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공작 가문의 친손자 (2)
제프리 에드워즈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형 개럿 공작을 비난했다.
“개럿은 아주 무서운 인간입니다. 자기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요. 개럿에게 의뢰를 받고 여기까지 오신 것이겠지만, 샌더슨 경도 조심해야 할 겁니다.”
“제프리 경께서는 개럿 공작님을 그렇게 못 미더워하시면서, 공작님의 부탁을 받고 온 저의 방문은 왜 허락하신 거죠?”
“저는 리오가 딜런의 친아들이라는 사실에 자신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샌더슨 경이 비록 음흉한 형의 의뢰를 받고 온 것이지만, 경은 그 누구보다 공정하게 이 사태를 바라볼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설마 천하의 샌더슨 남작님이 개럿의 꼬임에 놀아나시지는 않겠죠?”
“제프리 경, 제가 여기 온 것은 개럿 공작님과의 개인적인 원한을 듣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죠.”
“네, 알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라도 다 물어보세요. 리오는 정말 딜런의 친아들이 확실하니까요.”
제프리 에드워즈는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실제로 표정이나 눈동자에서도 거짓말을 나타내고 있지 않았다.
“좋습니다. 그럼 한 가지 물어보겠습니다. 경께서 자메이카에서 데리고 온 리오 에드워즈 경이 딜런 에드워즈 경의 진짜 아들이라면, 영국에서 태어나서 북아메리카로 건너갔어야 하는데 그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제프리 에드워즈가 당황한 얼굴로 반문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영국에서… 리오가 태어났다니? 그리고 북아메리카라니요?”
그는 리오의 정확한 과거를 모르고 있었다.
“제대로 모르고 계신 모양이군요. 그럼 경께서는 리오라는 청년이 에드워즈 가문의 친손자라는 사실은 어떻게 확신하셨던 겁니까?”
“몇 년 전 우연히 이상한 소문을 듣게 됐습니다. 자메이카에 사는 한 백인 관리인이 자신은 에드워즈 공작 가문의 친손자라고 떠들고 다닌다는 얘기를 건너 들었죠.
처음에는 저도 무시하고 있었는데 몇 번 얘기를 들어보니, 정말 가문의 일원이 아니라면 모를 만한 내용이 다수 있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에드워즈 가문의 일원으로서 그 내용이 심상치 않았죠.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자메이카까지 찾아가게 된 것이고요.”
“조금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자메이카까지는 몇 개월에 걸친 긴 항해인 데다, 큰 이득도 없는 일에 그렇게 앞장서서 갈 정도였다면, 다른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닙니까?”
“다른 의도라니요? 항간에 떠도는 헛소리를 말하는 거요? 형의 돈을 뜯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있지도 않은 가짜 친손자를 데려왔단 말?”
태오가 머리를 끄덕이자, 제프리가 씩씩거리며 변명했다.
“그래요, 이제 숨길 것도 없으니 솔직히 말하리다. 맞습니다. 개럿은 어릴 적부터 하는 짓이 너무 이기적이었어요. 피를 나눈 형제끼리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거야 인지상정일 텐데, 자기 것만 챙기는 모습에 더는 참기 힘들 정도로 화가 나 있긴 했습니다. 그러다가 정말 개럿을 죽이고 싶을 정도의 일이 있었지만, 개인사라 차마 말씀은 못 드리겠네요.”
차를 한 모금 들이켠 제프리가 흥분을 애써 누르며 말을 이었다.
“그런 여러 이유로 자메이카로 떠날 때까지만 해도 만약 그 아이가 진짜 우리 가문의 손자라면 복수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가서 리오를 살펴보고 말을 들어보니 정말 우리 큰형 벤틀리의 친손자가 맞는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부모도 모두 죽은 채 불쌍하게 그곳에서 농장이나 돌보고 있는 리오를 보니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 애가 제대로 영국에서 생활했다면, 지금쯤 공작의 작위를 가진 사람은 개럿이 아니고 리오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난 이 불합리한 사태를 바로잡아 리오 에드워즈가 누려야 할 권리를 조금이라도 되찾아 주어야 한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먼 뱃길을 마다치 않고 데리고 온 것이고요.”
이 당시 귀족 가문에서는 그 가문의 작위가 계승될 때, 그에 걸맞은 재산 대부분이 집안의 장자에게 상속되도록 모든 수단이 동원되었다.
개인보다는 가문이 중시되던 귀족 사회에서 작위와 영지를 비롯한 재산을 집중적으로 한 사람에게 몰아줘야, 그 가문이 소멸하지 않고 오랫동안 이름을 유지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문의 재산이 장자에게 모두 가지 않고, 친인척에게 골고루 나눠진 경우, 몇 세대가 지나면 이름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 이유로 대다수의 귀족 집안은 맏아들에게 작위와 재산을 모두 몰아 힘을 실어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다만, 그런 아들이 없을 때는 차선책으로 친척 등을 통한 상속이 고려되었다.
현 에드워즈 가문의 공작이 된 개럿 에드워즈는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정통성에서 벗어난, 차선책에 의해 지위를 물려받은 인물이었다.
적통자 딜런 에드워즈가 살아있었다면 사촌에 불과한 개럿은 언감생심 공작 작위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물론 공작 작위까지 이미 물려받은 지금, 리오가 친손자로 인정받는다고 해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개럿 공작이 작위를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컸다.
다만 재산의 상당 부분에 대한 분배 요구가 들어오고, 거절 시 그것이 소송전으로 나갈 수 있는 데다가, 가문 내에서 정통성을 강조하면서 들고 일어나면 공작 작위마저 리오에게 넘어갈 위험성이 있었다.
개럿 공작으로서는 상당히 머리 아픈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경께서는 리오 에드워즈가 가문의 적통을 잇는 지위에 있다고 생각하신 거네요? 하지만 모든 사실은 오로지 리오 경의 설명만으로 판단한 것이고요?”
“험, 결과적으로 보면 그렇긴 하지만, 나도 엄연히 에드워즈 가문의 사람이요. 그런 내가 설마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구분 못 할 것 같소?
나는 자메이카에서 리오를 만나 몇 달에 걸쳐 면밀하게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소. 그의 입에서는 딜런 에드워즈가 아니면 도저히 모를 내용이 수도 없이 쏟아졌고요.
분명 친아버지였던 딜런이 우리 가문과 자기의 삶에 관해 많은 얘기들을 해줬을 것이고, 그래서 리오가 그리 잘 아는 것 아니겠소? 이보다 더 명확한 증거가 어딨단 말이오?”
태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면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버지에게 집안과 관련된 많은 얘기를 들었다면 자기가 태어난 곳이 영국의 어디라는 것쯤은 말해줬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거야 딜런이 아들에게 일부러 안 했을 수도 있지요. 괜히 영국 삶에 대해 미련을 가질 수도 있으니까요. 나중에 천천히 말하려고 했을 수도 있고요.”
“좋습니다. 그럴 수 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리오 경이 북아메리카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는 왜 말하지 않았던 거죠? 어린 시절 살았던 곳이니, 그곳에 관한 얘기가 빠질 리가 없을 텐데요.”
북아메리카 얘기에 또다시 당황한 표정을 짓는 제프리였다.
“그런데 정말… 북아메리카에서의 행적이 발견됐단 말입니까? 리오는 줄곧 자메이카에서 나고 자랐다고 한 것 같던데…?”
단호한 얼굴로 태오가 말했다.
“저희가 그동안 모아온 증거에 대한 확실한 증인만 여러 명입니다. 딜런 에드워즈 경은 분명 아들을 낳긴 했습니다. 하지만 리오라는 청년이 진짜 딜런 경의 아들이라면, 그는 영국에서 태어나 북아메리카에서 어린 시절 보냈어야 합니다.”
“…….”
제프리는 정말 금시초문인 눈치였다.
태오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혹시 말이죠, 리오 경은 북아메리카의 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어서 말을 못 했던 것은 아닐까요?”
“…들어본 적이 없다니요?”
“어떤 경로로 누군가에게 에드워즈 가문에 관한 정보를 듣기만 했을 뿐, 본인이 진짜가 아니기에 진짜가 겪었던 북아메리카에서의 일까지는 몰랐던 것이라는 얘기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제프리였다.
그동안 믿어 의심치 않았던 확신에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정말… 정말 딜런의 아들이 영국에서 태어났고, 북아메리카로 떠난 것이 확실합니까?”
“네, 그렇습니다. 명백하게 확인된 사실입니다. 따라서 리오 경이 딜런 경의 진짜 아들이라면 최소한 7살까지는 북아메리카에서 살았어야 합니다. 한 귀족이 그 시기까지 딜런 에드워즈 경과 서신 교환을 했었는데, 그 서신을 우리가 확인했거든요.”
회사의 정보조사관인 도슨 씨가 가져온 자료에는 북아메리카로 간 딜런 에드워즈가 리버풀의 지인과 7년 가까이 편지를 주고받은 기록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 이후에 연락이 끊겼고, 소식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리오가 진짜라면, 최소한 7살까지 북아메리카의 기억이 존재했어야 했다.
게다가 조사자료에는 이후 이 가족의 행적은 찾을 수 없었다. 자메이카로 공식적으로 넘어간 기록도 없었다.
“그래도… 그렇게 정확하게 우리 집안의 일을 알고 있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말끝을 흐리는 제프리에게 태오가 엉뚱한 이야기를 꺼냈다.
“에드워즈 가문의 대저택 3층 서고에 가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책이 있지요. 12권의 책인데, 놀랍게도 그 책들은 미래에 대한 예언을 담고 있어요. 가령 무서운 질병이라든지, 커다란 전쟁 같은 이야기들이지요. 하지만, 행여나 사람들이 그 책에 현혹될까 싶어 꼭꼭 숨겨두고 있지요?”
태오의 말에 깜짝 놀라는 제프리였다.
“샌더슨 경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으셨습니까?”
가문의 비밀스러운 얘기를 태오가 꺼내자 무척 놀라는 표정이었다.
“저는 보통 사람들 대부분이 모르는 에드워즈 가문의 일을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어떻게 알았을까요?”
잠시 말없이 생각에 빠졌던 제프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누군가에게 …들었겠지요.”
“네, 그렇습니다. 누군가에게 들어서 말할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정말 그 집안의 일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더 신빙성 있고, 더 확실한 얘기를 전할 수도 있을 것이고요.”
“…….”
개럿 공작은 자기 집안과 관련된 내용을 자기 동생인 제프리가 리오에게 알려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프리의 사주를 받은 사기꾼 리오는 자신이 진짜 친손자인 양 떠들면서 가문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프리 경. 경께서는 정말 리오 에드워즈라는 젊은이에게 가문에 관한 세부적인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한 번도 없으십니까?”
태오는 제프리의 미세표정과 몸짓을 유심히 살폈다.
거짓말 탐지기보다 더 확실하게 상대의 감정을 파악하는 태오였다.
거짓말은 신체와 감정 모두에서 태오의 눈을 벗어날 수 없다.
“…….”
아무 대답이 없는 제프리 에드워즈의 턱은 힘이 빠진 듯 벌어졌고, 눈썹이 상승하면서 놀라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감정의 파동은 즉시 태오에게 전달되었다.
‘…….’
그는 정말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개럿 공작의 생각과 달리 집안에 관한 어떤 말도 리오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여전히 놀라고 당황스러워하는 그의 표정을 보면서 태오 역시 혼란스러워졌다.
‘개럿 공작의 생각과 달리 제프리는 리오에게 가문에 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나 본데… 그렇다면 에드워즈 가문에 관해 잘 아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고, 그로부터 리오라는 청년이 들었다는 건가?’
리오 에드워즈가 진짜 손자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어 보였다.
자메이카에서만 살아온 그가 영국에서 태어난 진짜 손자일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그렇다면 가문 사람조차 놀랄 정도로 세부적으로 집안에 관해 잘 아는 그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쇼를 벌였다는 건데, 제프리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그런 얘기를 해주었다는 말인가.
◈ 나흘 뒤. 런던 메이페어(Mayfair), 태오의 저택.
늦은 밤까지 서재의 촛불이 꺼지지 않고 있었다.
휘릭-
태오는 벌써 몇 시간째 책상에 앉아 보고서를 열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자메이카를 오가는 선원들을 수소문해 몇 년간 그들이 리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종합해 놓은 자료가 들려있었다.
지난 일주일간 정보조사관들이 발로 뛰어 정리한 내용이었다.
‘딜런 에드워즈가 하녀와 도망가서 리버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아들을 낳았다는 건 확실해. 교구의 자료가 화재로 모두 없어지긴 했지만, 당시 그곳의 귀족이나 젠트리의 증언, 편지 등도 있으니까.
그리고 반년이 지나서 딜런은 아내가 된 하녀와 갓 난 아들을 데리고 북아메리카로 갔단 말이지.’
톡- 톡-
태오가 보고서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그리고 북아메리카의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자리를 잡고 작은 옥수수 농장을 최소 7년간 운영했어. 하지만 이 지역은 미국독립전쟁 초기에 가장 피해가 극심했던 지역이라 딜런과 그의 가족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기가 힘들 거야.’
리버풀 지역 교구에 불이 나면서 딜런 에드워즈와 리오의 공식적인 기록은 소멸하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북아메리카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의 생활마저도 전쟁 초기 가장 심한 공격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장소였다.
유전자 검사도 불가능한 시대에 그나마 남아있던 공적 기록들이 온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컸다.
‘그런데 갑자기 자메이카에 나타났다라….’
7년 이상을 북아메리카에서 살았다면, 사실 그곳이 제2의 고향이 되어서 살고 있었을 확률이 매우 크다.
이민 자체가 쉽지 않은 시절일 뿐만 아니라, 어렵게 자리 잡은 곳에서 벗어나 자메이카로 가서 새롭게 개척해서 살아간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더구나 그들이 머무르고 있을 때는 시기상 미국 독립전쟁이 벌어지기 한참 전이라, 떠나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리오가 자메이카를 오가는 선원들에게 말한 이야기들은 온통 아버지와 관련된 얘기뿐이란 말이야. 리버풀과 북아메리카에 관련된 얘기는 일절 없어. 결국, 리오가 자메이카로 건너간 확실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면, 가짜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인데….’
진짜일 수도 가짜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정보만 가지고는 어떤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아무래도 리오라는 청년을 직접 만나봐야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