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아버지의 결심
다시 마차를 타고 태오의 집으로 향하는 로빈슨 씨는 불안에 떨었다.
“거짓말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 샌더슨 경이라는 사람이 여기서 딱히 나올 이유가 없잖아? 그냥 내가 알 만한 유명한 사람이라고 막 갖다 붙인 거 아니야? 아휴, 아까 작살을 냈어야 했나? 벌써 짐 싸서 도망간 거면 어쩌지?”
친구가 로빈슨 씨를 다독였다.
“설마 그렇지는 않을 거야. 샌더슨 경의 집은 바로 근처라고. 그리고 보는 눈이 많은 런던에서 도망가 봤자 몇 다리만 건너면 다 알아낼 수 있으니 염려 놓게. 일단 샌더슨 경 집으로 가서 바로 확인만 해보고 아니면 다시 오면 되니까 흥분을 가라앉혀.”
친구의 말대로 샌더슨 경이 산다는 메이페어(Mayfair)는 코번트 가든 시장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따그닥- 따그닥-
메이페어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코번트 가든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한 초호화 저택들이 즐비했고, 정원도 잘 가꾸어진 것이 지체 높은 귀족들이 모여 사는 곳이란 느낌이 대번에 들었다.
“생각할수록 이상해. 이런 곳에 사는 유명한 샌더슨 경이 무슨 이유로 리오와 내 딸을 데려갔다는 거지? 아무래도 우리가 속은 거 같은데? 말이 안 되지 않나?”
“인제 좀 그만하게. 이왕 다 왔으니 일단 확인부터 하고 걱정해도 늦지 않네. 말해준 주소대로라면 저기가 바로 샌더슨 경의 저택일세.”
친구가 가리키는 곳을 살펴보니 여러 집 중에서도 특히 아름다운 정원과 외관을 자랑하는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전까지 형편없는 제프리 경의 집을 봐서인지 샌더슨 경의 저택은 궁전처럼 크고 근사해 보였다.
“여기가… 샌더슨 경의 집이라고?”
사실 샌더슨 경의 이름은 자메이카에서 더 유명했다.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모이면 그의 얘기로 늘 떠들썩했었다.
“샌더슨 경이 어떤 사람인지 자네도 잘 알고 있지? 국왕 폐하의 신임이 보통이 아닐세. 지금은 남작이지만, 곧 백작 작위를 받을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백작 작위를 받아?”
“그래, 아무튼 대단한 사람이야. 그러니 자네 아까 제프리 경 집에서처럼 난동을 피우면 절대 안 되네. 잘못했다간 로라 얼굴을 보기도 전에 자네 목이 먼저 달아날 수도 있어.”
“…….”
샌더슨 경의 집이 가까워지자 로빈슨 씨의 친구가 갑자기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들어가는 입구 앞에 건장한 체격의 사내 둘이 커다란 창을 들고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차를 막아 세운 험상궂은 사내 하나가 다가와 퉁명스레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소?”
“아, 여기는 샌더슨 경의 집에 머물고 있는 로라 로빈슨 양의 아버지입니다. 자메이카에서 먼 길을 왔는데, 딸을 오늘 꼭 좀 봐야 할 것 같아서요.”
로라가 샌더슨 경의 집에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한 로빈슨은 조마조마한 얼굴로 사내들의 답을 기다렸다.
“잠시 여기서 기다리고 계시오. 안에다 얘기하고 올 테니.”
무뚝뚝하게 말을 건네고 돌아선 사내의 모습에 로빈슨 씨가 귓속말로 물었다.
“요즘 런던 귀족들은 이렇게 병사를 집에다 세우고 사나?”
“아니야. 여기 살면서 이런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어. 지난번 반란 사건 때문에 이러는 건가? 나도 잘 모르겠네.”
코번트 가든의 시장 거리와 달라도 너무 다른 분위기에 휴고 로빈슨은 왠지 주눅이 들었다.
그때 안으로 들어갔던 사내가 걸어 나오며 큰소리로 외쳤다.
“들여보내랍니다!”
그의 말과 동시에 대문이 열리면서, 로빈슨 씨와 친구가 탄 마차가 천천히 태오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 * *
거실로 들어서자 다부지고 근엄한 얼굴의 중년 사내가 걸어 나왔다.
차림새가 이 집의 집사로 보였다.
“로라 로빈슨 양의 아버지시라고요?”
“아,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로빈슨 양이 곧 내려올 겁니다.”
집사의 말에 로빈슨 씨의 눈이 동그래졌다.
“…·내 딸이, 정말… 이 집에 있다고요?”
“네? 이 집에 있는 거 알고서 만나러 오신 거 아니세요?”
“…….”
그럴 이유가 없다고 여겼던 일이 사실로 드러나자, 로빈슨 씨는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정말 자기 딸을 테오 샌더슨 경이 보호하고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왜 그가 데리고 있는 것인지 여전히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혹시, 리오가… 리오가 진짜 에드워즈 가문의 친손자일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
로빈슨 씨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2층에서 누군가 모습을 나타냈다.
“아버지!”
익숙한 목소리에 로빈슨 씨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딸이었다. 큰딸 로라가 층계를 헐레벌떡 뛰어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리오 에드워즈도 보였다.
리오를 본 친구가 재빨리 물었다.
“저 청년이… 자네가 말한 리오인가?”
“어? 어… 어, 그래. 맞는 것… 같긴 한데….”
“무슨 소리야? 맞는 것 같다니?”
“그게… 좀 어딘가 많이 달라 보여서.”
로빈슨 씨의 눈에 비친 리오는 예전 자메이카에서 보던 남루하고 촌스럽던 관리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못 본 사이에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
고급스러운 옷을 입혀놓고 머리까지 정리하니 지체 높은 귀족 신사처럼 보였다.
“아버지!”
뛰어온 로라는 와락 로빈슨을 끌어안았고, 그도 그런 딸을 꼭 안아 주었다.
“이 나쁜 녀석!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아버지. 흐흑-”
뒤따라온 리오도 허리를 연신 숙이며 용서를 빌었다.
“주인어른! 그동안 걱정 많이 하셨을 텐데, 늦었지만 큰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
로빈슨 씨는 리오를 보자마자 뺨부터 한 대 후려칠 작정이었다.
그런데 위엄 있게 변한 그의 모습에 이상하게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리오와 로라가 아버지 대접을 위해 분주한 사이, 친구가 로빈슨 씨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거, 제프리 경의 말이 맞는 것 아니야? 나도 소문만 들어서 리오가 완전 사기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저 태도나 말하는 걸 봐봐. 그냥 귀족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진짜 공작 가문의 귀족 같잖아?
게다가 샌더슨 경의 집에서 이렇게 보호까지 받는 걸 보면… 아무래도 진짜 공작가의 친손자가 아닐까?”
“…….”
얼이 빠진 듯 멍하니 서 있던 로빈슨 씨는 친구의 물음에도 그저 눈만 껌뻑였다.
가만 생각해 보면, 그동안 리오의 행동에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농장에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무게를 잡고 여유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차분한 모습이라든지, 쌍스럽고 천박한 관리인들의 행동이나 말투 대신 부드럽고 격식 있는 태도라든지.
여러 가지 면에서 보통의 관리인들과는 확실히 뭔가가 달랐다.
언젠가 자메이카 항구에서는 고급스러운 어휘를 섞어가며 상인 대표와 즐겁게 대화 나누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린 적도 있었다.
매너나 발음이라는 것이 단순히 흉내 내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오랜 시간 듣고 보고 말해야 가능한 것인데, 하찮은 백인 노예 출신이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 보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리오가 귀족 가문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미천한 신분인 줄 알았기에 특별한 모습을 보아도 그저 우연히 어디서 보고 따라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그래, 제대로 배우지도 않은 노예 출신이 어떻게 그런 행동이나 말투를 따라 하겠어? 진짜 공작가의 아버지가 있었기에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던 게야….’
그때 층계에서 누군가가 걸어 내려오면서 말했다.
“로라 양의 아버님께서 오셨군요. 오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하.”
소문으로만 듣고, 신문이나 잡지에서나 보던 테오 샌더슨 경이 로빈슨 씨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 * *
태오와 로빈슨 씨는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다.
바로 옆에서는 리오와 로라가 차를 마시며 조용히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태오는 리오를 공작의 친손자로 확신하게 된 배경과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했다.
“……사실 지금도 증거는 계속 찾고 있지만, 리오 에드워즈 경이 공작가의 유일한 적통 손자라는 사실만큼은 제가 보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을 덮으려는 세력이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중대한 범죄 행위 등도 있기 때문에 당분간 모두에게 공개할 수 없다는 점을 아버님께서 이해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예의 바르고 정중한 태도로 그동안의 여러 사실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는 태오를 로빈슨은 신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 두 달 뒤에 개럿 공작에게 소송을 제기하면서 반격을 진행하시겠다는 말씀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단, 그전에 개럿 공작 쪽으로 너무 기울어진 여론을 바꿔야 합니다. 그 일은 지금 진행 중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태오의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 소송에서 이길 것처럼 든든하게 들렸다.
“그런데, 제가 하나 이상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한 것이 있습니다. 물어도 될까요?”
“그럼요. 뭐든지 물으셔도 됩니다.”
“샌더슨 경 같이 명성 있고 바쁘신 분이 왜 이렇게 발 벗고 리오를 도와주려고 하시는 건지, 그 이유가 궁금하네요.”
태오가 미소로 답했다.
“로빈슨 씨는 물에 빠진 아이를 도우려는 사람을 보면 그 이유가 궁금하십니까?”
“…….”
“수영을 할 줄 안다면 누구라도 구하기 위해 뛰어 들어가지 않을까요?”
“…그야, 당연히 그렇겠죠.”
“이 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안타까운 리오의 사정을 우연히 알게 됐고, 제가 가진 힘이 조금 있어서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뿐입니다. 당연한 행동에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겠습니까?”
로빈슨 씨는 태오의 의연한 태도에 감복한 표정이었다.
‘과연… 국왕 폐하께서 그토록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라더니. 괜한 말이 아니었구나….’
로라가 백인 노예 출신의 관리인과 눈이 맞아 야반도주했다는 소문은 자메이카와 런던 곳곳에 이미 퍼져 있는 상태.
이제 로라는 누구와도 혼사 얘기가 쉽게 오갈 수가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
로라가 뼈대 있는 가문의 귀족과 혼인하기를 학수고대했던 로빈슨 부부로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반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해방 노예로만 알고 있던 리오가 고귀한 혈통, 그것도 감히 쳐다보기도 힘든 공작 가문의 친손자일 수 있다니….
이왕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로빈슨 씨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힘닿는 데까지 나서보고 싶었다.
“샌더슨 경… 리오가 소송에서 이긴다면 어떻게 되는 거죠?”
“당장 공작 작위는 모르겠지만, 상당한 재산을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의심하고 있는 부정한 행위가 밝혀진다면, 리오 경이 공작 작위를 받게 될 수도 있게 되고요.”
“공… 공작 작위를 받는다고요? 이렇게 젊은 리오가 바로 공작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이세요?”
“그렇습니다.”
넋이 빠진 표정의 로빈슨 씨가 한참을 멍하니 있더니 다시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샌더슨 경? 그러면 소송전에 들어가게 되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아닙니까?”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각종 증거물이나 증인 등도 찾아야 하니까요.”
“그 비용은 제가 모두 대도록 하겠습니다.”
“아버님께서요?”
“네! 리오의 일은 이제 제 딸아이의 일과 다를 바 없습니다. 리오가 자기의 뿌리를 찾는다는데 제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샌더슨 경이 선의로 돕는다고 하지만, 그건 정말 도리가 아니지요. 그 정도 여유는 저도 충분히 되고요.”
로빈슨 씨의 말에 리오와 로라가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결혼을 허락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태오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실, 총력전에 들어가면 많은 금전이 필요할 수 있어서 조금은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버님께서 부담해 주신다면 아주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당연히 제 딸의 일인데 제가 앞장서야지요. 그러려고 죽자 하고 평생 돈을 모았던 것이고요, 허허.”
◈ 보름 후, 1779년 10월 말.
점심을 마치고 오후 시간이 되었을 때, 도서 대여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로건 작가의 책이 완성되었다는 연락이었다.
태오는 연락을 받자마자 달려가 초판본 하나를 회사로 가져왔다.
책의 앞표지에는 ‘어느 청년의 슬픈 회고’라는 제목이 큼지막이 쓰여 있었고, 쓸쓸한 뒷모습이 담긴 흑백 스케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작품을 써 내려가는 동안 그레디 모리슨은 리오와 만나 세부적인 내용을 의논하며 여러 차례 수정을 가했다.
그 사이 태오는 찰리에게 부탁해 리오의 뒷모습에서 슬픈 감정을 담아 그림을 그려 달라고 했었다.
런던 왕립예술원(Royal Academy of Arts)에서 그림을 공부하고 있는 찰리는 기꺼이 작업에 동참했고, 분위기 있는 멋진 표지 그림을 완성해 주었다.
‘일단 표지는 너무 마음에 들어. 정말 찰리는 천재가 분명해. 겨우 뒷모습 하나로 어떻게 이런 감정을 담아낼 수 있을까? 어디 그럼 문학계의 천재인 로건 작가님의 글을 조금만 감상해 볼까?’
로건이 힘을 빼고 글을 쓰면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태오였다.
* * *
“후-”
마지막 장을 덮은 태오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어떻게 썼나 앞부분만 읽어 보고, 나머지는 집에 가서 보려고 했다.
그런데, 첫 줄을 읽는 순간 빠져들어 마지막 페이지까지 정신없이 몰두해 읽을 수밖에 없었다.
“허- 참.”
태오의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정말 옆에 슬픈 음악이라도 흐르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대단해… 사람 마음을 이렇게 헤집어 놓을 수 있다니…. 하하- 참.’
굉장히 잘 쓰리라고 생각했다.
아니, 당연히 잘 쓸 것이고, 많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확신에 부탁했던 것이다.
하지만 구상할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았고, 길지 않은 글이었기에 그동안 개럿 공작이 만들어 놓은 여론에 맞서기에는 조금 버거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그동안 로건 작가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회고록의 형태였지만, 그 어떤 소설보다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높은 지위와 부를 마다하고 하녀와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태어난 아들을 위해 영국을 떠나는 장면에서는 한 남자로서의 책임감과 가족애가 절절하게 다가왔고,
이들 가족이 북아메리카에서 작은 농장을 운영하면서 소박한 행복을 누리다, 독을 먹고 피를 토하는 장면에서는 분노와 함께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거센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리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어린 주인공이 부모의 죽음을 확인하고 오열하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만 같았다.
못된 이웃 농장주에게 죽기 직전까지 시달리다 노예로 팔려나가 자메이카행 배를 타는 대목에서는 읽는 이로 하여금 숨이 턱턱 막히게 만들었다.
소설이 끝날 즈음이 되니, 당장 주인공에게 구원의 손길을 보내고 싶을 정도로 가슴이 먹먹했다.
또한 이들의 삶을 망가뜨린 악마와 같은 그 친척을 당장 찾아내어 요절을 내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책을 내려놓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태오가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세상이 달라 보였다.
“후우-”
감정의 파고가 가슴 속을 울렁이게 해 그것을 진정시키느라 고생스러웠다.
심리에 관한 오랜 공부와 훈련으로 자신의 감정을 누구보다 잘 다스리고 조절할 수 있다고 자부한 태오였다.
그런데 실로 오래간만에 감정을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격해져 있었다.
‘대단해… 그레디… 정말 대단한 작가야….’
그리고는 슬쩍 표지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찰리는 정말 대단한 화가이고… 후후.’
여론을 조금만 움직일 수 있어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 이상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