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다시 만난 악연
5일간 이어진 킹스턴 항구에서의 시음회는 예상을 뛰어넘는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무역 상인들은 물론이고, 주위의 판매상들이나 선원, 자메이카를 방문한 귀족들과 영국군 고위 장교들 사이에 T&S 커피는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특히 커피보다는 차를 주로 애용하던 자메이카 귀부인들까지 T&S 원두커피 맛을 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 1777년 10월 중순, 금요일.
킹스턴 항구에 정박하고 있던 어느 프랑스 상선의 선실 안.
빳빳한 풀을 먹인 새하얀 셔츠 차림의 중년 사내가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형···.”
“?”
“······.”
식사하던 질베르 뒤르켐은 칼질을 멈추고 동생을 올려다보았다.
“뭐 하는 거야? 불렀으면 말을 해야지? 왜?”
질베르의 핀잔에 동생 자크 뒤르켐이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형도 얘기 들었지? 킹스턴 항구 근처에서 원두커피를 무료로 맛보여주고 있는 업자가 있다고.”
다시 칼질을 해 큼지막한 고기를 입에 쑤셔 넣은 질베르 뒤르켐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두커피를 항구 앞에서 공짜로 주고 있다는 정신 나간 놈 말이야?”
“응.”
“흥! 뻔하지. 커피가 안 팔리니 그런 꼼수라도 부려 어떡하든 팔아보려는 수작인 거지.”
탁-
나이프를 내려놓은 질베르가 물었다.
“근데, 그게 왜?”
자크 뒤르켐이 대답 대신 형에게 되물었다.
“지금 그 원두커피를 나눠 주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
“누군데?”
“······.”
“이 자식이 오늘따라 왜 이래? 답답하게 굴지 말고 어서 말해봐. 대체 누군데 그러는 거야? 내가 아는 사람이야?”
동생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응. 아는 사람이야. 그것도 형이 아주 잘 아는 노인네.”
“노인네? 누군데?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자식아!”
“그게··· 알고 보니··· ‘스펜서’더라고. 데이비드 스펜서.”
순간 질베르 뒤르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손수건으로 입을 닦았다.
“난 또 뭐라고. 그 노인네가 여기 자메이카에서 커피 농사짓고 있었다는 거야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 몇 년 전에도 그 노인네가 재배했다는 별 볼 일 없는 커피도 직접 먹어봤고. 그때 개망신을 당하고 커피 농사는 완전히 접은 줄 알았더니 다시 시작했나 보구만.”
“맞아, 그땐 그랬지. 그런데, 아까 오전에 스펜서가 재배한 원두커피를 가뱅이 한 잔 얻어먹고 왔나 보더라고.”
“가뱅이 마셔봤다고?”
“응.”
가뱅은 뒤르켐 형제가 운영하는 뷔퐁 농장에서 커피 품질을 총괄하는 책임자였다.
“그래서 뭐? 우리 농장 커피보다 훨씬 뛰어나기라도 했다는 거야 뭐야?”
“형, 그 정도가 아닌 것 같아. 가뱅 말로는 완전히 다른 커피였다고. 진짜 살면서 그런 향과 맛의 커피는 처음이었다고 극찬을 했어.”
질베르 뒤르켐이 콧방귀를 꼈다.
“흥, 그래봤자지. 자메이카산 커피가 아무리 맛이 좋아져 봐야 거기서 거기지 무슨.”
“······.”
대답 없는 동생을 못마땅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질베르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근데, 그 괴팍한 노인네가 가뱅한테 커피를 줬다고? 가뱅하고는 몇 년 같이 일해서 얼굴을 잘 알 텐데?”
“응. 스펜서가 가뱅을 바로 알아보더래. 그런데, 웬일인지 스스럼없이 대했다는 거야. 심지어 가뱅이 머뭇거리니까 그동안 잘 지냈냐면서, 가뱅한테는 악감정이 없으니 괜찮다고 먼저 살갑게 다가섰대.
그러면서 말하길, 그때 그 일에 대해 뷔퐁 농장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는 거야. 단지 형한테만 감정이 있는 것뿐이래. 심지어 내 안부를 묻기까지 했다더라고.”
순간 눈썹이 움찔거리는 질베르 뒤르켐이었다.
스펜서는 30년간 동업자였지만, 커피 재배에 있어서는 그에게 스승과도 같은 어려운 존재였다.
하지만 그런 스펜서를 프랑스군에 스파이로 밀고해 쫓아낸 장본인이 바로 자신이었다.
“그래. 뭐,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 너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일처럼 내가 잘 꾸몄으니까. 근데 어차피 자메이카에서 커피 농사를 지었을 텐데, 그 맛이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그렇게 호들갑인 거야? 괜히 공짜라 더 맛있게 느껴졌던 거겠지.”
어떡하든 부정하려는 형의 말에 자크 뒤르켐이 머리를 저었다.
“그게 아닌 것 같아. 그냥 조금 더 나은 정도라면 내가 이러지도 않았지. 가뱅의 말을 빌리면, 그 향과 맛이 아직도 뇌리에서 잊히지 않을 정도로 정말 특별하고 강렬했대. 커피를 마시면서 완전히 다른 세상에 들어간 기분이었다고 했어. 자기 커피 인생에 이런 맛은 처음이었다고.”
거듭된 동생의 극찬에 심기가 몹시 불편해 보이는 질베르였다.
“무슨 소설 쓰냐? 그런 커피가 이 세상에 어딨어?”
형의 타박에도 자크 뒤르켐이 걱정스레 입을 열었다.
“그런데 형. 스펜서가 진짜 그런 대단한 커피를 재배했고, 만약에··· 그 커피를 ‘라베송 농장’이 가져간다면··· 그럼 어떻게 하지? 가뱅 말로는 라베송 농장 관계자들이 시음 장소에 여러 명 보였다는데?”
‘라베송 농장’이란 말에 갑자기 질베르가 버럭 언성을 높였다.
“뭐? 라베송 이라니? 그 자리에 라베송 농장 놈들이 있었단 말이야?”
“그렇다니까? 라베송은 물론이고, 뤼엘하고 샹프르망도 있었다고 했어. 지금 자메이카에 있는 프랑스 커피 무역상들 죄다 스펜서 커피 얘기뿐이라고.”
“이런, 썅-!”
라베송 농장 얘기가 나오자 애써 냉정을 유지하던 질베르 뒤르켐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가뱅이 스펜서의 커피가 정말 그렇게 특별했대?”
“특별한 정도가 아니야, 형. 가뱅이 세상에 그런 맛과 향을 내는 커피는 없을 거라고 극찬을 했다니까!”
“······.”
‘라베송 농장’은 생도맹그섬에서 커피농장과 무역업을 크게 하고 있었는데, 뒤르켐 형제의 뷔퐁 농장과는 라이벌 관계에 있었다.
그러다 최근 프랑스로의 커피 수출 경쟁으로 무척이나 사이가 틀어진 상태였다.
다른 나라의 식민지에서 대량의 값싼 싸구려 커피가 쏟아져 나오는 데다 프랑스에 수출하는 생두 가격마저 많이 내려가는 상황 속에,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생도맹그 섬의 커피 농장들은 급속히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 이때, 라베송 농장이 차별화된 고급 커피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저렴한 커피 수천 통을 수출하는 것보다, 고급 커피 백통을 판매하는 것이 훨씬 더 큰 마진이 남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수입 급감에 시달리던 뒤르켐 형제의 ‘뷔퐁 농장’ 역시 고급 커피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고, 그러다 보니 ‘라베송 농장’과 겹치는 시장을 놓고 피 튀기는 혈전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때에 정말 특별한 맛을 내는 값비싼 고급 원두커피가 있다면,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무엇보다 포화상태인 커피 시장에 대체 불가능한 특별한 맛의 고급 생두를 팔면서, 판매가 저조한 일반 생두도 함께 끼워팔면, 단박에 과거의 판매량을 회복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를 위해 뒤르켐 형제도 특별한 커피를 재배해보려 안간힘을 써봤지만, 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런데 라베송 농장이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자메이카에서 특별한 커피를 공급받아 프랑스로 수출하게 된다면, 뒤르켐 형제의 뷔퐁 농장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흠, 가뱅이 그렇게 칭찬할 정도면 스펜서의 커피가 정말 특별할 수도 있다는 건데···.’
웬만한 커피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가뱅의 까다로운 안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질베르로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정말 라베송 농장이 끼어들었다면 그냥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문제야. 그런데, 하필 스펜서가 재배한 커피라니··· 이 엿 같은 상황에 뭘 어떻게 해야 하지?’
형의 마음을 눈치챈 자크 뒤르켐이 조심스레 자기 생각을 전했다.
“형? 오늘 오후에 스펜서가 빌린 항구 창고에서 약식 경매를 통해 커피 생두를 그 자리에서 판매한다고 했어. 그래서 말인데··· 내가 한번 가볼까?”
동생 자크의 말에 질베르가 두 눈을 치켜떴다.
“네가··· 스펜서의 경매에 참여해 보겠다고?”
“그래. 라베송 농장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스펜서와의 악연 하나로 이렇게 넋 놓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잠시 고민하던 질베르가 동생에게 넌지시 물었다.
“스펜서가 너한테는 별 감정이 없다는 말을 정말 했대?”
자크 뒤르켐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분명히 나한테는 앙금 같은 거 없다고 말했대. 그래도 스펜서가 예전에 나를 많이 귀여워했었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놈 입장에서 우리를 곱게 볼 리가 절대 없을 텐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경매인데. 정말 물건이 좋다면 우리가 가격을 높게 불러 차지하면 그만인 거잖아?”
“꼬장꼬장하고 속 좁은 그 노인네 성격에 우리한테 정말 팔까?”
“못 팔 이유가 뭐가 있겠어? 그게 오히려 우리한테 복수하는 거로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어. 예전부터 자기 커피에 대한 자부심 하나는 끝내주는 양반이었잖아?”
“우리한테 인정받는 게 바로 복수라고 생각하고 있다?”
“바로 그거지! 거기다 이젠 시간도 꽤 지나서 감정도 많이 죽지 않았을까? 솔직히 말해서 자메이카로 도망갈 때, 알면서도 우리가 신고 안 한 거잖아? 신고했으면 지금까지도 감옥에 처박혀 있었을걸? 그걸 스펜서가 고마워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알고는 있을 거란 말이야.”
“······.”
“거기다 가뱅 말로는 스펜서 옆에 잘 차려입은 신사가 하나 있는데, 스펜서의 깍듯한 태도로 보아 동업자 이상인 관계 같다는 거야. 그 사람이 커피 농장의 주인일 수도 있고. 그러면 우리 입장에서는 접근하기가 더 좋은 거 아니겠어?”
“흠··· 스펜서가 농장의 주인이 아닐 수도 있겠네?”
“그렇지! 그러니까 형? 형은 나서지 말고, 내가 한번 가볼게. 가서 그 양반의 진짜 마음도 살펴보고, 농장 주인이 누군지도 보고. 정말 괜찮다면 우리가 경매로 따내면 되는 거잖아. 안 그래?”
“······.”
* * *
킹스턴 항구 앞, T&S 커피 농장 임시 창고.
약속했던 오후 3시가 다 돼가자 꽤 넓은 창고 안에는 많은 상인으로 북적였다.
커피를 취급하는 무역상뿐만 아니라, 커피 무역을 다루지 않는 상인들도 많이 참석해 있었다.
태오 농장의 원두커피 맛에 매료되어 경매에 참여한 것으로 보였다.
3시가 넘어가자 시간을 확인한 태오가 말했다.
“스펜서 씨, 이제 시작하시죠?”
“네. 그렇게 하지요.”
그런데 바로 그때, 창고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섰다.
끼이익-
두 명의 남자였다.
‘···?’
그런데 들어오는 남자들과 시선이 마주친 스펜서 씨의 감정이 이상하리만큼 요동치는 것이 태오의 눈에 잡혔다. 반년 넘게 봐오면서 처음 느껴보는 격한 감정이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그의 표정은 차분하기만 했다.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스펜서 씨의 감정에 태오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뒤늦게 들어온 남자 하나가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프랑스 억양이 강하게 섞인 영어로 정중하게 인사했다.
“스펜서 씨? 그동안 잘 계셨어요?”
“그래, 자크. 자네 참 오래간만이구만.”
태오는 미소 짓는 두 사람의 얼굴 뒤로 보이는 섬뜩하고도 날 선 감정에 주목했다.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사이야. 그런데 상당한 경계와 탐색을 하면서 견제하는 감정으로 가득하네? 이런 감정은 대부분 아주 좋지 못한 앙숙 관계일 때 나오는데··· 프랑스 사람과의 앙숙 관계라···.’
잠시 그들의 태도를 지켜보던 태오의 머릿속에 불현듯 스펜서 씨의 옛 사연이 떠올랐다.
‘스펜서 씨가 생도맹그에서 커피 농장을 할 때 알던 사람들인가?’
스펜서 씨는 나름 공손하게 남자를 대했지만, 뭔가 오랜 세월 이 시간만을 기다려 온 사람처럼 흥분에 달떠 있었다.
‘겉으로는 평온을 가장하고 있지만, 둘 다 언제라도 칼을 뽑을 것 같은 분위기야···. 그럼, 혹시 스펜서 씨를 배신했다는 그 프랑스 생도맹그 사람들인가? ···어? 그러고 보니 진짜 그런 것도 같은데?’
그런데 그때, 무척 불편한 시선으로 자크라는 남자를 노려보고 있는 세 사내의 모습이 태오의 시야에 잡혔다.
‘?’
분명 스펜서 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자크를 적대적인 눈빛으로 힐끔거리며 자기들끼리 속닥거렸다.
‘저건 또 무슨 그림이지? 스펜서 씨와 앙숙 관계인 것 같은 자크라는 남자의 등장에, 또 그 자크를 노골적으로 경계하는 남자들이라···.’
태오가 이들의 삼각관계를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을 때, 스펜서 씨가 자크를 데리고 다가왔다.
“샌더슨 경.”
“네?”
“이 분은 내가 예전에 있었던 뷔퐁 농장 주인의 동생입니다.”
뷔퐁 농장이라면 태오의 예측이 맞았다.
“아, 네. 안녕하세요? 테오 샌더슨이라고 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샌더슨 경. 자크 뒤르켐이라고 합니다. 샌더슨 경께서 이 커피 농장의 주인이신가 보죠?”
“아, 네. 뭐 형식적으로는 주인이긴 한데, 사실상 스펜서 씨와 함께 동업을 하고 있습니다.”
“네! 그렇군요. 하하하.”
태오가 주인이라는 말에 자크 뒤르켐이 기쁜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그 사이 스펜서 씨가 단상으로 올라가 경매 시작을 알렸다.
“우리 T&S 커피 생두 구매를 위해 여기까지 오신 모든 분께 먼저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다들 바쁘신 분들이니 바로 경매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오늘 경매로 내놓을 1차 분량은 저기 보이는 10lb(약 4.5kg)짜리 통으로 2,000통의 잘 건조한 커피 생두입니다. 물량은 앞으로 며칠 뒤에 2차······”
스펜서 씨가 경매 물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간단히 한 후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태오가 올라가 본격적인 경매를 진행했다.
곧 커피 생두에 대한 호가가 이어졌다.
눈매가 부리부리한 중년의 사내가 크게 외쳤다.
“1,000통에 2천 파운드 걸겠소!”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 호가가 터져 나오며 가격 경쟁에 불이 붙었다.
“1,000통에 2천 5백 파운드요!”
“1,000통에 3천 파운드 겁니다!”
“3천 5백!”
“3천 8백이요!
묵묵히 호가 경쟁을 지켜보던 자크 뒤르켐에게 가뱅이 속삭였다.
“라베송 농장 사람들은 일단 지켜만 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차라리 우리가 먼저 세게 불러 볼까요?”
“흠···.”
고민하던 자크 뒤르켐이 다시 한번 확인하듯 물었다.
“가뱅, 저 커피가 정말 특별했던 게 확실하지?”
“아유, 말도 마십시오. 내 평생 그런 원두커피는 처음입니다. 엄청나게 좋았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괜히 라베송 농장주까지 경매에 참여했겠습니까?”
자크 뒤르켐이 라베송 농장주를 힐끔 훔쳐보고서는 머리를 끄덕였다.
“···하긴.”
가뱅은 애가 탄다는 듯이 재촉했다.
“이러다 기회 다 놓치겠습니다! 차라리 지금 확 기죽일 만한 큰 액수를 과감하게 던져버리죠? 이렇게 두면 괜히 가격만 야금야금 더 뛰게 될 겁니다.”
고민하던 자크 뒤르켐이 결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좋아. 한번 달려보자고! 저 늙은 구렁이의 커피라서 마땅치는 않지만, 실력은 확실히 있으니까 믿어 보는 거지 뭐. 가뱅! 아까 우리가 의논한 가격으로 지금 확 올려서 불러!”
“네!”
자크의 허락이 떨어지자 가뱅이 기다렸다는 듯이 정해놓은 가격을 크게 외쳤다.
“2,000통에 2만 파운드(약 30억)!”
순간 호가 경쟁으로 어수선했던 주위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