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공작 가문의 친손자 (1)
1779년 9월.
가을이 찾아온 런던에는 어떤 소문 하나가 사람들의 입에 크게 오르내렸다.
유서 깊은 에드워즈 공작 가문의 진짜 손자가 며칠 내 런던에 도착한다는 내용이었다.
-얘기 들었어요? 에드워즈 공작 가문의 숨겨진 적통 손자가 자메이카에 살고 있었대요.
-정말이요? 와- 작고하신 벤틀리 에드워즈 공작님이 살아생전에 이 사실을 들었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좋아하긴 뭘 좋아해요. 분명히 가짜일 텐데. 사기꾼이라고 벌써 소문이 파다하던데요?
-만약 진짜 벤틀리 공작의 손자가 자메이카에서 오게 되면, 개럿 에드워즈 공작님은 어찌 되는 거죠?
-뭐… 작위야 당분간 그대로 가지고 계시겠지만, 자메이카에서 오는 사람이 진짜 벤틀리 에드워즈 공작의 친손자라면 물려받은 재산 중 상당 부분을 토해내야 할걸요?
그러나 배를 타고 멀리 떠나버린 사람을 찾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고 끝내 아들의 행방을 찾지 못한 벤틀리 공작은 노환과 지병으로 죽음을 맞게 되고, 가문의 지위와 재산은 전부 친동생 개럿 에드워즈에게로 넘어갔다.
여기까지만 보면 상속받을 아들이 없어서 사촌이 상속을 받게 된 이야기로서, 이 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스토리 중의 하나로 특별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공작의 작위를 물려받은 개럿 에드워즈가 ‘나의 사랑하는 에드워즈가를 위하여’라는 책을 수년 전 발간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자서전 형태의 이 책에는 에드워즈 공작 가문이라는 무거운 지위를 뜻하지 않게 받게 된 개럿 공작의 진솔한 소회와 고민이 인간미 있게 잘 담겨 있었다.
공작 지위를 상속받지 않았다고 해도 충분히 안락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지만, 모두가 떠나버린 가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개럿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안겼다.
더구나 그 책 안에는 향후 공작 가문의 적통 행세를 하며 터무니없는 요구를 할 자가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예언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었는데, 이것이 뒤늦게 지역 신문에 다루어지면서 큰 화제를 몰고 온 것이다.
그 때문이었을까?
에드워즈 공작가의 친손자라고 주장하는 자는 런던에 발을 내딛기도 전에 세간의 비난과 불편한 시선에 직면해 있었다.
도대체, 누가 왜 이 가짜 손자를 데리고 와서 개럿 에드워즈 공작을 괴롭히려 하느냐로 런던은 연일 시끄러웠다.
◈ 며칠 후, 런던 에드워즈 공작의 타운하우스.
“여기까지 힘든 발걸음을 하게 해서 무척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태오 앞에 인자한 미소를 띠며 미안해하는 노신사는 개럿 에드워즈 공작이었다.
“아닙니다. 고명하신 공작님을 이렇게 직접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저야말로 유명한 샌더슨 남작을 만날 수 있어 참으로 기쁩니다.”
전통 있는 공작 집안에서 오랜 세월 배우고 자란 탓인지 개럿 에드워즈 공작의 매너는 무척이나 훌륭했다.
꼿꼿했지만 거만하지 않았고, 억양과 말투에서는 기품이 넘쳐흘렀다.
움직임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려는 듯이 신중했다.
‘전형적인 이 시대 공작의 표본이야. 사람들이 그렇게 칭송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그는 스스로 높은 자존감과 상대에 대한 존중으로 격이 다른 말투와 훌륭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는 내내 그의 진짜 감정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의도적으로 감정을 숨기고 있어….’
아마도 긴 세월 동안 자신의 감정을 감추며 사람을 대하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진 것 같았다.
“내가 오늘 이렇게 남작님을 직접 부른 이유는 결혼정보회사에 개인적인 일을 의뢰하기 위해서입니다.”
태오도 개럿 공작이 부른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이틀 전 런던에 도착한 리오 에드워즈의 소식이 꽤 떠들썩하게 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돈을 뜯어내려고 쇼를 한다면서 ‘리오’라는 청년을 손가락질했다.
더욱이 그를 데리고 온 사람이 바로 개럿 공작의 동생인 제프리 에드워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더 심하게 오르내렸다.
많은 사람은 재산을 많이 물려받지 못한 동생의 터무니 없는 모략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었다.
더구나 제프리 경은 평소에 행실이 좋지 않기로 유명했기 때문에 이 의견에 더 힘이 실릴 수밖에 없었다.
“하- 사실 그저께 리오 에드워즈라는 청년이 우리 집을 찾아 당당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말 그 청년이 우리 집의 사람이라면, 우리 가문의 피가 조금이라도 흐른다면, 비슷한 구석이 있어야 하는데, 어느 한 군데도 닮은 곳이 없더군요.”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깊은 한숨을 내쉰 개럿 공작이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리오라는 청년은 혼자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기가 결혼할 여자라면서, 글쎄 자메이카 농장주의 딸까지 데리고 왔지 뭡니까?
그래서 여자에게 아버지의 허락은 받고 온 거냐고 물으니 대답을 못 하더군요.
큰돈을 뜯어내 런던에서 잘 살 수 있다는 허황된 꾐에 빠져 앞뒤 재지도 않고 함께 도망쳐 나온 게지요.”
리오 에드워즈가 자메이카에서 농장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곳 농장주의 딸과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까지는 알지 못했다.
“사실 난 그 리오라는 청년에게 악감정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저 애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사달이 일어나게 만든 내 동생 제프리 녀석은 정말 용서할 수가 없겠더군요. 가문의 명예에 먹칠해도 유분수지….”
개럿 공작은 동생을 흉보며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데, 공작님께서 저를 특별히 부르신 이유가…?”
“집안일이라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지금 제프리는 있지도 않은 가짜 친손자를 내세워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 어떡하든 돈을 뜯어낼 궁리를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는 그 녀석의 비열한 수단에 놀아날 생각이 없습니다. 그동안 도박자금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빌리고 탕진했는지 안다면 더욱 그럴 수 없는 일이죠.
그래서 어떡할까 고민을 하다가 샌더슨 경의 결혼정보회사의 신뢰성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
최근 사람들 사이에서는 테오 결혼정보회사에 회원으로 등록이 되면 국가기관에서 인정하는 것보다 더 신분이 확실한 사람으로 취급받았다.
뛰어난 정보조사관들의 활약과 태오를 중심으로 한 매칭 매니저들의 세밀한 심리분석 덕에 그 사람의 신분은 물론 품성까지 간접적으로 증명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럿 공작이 정말 억울하시긴 하나 보네. 나에게 직접 이렇게 의뢰까지 하는 걸 보니.’
감정을 철저히 숨기는 면이 있었지만, 진심으로 가문을 생각하고 태오에게 정중하게 의뢰를 부탁하는 모습을 보니 그의 본심이 어느 정도 느껴졌다.
그리고 정보력이 좋기로 유명한 태오의 회사에 일을 맡겨 가짜라는 걸 밝히길 바랄 정도라면, 리오 에드워즈가 가짜라는 확신도 있는 듯했다.
‘내 마음이 이 정도니, 사람들이 리오라는 청년에 대한 적개심이 클 수밖에 없겠구나.’
개럿 공작은 현재 리오 에드워즈가 머물고 있는 동생 제프리의 집을 태오에게 알려주었고, 결혼정보회사에 등록 의뢰를 위한 비용 일체를 선불로 지급하였다.
그리고 현관으로 나가는 태오를 개럿 공작은 직접 배웅까지 하면서 거듭 부탁했다.
“샌더슨 경, 우리 가문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공정하고 올바른 조사를 꼭 좀 부탁드립니다. 더는 외부 세력에 의해 우리 가문이 흔들리는 걸 두고 볼 수가 없군요.”
“네, 공작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공작은 따뜻한 미소와 함께 태오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두드렸다.
◈ 2주 뒤. 테오 결혼정보회사, 5층 대표실.
그레고리 도슨 정보조사관이 태오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2주 전 개럿 에드워즈 공작의 부탁을 받자마자 리오 에드워즈에 관한 조사를 정보조사관 도슨 씨에게 맡겼었다.
도슨 씨는 리오 에드워즈에 대한 무성한 소문 때문인지 평소보다 조사에 더 공을 들였다.
도대체 어떤 심정으로 자메이카에서 여기까지 건너와 이런 무모한 사기극을 벌이는지 상당히 의아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당장 자메이카까지 가서 행적을 조사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도슨은 일단 리오가 친아버지라고 주장하는 딜런 에드워즈 경에 대한 행적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개럿 공작의 자서전 내용과 다른 사실을 발견했다니요?”
“네, 조사 중에 20여 년 전, 딜런 에드워즈 경이 리버풀에서 어느 여성과 결혼을 했고, 지역 교구의 국교회 목사가 예식을 진행했다는 것을 몇몇 증인들에 의해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6개월 이상을 머물다가 아들을 낳게 되었는데, 신생아의 출생을 기록하는 명부에까지 이름을 올렸다고 하네요.”
“……?”
“그리고 1년 뒤, 딜런 에드워즈 경은 아내, 그리고 아들을 데리고 북아메리카로 향하는 배를 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 지역 교구의 신생아 명부를 확보해 보면 그 말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겠군요?”
도슨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그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 지역 교구에서 기록을 보관하던 곳이 십여 년 전에 불이 나면서 모든 기록이 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
이상했다.
분명 개럿 에드워즈 공작의 자서전에서는 딜런 에드워즈가 바로 영국을 떠난 것으로 적혀있었다.
물론 그것도 추측에서 나온 기록일 수 있겠지만, 책에서는 꽤 그럴듯한 근거를 대면서 딜런 에드워즈는 마치 아이를 낳은 적이 없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었다.
심지어 딜런 에드워즈 경과 도주한 하녀는 해외로 나가자마자 문란한 사생활로 인해 다른 남자의 아이를 뱄다는 적나라한 이야기까지 써놓고 있었다.
태오의 표정을 살피던 도슨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대표님… 이건 오랜 경찰 생활을 했던 저의 직감인데요. 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어떤 판단도 섣불리 내릴 수 없지 않나 합니다. 아무래도 제프리라는 공작 동생과 그리고 문제의 리오 에드워즈까지 모두 만나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태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레고리 도슨 정보 조사반장이 2주간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태오는 다음날 개럿 에드워즈 공작의 동생인 제프리 에드워즈를 만나러 갔다.
아무래도 리오를 자메이카까지 가서 데리고 온 그의 설명을 들어봐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함께 있을 리오 에드워즈도 살펴보기로 했다.
따각- 따각- 워- 워-
“도착했습니다요, 나리.”
제프리는 코번트 가든 근처에 살고 있었다.
그렇지만 유서 깊은 공작 가문의 자손이라고 하기에는 형편없는 수준의 집에서 기거하고 있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도박과 유흥으로 가진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몇 년 전 이곳으로 들어와 살고 있다고 한다.
“처음 뵙겠습니다. 테오 샌더슨입니다.”
“반갑습니다. 제프리 에드워즈입니다.”
짧은 안부인사를 나눈 후 자리에 앉은 태오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리오 에드워즈 씨는 집에 없나 봅니다?”
“네, 외출했습니다. 런던 근방을 다녀오느라 2~3일 정도 걸릴 겁니다.”
리오와 함께 왔다던 로라라는 아가씨의 사촌을 만나기 위해 잠시 여행을 간 모양이었다.
내온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개럿 공작을 언급하자 제프리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 샌더슨 경이 알고 싶은 게 정확히 뭡니까? 도대체 개럿이 뭐라고 하던가요?”
그는 다소 흥분해 있었지만, 소문과 달리 예의가 없지는 않았다.
공작 집안 출신답게 어릴 때부터 잘 훈련된 매너가 몸에 배어 있어서 개럿 공작이 그랬듯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형 얘기가 나오자, 숨겨 둔 분노의 감정이 미세표정과 몸짓을 통해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하대하듯 개럿 공작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서 저주 섞인 말을 대화 중에 툭툭 뱉어냈다.
악감정이 쌓이게 된, 두 사람만의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연 속에 리오 에드워즈의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단서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