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무서운 의도
개럿 공작의 저택에서 나와 회사로 향하는 마차 안.
태오는 곰곰이 생각했다.
‘개럿 공작은 형이었던 벤틀리 당시 공작을 대신해 가문의 장자인 딜런 에드워즈를 찾아다녔다고 했었단 말이지….’
그렇다면 리버풀에서 사내아이를 낳고 북아메리카로 떠났다는 사실을 알아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자서전에 기록된 내용대로라면 이러한 사실을 형인 벤틀리 공작에게 말하지 않았다.
대신 딜런이 하녀와 함께 배를 타고 영국에서 사라졌고, 그 목적지도 알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보였다.
심지어 심한 풍랑이나 해적 등에게 난파된 배를 언급하면서 그중에 한 곳에 탔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이런 개럿의 행동이 딜런의 행방을 더욱 묘연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더구나 딜런의 결혼과 아들의 출생 흔적이 남아있던 리버풀 지역 교구의 자료 보관실이 화재로 전소되면서 운 좋게도 개럿의 거짓말을 덮어주기까지 했다.
‘벤틀리 공작의 둘째 아들이 갑작스레 죽기 몇 달 전에 교회에 불이 났어. 개럿이 딜런을 찾아 나선 시기를 맞춰보면, 지역 교구 자료 보관실에 일부러 불을 내지는 않았다는 건데…. 우연히 불이 먼저 났고, 그것이 개럿에게 더 큰 자신감을 준 것 같네.’
그 후 벤틀리 공작의 사망으로 자연스럽게 공작 작위를 승계받은 개럿은 혹시나 모를 미래를 대비해 북아메리카에 살고 있던 딜런의 가족을 독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판단됐다.
‘개럿으로서는 만에 하나 딜런이 런던으로 돌아오게 될 경우의 문제를 대비하지 않을 수가 없었겠지. 후환을 없애기 위해 딜런의 아들인 리오까지 확실히 죽여야 안심이 됐을 테고.’
그렇게 계획대로 일가족에게 독을 먹이고 딜런을 죽이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그 아들인 리오마저 죽이는 건 실패했다.
‘리오가 독살에서 살아남아 자메이카로 팔려 간 것이라고 말하자마자 감정이 요동치는 것을 보면, 개럿 공작은 아직도 리오가 딜런과 함께 죽었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개럿 공작의 성격상 그냥 믿지는 않았을 거고. 당시 뭔지는 모르겠지만, 세 가족이 모두 독살됐다는 어떤 확실한 정보를 여러 가지로 얻었을 거야. 그래서 리오까지 죽었다고 지금껏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것이고.’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왜 개럿 공작이 리오의 신분을 밝혀달라고 자신 있게 의뢰했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 회사가 가진 공신력을 이용해 지금 리오가 가짜임을 만천하에 밝히려 했던 거야. 리오가 죽었다는 것에 확신이 있는 공작은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보이는 동시에 일을 빨리 마무리 지으려고 했던 거지.
그래…. 독살로 딜런 가족을 죽이고 십여 년이 지나 자서전을 급하게 발간했던 이유도 이젠 알겠네. 개럿 공작은 애초에 부정한 방법으로 공작이 되었기에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마침 리오가 자메이카에서 떠들고 다니는 소문을 들은 거야. 그래서 만에 하나 생길지 모르는 불측의 사태에 대비해 ‘공론장’을 이용하려 했던 거고.’
공론장(public sphere).
18세기 초반부터 영국에서는 지금의 여론이라고 할 수 있는 ‘공론장’이 급격하게 힘을 키우며 사회 곳곳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공론장’은 런던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발간된 각종 일간 신문과 잡지 등이 그 주된 역할을 했다.
최초의 일간지는 런던에서 1702년에 등장했는데, 그 이후로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1760년 이후에는 매일 출간하는 일간지만 4종이었고, 격일로 나오는 신문도 6종이 넘었으며, 젠틀맨즈 매거진(Gentleman’s Magazine)과 같은 잡지만 해도 1만 부 가까운 판매량을 가지고 있었다.
지방신문도 거의 30여 종에 달했는데, 이들의 판매 부수도 1~2천 부에 달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읽고 의견을 교환하였다.
기존에는 소수 귀족 계층에서나 소비되던 인쇄물 등의 문화 매체가 이제는 중간 계층으로 대거 옮겨 가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여론의 장이 각종 클럽이나 커피하우스, 독서 모임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세력을 넓혀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읽은 이들 중에는 공론장(public sphere)을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중요 문서를 위조해 사형 선고를 받았던 어떤 귀족은 신문을 통해 자신의 불운을 적절하게 포장하면서 사람들의 동정심을 불러일으켰다.
덕분에 그는 영국 전역에서 엄청난 성금을 모았고,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지나치다는 여론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결국 그는 사형 집행을 면했을 뿐만 아니라, 받은 성금을 보석금으로 내고 풀려날 수 있었다.
‘자신이 벌인 짓에 늘 불안했던 개럿 공작은 자메이카에서 들려오는 가문과 관련한 기분 나쁜 소문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그럴 리는 없다고 여기면서도 조심스러운 성격상 여러 가지로 걱정스러웠던 거야.
특히 자신이 사주했던 청부업자들이 돈을 뜯어내기 위해 일을 벌이지는 않을까 불안에 떨었을 가능성이 커.
그렇다고 다시 그 청부업자들을 찾아내 없애버린다고 해도 또다시 그것이 빌미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겠지.
그래서, 가슴 절절한 자서전을 통해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어, 설사 걱정한 일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소송을 통해 이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미리 준비했던 거야.’
18세기 영국은 생각보다 재산권의 개념이나 법원의 소송 절차에서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었고, 나름 현대적인 법적 잣대가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배심원들은 공론장의 여론을 따르는 경향을 강하게 보였다.
따라서, 증거가 명확하다면 모르겠지만, 서로 간의 증거가 불충분하고 심증밖에 없다면, 여론을 압도하는 쪽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것이 배심원제의 특징이었다.
이를 잘 알고 있던 개럿 공작은 최고의 대필 작가를 고용해 자신에 관한 자서전을 써서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공작 가문의 적통이라며 나타난 리오 에드워즈가 가짜라고 확신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는 점이다.
개럿 공작은 딜런의 가족들이 모두 독살됐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이유로 딜런 가족에 관해 알게 된 한 아이가 ‘리오’라는 이름을 쓰고 다녔고, 이후 동생 제프리의 사주까지 받아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 듯했다.
게다가 북아메리카가 아닌 자메이카에서 나고 자랐다는 소문에 거짓이라는 심증을 굳히고, 태오를 찾아가 자신 있게 리오에 대한 신원확인까지 부탁했던 것이다.
‘리오가 독살에서 살아나서 자메이카로 건너간 것을 알았더라면, 나를 찾아와 리오에 대해 신분 검증을 해보라는 말 따위는 절대 하지 않았겠지.’
테오 결혼정보회사의 정보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상당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개럿 공작.
그는 자기의 자서전과 더불어 태오의 대중적 신뢰도를 이용하면 진짜 공작 가문의 아들이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소송으로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던 것이다.
‘흠… 공작 작위를 지키기 위해 일가족을 독살한 무서운 자다. 그렇다면 이 사실이 밝혀질 거라는 두려움에 휩싸이면 리오 에드워즈가 위험할 수 있다는 소리인데….’
자신이 전한 얘기를 듣고 위기를 감지한 개럿 공작이 앞으로 무슨 짓을 벌일지 몰랐다.
태오는 고개를 돌려 마부에게 소리쳤다.
“노엘! 회사로 가지 말고, 지금 바로 코번트 가든으로 향하게!”
“네? 코번트 가든이요?”
“그래!”
“네, 알겠습니다. 나으리! 이럇-”
태오의 눈빛이 초조해졌다.
공작 작위를 얻으려고 일을 꾸밀 때보다, 어렵게 잡은 공작 작위를 지키려고 할 때가 더 무서운 법.
거기다 현직 공작이 아닌가. 18세기 공작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었다.
* * *
같은 시각, 개럿 에드워즈 공작의 서재.
개럿 공작은 줄곧 서재를 서성이며 고민에 잠겨 있었다.
공작은 여전히 자메이카에서 온 리오는 진짜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행여나 자신의 실수가 없었는지 하나하나 되짚어 보고 있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 신문에 딜런의 가족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분명히 기사가 실렸었어. 청부업자도 교회의 장례 의식과 의사 검시 기록을 첨부해 내게 보냈었고. 리오라는 놈이 진짜 딜런의 아들일 리가 없어!’
오히려 리오 에드워즈의 신분을 조사하다 혹시나 자신이 벌인 일이 발각될까 그것이 더 염려스러웠다.
무엇보다 테오 샌더슨이 이 일에 끼어든 것이 너무 찜찜한 개럿 공작이었다.
‘교수형 직전까지 갔던 번즈 백작의 진범을 밝힌 집요한 놈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쓸데없이 남의 일에 잘 끼어들고 무언가를 파헤쳐 칭송받는 것에 대단한 희열을 느끼는 정신 나간 놈이야.’
갑자기 현기증이 올라온 개럿 공작이 책상 모서리를 꽉 움켜쥐었다.
‘나도 이제 늙었나? 왜 자꾸 이렇게 쓸데없는 걱정이 앞서는 거지?’
지금의 테오 샌더슨은 공작인 자신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섣불리 장난질을 치다가는 그 뒷배인 조지 왕의 귀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게다가 매너스 공작 가문이나 공작 가문에 버금가는 켄트 가문 등 런던의 쟁쟁한 가문들과도 두터운 친분을 자랑했다.
샌더슨을 공격하려다 자칫 런던의 권세가들에게 어떤 역풍을 맞을지 알 수 없었다.
‘하- 샌더슨을 이용하는 게 아니었는데… 손쉽게 토끼를 잡으려다 사자를 불러들인 꼴이야.’
샌더슨이 냄새를 맡은 것이 확실한 이상 리오 에드워즈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
‘이제 리오가 진짜 딜런의 아들이든 아니든 그건 문제가 아니다. 일이 더 시끄럽게 되기 전에 어떡하든 그 녀석의 입을 막아야 해.’
고민하던 개럿 공작이 갑자기 집사를 찾았다.
“콘라드! 콘라드!”
집사가 서재로 뛰어왔다.
“네, 주인어른!”
“지금 즉시 코번트 가든의 제프리 집에 가서, 리오 에드워즈와 같이 온 여자애가 그 집에 있는지 사람을 시켜 알아 봐!”
“네? 그건 왜?”
“이유는 묻지 말고, 몰래 그 집 가정부나 하녀들에게 물어보란 말이야! 아직 그 집에서 지내고 있는지.”
“네, 알겠습니다!”
◈ 코번트 가든(Covent Garden), 제프리 에드워즈의 집.
갑작스러운 태오의 방문에 모두가 놀라는 눈치였다.
“연락도 없이 이렇게 방문해서 죄송합니다. 리오 경에게 꼭 전할 말이 있어서 부랴부랴 오게 됐습니다.”
제프리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우리 조카 문제로 이렇게 들러주신 건데요, 뭘. 저희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허허.”
그는 태오가 리오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에 크게 고무된 표정이었다.
그때 태오의 눈에 리오 옆에 서 있는 아가씨가 눈에 들어왔다.
밝은 갈색 머리에 지적인 눈매를 가진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리오와 함께 런던으로 왔다는 로라 로빈슨 양인 것 같았다.
태오가 웃으며 물었다.
“아, 이분이 저번에 말씀하셨던 결혼하실 숙녀분이시군요?”
조금 긴장하고 있던 로라는 ‘결혼’이란 말에 얼굴이 환해졌다.
리오가 유명 인사인 태오에게 자기를 말해준 것이 꽤나 기쁜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로라 로빈슨입니다. 샌더슨 경의 명성은 자메이카에서부터 정말 많이 들어봤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 뵙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무릎을 살짝 굽혀 싹싹하게 인사하는 로라 양이었다.
감정의 에너지가 무척 밝은 아가씨로, 불우한 환경으로 약간의 우울감을 가지고 있는 리오와 서로 잘 보완되는 느낌이었다.
그녀에 대해 말할 때 한없이 행복해 보이던 리오의 모습이 왜 그런지 금세 이해할 수 있었다.
‘영혼의 단짝인 경우가 있는데, 두 사람의 감정을 보니 딱 그런 경우 같네.’
하지만 지금 두 남녀의 결합도나 살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개럿 공작의 방해가 언제 시작될지 모르기에, 이들을 빨리 안전한 자기 집으로 옮기는 것이 우선이었다.
“제가 오늘 이렇게 찾아온 것은….”
태오는 앞으로 있을 각종 문제 해결과 리오의 결혼 등을 이유로 자기 집에서 머무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제프리는 리오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태오의 모습에, 자기의 진심이 통했다고 여기고 크게 기뻐했다.
“그럼요!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개럿은 정말 무서운 인간이죠. 여기에 친손자가 있는 걸 알게 되면 어떤 짓을 벌일지 모를 사람입니다. 암요!”
제프리의 아내 역시 은근히 태오의 제안을 반겼다.
안 그래도 좁아터진 집에서 함께 지내느라 고생스러웠던 그녀였다.
이미 마음을 터놓았던 리오 에드워즈도 태오의 배려에 깊이 감사하면서 기꺼이 따라나서기로 했다.
“그럼, 지금 준비해서 나오시겠어요? 제 마차로 모시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준비해서 내려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다지 큰 짐은 없었기 때문에 바로 준비를 마친 두 연인은 태오와 함께 제프리의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