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진실 게임의 결말 (2)
아기 때 입은 상처까지 일치하자 올가는 리오를 붙잡고 다시 한참을 흐느꼈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그녀는 십여 년간 감춰 두었던 범행을 하나하나 자백했다.
“딜런 경의 가족을 모두 죽이면 노예에서 해방시켜 주고 많은 돈을 주겠다는 꼬임에 그만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저녁 식사를 준비하면서 건네받은 독약을… 음식에 탔습니다.”
올가는 다른 곳에 팔려 간 자기 아이와 함께 살고 싶다는 욕심에 그만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고 했다.
“흐흑… 그때 제 머리에 악마가 씌었던 것 같습니다.”
자기를 평소 가족처럼 여기며 인간적으로 대해 주었던 고마운 딜런 농장 주인 부부였기에 독약을 음식에 넣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망설였다.
그러나 고생하고 있을 자신의 아이가 눈에 밟혀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올가는 그날 음식에 독약을 섞으면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세상에 존재하는 천벌이 있다면 모두 자기가 달게 받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일을 벌이고… 모두 숨이 멎은 모습에 정신없이 도망쳐 나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아주 멀리 도망간 후 위조된 해방 노예 증서로 이름까지 바꿔 지금까지 살았죠. 으흐흑-”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정부는 도망간 하녀를 용의자로 의심하고 추적하였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거기다 음식물이나 딜런 부부의 시신에 이 당시 기술로는 매우 기초적인 독극물 검사만 가능했기 때문에 결정적 증거를 잡지 못했고, 결국 하녀를 쫓는 일도 며칠 만에 중단되고 말았다.
그러나 올가의 삶은 행복하지 못했다.
정말 천벌을 받았는지, 숨만 쉬는 산 송장과 다를 바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죄책감은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갈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아들을 지켜내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야 했다.
“누가 당신에게 독약을 주고 딜런 경 가족을 죽이라고 사주한 거죠?”
태오의 물음에 올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피셔 씨를 쳐다봤다.
“이 모든 일은… 저기 있는 호가스 피셔 씨의 지시로 이루어진 일입니다!”
호가스 피셔가 즉각 반발했다.
“저… 저런 거짓말쟁이를 봤나! 아닙니다! 저 검둥이 년은 지금 자기의 죄가 들통 난 것이 두려워 없는 말을 지어내고 저를 모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리오 경을 가리키며 외쳤다.
“그리고 저기 리오 에드워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수상해요! 제가 알던 리오하고는 분명히 다른 사람입니다. 저 사람은 딜런 경의 아들이 아니라고요! 딜런 경의 아들은 그때 저 거짓말쟁이 검둥이 년이 죽였다고요!”
그의 주장에 리오가 냉소를 지었다.
처음 자기와 눈이 마주쳤을 때 깜짝 놀라 시선을 피하는 호가스 피셔였다.
태오의 눈에도 지금 거짓말을 지껄이고 있는 호가스의 감정이 그대로 전달됐다.
툭-
타운센드 반장이 호가스 피셔 앞으로 서류 몇 장을 던지듯 내밀었다.
리오 경이 가지고 온 딜런 농장의 매매서류로, 로빈슨 씨가 북아메리카에서 어렵게 구해 온 증거자료였다.
“이것은 당신이 딜런 경의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는 매매기록입니다. 그런데 매매기록을 살피다 보니 당신이 리오의 재산관리인으로 되어 있던데요?
증언에 따르면 딜런 경이 사망하자, 리오에게는 일가친척 하나 없고, 당신이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형제처럼 지냈다고 주장해 리오를 돌보기로 했다고 하더군요.
결국 당신이 딜런 경이 죽은 이후, 딜런 경의 재산을 재산관리인 형식으로 몽땅 가져갔고, 변호사와 위조문서를 이용해 그것을 매각했다는 것이 이렇게 공식적인 문서로 증명이 되고 있지 않소?
그런데, 당신은 며칠 전 조사에서 딜런 경의 땅과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거짓 진술을 했었지? 이렇게 되면 당신 진술은 앞으로 믿을 수가 없게 되는 거라고. 그만큼 당신에 대한 처벌이 쉽다는 걸 아셔야 해!”
똑- 똑-
덜컹-
러너스 형사 하나가 문을 열고 말했다.
“반장님, 어떤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지금 급히 만나 뵙고 싶다고 하셔서요.”
“지금 중요한 신문 중인 거 안 보여? 나중에 오시라고 해.”
“그런데, 리오 경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요.”
“리오 경을 잘 알다니?”
“리오 경의 진짜 신분에 대해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할 것이 있다던데요?”
타운센드 반장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표정으로 태오를 쳐다봤다.
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 여기로 들여보내.”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커다란 덩치의 노년의 남성이 반장실 문을 밀고 들어왔다.
쿡 선장의 등장에 리오 경이 제일 놀라는 눈치였다.
호가스 피셔는 흠칫거리며 누군지 생각해 내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리오가 선장에게 다가갔다.
“선장님? 선장님께서 여기에 어떻게 오신 거죠?”
깜짝 놀라면서도 반가워하는 리오와는 달리 쿡 선장은 어딘가 미안해하는 얼굴이었다.
“아, 리오… 리오도 있었구나. 그래, 참 오래간만이네.”
타운센드 반장이 선장에게 물었다.
“어떻게 여기를 찾아오신 거죠? 수사에 결정적 증거를 가지고 오셨다던데?”
“네, 요즘 이 사건으로 한참 말이 많은 것 같아서요. 저는 한때 노예선을 몰았던 선장으로, 여기 있는 리오가 9살이 됐을 무렵부터 자메이카의 성장 과정을 다 지켜본 사람입니다.”
“어떻게 리오 경을 아시게 된 건지 간단한 설명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당시 저는 자메이카의 힘든 농장 생활을 견디지 못하는 노예들을 사들여서 북아메리카에 파는 일을 했습니다. 반대로 북아메리카에서는 젊고 튼튼한 노예들을 사들여 다시 자메이카로 와서 팔았고요.”
이 당시 자메이카 식민지의 노동 강도는 식민지 중에서도 높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선이 이동할 때도 가장 젊고 튼튼한 노예가 자메이카로 많이 들어갔다.
하지만 자메이카의 강한 노동에 적응을 못 하는 노예가 생겨났고, 그런 노예들은 북아메리카로 다시 팔려 나갔다.
선장이 호가스 피셔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던 중, 바로 저기에 앉아 있는 남자로부터 한 어린 백인 소년을 노예로 사들이게 됐습니다.”
그의 지목에 움츠려 있던 호가스 피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설마 자신을 알아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호가스 피셔가 머리를 세차게 저으며 부인했다.
“말도 안 돼요! 난 당신을 처음 봅니다! 내가 언제 당신한테 아이를 넘겼다는 말이요?”
“리오를 매매할 때, 딱 한 번 봤지만, 당신의 얼굴 생김새가 특이해 아직 기억하고 있었소. 거기다 리오를 노예선에 팔았다는 용의자라는 소리에 당신이 생각나기도 했고.
사실 나도 세월에 기억이 날까 싶었지만, 오늘 이렇게 보니 한 번에 알아볼 수 있겠더군.”
“아… 아니래도! 난 당신 같은 사람과 만난 기억이 없어! 없다고!”
코웃음을 친 선장은 들고 온 가죽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오래된 서류 한 장을 꺼내 타운센드 반장에게 건넸다.
“여기 저 사람이 저한테 리오를 넘겼다는 증거를 가지고 왔습니다.”
“이게 뭐죠?”
“리오 에드워즈의 노예매매 계약서류입니다. 여기에 저 사람의 친필 서명이 있으니 확인하시면 제 말의 진위가 드러날 겁니다.”
호가스 피셔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몰라 두 눈알만 열심히 굴리고 있었다.
타운센드 반장은 노예 매매계약서상에 적인 서명과 그동안 각종 자료에 기록된 호가스 피셔의 서명과 함께 놓고 살폈다.
“뭐, 볼 것도 없군요. 딜런 경의 재산을 처분할 때의 필체와 이 노예계약서상의 필체가 피셔 당신 것과 완벽하게 일치하는군.”
그런데, 매매계약 서류를 유심히 살피던 타운센드 반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선장님? 노예 매매계약서에는 ‘리오 에드워즈’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는데요? 토미 클라크란 이름만 있고요.”
쿡 선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
쿡 선장이 안타까운 눈으로 리오 경을 쳐다본 후 말을 이었다.
“리오에게는 정말 안됐지만,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옳을 것 같군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리오 에드워즈의 진짜 이름은 그 계약서에 나와 있는 대로… 토미 클라크입니다.
뒤에 보시면 토미 클라크의 신분을 확인하는 문서도 같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그럼? 딜런 경의 아들이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네, 제가 알고 있는 ‘리오’는 ‘토미 클라크’로, 범죄행위로 추방되어 북아메리카의 노예로 온 아이였습니다.”
쿡 선장이 리오를 돌아보며 진심으로 충고했다.
“리오, 아니… 토미. 이제 여기서 그만하렴. 시간이 갈수록 일만 점점 더 커질 뿐이야.”
리오는 대답 없이 알 수 없는 미소만 지었다.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태오가 선장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문밖으로 안내했다.
“감사합니다, 선장님. 전달이 충분히 된 것 같습니다. 사건을 진상을 밝히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만 돌아가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네, 형사님. 제발 리오에게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 * *
쿡 선장이 반장실을 나간 후, 타운센드 반장이 리오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리오 경, 이게 어찌 된 일이죠? 왜 선장님은 당신을 토미로 알고 있는 거죠?”
다그치는 타운센드 반장을 잠시 바라본 리오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살고 싶었습니다. 피셔 씨의 집에 계속 있다가는 모진 매질과 굶주림에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늘 도망을 고민하고 있을 정도였죠.”
호가스 피셔의 집에서 고된 노동과 배고픔에 시달리던 리오는 자메이카 노예로 팔겠다는 피셔의 제안을 속으로 크게 반겼다.
“저보고 앞으로 평생 토미라는 노예로 자메이카에 살아야 한다고 협박을 했습니다. 저는 꼭 그러겠다고 했죠.
노예로 팔려 가는 배 안에서도, 행여나 토미가 아닌 것이 들통 나면 다시 피셔의 집으로 돌려보내 질까 두려웠어요. 그래서 자메이카 도착 전까지 서류에 쓰여있던 토미라는 아이 행세를 했던 겁니다.
하지만 자메이카에 가서는 원래 제 이름을 고집해서 다시 쓸 수 있게 되었죠.”
그러자 태오가 호가스 피셔가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쳤다.
“아, 이제 알겠군! 딜런 경 농장에 욕심을 품은 피셔 씨가 하녀인 올가에게 독약을 먹이도록 사주했던 거야!
사주가 성공하자 딜런 경과의 친분을 내세워 재산관리인 신청을 하고, 재산을 독식한 이후에 리오 경을 토미라는 노예로 둔갑시켜 자메이카로 팔아버린 거지! 저 나쁜 놈!”
“아… 아니… 그게…”
타운센드 반장은 태오의 행동에 맞장구치듯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무서운 얼굴로 호가스 피셔를 사납게 몰아붙였다.
“이 일은 영국 국민과 국왕 폐하께서도 지켜보고 있는 사건이야! 당신은 극형을 면치 못할 거라고! 이 정황증거만으로도 충분히 바로 교수형을 받게 될 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
호가스 피셔가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교… 교수형이라니요? 말도 안 됩니다! 제가 왜 교수형입니까?”
“딜런 경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올가 부인에게 독약을 전달해 죽이라고 교사한 거잖아?”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서 교사를 했다니요? 딜런 경의 재산이 얼마나 된다고 그러세요? 팔아도 남는 것도 별로 없었다고요.
그리고, 그렇게 재산을 차지하려 했다면 애초에 리오를 죽일 생각조차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닙니까? 리오가 살아있어야 제가 재산관리인이 되는 거니까요.
그런데, 올가는 분명히 딜런 가족 모두에게 독을 먹이라고 제가 지시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당시에 리오도 죽은 것으로 전부 알았고요.”
태오와 타운센드 반장의 작전이 먹혀들어 가고 있었다.
호가스 피셔는 그동안 꼭꼭 숨겨왔던 진실의 내막을 스스로 풀어내려 했다.
“그럼 재산이 목적도 아니었는데, 왜 어린아이인 리오까지 전부 죽이려 했다는 말이오? 이유가 있을 것 아닙니까? 원한 관계라도 있었소?”
“재산도… 원한도 그 무엇도 아닙니다.”
“그럼 뭣 때문에 그런 참혹한 짓을 벌였단 말이야? 당신이 모든 일을 꾸민 게 맞잖아!”
“제가 이런 일을 꾸몄다니요? 전 절대 그런 머리도 용기도 없는 놈이라니까요?”
태오의 눈짓을 받은 타운센드 반장이 버럭 성질을 부리며 벌떡 일어섰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계속 지껄이는 거야! 아- 됐고! 더는 당신의 입에서 거짓말을 듣고 싶지 않아! 어차피 이 정도 증거자료라면, 당신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극형을 처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나도 국민 이목이 쏠린 이 사건 하나로 아주 골치가 아파! 그냥 당신 하나 교수형에 처하면 끝나는 일이라고!”
덜컹-
반장실 문을 벌컥 열어젖힌 타운센드가 사무실이 떠나가라 형사들에게 소리쳤다.
“이봐! 당장 이놈 끌고 가 구금시켜! 딜런 경 가족 살인범이 이놈으로 밝혀졌으니까!”
“정말입니까?”
“그래! 딜런 경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다 죽인 거였어. 더러운 놈! 뉴게이트 감옥에 쳐놓고 교수대 준비하라고 해!”
그때였다.
호가스 피셔가 자포자기한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잠깐만요! 그게 아닙니다! 제가 한 게 아니라고요! 저도 누군가가 시킨 일을 했을 뿐이라고요!”
모두가 숨을 죽였다.
태오가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
“무슨 말이지? 당신도 누구한테 사주를 당했다는 말이오?”
“네! 네! 그렇습니다…. 어느 날 영국에서 어떤 낯선 신사가 저를 찾아왔어요. 그리고 딜런 에드워즈 가족에게 독약을 먹여 죽인다면… 큰돈을 주겠다고. 그래서… 그래서 그 유혹에 넘어가 올가에게 독약을 줬습니다. 흐흐흑-”
“영국… 신사?”
“네…. 그때는 빚도 너무 많고 옥수수 농사도 흉작인 데다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서… 정말 나쁜 짓인 줄 알고서도… 그래서 그랬던 겁니다! 크으윽-”
입술을 얼마나 깨물었는지 호가스 피셔의 입술이 터져 피가 다 보였다.
“정말 저는 그저 시킨 대로, 그 영국인 신사가 제게 하라고 명령한 대로 따랐을 뿐입니다.
그 신사는 먹여도 절대 걸릴 일이 없는 독약과 함께 처음 3천 파운드를 주면서 딜런 가족 셋을 모두 죽이면 5천 파운드의 돈을 더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살아나면 한 푼도 더 줄 수 없다고 했고요.”
“그런데 리오 경은 죽지 않았잖소?”
“네, 정말 극적으로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영국 신사는 무조건 딜런 가족이 모두 죽어야 돈을 주고, 확실한 공문서가 있어야 한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차마 살아난 어린 리오를 죽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모두가 죽었다는 걸 만들기 위해 거짓 공문서 자료를 넘겨줬습니다.”
“그렇게 큰돈을 주면서, 당신이 한 공문서위조를 그 신사가 그렇게 허술하게 믿을 수가 있었다고요?”
“이상할 정도로 운이 좋았습니다. 일단 여러 신문에 딜런 가족 세 명이 모두 죽었다고 기사가 떴습니다. 최초 검안 결과에 따른 일종의 오보였죠.
거기다 의사가 시신을 검안할 당시, 셋 다 숨이 멎어 있는 상태였기에, 최초 검안 기록서에는 전부 사망으로 표기가 됐습니다.
그런데 교회에서 장례를 치르려는데 갑자기 리오가 숨을 쉬며 깨어나 한바탕 큰 난리가 났었죠.”
피셔는 영국에서 온 신사라는 남자에게 당시 사망사고를 보고했던 지역 신문 기사, 딜런 부부와 리오의 이름이 들어간 사망에 관한 최초 검안기록을 넘겼다고 했다.
“리오가 살아나는 바람에 장례는 딜런 부부만 시행했습니다. 그래서 장례와 관련된 기록에는 두 부부 이름만 나와 있었죠. 그런데 제가 교회에서 보호자용 장례 기록을 받으면서 제 손으로 몰래 리오의 이름을 추가해 넣었습니다. 장례를 치른 것처럼 만들어 확실히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였죠.”
호가스는 그 자료를 신사에게 넘겨주고 나머지 돈을 받았다.
“그럼 토미라는 아이의 신분증명서는 또 뭡니까? 토미라는 아이는 도대체 누구고요?”
“제 처남 집 안에 있던 노예 아이였습니다. 어느 날 그 아이가 도망갔다는 얘기를 듣고 잘됐다 싶어, 그 아이의 서류를 받아서 리오가 그 아이인 척해서 노예선에 팔아넘긴 겁니다.”
“당신을 사주했다는 신사의 신분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소?”
“아무것도 없습니다. 영국에서 왔다는 것만 알고 나머지는 철저히 숨겨서 알 수가 없었습니다.”
* * *
용의자들을 내보낸 후, 태오와 타운센드 반장은 앞으로의 일을 의논했다.
“일단 영국에서 찾아왔다는 그 신사부터 찾아야 합니다.”
타운센드 반장의 말에 태오가 반대했다.
“어차피 그 신사도 중간책일 뿐입니다. 따라서 신사를 찾아낸다고 해도 진짜 주범과의 관계는 밝히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지 말고, 바로 개럿 공작의 집을 수색해 보면 되지 않을까요?”
“올가나 호가스 피셔 모두 개럿 공작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아무런 관련성도 나오지 않은 공작을 상대로 무작정 압수·수색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무리 급해도 절차를 지키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우리 입장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아직 수사 상황이 밖으로 적게 새어 나갔을 때 불시에 덮쳐야 결정적인 증거 물품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피셔 씨가 영국 신사로부터 받은 편지에 필체가 아주 독특하다고 합니다. 내일 런던에 따라온 피셔 씨의 아들에게 그 편지를 가지고 오게 한다고 했습니다.
그럼 그 필체를 가지고 돈을 받은 날짜 즈음에 북아메리카에서 영국으로 들어간 모든 배 명단을 뒤져보면 단서가 나올 것 같습니다.”
“15년 전 승객명단이 아직도 있을까요?”
“있을 겁니다. 수사할 때, 20년 전 명단을 확인하기도 했었으니까요.
그렇게 밝혀진 사람이 개럿 공작과의 깊은 연관성을 찾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된다면야 정말 좋겠지만, 저는 괜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생각보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보죠.”
“반장님, 그렇다면 조사는 비밀스럽게 하셔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개럿 공작 측에 얘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믿을 만한 정보원들을 추려 은밀하게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