들이 뭐라고 함부로 단정 짓는 것이오!”
“봤으니까! 놈들이 오비 번으로 향하는 것을 똑똑히 봤다! 그러니 나를 막지 마. 나를 막는다면 오비 번이 도이 놈들을 숨겨주는 것으로 간주하겠다!”
시마즈 타다타카는 거칠게 말하였다.
워낙 세력 차이가 크기 때문에 오비 번의 심기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오비 번의 심기를 거스르면서까지 함대를 북상시켰으나, 정작 오비 번의 영역에서도 대두국의 함대를 찾을 수 없었다.
“무슨 귀신도 아니고 이놈들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이냐?”
분명 그들이 파악한 바로, 대두국의 함대는 북쪽으로 이동하였었다.
그러면 당연히 오비 번의 영역에서 마주쳐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도록 대두국의 함대는 그림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뭣이? 놈들이 사쓰마 반도에 나타났다고?”
출정하고 이틀째 되는 날, 시마즈 타다타카는 놀라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오스미 반도에서 사라졌던 적의 함대가 바다를 삥 돌아 사쓰마 반도에서 나타났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빌어먹을! 이번에는 반드시 놈들을 쫓는다!”
“하이!”
이를 갈며 다시 서쪽으로 향하였다.
사과조차 하지 않고 떠나는 그의 모습에 오비 번의 번주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시마즈 타다타카는 다시 열심히 대두국의 함대를 추적하였다.
“또 사라졌다고?”
이번에도 허탕이었다.
분명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상선을 나포하거나 해안가에 포격을 가하는 등, 이 근처에서 활개치고 있었는데, 그들이 나타나자마자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설마 우리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는 건가?’
시마즈 타다타카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사쓰마 함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이렇게 적절한 시점에 치고 빠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대두국은 어떻게 그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인가, 이게 문제였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시마즈 타다타카로서는 ‘첩자’의 존재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함대를 열 개로 나누어 이 주변을 샅샅이 훑어라!”
“하이!”
첩자든 뭐든 일단 대두국의 함대를 잡아야만 했다.
언제까지 그들이 사쓰마의 영토에서 활개치고 다니는 것을 지켜만 볼 수는 없으니까.
“타니 칸조의 함대가 오랑캐 놈들을 찾았다고 합니다!”
“요시! 타니 칸조의 함대가 놈들을 잡고 있는 사이, 사방으로 포위해 오랑캐를 섬멸한다!”
“알겠습니다!”
함대를 열 개로 나누어 사방을 수색하니 마침내 대두국의 함대를 찾아낼 수 있었다.
시마즈 타다타카는 쾌재를 부르며 집결 명령을 내렸다.
수백 척의 함선이 모인다면 그 즉시 사방으로 포위하여 적을 격멸할 것이다.
하지만 시마즈 타다타카는 적의 의도를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대두국의 함대가 타니 칸조의 함대에 붙잡힌 것은 사쓰마 함대를 각개격파하기 위함이었다.
즉, 타니 칸조의 함대가 대두국 함대를 찾아낸 것이 아니라, 대두국 함대가 일부러 자신의 위치를 드러낸 것이라는 뜻이었다.
***
“겨우 스무 척으로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요한은 눈앞에 나타난 사쓰마의 함대를 보며 피식 웃었다.
천라지망을 펼쳐서 도주로를 봉쇄하려는 적의 의도 자체야 그 역시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그물이 헐거워도 지나칠 정도로 헐거운 것 같진 않았다.
“그대로 돌파한다.”
“어떤 배를 선두로 돌파하실 겁니까?”
“당연히 가장 전투력이 강한 장보고함을 선두에 세워야 하지 않겠어?”
장보고함의 함장인 번강의 물음에 요한은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대꾸하였다.
그런 요한의 말에 번강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딱히 걱정할 일은 없을 텐데 말이야.’
요한이 탑승한 배는 장보고함이었다.
당연히 번강으로선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요한은 자신의 함대가 상대를 압도할 것을 알기에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콰아아앙!
곧 요한의 함대와 적의 함대가 충돌하였다.
숫자는 비슷하였지만, 함선의 체급만 봐도 전투 결과는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사쓰마 함대 역시 자신들이 밀린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애초에 그들의 목표는 승리가 아니었다.
아군이 도우러 올 때까지 요한의 함대를 붙잡아두는 것.
설령 배를 모두 잃는다 해도 요한의 함대를 붙잡기만 한다면 그들의 작전은 성공한 것이 되었다.
‘100톤도 안 되는 작은 배로 이 장보고함을 막으려 하다니.’
장보고함은 단순히 크기만 큰 배가 아니었다.
실려있는 대포만 무려 34문이었다.
여기에 200명의 수병이 탑승해 있었는데, 이들 중 100명은 총병이었고 나머지 100명은 선원과 포병이었다.
그리고 그 200명의 수병은 하나같이 노련한 이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심지어 포병 장교 중에는 네덜란드 출신도 있을 정도.
콰아아앙!
“적선이 격침하였습니다!”
벌써 한 척의 배가 격침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였다.
다른 범선에서도 곧 적선을 격침하기 시작했고, 함포 사격만으로 순식간에 다섯 척의 함선을 격침하였다.
그러자 적들은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적이 백병전을 시도하려고 하는 거 같습니다.”
“그래 주면 우리야 고맙지.”
다급해진 적은 변수를 만들기 위해 백병전을 시도하였다.
물론 백병전이라고 불리할 이유는 없었다.
타타타탕!
배의 크기 차이가 워낙 크기에,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인 사격을 가할 수 있었다.
총병들이 세 차례 정도 일제사격을 가하면 적선의 선원은 전멸을 피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장보고함에 근접하여 백병전을 시도했던 적선들은 아무런 피해도 끼치지 못한 채 전멸하였다.
‘내가 나설 기회조차 없는데?’
요한은 창을 내려놓으며 픽 웃었다.
처음부터 승리를 예상했었지만, 막상 결과를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압도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