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무도회장
태오는 마리아 공주와 도미니치 백작을 이끌고 교무처로 들어갔다.
“오셨습니까, 대표님?”
교무처로 들어서자 스키피오 마셜 교장이 달려와 태오를 반겼다.
태오는 스키피오 교장에게 공주와 백작을 소개하고 함께 오게 된 연유를 설명했다.
“……그래서 도미니치 백작님께서 우리 학교 시설과 운영에 관해 큰 관심을 보이셔서 모시게 됐습니다.”
사정을 들은 스키피오 교장은 학교 안내를 자청했다.
“아, 그러셨군요. 그럼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 *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교육관을 보여주면서 스키피오 교장이 설명했다.
“이곳은 원래 호텔을 준비 중인 건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사 중에 파산하면서 진행이 멈췄지요. 대표님께서 이 건물을 매입해서 이렇게 교육시설로 바꾼 겁니다.
그런데 호텔을 생각해서 만든 건물이다 보니 구조 변경과 보강공사가 생각보다 많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긴 했지만, 대표님의 아낌없는 후원 덕분에 무척 쓸 만한 학교가 된 것 같습니다.”
스키피오 교장이 말하지 않았더라면 호텔이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깔끔하고 멋진 교육시설이었다.
이 시대에 유행하던 조지안 건축 스타일이 적용되어 균형 잡힌 외관과 대칭구조, 높은 천장, 큰 창문 등이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커다란 창문이 밝고 환기가 잘되는 공간을 만들어 학습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교실 안에는 여러 학생이 모여 즐겁게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창문 너머로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보면서 마리아 공주는 무척 감동한 모습이었다.
아마도 나폴리 왕국의 아이들이 생각난 듯했다.
학교 구석구석을 살펴보던 공주가 물었다.
“교장 선생님? 저기는 뭐 하는 곳이죠?”
그녀가 가리킨 곳에 노란색 여닫이문이 보였다.
“아, 저기는 급식실입니다.”
“급식실이요?”
“네, 저곳에서 오전 간식과 오후 점심 식사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럼, 급식도 전부 공짜인가요?”
“물론입니다. 사실 학교에 들어가는 경비 중에 주급과 함께 식비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영양이 충분해야 한다는 대표님의 확고한 신념이 반영된 곳이기도 하죠.”
“…….”
궁금한 마음에 급식실 문을 열어본 공주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태오가 신경 쓴 학교 구내식당은 현대식 구조를 빌려 위생적이고 효율적인 동선을 고심하여 만든 곳이었다.
조리실에서는 다섯 명의 조리사들이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있었고, 그들이 만든 정갈한 요리들을 보조 하녀들이 뷔페식으로 된 기다란 탁자 위로 옮기는 중이었다.
모양과 냄새 모두 훌륭했다.
공주는 처음 보는 식당의 구조와 시설, 그리고 음식에 찬사를 보냈다.
현대라면 당연해 보이는 이런 모습들이 마냥 신기한 마리아 공주였다.
“와- 이런 학교는 정말 처음 봐요. 이런 걸 누가 다 생각해 낸 거죠?”
스피키오 마셜 교장이 조리실로 들어간 태오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 학교의 구조와 시스템은 대부분 샌더슨 대표님의 머리에서 나왔습니다.”
“네? 샌더슨 경께서요?”
“네, 저도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했지만, 이렇게 교육 친화적인 형태의 학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학교의 모든 시설이 학생들의 교육에 집중되어 있죠.
제 생각에 테오 스쿨은 시간이 지나 자리를 잡으면 영국, 아니, 전 세계 최고의 학교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 시기에 영국 최고 명문이라는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대학도 현대적 관점에서 본다면 교육기관으로 볼 수 없는 수준의 형편없는 시설이었다.
재정적 투자가 거의 없다 보니 교수들의 학문 연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수준 낮은 귀족 학생들의 놀고먹는 공간으로 전락해 있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대학에서 교수로 계셨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대학교에서는 식사를 어떻게 하나요?
아이들의 점심 식사가 차려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스키피오 교장이 말했다.
“제가 있던 대학에서 아침 식사는 보통 학생들 방으로 가난한 하층민 출신의 학생들이 가져다줍니다. 그리고 오후 1시나 2시부터 연회장에 열리는 정찬 모임에서는 여러 단계의 코스 요리를 즐기죠. 말이 점심 식사지 먹고 마시고 노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셈입니다.”
10대 중후반의 귀족 자제들은 대학에서 공부는 뒷전이었고, 놀고 마시고 유흥을 즐기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숱하게 보아온 스키피오 교장은 테오 스쿨의 교육 방침이야말로 제대로 된 대학 수준의 고등교육까지 훌륭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스키피오 교장의 얘기를 들으며 감탄하던 마리아 공주의 눈에 태오의 모습이 들어왔다.
조리장의 얘기를 진지한 표정으로 귀담아듣고 있는 태오.
‘…….’
처음 보았을 때부터 이상하게 관심이 가는 사람이었지만, 알면 알수록 끌리는 남자였다.
도미니치 백작이 귀띔해 준 샌더슨 자작은 남자가 중매업을 할 정도로 돈만 밝히는 전형적인 장사꾼인 데다, 권력에 아첨을 잘해 귀족 작위까지 얻어낸 다소 비열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주가 겪어본 그는 백작의 평가와는 전혀 달랐다.
영국에 아는 귀족이 없는 도미니치 백작이 어디선가 잘못된 정보를 얻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더구나 오늘 장학사업에 관한 그의 열정과 신념을 직접 보고 들으니, 더욱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
그때 다른 조리사들과 인사를 나누는 태오와 우연히 시선이 마주쳤다.
공주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어주는 그.
순간 공주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머리만 까닥하고 얼른 고개를 돌린 마리아 공주.
‘내가… 왜 이러지?’
콩닥거리는 심장 소리가 자신의 귀에까지 들리는 듯했다.
◈ 1788년 11월 중순, 테오 결혼정보회사.
태오가 막 3층 계단을 지나가는데, 어디선가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매니저실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였다.
‘뭐지?’
태오가 열린 매니저실을 슬쩍 살펴보니, 중년 부인이 원망 섞인 목소리로 불평을 쏟아내고 있었다.
‘회원의 어머니 같은데? 무슨 일이지?’
루시와 이자벨은 몹시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제 우리 딸 소피아의 결혼은 물 건너간 거잖아요? 왕실 사교 행사가 세 번이 지나가는 동안 청혼 한번 못 받았는데, 이곳에서도 아직 연결이 안 되고… 이제 다 끝났다고요! 다 끝났어! 그 착한 아이가 평생 노처녀로 손가락질당하다 늙어 죽게 생겼다고요! 흑-”
영국에서는 십여 년 전부터 4월부터 6월까지 귀족 가문의 어린 숙녀들이 영국 왕실에서 열리는 사교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 행사는 런던 세인트제임스 궁에서 왕비의 주관하에 열렸는데, 지방의 영지에 있던 귀족들은 이 시기가 되면 런던 타운하우스로 올라와, 딸을 왕실 사교 행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갖은 노력을 다 쏟아부었다.
이때 왕비는 이 행사에 참여하는 어린 상류층의 숙녀들에게 인사를 받았고, 왕비의 재가가 떨어진 이들은 각종 무도회나 만찬, 연극 등의 이벤트에 참석하면서 적당한 신랑감을 물색했다.
하지만 영국 왕실에서 직접 주최하는 이 사교 행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가문의 명성과 재력은 물론 결혼하려는 당사자도 어느 정도의 수준을 갖춰야 했고, 엄격한 언행과 복장 규정을 준수해야 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왕실 사교 행사에 발을 들여놓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힘들게 왕실 사교 행사에 초대받았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세 번의 행사 시즌이 지나가는 동안 청혼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사실상 왕실 사교 행사에서 퇴출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가문의 명성이 약하거나 당사자의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 또는 이렇게 휩쓸리듯 다니는 것을 끔찍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까다로운 왕실 사교 행사를 애초부터 피하려 들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돈 많은 귀족 가문이 여는 무도회장에 참석해 배우자감을 물색하거나, 어렵게 돈을 들여 스스로 무도회를 개최해 찾아 나서기도 했다.
그것도 여의찮으면 소문이 좋은 매파쟁이를 고용해 소개받기도 했지만, 이 경우에는 사기에 휘말리기 일쑤였다.
정보가 꽉 막혀있는 18세기의 근대사회에서 적당한 배우자감을 구한다는 것이 이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러한 힘든 시기에 등장한 것이 ‘테오 결혼정보회사’.
테오 결정사는 결혼에 머리를 싸매고 있던 수많은 어머니에게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매파들의 어설픈 정보로 사기성 짙은 연결이 많았음에 비해, 태오의 결정사는 가장 신뢰성 높은 상대와 1:1로 연결해 좋은 기회의 장을 열어주면서 많은 찬사를 받았다.
실제로 테오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결혼한 수많은 커플의 만족도는 상당이 높았는데, 이러한 소문이 멀리 퍼져 나가면서 이제는 잉글랜드 지역을 넘어 스코틀랜드에서까지 태오의 회사를 찾아올 정도였다.
하지만 테오 결혼정보회사의 회원 폭증으로 인해 빠른 진행이 힘들어지면서, 어머니들 사이에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소피아 양의 어머니가 매니저들 앞에서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우리 딸이 곧 20대 중반이라고요! 최고라고 해서 믿고 맡겼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이냐고요? 네? 으흐흑-”
“어머니 고정하세요. 정말 죄송하지만, 저희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잖아요? 한 달에도 수백 명이 새로 가입하고 있고, 일일이 전부 상담도 해야 하고 매칭도 해야 하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그럼, 무도회라도 어떻게 열어줄 수 없는 건가요? 여러 사람이 만나면 자연스럽게 기회도 생길 수 있는 거잖아요!
9월만 지나면 다 닫아버리니, 나머지 기간에 중매가 안 되면 그냥 나이만 먹게 되잖아요?”
테오 스트리트에 있는 태오의 무도회장들도 그동안 사교 시즌에 맞게 3월에 개장하여 9월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보통 사교 시즌이 4월에 시작하여 6월에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태오의 회사는 조금 더 빨리 열고 훨씬 더 늦게 닫는 셈이었다.
하지만 9월이 지나면 테오 결혼정보회사의 무도회장도 굳게 문이 닫혔다.
물론 여우 사냥이 시작되기 전인 9월에서 11월까지 작은 규모의 사교 시즌이 열리기도 했지만, 그 규모나 참석인원이 너무나 작았다.
결국 10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는 사실상 공식적인 사교 무도회장은 하나도 없는 셈이었다.
‘…….’
한참 동안 소피아 어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을 엿들은 태오는 발소리를 죽여 대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5층 대표실.
‘점점 소문이 커지면서 더 많은 상담과 예약이 줄을 잇고 있어. 매칭 매니저를 아무리 늘린다고 해도 한계가 있고, 관리하기도 쉽지 않아. 서둘러 다른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 같은데….’
태오는 책상에 앉아 매니저실에서 소리치던 소피아 어머니의 말을 떠올려 보았다.
‘무도회장이라… 무도회장….’
눈물을 흘리며 무도회라도 열어달라고 애원하던 소피아 어머니의 절규가 머리에서 자꾸 맴돌았다.
소피아 양은 3남 2녀 집안의 넷째 딸로, 오빠들이 연달아 장가를 가는 통에 약간의 지참금 외에는 별다른 재산이 없었다.
이대로 결혼을 못 하게 된다면, 큰오빠 집에 가정부 역할을 하며 얹혀살거나, 평생 가정교사로 떠돌며 살아야 할 수도 있었다.
이해되지 않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근대사회 여성들이 결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어두운 단면이기도 했다.
‘그래… 그러고 보면 무도회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잖아? 규모는 작더라도 좋은 시설을 갖추고 성향이 맞는 남녀들을 주기적으로 모이게 하면, 알아서 적합한 배우자를 고를 수 있는 기회의 장소가 될 거야….’
이 시대에 무도회장이라고 하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보는 시설들이 있었다.
가령, 손님들의 옷을 맡아주거나 찢어진 옷, 헝클어진 머리 등을 만져 주는 클록 룸(Cloak room), 춤을 추다가 마음에 드는 상대와 디저트나 음료를 마시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티룸(Tea room) 등이 그러했다.
그래서 이 당시 검소한 중산층이 딸의 결혼식을 위해 직접 무도회장을 준비한다고 할 때 들어가는 돈은 최소한 300~500파운드가 필요했는데, 이 액수는 그들의 2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부담스러운 금액.
하지만 테오 결혼정보회사에서는 고비용이 드는 큰 무도회장을 숱하게 운영해 보고, 소규모의 무도회도 여러 차례 열면서 많은 노하우가 쌓였다.
이젠 적은 비용으로도 만족스러운 무도회장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꼭 큰 규모의 무도회장이 아니라 소규모의 무도회장에서도 연결된 커플이 꽤나 있었단 말이야. 그럼 그 소규모 무도회를 보다 전문화해서 상시로 연다면…?’
무도회를 반드시 3월부터 9월 사이에만 여는 것으로 고집하지 말고, 일 년 내내 매주 정해진 날에 정기적으로 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칭 매니저의 상담과 그 일정에 따른 만남을 성사하는 데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 상황에서, 오히려 이 방법이 더 합리적이고 빠를 수 있다.
그렇게 연결된 커플만 따로 태오가 최종적으로 살펴만 봐도 어느 정도의 적합성은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결혼정보회사의 회원만 해도 그 수가 적지 않으니, 작은 무도회를 공지하여 매주 연다고 할 때, 수익성에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면 비수기라는 10월에서 2월 사이에도 얼마든지 성혼이 이루어질 수 있다.
‘좋아. 잘 준비해서 다음 달부터 한번 시범적으로 운영해 봐야겠어.’
슥- 슥-
태오는 종이를 꺼내 들고 상시 개최의 소규모 무도회장 계획안을 빠르게 적어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