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16
16화 통 큰 투자
달려온 제임스 와트가 앤의 손을 부여잡고 물었다.
“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연락도 없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사정이 있었어요. 이따 저녁에 전부 말씀드릴게요.”
제임스 와트가 뒤에 서 있는 태오를 힐끔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저분은 누구시지? 같이 오신 거야?”
“아, 저분은 와트 씨의 증기기관 얘기를 듣고서 투자를 꼭 하고 싶다고 하셔서 이렇게 모시고 왔어요.”
태오가 얼른 앞으로 나가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테오 샌더슨이라고 합니다.”
“아, 네. 제임스 와트입니다.”
사실 태오는 앤의 연인이 역사 속의 그 제임스 와트가 맞다면 제대로 된 투자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출발 전에 있었던 인텔리젼스 클럽 모임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증기기관 투자 설명을 진행하기도 했다.
증기기관에 대한 태오의 구체적인 발전 전망이 나오자, 평소 태오의 혜안을 높이 사던 윌리엄 롤랜드와 리처드 디포 등 몇몇 젠트리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투자금 약정서까지 내밀었다.
그렇게 클럽 회원들을 통해서 모인 투자 약정자금만 무려 10만 파운드(현재 시세 약 150~200억 원)에 달했다.
태오는 마차를 타고 버밍엄으로 오는 동안, 이러한 자신의 투자 의지를 앤에게 전달했고, 안 그래도 결혼 문제로 함께 왔다고 말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앤 맥그리거는 투자를 위해 동행한 것이라고 입을 맞췄다.
“안녕하세요? 저는 매튜 볼턴이라고 합니다.”
“네. 테오 샌더슨입니다.”
투자라는 말에 매튜 볼턴이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
“얼마나 투자하실 생각에 여기까지 오셨는지 물어도 될까요?”
“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여기 보시면 투자 약정자금이 대략 10만 파운드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더 모일 수도 있고요.”
증기기관 상용화의 초창기라 투자금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던 볼턴으로서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 아직 홍보가 많이 된 것도 아닌데, 10만 파운드라는 거금의 투자를 위해 이곳까지 직접 오시다니.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하하하.”
통 큰 투자 소식에 매튜 볼턴은 함박웃음을 지었고, 제임스 와트는 자신의 증기엔진이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싱글벙글하였다.
‘나야말로 고마운 일이지. 이들이 의심할 여지없이 제임스 와트와 매튜 볼턴인 이상, 10만 파운드는 앞으로 증기기관을 통해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하면 그야말로 푼돈에 불과해.’
태오와 투자와 관련된 얘기를 나누던 중 매튜 볼턴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샌더슨 씨, 마침 잘됐네요. 오늘 저희가 개량을 거친 증기기관의 시연 장면을 보러 탄광으로 가거든요. 함께 가서 직접 기계 가동 모습을 보시면 투자에 더 도움이 되실 겁니다.”
태오가 볼턴의 제안에 기뻐했다.
“아,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럼 저로서는 너무 영광이지요. 거기다 버크 경이라고 제가 아는 분이 이 근처에 꽤 큰 광산을 매입했는데, 탄광에 물이 많이 차서 아주 고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와트 씨의 증기기관 설치를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오늘 기계를 직접 보게 되면 그분께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겠네요, 하하.”
“오, 그렇습니까? 그럼 우리 역시 감사한 일이지요. 하하하.”
몇 년 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은 유명세와 함께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다.
단순히 탄광의 배수용 외에도 방직업이나 선박, 군함, 열차 등 각종 분야에 주도적으로 쓰이면서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은 그야말로 떼돈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장밋빛 미래를 전혀 모르는 와트와 볼턴으로서는 본격적인 상용화를 앞둔 지금, 아무리 기술에 자신 있다 하더라도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이런 와중에 거액의 투자금을 들고 온 태오는 이들에게 크나큰 위안과 힘이 되는 고마운 손님이었다.
“아까 두 분이 보고 계시던 것이 오늘 보게 될 증기기관의 부품입니까?”
태오가 작업대 위에 놓여있는 여러 개의 밸브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자 제임스 와트가 웃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우리 공장에서는 증기기관에서 제일 중요한 엔진 밸브와 기타 몇 가지 정밀 부품만 만들고, 나머지 부분은 다른 믿을 만한 제조업자에게 맡기고 있죠. 그리고 엔진을 설치할 때는 교육을 받은 엔지니어를 통해 제대로 잘 설치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의 기업에서처럼 주요 부품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른 하청기업에 맡기는 형태의 운영 방법과 비슷해 보였다. 여기에 엔지니어의 훈련을 통한 품질 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샌더슨 씨. 이리로 와서 저희가 발명한 다른 제품들도 좀 보시겠어요?”
“아, 네.”
제임스 와트는 주요 투자가가 될 태오에게 회사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싶어 했다.
“이게 바로 기계가 작동할 때 압력을 잴 수 있는 압력계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거는 원심조속기의 중요 부품이고요. 그리고 이건···”
30여 분에 걸쳐 이어진 제임스 와트와의 대화를 통해 태오는 그의 성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제임스 와트는 전형적으로 자신의 ‘성장’에 많은 초점을 맞추는 사람이었다. 그만큼 배우는 데에 주저하지 않고 적극적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저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반해, 제임스 와트는 자신의 낮은 신분과 처지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배워나가면서 자기 자신에게 인정받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성향으로 인해, 배움이 짧았음에도 당대 최고의 대학자들과의 교류에 있어서 당당하고 거리낌이 없었던 것이다.
‘후후, 제임스 와트를 이렇게 직접 마주하면서 그의 성격을 파악해 볼 수 있다니 신기하고 재밌네. 그나저나 제임스 와트의 성격은 앤 맥그리거와 정말 잘 어울려. 굳이 점수를 매겨보지 않아도 맥그리거 양과 와트 씨가 서로 끌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확실히 알겠어.’
역사 속에서 제임스 와트와 앤 맥그리거가 재혼했다는 사실까지는 알지 못하는 태오였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두 사람의 성향은 결혼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찰떡궁합이었다.
천생연분이 있다면 바로 이 두 사람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
앤 맥그리거 양과 그녀의 하녀들은 볼턴 씨의 집으로 먼저 보내고, 태오는 와트와 볼턴과 함께 오늘 시험 가동을 한다는 탄광으로 향했다.
“······ 결국 뉴커먼 증기기관을 수리한 것에 불과하다고 특허권 사용료를 받지 못했어요. 그래서 대기압 방식의 증기기관인 뉴커먼 방식을 증기압력으로 구동하는 증기기관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특허를 받게 된 거죠.”
가는 길에 태오는 증기기관의 개발 과정에 관한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역사책에서 한 번쯤 들어본 내용도 있었지만, 책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았던 숨겨진 에피소드들도 많았다.
그렇게 시대를 이끈 두 위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태오는 이들이 어떻게 산업혁명 시대의 명콤비가 될 수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제임스 와트가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한 후에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게 할 기술을 찾아내는데 탁월했다면, 이 기술의 상용화는 매튜 볼턴이 맡아서 능숙하게 처리해 나갔다.
두 사람은 어찌 보면 전혀 다른 성향이었지만,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면서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각자가 다 대단한 캐릭터야. 이 정도의 강한 개성이라면 많이 부딪힐 수도 있을 텐데, 서로의 필요성을 너무 잘 알고 서로 존중하고 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마차는 개선된 증기 기관을 설치했다는 광산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탄광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무슨 일이 생겼나? 광부들이 왜 저렇게 앞에 몰려있지?”
불안한 표정의 매튜 볼턴이 마차의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그의 말처럼 많은 광부들이 일은 하지 않은 채 한데 모여 웅성거리고 서 있었다.
“워- 워-”
덜컹.
“일단 내립시다. 여기에 우리가 판매한 개량된 증기기관이 있으니까요.”
마차에서 내린 와트와 볼턴은 거대한 기계장치 앞으로 다가갔다. 태오도 그들의 뒤를 따라 기계 가까이 갔다.
기계에는 여러 개의 기둥과 추 같은 것이 꼭대기에 달려 있었고, 아래쪽으로 석탄을 넣어 수증기를 만드는 난로 모양의 크고 긴 원통이 놓여있었다.
‘오-. 저 기계가 바로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이구나.’
역사책에서 볼 때도 거대한 크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훨씬 더 커 보였다.
그런데 증기기관이 놓인 저편에 넋을 잃은 채 주저앉아 있는 젊은 여성과 울고 있는 어린아이 3명이 보였다.
그들 모두 얼굴과 몸 여기저기에 검은 탄가루가 잔뜩 묻어 있었다. 아마도 갱도 아래에서 석탄을 캐다 막 올라온 듯했다.
매튜 볼턴이 팔짱을 낀 채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는 한 중년의 사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지요, 로드니 씨?”
“아! 볼턴 씨 군요. 언제 오셨습니까?”
그는 이 광산의 주인이라고 했는데, 볼턴&와트사(Boulton & Watt)에서 새 증기기관을 구매해 설치했고, 오늘 첫 시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무슨 사고라도 났습니까?”
“휴- 네. 몇 시간 전에 갱도 하부에서 석탄을 캐다가 지하수가 터지면서 여러 군데가 수몰 돼 버렸어요. 그 사고로 일하던 광부 하나가 그만 물속에 갇혀버렸습니다. 그런데, 나오지도 못하고 물만 계속 더 차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의 이마는 변화가 없는데 눈썹이 상승하여 있는 것으로 보아 심적으로 매우 놀란 상태로 보였다.
그리고 얇아진 입술은 짜증이 분노로 바뀌고 있음을 나타냈다. 아마도 수몰된 광부에 대한 분노인 것 같았다.
광산 주인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계속 구시렁거렸다.
“아니, 내가 오늘 새롭게 들인 증기기관을 시험 가동할 거라고 미리 공지까지 했는데, 저 빌어먹을 광부랑 그 가족이 목표량을 채운답시고 억지로 기어들어 가 갱안을 파다가 이 사달이 난 거 아닙니까! 안 그래도 지하수가 터질 것 같은 조짐이 보여 웬만하면 들어가지 말라고 했건만.”
이 당시 광산에는 가족 단위로 석탄 채굴작업에 들어가는 경우가 흔했다.
석탄채굴량을 광산 주인과 합의한 후, 그 양을 채우면 임금을 지급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약속된 시간 내에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온 가족이 동원돼 석탄을 채굴했던 것이다.
지하 깊은 곳에 남편이 들어가 석탄을 캐면, 아내와 어린 자식들이 광물을 받아 지상 밖으로 운반하는 식이었다. 또 너무 좁아서 성인 남자가 들어가지 못하는 구멍에는 아이나 여성이 들어가 석탄을 캐기도 했다.
아이들의 우는 모습을 보다 못한 태오가 광산 주인에게 따지듯 물었다.
“아니, 그런데 왜 이러고 있는 겁니까? 배수용 새 기계도 들였는데, 한시라도 빨리 증기기관을 돌려서 물을 빼야 하는 거 아닙니까?”
태오의 말에 광산 주인이 퉁명스레 대꾸했다.
“내가 하루 이틀 광산을 운영해본 줄 아시오? 지하수가 터져 이 정도로 물이 차올랐다면 어차피 이미 죽은 목숨이오. 그리고 여긴 지형상 반나절만 기다리면 물이 저절로 빠지니 그때 증기기관을 천천히 돌려보는 게 석탄도 아끼고, 기계에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비도 되는 겁니다. 뭐하러 이미 죽은 사람 때문에 아까운 석탄과 비싼 새 기계를 낭비합니까?”
“뭐라고요?”
태오는 광산 주인의 말에 기가 막혔다.
하지만 여기는 18세기 근대사회. 현대사회의 가치를 무작정 들이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태오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로드니 씨!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수몰된 지 몇 시간 안 됐고, 지하갱도라면 여러 군데 공간이 남아 있을 테니 에어 포켓이 형성되어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도 큽니다. 3일간이나 살았던 사람도 있었잖아요?”
광산 주인이 황당한 눈으로 태오를 쳐다봤다.
“에어 포켓? 그게 대체 뭐요? 그리고 뭔 3일이나 살아요, 살긴. 이 양반이 평생 듣도 보도 못한 말을 하고 있어?”
급한 마음에 21세기에서 벌어진 탄광 사고 얘기를 꺼낸 태오였다.
“그럼 일단 생존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라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생존하고 있다면 당장이라도 증기기관을 돌려 물을 빼면 될 것 같은데?”
태오의 말에 광산 주인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허허- 참. 갱도 안에 얼마나 더 물이 찰지 모르는 상황에다가, 저 칠흑같이 어둡고 시커먼 물이 가득한 곳에 누가 들어가서 생존을 확인한단 말이오? 진짜 이상한 양반이네. 답답하면 선생이 직접 들어가 보든가!”
주위의 동료 광부들 역시 광산 주인과 같은 심정인 듯했다.
수몰 사고를 많이 겪어 본 그들은 희망이 없다고 여기고 태오의 시선을 외면했다.
“으흐흐흑··· 살려주세요! 제발··· 불쌍한 우리 남편 좀··· 살려주세요! 으흑흑.”
“우리 아빠 구해주세요! 제발요! 아직 살아계신다고요! 으앙~”
“아빠아- 으아앙-”
태오의 눈은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고 있는 수몰 광부의 가족에게 향했다.
용케 살아나온 그들의 얼굴에는 수몰되었을 때의 두려움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눈썹의 모양과 입꼬리의 방향, 그리고 눈 근육의 움직임이 강한 슬픔을 표출하고 있었다.
탄광에 갇혀 있는 아버지에 대한 애절함이 분명했다.
‘수몰된 아빠는 저들에게 아주 특별한 기억의 대상이야···.’
인간의 감정은 특정한 ‘기억’을 바탕으로 발전하게 된다.
아내를 비롯해 세 아이의 얼굴에는 공통적으로 강한 슬픔을 나타내는 표정과 행동들이 지속적으로 잡혔는데, 한두 군데가 아니라 얼굴 전체와 몸에서 강하게 발현되고 있었다.
이것은 남편이자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이 가족들에게는 유별나게 소중한 감정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현대 시대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질지 몰라도, 감정 전달이 매우 서툴렀던 18세기 아버지와의 관계에서는 쉽게 나오기 힘든 감정이었다.
‘저런 감정 표출은 아주 강한 유대감이 있어야만 가능해. 이들에겐 남편과 아빠가 그 어떤 금은보화보다 가치 있는 존재라는 의미다.’
표정에 담긴 간절한 진심을 읽은 탓일까.
태오는 이들의 소중한 기억을 계속 이어주게 하고 싶었다.
사람들에겐 그저 죽었을지 모르는 보잘것없는 광부 하나에 불과했지만, 부인과 자식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태오의 마음은 달랐다.
‘아직 살아 있다면 물속에서 얼굴만 내밀고 버티고 있을 거야. 지금이야말로 와트의 증기기관을 이용해 물을 빼야 해. 시간이 얼마 없어!’
여기 탄광의 주인이나 광부들은 제임스 와트의 새로운 증기기관의 성능을 보지 못해 망설이고 있는 것일 수 있었다.
즉, 기존의 성능 떨어지는 배수 기계를 기준으로 생각하니 물을 빼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을지 모른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성능에 대해 그 누구보다 강한 믿음을 가진 태오가 광산 주인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지 말고, 빨리 증기기관을 돌려 물을 빼내 보자고요! 빨리!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 할 것 아닙니까?”
당장 증기기관을 작동시켜 물을 빼라는 태오의 외침을 광산 주인은 어이없는 눈으로 쳐다봤다.
“뭐요? 새 기계를 돌려 물을 빼내라고? 저 사람이 아까부터 왜 자꾸 이러지? 누군 구하고 싶지 않아서 이러고 있는 줄 아쇼? 누구보다도 내가 더 안타깝다고!”
옆에 있던 제임스 와트나 매튜 볼턴도 당황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현대 시대라면 너무나 당연한 구조활동이겠지만, 이 당시까지만 해도 생사가 불투명한 광부 하나를 살리기 위해 큰돈을 들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말로만 안타깝다 그러면 뭐 합니까? 살아있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응당 구해야지요!”
“당신 미쳤어? 저 기곗값이 얼마나 비싼 줄 알고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거요? 탄광에 가득 찬 지하수를 퍼 올리겠다고 아직 길도 들이지 않는 새 기계를 무리해서 돌렸다가 저 비싼 기계가 다 망가지면 어찌하려고? 살아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죽었을 게 뻔한 광부 하나 구하자고 석탄을 낭비하는 것도 모자라 저 비싼 기계를 막 돌려? 그건 절대 안 되지!”
태오가 다급하게 맞받아쳤다.
“기계가 고장 나면 내가 전부 보상하겠소! 아니, 고장뿐만 아니라 기계를 돌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석탄까지 전부 말이오. 하여간 구조에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얼마가 들든 내가 모두 다 책임질 테니 어서 빨리 기계를 돌려 물을 퍼냅시다. 어서요! 시간이 없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