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그레디 남작의 관심
“들어가시죠.”
“네.”
상담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서로 정식으로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테오 샌더슨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로건… 아니, 그레디 모리슨입니다.”
로건 작가의 본명은 그레디 모리슨이었다.
그런데 그의 외형은 글에서 풍기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훤칠하고 수려한 외모에 밝은 미소는 여느 귀족 청년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귀족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글을 쓴 작가라는 사실이 쉽게 상상이 가질 않았다.
“모리슨 경, 여기 앉으시겠어요?”
“네, 감사합니다.”
태오는 갓 추출한 쥬바 스페셜 커피를 대접했다.
커피 맛을 본 그레디는 흠칫 놀란 표정이었다.
“선물로 주신 커피도 굉장했는데, 이 커피는 향이나 맛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군요. 카페 직원들의 능숙한 솜씨로 갈아 낸 거라 다르게 느껴지는 걸까요?”
“아닙니다. 지금 드시는 커피는 선물로 드린 것과는 조금 다를 겁니다. 왕실에만 납품되는 스페셜 커피거든요.”
“아, 그렇군요. 어쩐지….”
태오는 처음 들어올 때부터 커피를 마시는 지금, 이 순간까지 그의 표정과 행동을 자세히 살폈다.
눈동자나 미세한 손동작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어떤 성향인지 알아내려 애썼다.
그러나 파악이 전혀 되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레디 모리슨 역시 태오를 열심히 관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관찰자가 되어 버린 상황에서는 상대의 성향이나 감정을 제대로 찾아낼 수가 없다.
이 사실을 눈치챈 그레디가 먼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훗- 이런 기분은 처음이네요.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상대를 관찰하면서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려 하는 조금 나쁜 버릇이 있는데, 샌더슨 경도 그런가 보네요.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열심히 살피고 있다니… 후후. 이거 너무 재밌네요.”
“하하. 역시 치밀한 글을 쓰시는 로건 작가님답군요. 마음을 이렇게 들킨 적은 저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우리 서로 비슷한 성향인 거로 치고, 지금부터는 재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보죠?”
“네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하하.”
그렇게 숨 막히는 탐색전은 얼마 가지 못하고 끝이 나고 말았다.
가식을 벗어던진 태오와 그레디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 사이 커피는 네 번이나 새로 채워졌다.
“허- 개빈 머레이가 샌더슨 경의 중매 의뢰인으로 왔었다니, 전혀 몰랐던 얘기입니다. 정말 그런 우연이 다 있을 수 있군요?”
“네, 저도 지금까지도 신기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신이 도운 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렇더라도, 샌더슨 경은 그때 이미 개빈 머레이를 수상하게 생각하고 체크하고 있었단 말이 되겠네요? 그렇게 해서 범인으로 추정하고 쫓게 된 것이었고요.”
“네, 당시 갑작스럽게 벌어진 이상한 연쇄 살인 사건에 저도…….”
그레디는 개빈 머레이에 관련한 사건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고, 태오는 그레디의 소설에 대해 가졌던 의문점들을 쏟아 냈다.
“작가님의 ‘LOVE’를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고귀한 신분’에 대한 비판이 곳곳에 숨어있던데, 정작 작가님 본인 역시 귀족이지 않습니까?”
“제가 귀족이기에 그 실체를 알고서 비판할 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실제로 귀족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 오히려 귀족의 ‘고귀한 신분’을 신봉하거나 마치 피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으니까요.”
“그렇겠군요.”
* * *
어느덧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이 됐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제가 바쁘신 분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던 건 아닌지….”
태오의 말에 그레디가 아쉬워했다.
“아닙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들었던 분이라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궁금했는데, 직접 이렇게 대화를 나눠보니 제가 가진 지식이 한없이 짧게만 느껴지네요.”
“무슨 말씀이세요?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닐까 합니다. 모리슨 경께 제가 훨씬 더 많이 배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태오가 조심스레 물었다.
“모리슨 경.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인연을 이어가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눠보는 게 어떨까요?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아무 때나 카페에 들러서 저를 찾아 주시면 바로 내려오겠습니다.”
“하하. 저 역시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거 또 마음을 들켰네요.”
태오는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중매 관련 얘기까지 사실대로 털어놓기로 했다.
“그리고, 제 직업이 결혼 중매인이라는 걸 잘 아실 테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직 미혼인 모리슨 경께 딱 맞는 숙녀가 있으면 소개해 드리고 싶군요. 오늘부로 친구가 됐으니, 단순히 의뢰인이 아닌 친구로서 좋은 여성분이 생기면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괜찮을까요?”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완곡히 거절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긍정적인 분위기의 답이 돌아왔다.
“샌더슨 경의 중매방식을 소문으로 듣고 개인적으로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결혼관과도 비슷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제 형편이 썩 좋지 못해 결혼은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망설여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대중 소설가의 삶을 지지하고 내조할 만한 여성이 과연 있을까요?”
“그런 건 염려하지 마세요. 자랑하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저는 최적의 상대를 찾아 주는 재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이제 속을 터놓는 친구가 됐으니, 일반 의뢰인들보다 더 특별히 신경 써드리고 싶네요. 제가 앞으로 정말 괜찮은 숙녀가 있으면 계속 소개해드 리기로 하죠. 모리슨 경은 그저 만나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이거 참… 아무튼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 런던 세인트 제임스, 프라이스 공작부인 저택.
“한 달이 다 되도록 아무 연락이 없길래, 소개를 포기한 줄 알았는데, 갑자기 괜찮은 상대라도 나타난 건가요?”
태오는 그레디와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공작부인 집을 찾았다.
그런데 공작부인이 먼 곳으로 외출을 나가 있어, 에바가 공작부인을 대신해 태오를 맞았다.
“혹시 내일 시간 되시나요?”
“내일은 안 될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어서요.”
“그럼, 내일이나 모레도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이번 주 내내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다음 주부터 가능합니다.”
이번 주말 그레디 모리슨은 먼 곳의 친척 결혼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왕복해서 최소 2주는 걸릴 긴 여정이라고 했다.
이번 주에 만나지 못하면, 이 둘은 한 달이 지나서야 볼 수 있었다.
“많이 바쁘신 일이 있나 보네요?”
“독서클럽 토론회가 내일모레부터 이번 주말까지 있어서요.”
“토론회를 하루종일 하는 것도 아닐 테니, 시간 외에 잠깐 짬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요. 이번 토론회는 저한테는 너무 의미 있고 중요한 행사라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저번에 했던 약속과는 다르군요. 누굴 데리고 와도 만나주신다고 하셨는데?”
그러나, 에바는 이번 주에 절대 시간을 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작품을 가지고 토론회를 할 예정이라서요. 토론을 위해 미리 준비를 해둬야 할 것이 많아서 시간을 낼 수가 없어요.”
“제일 좋아하는 작가라면, 혹시… 로건 작가 작품으로 토론회를 한다는 건가요?”
에바가 화들짝 놀라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아셨죠?”
“저번에 서재 책장에 꽂혀 있는 로건 작가 책을 보고서 알았습니다.”
“…아, 네.”
태오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라일리 양. 그 독서 토론회에 외부 사람도 참석할 수 있나요?”
“물론 참석은 가능하지만, 저와 맞선을 보려는 남자를 데려오려는 것이라면 안 그러셨으면 해요.”
눈치 빠른 에바는 사전에 부담스러운 상황을 차단하려 들었다.
“데려가는 신사분께는 라일리 양이 맞선 상대라는 사실을 숨기고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괜찮지 않을까요?”
“그런 독서회를 그분이 굳이 참석하려고 할까요?”
“소개해 드리려는 분이 대중문학에 상당한 관심과 지식을 가지신 분입니다. 아주 재밌는 시간이 될 거예요. 라일리 양도 결혼을 위한 딱딱한 만남보다는 자연스럽게 한번 눈여겨 볼 수 있으니 부담도 없고 좋지 않을까요?”
“…….”
“그 신사분께는 라일리 양이 맞선 상대라는 걸 끝까지 입 다물고 있겠습니다. 라일리 양이 그날 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아예 소개조차 안 해드리는 걸로 하죠. 그러면 서로 민망할 일도 없이 깨끗이 정리되는 거니까요.”
듣고 보니 자기에게는 크게 손해 볼 건 없어 보이긴 했지만, 맞선 상대를 독서회에까지 데리고 오겠다는 태오의 무리수가 에바는 영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뭔가 굉장히 자신 있어 하시는 것 같네요? 제가 그분을 보고 첫눈에 반하기라도 할 것처럼?”
“하하. 라일리 양이 반하게 되면 서로 좋은 일 아닌가요?”
에바가 코웃음을 흘렸다.
“훗- 글쎄요.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나긴 할까요? 독서회에서 다툼이나 나지 않으면 다행이겠죠.”
“다툼이라니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데리고 오시는 분은 분명 귀족일 텐데, 로건 작가님의 작품이 이 사회의 무지한 남성 귀족들한테는 아주 불쾌한 내용이 될 게 뻔하니까요.”
“하하.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그런 모든 면을 포함한 모습을 제대로 지켜볼 수 있는 기회니 괜찮지 않겠습니까?”
“…….”
“독서 토론회 장소는 정했나요?”
“도서 대여점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변경이 가능하다면, 저희 카페 안쪽으로 20명 정도가 들어올 수 있는 괜찮은 분위기의 접대룸이 있습니다. 거기서 하시는 게 어떻겠어요?”
요즘 켄싱턴 T&S 카페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 장소였다. 에바 입장에서도 도서 대여점에서 눈치를 보며 토론을 진행하는 것보다야 여러모로 나은 제안이었다.
“뭐, 거기서 하면 나쁘진 않겠네요….”
“그럼 그렇게 알고 내일모레부터 이번 주말까지 자리를 빼놓도록 하겠습니다. 독서회 시간을 알려주십시오.”
“…….”
* * *
태오는 에바와 만남 후 곧장 켄싱턴 결혼정보회사로 돌아왔다.
그런데 마침 그레디 모리슨이 카페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것이 아닌가.
태오는 쾌재를 부르며 그레디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모리슨 경? 오늘도 오셨네요?”
“아, 샌더슨 경. 일 보고 오셨나 봅니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태오가 조심스럽게 운을 띄었다.
“저기 모리슨 경?”
“네?”
“내일모레부터 모리슨 경의 작품을 가지고 독서회가 열린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뭐, 여기저기 제 책으로도 독서 토론을 한다는 소리는 가끔 들었습니다. 워낙 사회비판적인 부분이 많아서요.”
“그런 독서회에서 모리슨 경의 글에 대한 평가를 직접 들어본 적이 있으세요?”
그레디가 쓴웃음을 지었다.
“직접 들어본 적은 없지만, 비난을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비난도 많지만, 모리슨 경을 열렬히 좋아하는 독자들도 많습니다. 이번에 직접 들어보시지 않을래요?”
“제가 직접이요?”
“네, 물론 아무도 모리슨 경이 로건이라는 것을 모를 테니, 가서 한번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겠어요?”
“글쎄요. 그런 게 과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군요.”
“모리슨 경처럼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 독자들 비평에 상처받을 일은 없을 테고, 독자들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
“결국 뭐라 그래도 대중을 상대로 소설을 쓰는 작가이니, 모리슨 경에 대한 대중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앞으로 글을 쓰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레디가 긍정적인 표정으로 바뀌자 태오가 얼른 토론회 장소를 알렸다.
“마침 내일모레부터 3일 동안 저희 카페 뒤편 VVIP 접대룸에서 작가님의 ‘LOVE’에 대한 독서 토론회가 열립니다. 커피도 마시러 올 겸에서 들러보시죠?”
그레디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이틀 뒤, 테오 결혼정보회사 VVIP 접대룸.
한 남자가 ‘LOVE’ 책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오늘 토론을 위해 이 책을 오랜만에 다시 읽긴 했지만, 다시 읽어도 뭔가 찜찜한 기분으로 글이 마무리되더군요. 다섯 권이나 되는데, 마지막이 그러니 좀….”
흰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고갯짓을 하며 남자의 말에 동의했다.
“맞아요. 순진했던 카이든 네빌이라는 젊은 귀족 청년이 술집에서 처음 본 부유한 상인의 딸에게 첫눈에 반해 사귀다가, 버림을 받고, 결국 배신감에 복수한다는 뻔한 내용인데, 마지막이 너무 모호하게 끝나서 먹다가 만 음식처럼 기분이 썩 좋지 않더군요.”
소설 속에서 가난한 귀족 카이든은 나탈리와 사귀지만, 그녀는 이후에 더 잘생기고 부유한 젠트리 남자 아론을 만나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고, 얼마 안 가 성대한 결혼식까지 올린다.
배신감과 복수심에 불타오른 카이든이었지만, 돈도 없고 권력도 없던 가난한 귀족 집안의 카이든에게는 절망뿐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카이든에게 몇 년 뒤 기회가 찾아온다.
자식 없이 죽은 먼 친척에게서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게 된 것이다.
하루아침에 큰 부를 거머쥐게 된 카이든은 이제 복수를 꿈꾼다는 내용으로 소설은 전개된다.
길쭉한 얼굴의 남자가 자기 말에 동조하는 분위기에 신이나 떠들었다.
“로건이란 작가가 글솜씨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전반적으로 구성력이나 개연성이 매끄럽지 못하고 엉성한 거 같아요. 집착에 빠질 정도로 사랑에 빠져서 인생을 낭비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가 답답할 정도로 변화가 없고요. 물론, 뭐 그러니 인기가 없는 거겠지만요, 하하.”
자기 책에 관한 그들의 냉정한 평가를 듣고 있던 그레디 모리슨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피식거리고만 있었다.
태오는 독자들의 반응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인간의 감정에 관한 갈등과 주체성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에는 시대가 아직 이르긴 하지….’
그런데 그때, 잠자코 있던 에바 라일리가 말문을 열었다.
“저는 이 소설이 단순히 지독한 사랑에 빠져서 집착으로 넘어간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에바의 의견에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그럼 라일리 양은 이 소설이 무엇을 담으려 했다고 생각하시죠?”
얼굴 길쭉한 남자가 퉁명스레 물었다.
“저는 이 소설의 작가는 진짜 사랑의 감정이 무엇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했고, 그것에 관한 얘기를 담으려 했다고 생각해요.”
“진짜… 사랑의 감정이라니요?”
“주인공 카이든이 보여준 사랑의 모습은 자신의 주체성을 가진 사랑이 아니었던 거죠.”
다들 의아한 표정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에 웃고 울면서 감정에 충실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였는데, 그 감정은 모두 가짜란 얘기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라일리 양의 말은 카이든의 사랑이 가짜였다?”
“네, 남자 주인공 카이든은 ‘사랑’이란 감정을 처음으로 마주친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자기의 진짜 감정을 잃어버리죠. 그리고 가짜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게 긴 세월을 가짜 사랑에 몸부림치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소 자기의 진짜 감정을 되찾게 되는 거고요.
그래서 전 이 소설이 단순한 사랑 얘기가 아니라 자기가 잃어버린 자기감정을 찾아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레디 모리슨이 상체를 세워 에바를 힐끔 쳐다봤다.
시종일관 따분한 표정으로 콧방귀만 끼던 그레디가 처음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