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퇴거 소송 (1)
◈ 켄싱턴, 테오 의상실.
딸랑- ♪
태오가 의상실로 들어서자 옷을 정리하고 있던 점원이 달려 나와 인사했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네, 그래요. 실장님은 어디 계시죠?”
“실장실에 계십니다.”
3층으로 올라간 태오가 실장실로 들어가니, 길버트 실장이 환한 웃음으로 태오를 반겼다.
“어서 오세요, 대표님!”
“실장님, 어떻게 리오 경의 옷은 잘 정해지고 있나요?”
“대표님께서 딱 맞춰 잘 오셨네요. 이리로 와서 한번 보시겠어요?”
태오는 몇 주 전, 고귀함이 묻어나는 정장을 제작해 달라는 다소 까다로운 부탁을 했었다.
마침 고급스러운 정장을 기획하고 있던 길버트는 리오를 모델로 새로운 기성복 라인을 만들면 좋겠다며 흔쾌히 수락했다.
오래간만에 의욕이 솟는다는 길버트의 말 때문인지 어떤 옷이 나올지 태오도 무척 기대가 됐다.
인기척에 옷을 입어보고 있던 리오가 뒤돌아섰다.
“아, 샌더슨 경 오셨군요?”
“……!”
태오는 리오의 멋진 모습에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체형에 딱 맞게 재단된 정장은 젊은 귀족의 우아함과 세련미를 은근히 뽐냈고, 정교한 자수가 들어간 흰색 셔츠는 남색의 넥타이와 대비를 이루면서 깔끔한 그의 인상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최고의 재단사인 길버트 실장의 마법 같은 솜씨로 리오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훌륭한 가문의 청년으로 변신해 있었다.
이제 누가 보더라도 고귀한 공작 가문의 혈통을 이어받은 후계자로 보일 만한 모습이었다.
‘역시 옷이 날개구나. 이 정도면 충분해.’
우습지만, 리오의 겉모습은 그가 공작 가문의 진짜 후손인지를 판단하는 일차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이것은 마치, 우리의 의식 속에 굳어진 왕자나 공주 등에 대한 편견 어린 이미지와도 비슷하다.
귀족 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혈통이라고 불리는 공작 가문의 적통이 형편없는 외양을 가지고 있다면, 가문의 피를 이어받지 않은 가짜라는 인식을 가질 염려가 있었다.
반면, 대중들 앞에 첫선을 내보이는 법정에서 공작 가문다운 외모를 리오가 보인다면, 앞으로의 소송전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됨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 1779년 12월 말, 런던 민사 법원(The Court of Common Pleas).
부동산이나 계약, 유언장 등 다양한 민사 사건을 다루는 런던의 민사 법원 앞.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는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몇 달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개럿 공작과 리오 에드워즈의 첫 소송이 시작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리오는 개럿 공작의 부동산 중 일부 농장에 대한 퇴거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이 소송의 결과에 따라 차후에 이어지는 각종 소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두 달 전만 해도 일방적으로 개럿 공작의 승리로 끝날 줄 알았던 리오의 소송은 로건 작가의 소설이 큰 인기몰이를 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었다.
여기에 소설 속의 주인공이 리오 에드워즈임을 로건 작가가 밝히면서 분위기는 더욱 후끈 달아올랐다.
물론 여전히 개럿 공작을 지지하면서 이 모든 것이 가짜 리오와 제프리의 간교한 술책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 * *
“리오 경, 마음의 준비는 다 되셨어요? 긴장되지는 않고요?”
태오가 앞자리에 앉아 있는 리오 에드워즈에게 조용히 물었다.
생전 처음 법정에 온 것이라 당연히 긴장할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드러난 감정은 상당히 안정돼 보였다.
“괜찮습니다. 법원에 들어오니 오히려 마음이 더 편안하네요. 이 소송을 계기로 어쩌면 억울한 부모님의 원한을 풀어드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대도 되고요.”
태오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여기까지 온 이상, 부모님의 한을 풀어드려 봅시다.”
그때 증인석으로 리오 측의 증인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태오가 결혼정보회사의 정보 조사관들을 총동원해 리버풀에서 어렵게 모시고 온 사람들이었다.
주로 리오의 아버지 딜런 에드워즈가 생전 리버풀 지역에서 교류했던 귀족과 젠트리, 선장, 하인, 지역 주민 등으로 30여 명이 넘었다.
곧 개럿 공작 측의 증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법정으로 들어와 증인석을 채웠다.
그러나 그 수가 겨우 열 명 남짓에 불과했다.
저벅. 저벅.
태오와 리오 앞으로 흰 가발에 검은 로브를 몸에 두른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루퍼트 윌슨 법정변호사였다.
윌슨 경은 개빈 머레이 사건 때 많은 도움을 받았던 법정변호사였는데, 이번에도 흔쾌히 변론을 맡아 주었다.
그는 들고 있던 양피지 묶음을 풀어 보여주면서 재판 중에 주의해야 할 사항을 리오에게 전달했다.
얼마 전 태오의 소개로 만난 두 사람은 소송을 준비하면서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의 사연에 빠져든 윌슨 변호사는 열성을 다해 그의 소송을 도왔다.
덜컹-
잠시 뒤, 법정 오른쪽 문이 열리더니 12명의 배심원단이 차례로 들어와 어두운 나무 패널로 장식된 배심원석에 앉았다.
다양한 나이와 직업을 가지고 있는 배심원들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사건을 맡게 된 것에 꽤나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잠시 후 법원 특유의 제복을 차려입은 남자가 큰소리로 재판관의 입장을 알리자, 소란스러웠던 법정이 조용해지면서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매부리코와 깊게 파인 눈이 도드라져 보이는 나이 든 사내가 흰 가발과 법복을 입은 채 천천히 법정으로 들어섰다.
로렌스 브라운 재판관이었다.
그가 자리에 앉으면서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었다.
* * *
“존경하는 재판관님, 그리고 배심원 여러분.”
윌슨 법정변호사의 차분하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법정을 울렸다.
“저는 오늘 정당하게 얻어야 할 자기의 권리를 인생에서 송두리째 뺏겨버린 안타까운 한 젊은이의 변호를 맡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순간 개럿 공작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윌슨 법정변호사를 노려보았다.
권리를 뺏겼다는 말이 공작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잉글랜드에서 명성이 자자한 한 가문의 정통성이 욕심 많은 누군가로 인해 철저히 유린당하였고, 그 재산마저 모두 엉뚱한 자의 손아귀로 넘어갔습니다.”
손에 뭔가를 들고 있던 윌슨 법정변호사는 배심원단 앞으로 천천히 다가가 그 물건을 들어 보였다.
그의 손에는 낡아서 군데군데 해어진 가죽 신발 한 짝이 들려있었다.
“여러분들 앞에 보이는 이 신발은 북아메리카의 농장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가 주로 신는 신발입니다.
보시다시피 얼마나 많은 노동을 했는지, 가죽 신발은 낡고 해어져 여기저기 구멍이 날 정도가 되었죠.
그런데, 여러분! 누가 봐도 정말 열심히 땀 흘려 일했을 것 같은 이 낡은 농장 노동자 신발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배심원단은 물론 방청을 위해 들어온 사람들이 궁금한 눈으로 윌슨 변호사의 답을 기다렸다.
들었던 신발을 더 높이 쳐들면서 윌슨 변호사가 외쳤다.
“바로 고귀한 에드워즈 공작 가문의 적통 후계자, 딜런 에드워즈 경이 살아생전에 신었던 신발입니다!”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십수 년 전 사라져 버린 저명한 공작 가문 상속자의 신발이라니.
-아니, 저게 무슨 소리야?
-사라진 딜런 경이 식민지 땅에서 농사일을 했다니… 세상에.
-설마, 에드워즈 가문에서도 알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어이구, 다들 소설을 안 읽으셨나 보군요? 거기에 저런 사실들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더라고요. 소설에 따르면 개럿 공작님은 이미 그 사실들을 알고 있었다는 것 같던데요?
-알면서도 가만뒀다고요? 왜요?
-왜 긴요? 뻔한 거 아니겠어요?
-에이, 그거 다 지어낸 소설이죠. 전부 개럿 공작님을 음해하려는 수작이라고요!
공작 작위를 이어받을 고귀한 신분의 상속자가 북아메리카 식민지의 척박한 땅에서 험한 농사일을 하면서 살았다는 사실은 당시 런던 시민들에겐 상상하기 힘든 충격적인 일로 다가왔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윌슨 변호사가 검지를 들어 허공에 흔들면서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켰다.
“에드워즈 공작가의 정식 후계자인 딜런 에드워즈의 친아들이자, 에드워즈가의 제1순위 법정상속인인 리오 에드워즈 경이 바로 이곳에… 그의 아버지의 정당한 유산을 되찾기 위하여 참석하였습니다!”
말을 마친 윌슨 변호사가 오른손을 들어 원고석에 앉아 있던 리오 에드워즈를 가리켰다.
그러자 재판관과 배심원단 그리고 청중들의 시선이 일제히 리오에게로 쏠렸다.
“리오 에드워즈 경! 잠시 일어나 주시겠습니까?”
모두의 관심을 받으면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리오 에드워즈.
대중 앞에서의 첫 소개는 재판의 향방을 가를 정도로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다.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대중의 기대를 넘어서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이날을 위해 두 달을 준비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와-
방청석의 아래와 위층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법정에 당당하게 선 리오 에드워즈는 더 이상 자메이카의 허름한 관리인이 아니었다.
훤칠한 키에 조각 같은 얼굴, 몸에 착 감겨 떨어지는 고급스러운 신사복은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고귀한 공작 가문의 후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근사했다.
‘저…저놈이… 그때 그… 사기꾼이라고…?
몇 달 전 제프리가 런던에 데리고 온 리오를 처음 보았던 기억이 뚜렷한 개럿 공작이었다.
분명 남루하고 촌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런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버린 리오 에드워즈의 모습에 적잖이 놀란 듯했다.
태오는 얼른 배심원단의 표정도 살폈다.
그들의 눈빛과 몸짓에서 리오를 에드워즈 공작가의 진짜 후손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네.’
두 달가량 로건 작가의 소설로 영국 곳곳에 이름을 알린 리오 에드워즈.
런던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사기꾼으로 몰렸던 그는, 소설 속에서 공작 가문의 친손자로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리오의 애달프고 비극적인 삶에 함께 분노하고, 함께 슬퍼했다.
이러한 사람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토대로 이제는 진실을 알리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차례.
리오 에드워즈에게 윌슨 법정변호사가 물었다.
“리오 에드워즈 경. 제가 들고 있는 신발이… 확실히 아버님이신 딜런 에드워즈 경의 신발이 맞습니까?”
모두가 리오의 입으로 시선이 쏠렸다.
잠시의 침묵이 흐르고,
“네, 맞습니다. 돌아가셨던 아버지의 신발 한 짝을 지금까지 소중히 보관해 왔고, 그 신발을 런던까지 가지고 온 것입니다. 어릴 적 제가 챙길 수 있었던 부모님의 유일한 유품이었죠. 아버지는 옥수수 농사를 지으실 때마다 발이 편하시다면서 늘 그 신발을 신으셨습니다.”
지체 높은 귀족이나 왕실에서나 들을 법한 진중하고 격조 있는 발음이 그의 입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오! 지금 발음 들었어요?
-말투며 발음이며… 정말 공작가의 손자로 봐도 손색이 없겠는데요?
-정말 그 소설의 인물이 리오 경이 맞나 봅니다. 거기서도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게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했잖아요.
-그러게요. 무식한 사기꾼이라면 어떻게 저런 훌륭한 말솜씨를 가질 수 있겠어요?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요.
외모에서의 풍기는 고귀함에 이어, 입에서 나오는 품격 넘치는 발음과 태도에 다시 한번 감탄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로건 작가의 소설 덕분에 한껏 올라간 리오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고귀한 외모와 품위 넘치는 말투, 그리고 훌륭한 매너로 인해 훨씬 더 좋은 반응을 가져오고 있었다.
만족스러운 표정의 윌슨 법정변호사가 재판관과 배심원단을 향해 말했다.
“이 소송의 핵심은 리오 에드워즈가 진짜 딜런 에드워즈의 친아들이냐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친아들이 확실하다는 것이 저희의 확고한 입장입니다.
하지만 참으로 안타깝게도 친아들이라는 것을 입증할 공식 자료들이 모두 불에 타버리고 없는 상황이지요. 그래서 저희는…….”
그때였다.
개럿 공작 측의 변호사인 험프리 앨런 법정변호사가 재빨리 변론에 끼어들었다.
“윌슨 변호사가 이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짚으셨네요. 맞습니다! 이 소송의 핵심은 원고인 리오 에드워즈가 정말 에드워즈 가문의 친손자가 맞느냐는 점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친손자도 아닌 작자가 현직 공작을 상대로 퇴거 소송을 한다? 만약 이런 황당한 일을 당한다면 여러분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요? 저 같으면 너무 억울하고 화가나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습니다.”
앨런 법정변호사가 리오를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런! 그런데 어쩌지요? 지금 개럿 공작님께서 그런 억울한 일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 자신이 딜런 경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저 원고의 모습을 보십시오. 일단 외모에서부터 저 사람은 에드워즈 가문의 사람이 아닌 것 같지 않습니까?
이곳 피고인석 뒤로는 많은 에드워즈 가문의 사람들이 참석해 있습니다. 여러분의 눈으로 직접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조금 전까지 리오가 공작 가문의 손자라고 흥분했던 사람들이 앨런 변호사의 말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개럿 공작을 비롯한 공작 집안의 사람들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에드워즈가의 남자들은 대부분 키가 작고, 짙은 갈색의 머리카락이었다.
-어? 진짜 그러고 보니 에드워즈 가문 사람들과 리오 경은 너무 다르게 생겼네?
-그러게요. 리오 경은 상대적으로 키도 너무 크고, 머리색도 밝은 금발인데요?
-정말 달라도 너무 다르긴 하네요.
태오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혈통과 유전에 대한 잘못된 지식과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바보 같은 반응에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다.
앨런 법정변호사는 자신의 의도가 통한 것에 쾌재를 부르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 지금 저기 원고석에 앉아 있는 인물은 몇 년 전부터 스스로 자신이 공작가의 친손자라고 여기저기 소문을 퍼트리고 다녔고, 제프리 경과 런던에 오자마자 바로 개럿 공작 집으로 달려가 돈을 내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았던 사람이라는 걸 아십니까?
의문이 듭니다. 진짜 에드워즈 가문의 적통 손자라면 그런 천박하고 경박한 행동을 감히 할 수 있었을까요?”
리오가 참지 못하고 즉각 반발했다.
“자메이카에서 뿌리를 찾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이 유일했습니다! 그리고 전 돈 같은 걸 내어놓으라고 요구한 적도 없고요! 단지 저의 뿌리를 찾고 인정받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당황한 윌슨 법정변호사가 리오를 제지했다.
“리오 경. 지금은 그렇게 반박하시면 안 됩니다. 그냥 가만히 있으셔야 합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앉으세요! 어서요!”
리오가 격한 반응을 보이자, 앨런 법정변호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배심원단 앞에서 입을 놀렸다.
“쯧쯧- 저것 보십시오! 명문가의 혈통인 양 번지르르하게 차려입고는 있지만,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저 천박한 모습을!
어떤 비난과 모욕에도 시종일관 고귀하게 앉아 계신 개럿 공작님과는 너무나 비교되지 않습니까?
저 경거망동하는 태도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에드워즈 공작 가문의 피가 흐른다고 보이지가 않군요.”
배심원들은 귓속말로 서로 뭔가를 속닥였고, 일부는 열심히 적어 내려갔다.
그때 윌슨 법정변호사가 브라운 재판관에게 요청했다.
“재판관님! 앨런 변호사의 어이없는 변론에 반박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증인을 신청합니다!”
브라운 재판관이 허락하자 증인석에 앉아 있던 한 인물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큰 키에 금발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눈매는 조금 달랐지만, 언뜻 비치는 전체적인 외모가 리오 에드워즈와 상당히 닮아 있었다.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증인석에 선 남자는 재판관 앞에서 사실만을 말할 것을 선서하고, 윌슨 변호사의 질문을 받았다.
“증인, 본인의 이름과 원고와의 관계를 밝혀 주세요.”
남자는 살짝 긴장한 얼굴로 입술을 뗐다.
“지금… 원고석에 앉아 있는 리오 에드워즈 경의 어머니가… 제 어머니의 동생이셨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원고와 이종사촌 관계인 마이클 캘리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