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14
14화 딸이 만나는 남자가 수상합니다
◈ 런던 인텔리젼스 클럽
1776년 3월 11일. 월요일 저녁.
클럽은 지난주 애덤 스미스 교수가 발간한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이라는 책으로 시끌시끌했다.
** 국부론: 애덤 스미스가 완성한 근대 경제학 이론서. 현대 경제학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고전 경제학의 걸작.
특히 국부론 출간 기념차 런던으로 달려온 월터 리카도 경과의 열띤 토론이 모처럼 클럽의 분위기를 달구고 있었다.
현재 다른 지역에 머물러 있는 월터 리카도 경은 경제학 관련 재야 지식인이자, 애덤 스미스 교수의 열렬한 지지자로 인텔리젼스 클럽의 원년 멤버이기도 했다.
한 자작이 월터 리카도 경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저도 스미스 교수님의 탁월한 혜안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국가가 진정으로 부유해진다는 건 결국 그 국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수출을 많이 하고, 쓸데없이 재화를 낭비하지 않은 채로 잘 가지고 있느냐에 달린 게 아닐까요?
그런데 스미스 선생의 이론대로 다른 나라에 대한 수입을 수출만큼이나 늘려 버린다면, 그 나라의 금과 은이 그만큼 더 많이 유출되니 당연히 경제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는데요. 리카도 경은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죠?”
애덤 스미스는 수출 위주의 보호무역을 주장하던 당시의 중상주의를 비판한 최초의 경제학자였다.
그러다 보니 중상주의에 오랫동안 젖어 있던 회원들로서는,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의 기본적 개념이 생소하고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월터 리카도 경이 웃으며 반문했다.
“자작님. 답을 하기 전에, 제가 한 가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네, 그러시죠.”
“스코틀랜드에서 프랑스가 생산하는 정도의 아주 질 좋은 포도주를 만들어 내기가 쉬울까요?
“스코틀랜드라면··· 그야 당연히 어렵겠지요. 날씨도 그렇고, 토양도 프랑스와는 차이가 확연하니까요.”
“그렇습니다. 만약 스코틀랜드가 프랑스와 같은 수준의 포도주를 만들려고 한다면 적어도 30배 이상의 자금이 투여돼도 될까 말까 일 겁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스코틀랜드는 프랑스에서 포도주를 수입하는 편이 훨씬 더 이득일 수밖에 없는 것이죠.”
“뭐···그건 그렇겠죠.”
“반대로 스코틀랜드는 프랑스보다 옷감을 만드는 데는 훨씬 적은 비용이 듭니다. 그러니 프랑스도 직접 옷감을 만들기보다 스코틀랜드에서 옷감을 수입하는 것이 더 이득일 테고요.”
“음···.”
“각 나라는 절대적 우위가 있는 제품이 있습니다. 그러니 수입을 하는 게 오히려 그 나라엔 훨씬 득이 될 수 있는 제품들이 있지요. 나라 간의 교역에서 수출만 하고 보호무역의 자세를 취하면 결과적으로는 더 손해 보는 장사가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자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그렇겠군요. 그럼 결국 스미스 교수님의 말씀대로 절대 우위가 있는 상품을 생산해서 서로 교환을 하게 되면 수출과 수입 모두 활성화되면서 두 나라의 부를 동시에 늘리는 효과가 생긴다는 말씀인가요?”
“네, 맞습니다.”
생각에 잠긴 회원들을 미소로 바라보던 월터 리카도 경이 모두에게 물었다.
“여러분들은 여전히 국가가 많은 금과 은을 보유하는 것이 진정 그 나라가 부유해지는 결과가 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나 봅니다?”
회원 하나가 머리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아무래도 나라에 금과 은이 많다면, 당연히 부유한 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절대량에선 그럴 수 있겠죠. 하지만 아무리 그런 자산이 증가한다고 해도 생산물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그 나라는 부유해질 수가 없습니다. 즉, 나라가 부유하다는 건 그 나라의 국민 대다수가 소비하고 사용할 수 있는 생필품이 많아져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야 맞습니다.
그래서 스미스 교수님은 국가의 부에 대한 관점을 이전과 전혀 다르게 전 국민이 좀 더 풍족해지는 삶을 사는 것에 초점을 두신 겁니다. 저 역시 스미스 교수님의 이론이 우리 사회를 모두가 잘살게 해줄 수 있는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경제이론이라고 보고 있고요.”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그때였다.
“애덤 스미스 선생님의 국부론은 정말 인류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역작임은 틀림없습니다만, 완벽한 경제이론이라고 보기에는 적지 않은 문제점도 있습니다.”
월터 리카도 경과 회원들이 일제히 소리 나는 쪽을 돌아봤다.
조금 늦게 도착한 태오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태오의 등장에 클럽 회원들이 크게 반색하며 반겼다.
“하하-. 테오 샌더스 씨! 왜 인제야 오셨어요? 애덤 스미스 선생님도 출간행사로 못 오시고, 샌더스 씨 까지도 안 오고 계셔서 명담론이 펼쳐지지 못해 영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죄송합니다. 마차가 중간에 고장이 나서요.”
새뮤얼 존슨이 태오를 월터 리카도 경 앞으로 이끌며 자랑스레 말했다.
“리카도 경, 이분이 바로 스미스 교수님이 그렇게 자랑하셨던 우리 클럽 최고의 브레인인 테오 샌더스 씨입니다. 한번 얘기를 나눠 보시죠?”
안 그래도 월터 리카도 경은 테오 샌더슨이라는 사람이 궁금했던 차였다. 런던에 오기 전부터 그에 관한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태오와 리카도 경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마주 보고 앉았다.
“흠··· 샌더슨 씨도 국부론을 읽어 보셨겠지요?”
“네. 주말 내내 읽었습니다. 정말 최고의 이론이더군요. 감동스러웠습니다.”
사실 국부론은 1,0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책인데다 문장이 복잡하여 읽기가 쉽지 않은 책이다.
게다가 현대영어의 문장구조와는 다른 부분이 많아 태오로서는 읽기가 더욱 힘들었다.
‘국부론’이라는 책 이름은 많이 들어봤어도 실제로 끝까지 다 읽어 본 사람은 극소수라는 말이 이해가 갈 정도였다.
하지만 18세기로 돌아와 이 당시의 영국과 유럽의 실제 상황에 부딪히다 보니 확실히 현대에 있을 때보다는 읽는 것이 더 수월했고, 마지막 장을 다 읽고 나니 보이지 않던 애덤 스미스의 의도도 읽혔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샌더슨 씨가 이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표현해 본다면···?”
“이 방대하고 대단한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몇 가지 키워드로 표현해 보면, 자유 경쟁에 의한 자본의 축적과 절대 우위론에 따른 국제 분업의 이득, 부와 소득의 불균형과 그에 따른 사회 불평등과 분배 문제···.”
월터 리카도는 대화를 나눌수록 태오의 깊은 이해도에 탄복을 금치 못했다. 국부론은 물론 전반적인 경제이론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해박했다.
한참 대담을 나누던 리카도 경이 국부론에 대한 진지한 비평을 물었다.
“저는 그래도 스미스 교수의 이번 경제이론이 현존 최고의 이론이라고 판단되는데요, 샌더스 씨는 스미스 교수의 이론 중에 어떤 점이 가장 문제라고 보시는 거죠?”
“저 역시 스미스 선생님의 이 책이 최고의 경제이론서라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동의합니다.
다만 스미스 선생님의 이론에서는 경제활동의 균형 상태를 강조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이론을 접목하고 계시는데요, 사실 경제라는 것이 늘 불측의 불안정한 상태가 닥칠 수가 있는 법이죠. 그 점을 조금 간과하신 것이 아닌가 합니다.”
“경제의 불안정성이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애덤 스미스의 이론은 아직 산업혁명이 전개되지 않은 시점에 연구된 것이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그의 주장대로 국가가 시장 경제에 간섭하지 않는 ‘자유방임주의’ 체제로도 인간의 이기심과 경쟁이 알아서 시장기능을 잘 작동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독점자본이 형성되고, 세계 대공황 등이 닥치면서 예상치 못한 많은 변수가 생겨난다.
이러한 역사적 전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태오였다.
“자유 경쟁과 분업은 분명 지금보다 엄청난 부를 생성시키며, 거기에 동참한 여러 국가는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자본증대를 맛보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것은 작은 균열에도 전 세계에 대규모 경제불황을 번지게 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예컨대···”
국부론의 문제점을 세세히 비판하고 그에 대한 대안까지 제시하는 태오의 모습에 월터 리카도 경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모든 토론이 끝나고 클럽이 닫힐 때쯤, 리카도 경이 새뮤얼 존슨에게 물었다.
“존슨 씨, 저는 살면서 샌더슨 씨처럼 똑똑한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하하하, 제가 뭐라고 그랬습니까? 정말 대단한 사람이지요. 출신이 좋지 못하고 욕심이 없어서 그렇지.”
“출신이 별로라면··· 지금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죠?”
“브리스톨에서 무역업을 하다가 런던으로 와서 지금은 결혼중개인을 하고 있습니다.”
결혼중개인이라는 소리에 월터 리카도 경이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뭐요? 결혼중개인이라니? 그게 정말입니까?”
“네. 실제로 우리 클럽 회원 중에서도 두 사람이나 연결해줬습니다.”
“정말 의외군요. 저렇게 경제학적 혜안과 안목이 뛰어난 사람이 고작 중매업자라니?”
“저희도 처음에는 다들 의아해했는데, 또 얘기를 들어보면 이해가 가는 점이 있더군요.”
“어떤 점이?”
“보셨겠지만, 샌더스 씨는 엄청난 안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비단 사회현상이나 경제학 같은 쪽에만 머물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람에 대한 안목 역시 아주 뛰어난 것 같습니다. 그런 능력을 발휘해 서로 잘 어울리는 남성과 여성을 맺어주는 거지요.”
“···그래도.”
“결혼 중매 일을 우리는 쉽게 무시하지만, 결혼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한 인간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행사가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거기서 가족이 생기고, 그런 가족이 모여 한 국가가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런 중대사를 뛰어난 안목으로 가장 적절한 상대를 찾아주겠다는 사명이 샌더슨 씨에게는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꽤 성공적인 중매로 인해 지금 런던 사교계가 시끌시끌할 정도고요.”
“허, 그래요?”
월터 리카도 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쪽 구석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태오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내 평생 살면서 저런 특이한 사람은 정말 처음이야···.’
◈ 며칠 후.
런던 햄프스테드 태오의 집.
산책을 마친 태오가 집에 도착하니 처음 보는 화려한 마차가 문 앞에 정차해 있었다.
‘누구지?’
주말에 결혼 상담을 위해 온다는 예약은 있었지만, 오늘은 그런 약속이 없었다.
때마침 하녀가 내려왔다.
“루시, 혹시 지금 손님이 집에 오셨나?”
“네. 하지만 저도 처음 보는 분이라 누구신지는 잘 모르겠어요. 일단 접대실로 모셨습니다.”
“어, 그래? 잘했어.”
고개를 끄덕인 태오는 궁금증을 안고 천천히 집으로 올라갔다.
18세기 영국으로 돌아와 이곳 생활에 적응하다 보니 마차의 모양만 봐도 대략 부(富)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
지금 집 앞에 놓여있는 마차는 상당히 부유한 가문에서나 탈 수 있는 최고급 마차였다. 21세기였다면 롤스로이스 정도 될까?
덜컹-
문을 열고 접대실로 들어가자 의자에 앉아 있던 두 여인이 조금 놀란 모습으로 벌떡 일어나 무릎을 굽혔다.
태오도 인사를 하면서 재빨리 그녀들을 살폈다.
‘어머니와 딸이군. 그런데 어머니의 옷매무새나 태도 등을 보면 귀족층은 아니야. 그래도 옷 재질이나 장신구, 딸이 갖춘 의상을 보면 상당히 부유한 집안인 것은 확실해 보이고···. 흠, 그렇다면 돈을 많이 번 상인 계층일 가능성이 크겠네.’
태오가 자리에 앉자, 루시가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차부터 드세요.”
“감사합니다.”
차를 한 모금 마신 태오가 어머니로 보이는 중년 여자에게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신 건지 물어도 될까요?”
“아, 네···”
중년 여자는 조금 민망해하다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
“우선, 이렇게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온 무례를 용서해 주세요. 실은 우연히 바자회 모임에서 테오 샌더슨 씨에 관한 얘기를 듣고 여기까지 찾아오게 됐습니다.”
결혼이 힘들 것 같았던 리디아 고드윈 양과 사라 클라크 양의 결혼 스토리는, 자식의 결혼에 온통 신경이 곤두서 있던 런던의 어머니들에게는 귀가 번쩍 뜨일 만한 대단한 뉴스거리였다.
거기다 수준 낮고 무식한 매파가 아니라, 인텔리젼스 클럽의 신사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젊은 지식인의 중매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어머니들은 더욱 열광했다.
엉터리 정보를 가지고 형편없는 배우자를 연결해주는 매파쟁이가 판치는 시대에, 신뢰감 있는 중매인의 등장 소식은 좋은 결혼에 목말라 있던 어머니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나 다를 바 없었다.
더구나 지금 태오 앞에 앉아 있는 어머니처럼, 딸의 결혼과 관련해 두려움과 슬픔의 미세 표정이 교차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태오는 슬쩍 옆에 앉아 있는 딸의 얼굴을 살폈다.
깨끗한 피부, 고생하지 않은 듯한 손의 모양새와 차분한 표정. 하지만 가끔 아래쪽 눈꺼풀이 당겨지면서 긴장하는 모습은 지금 어떤 분노를 가슴 속 깊이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나타냈다.
‘어머니에게선 두려움과 슬픔이, 딸에게선 작은 분노라···.’
십중팔구 어떤 남자와의 결혼에 대해 반대하는 어머니와 그 결혼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딸의 대치 상황일 가능성이 컸다.
그때 어머니가 어렵게 다시 말문을 열었다.
“바자회에서 들은 얘기로는 샌더슨 씨가 그렇게 사람을 잘 파악하고, 또 서로 딱 어울리는 상대를 소개해 준다고 하더군요.”
“아··· 네.”
“그래서, 혹시 우리 딸이 만나는 남자에 대해 살펴봐 주실 수는 없을까 해서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불쑥 찾아오게 됐습니다. 저나 우리 바깥양반은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네. 그러셨군요.”
“이 문제를 상담받기 위해 샌더슨 씨께 연락을 취할 방법을 수소문해봤지만, 도무지 방도가 없어서 무작정 이렇게···.”
말끝을 흐리는 어머니의 얼굴에서 절박한 심정이 느껴졌다.
“아, 네. 괜찮습니다. 잘 오셨어요. 마침 오늘은 제가 시간도 비어서 상담에 큰 무리가 없을 듯하네요.”
태오의 친절한 승낙에 비로소 어머니의 얼굴에 안도감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입에서 딸에 대한 사연이 흘러나왔다.
“우리 남편은 스코틀랜드 그리니스에서 염색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법 성공도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