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176
176화. Blue room
오들오들 떨고 있는 수행 하녀 스테파니아에게 도미니치 백작이 고함쳤다.
“이 못된 년! 사실대로 말하거라! 공주님이 어디 계신 것이냐!”
“으흐흑-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백작이 무섭게 다그쳤다.
“내 인내를 시험하게 하지 말거라! 지금부터 어떻게 된 일인지 낱낱이 사실대로 고하지 않는다면, 네년 목 하나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나폴리에 있는 네년의 부모들과 가족까지 전부 책임을 물을 것이다!”
스테파니아는 바닥에 주저앉아 두 손 모아 싹싹 빌었다.
“으흐흑- 백작님! 부디 살려 주십시오. 제가 모든 걸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부디 살려주십시오! 제발… 으흐흑-”
“공주님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당장 얘기해!”
겁에 질린 스테파니아는 그동안 있었던 마리아 공주와 태오와의 일들을 모두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 * *
도미니치 백작의 침실.
쾅-
도미니치 백작이 책상을 내리쳤다.
왕국의 공주가 중매쟁이 장사꾼과 정을 통하고 있었다니.
낭패를 넘어서 왕국의 커다란 수치가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 몇 달 동안 벌어진 일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자신이 너무나 한심스러웠다.
백작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머릿속이 하얘졌다.
‘큰일이다… 마리아 공주는 왕비님 말 외에는 이 세상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을 여자야. 내가 말린다고 말을 들을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만에 하나, 공주의 이 망측한 일이 폐하나 왕비님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 책임은 모두 내가 떠안고, 중한 처벌을 피할 수가 없을 거야.
안 되겠다. 소문이 퍼지기 전에 내가 먼저 왕국으로 들어가 이실직고해야 해. 사랑에 눈이 먼 공주를 설득한다고 시간을 버리고 있을 수는 없어.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한시라도 빨리 왕국으로 돌아가 사실대로 먼저 전하는 것뿐이다. 그래! 오늘 새벽에 이탈리아로 떠나는 상선이 있다고 했어. 그걸 타야겠다.’
백작은 정신없이 가방을 꺼내 들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이른 아침.
발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방으로 들어오던 공주는 웅크리고 앉아 있는 수행 하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머! 스테파니아? 벌써 일어난 거니?”
고개를 든 스테파니아가 마리아 공주를 보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공주님… 큰일 났어요!”
“큰일이라니?”
“도미니치 백작님이… 백작님이… 새벽에 나폴리 왕국으로 떠나셨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백작이 왕국으로 갔다니? 아니, 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흑흑- 그게… 그게….”
울기만 하고 말을 못 하는 스테파니아를 살피던 공주의 눈에 바닥에 내팽개쳐진 이불과 베개가 보였다.
‘…….’
상황을 직감한 마리아 공주가 조용히 물었다.
“…걸렸니?”
스테파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아 공주가 침대 끝에 걸터앉아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 그래… 언젠가는 걸릴 일이었지. 나 때문에 네가 괜히 놀랐겠네.”
“으흑.”
“스테파니아. 너무 걱정하지 마. 너한테는 피해 가지 않도록 내가 신경 쓸게.”
“공주님… 너무 무서워요. 제 가족들까지 모두 처벌받을 거라고 겁을 주셨어요. 흑흑-”
어깨까지 들썩이며 흐느끼는 스테파니아에게 다가간 공주가 가만히 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무서워하지 마. 백작님이 한 말들은 순간 화가 나서 한 얘기들이니 신경 쓸 필요 없어. 내가 아무 일 없도록 조치할 테니까 너무 걱정 마.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할게.”
“공주님… 흑-”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리아 공주의 마음도 한없이 불안하고 두려웠다.
‘아… 이제 어쩐다….’
조금 전까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였는데, 지금 이 순간 가장 불행한 처지로 전락한 느낌이었다.
◈ 보름 후. 1789년 6월 말, 나폴리 왕국.
십여 일 전, 도미니치 백작은 이탈리아로 떠나는 새벽 상선을 타고 나폴리 왕국으로 향했다.
좋은 날씨와 바람 덕분에 애초 예상보다 훨씬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백작은 왕국에 도착하자마자 왕실로 달려가 그간의 일을 소상히 고했다.
예상했던 대로 왕실이 발칵 뒤집혔다.
“도미니치 백작? 다시 말해보시오! 마리아 공주가… 우리 공주가 중매쟁이 놈과… 눈이 맞은 것 같다고?”
“그러하옵니다, 폐하. 이 모든 것이 옆에서 공주님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소인의 불찰이옵니다. 죽여주시옵소서.”
옆에 있던 왕비가 부들부들 떨며 역정을 냈다.
“공주가 그런 천한 놈과… 도저히 믿기지 않습니다. 백작! 이게 정녕 사실입니까?”
“한 치의 거짓도 없사옵니다, 왕비 마마.”
페르디난도 국왕이 머리를 부여잡고 물었다.
“도대체 그 중매쟁이라는 작자는 어떤 인물인가? 그래도 영국에서 귀족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귀족이라는 자가 어찌 그런 짓을….”
도미니치 백작이 머리를 조아리며 답했다.
“폐하! 영국처럼 혈통을 중시하는 나라에서 중매쟁이가 제대로 된 귀족이 될 수는 없사옵니다. 제가 런던에 가서 친분을 맺은 리틀턴 의원이라는 아주 영향력 있는 정치인에게 물었더니, 샌더슨이라는 작자가 런던에서는 제법 유명 인사라고 합니다.
그런데, 워낙 아첨에 능수능란한 자라, 영국 국왕의 총애를 받아 어떻게 자작 작위까지 얻은 모양입니다.
하나 실은 미천한 평민 출신에 돈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하는 장사꾼에 불과하다 하옵니다.”
영국의 귀족층과 거의 교류가 없었고, 사람 사귀는 것에도 재능이 없던 도미니치 백작에게 영국의 리틀턴 의원은 유일한 소식통이었다.
하지만 리틀턴 의원은 아주 오래전부터 태오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겨서 늘 험담만 늘어놓던 인물.
그러다 보니 도미니치 백작은 태오에 대한 정확한 평판은 수집하지 못하고, 도리어 악의적으로 헐뜯는 얘기만 들어왔다.
페르디난도 국왕이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두드리며 다시 물었다.
“그래도 국왕의 총애가 있다고 함은 영국 정치권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힘도 있는 자라는 것 아니오?”
“그렇지 않은 것 같사옵니다. 정치인도 아니고 가지고 있는 직책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중매와 커피를 파는 장사꾼에 불과하옵니다.
리틀턴 의원 말에 따르면, 영국 국왕이 죽게 되면 언제 처결될지 모르는 권력에 빌붙은 불나방 같은 존재라고 합니다. 또 그만큼 적이 많은 자로 보이고요.”
진노한 국왕이 시종에게 지시했다.
“당장 내 이름으로 공주에게 왕국으로 속히 돌아오라는 편지를 쓰도록 하라! 지금 당장!”
“네, 폐하!”
◈ 테오 결혼정보회사, 5층 대표실.
태오의 표정이 어두웠다. 오늘 카페에서 보았던 마리아 공주의 눈물이 자꾸만 맘에 걸려서였다.
‘백작이 우리 사이를 알아채자마자 말도 없이 떠났다는 것은 나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높다는 것일 테지.’
지금쯤 나폴리 왕국에 도착한 도미니치 백작이 모든 사실을 일러바쳤을 것이다.
나폴리 왕실에서는 대책을 마련하고 공주를 데려올 준비를 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프랑스 혁명 때문에 나폴리 왕국은 어느 나라보다 주변 강대국의 눈치를 보고 있어.
그런 상황이니, 마리아 공주가 영국의 명망 있는 귀족과 연결되어야 하는데, 평민 신분 출신의 나와 이러고 있으니 못마땅하게 여길 수밖에 없겠지.’
21세기도 아니고 지금은 18세기.
일반인들에게도 신분이 중요한 시절인데, 하물며 한 나라 공주의 사윗감이라면 타고난 신분을 얼마나 따지고 살필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산업이 발전하고 평민이 큰돈을 버는 시대가 되었다지만, 왕실은 여전히 신분이란 건 하늘에서 내려준 고귀한 혈통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될 걸 잘 알면서도, 사랑에 빠져서 내가 너무 대책 없이 행동했구나.’
지금 프랑스에서는 베르사유 행진을 통해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파리로 끌려왔고, 얼마 전에는 시민 헌장이 채택되어 기존의 왕정이 누리던 권리들이 하나둘 철폐됐다.
그 과정에 억울한 죽음으로 내몰려 고통받는 사람들이 숱하게 쏟아졌고, 폭력과 살인, 절도, 방화 등이 사회에 기승을 부리면서, 프랑스는 점점 무정부 상태의 극심한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하지만 남의 큰 상처보다 제 손톱 밑 가시가 더 아프다고 했던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요동치는 국제정세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대비하던 자신이 이제는 사랑 하나에 더 마음을 쓰며 아파하고 있었다.
◈ 1789년 7월 중순, 마리아 공주의 숙소.
도미니치 백작이 홀연히 사라진 지 한 달이 넘어가던 날, 숙소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아버지이자 나폴리 왕국의 왕인 페르디난도 4세로부터 온 서신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급히 읽어 내려가던 마리아 공주는 힘없이 편지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하녀인 스테파니아가 조마조마한 얼굴로 물었다.
“공주님, 폐하께서 뭐라고 하셔요? 화가 많이 나셨어요?”
그녀의 물음에 마리아 공주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당장 모든 것을 중단하고… 즉시 귀국하래.”
“아….”
스테파니아 역시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공주님… 어떡하실 거예요?”
“너라면… 네가 나라면 어떻게 할 거 같니?”
“… 모르겠어요.”
“나도 그래… 나도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보통의 딸들이 집안을 생각해야 한다면, 공주는 왕실과 국민을 살펴야 한다.
그냥 자기 의사대로 고집을 부려 결혼하는 것은 왕실을 바라보는 많은 국민을 저버리는 배신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공주의 표정을 살피던 스테파니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공주님… 제가 일전에 여기 영국에 있는 이탈리아 요리사하고 우연히 얘기를 나눴는데요, 알고 보니 샌더슨 경께서는 영국에서 정말 대단한 실세라고 하더라고요.”
“실세?”
“네, 그 요리사가 진짜 높은 사람들 요리를 많이 하거든요. 영국에서 최고 잘나가는 백작이고 공작이고 간에, 샌더슨 경 앞에서는 전부 머리를 숙인다고 해요.”
마리아 공주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도 그런 느낌을 종종 받기는 했어. 거드름 피우기 좋아하는 영국의 지체 높은 귀족들이 자작님 앞에서 그러는 꼴을 못 봤으니까.”
공주는 어린 시절, 나폴리 왕국에 다니러 온 영국 귀족들을 많이 접했었다.
그때마다 영국 귀족들이 나폴리 왕국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고 함부로 대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엄하고 무섭던 어머니마저 영국에서 귀족이 오면 쩔쩔매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렇게 서슬 퍼런 영국의 백작이나 공작들도 샌더슨 자작 앞에서는 기를 펴지 못했다.
“거기다 영국 국왕하고도 굉장히 가깝잖아요? 걸핏하면 부르시고요… 어떻게 보면 폐하께서 원하는 그런 배우자감이 아닐까요?
비록 평민 출신에서 자작 신분이 된 것이라, 혈통 있는 백작 가문에는 못 미치겠지만, 영국의 정치권에 힘을 넣을 수도 있는 분을 찾는 거라면 차라리 일반 백작 가문보다 테오 샌더슨 자작님이 더 맞지 않을까 해요.”
“…….”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정치에 관심도 없던 스테파니아는 여기저기 샌더슨 자작에 관해 많이 물어보고 다닌 듯했다.
그런데 마리아 공주도 스테파니아의 이야기가 꽤 그럴싸하게 들렸다.
“그래… 그래. 듣고 보니 그럴듯한 생각이야. 내가 한번 편지를 써봐야겠어. 샌더슨 경의 능력을 아버지께 제대로 설명해 드려 보는 거지.”
“맞아요! 그 인품과 엄청난 재력! 거기다 영국에서 최고 실세라는 점을 강조해 보세요!”
* * *
용기를 얻은 마리아 공주는 밤을 새워 편지를 작성했다.
비록 샌더슨 경이 뼈대 있는 귀족 가문 출신은 아니지만, 조지 왕으로부터 각별한 애정을 받고 있고, 영국 권력층과 깊은 친분을 가진 신사로서, 우리 왕국이 찾고 있는 귀족에 가장 적합한 분이라고 근거까지 대며 강력하게 항변했다.
썼던 글을 몇 번이나 고치면서 정성껏 편지를 작성한 공주는 다음날 가장 빠른 배편으로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이십여 일 뒤 돌아온 답장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 결국 그자는 천박한 피가 흐르는 장사치에 불과하다. 그런 아첨꾼은 언제 권력에 밀려 비참한 최후를 맞을지 모르는 존재임을 어리석게도 어찌 너만 모르는 것이냐?
그렇게 된다면 너의 안위는 물론이고 우리 나폴리 왕국마저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 될 것이다.
다른 어떤 변명도 필요 없다! 공주는 더는 우리를 실망하게 하지 말고, 모든 것을 버리고 속히 돌아오라!
다시 한번 말한다! 이 서신을 받는 즉시 왕국으로 돌아오라! 그렇지 않으면 그에 따른 조치를 즉각 취할 것이니라.』
◈ 1789년 8월 중순. 런던 메이페어(Mayfair), 태오의 저택.
늦은 저녁.
태오의 3층 테라스에서 단둘이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큰 기대를 걸고 보냈던 두 번째 편지의 답장에 마리아 공주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버지의 지시대로 런던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일주일 뒤 나폴리 왕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공주님?”
“…네?”
“오늘 하루 종일 너무 우울해 보이시네요.”
“곧 떠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좀 그래서요.”
지금까지 대화를 나눠본 결과, 어린 시절 마리아 공주는 어머니에게 철저히 자아를 지배당해 왔다.
천성이 강한 여자라 자라면서 극복해 낼 수는 있었지만, 잠재의식에 숨어 있는 어머니에 대한 강한 두려움이 고개를 들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깊은 우울감에 빠지는 것 같았다.
“…런던에서의 마지막 해가 졌네요. 너무 아쉬워요.”
아름다웠던 여름 석양이 지고, 짙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태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하늘을 바라보던 공주가 뜬금없는 부탁을 해왔다.
“샌더슨 경….”
“…네.”
“노래 하나만… 불러 주실래요?”
“갑자기 노래라니요?”
“그냥 샌더슨 경이 부르는 노래가 듣고 싶어요.”
“…저… 노래 잘 못합니다.”
이 당시 노래는 현대와는 많이 달라 태오가 부를 수 있는 노래는 거의 없었다.
“잘하는 노래를 듣고 싶은 게 아니에요. 사랑하는 남자가 불러 주는 노래가 듣고 싶은 것뿐이에요.”
눈을 꼭 감은 공주가 말을 이었다.
“샌더슨 경도 아마 우리 어머니를 보면 크게 실망하실 거예요. 감당이 안 되는 분이시거든요. 자식들의 결혼에 왕국의 운명을 걸고 계신 모습이 때론 위태롭고 무서울 정도예요.”
“…….”
그녀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샌더슨 경… 어쩌면 우리는… 마지막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
“…….”
“지금의 제 마음을 위로해 줄… 그런 노래가 세상에 과연 있을까요?”
이제 왕국으로 돌아가고 나면 서로 영원히 헤어지게 되리라는 것을 그녀도, 태오도 알고 있었다.
감당하기 힘든 서글픈 침묵이 흐르기를 잠시.
무거운 분위를 뚫고 태오의 입에서 나지막이 노랫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We’ll have a blue room ♪~
우린 푸른색의 방을 가지게 될 거예요.
A new room for two room ♬♪~
둘만을 위한 새로운 방.
Where every day’s a holiday ♫~
그곳은 하루하루가 휴일일 거예요.
Because you’re married to me ♬♪~
당신이 나와 결혼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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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your wee head upon my knee ♬♪~
내 무릎 위에 당신의 작은 머리를 댄 채로
We’ll thrive on, keep alive on ♬~
우리는 가슴 뛰며 잘 살아갈 거예요.
Just nothing but kisses ♫♪~
단지 키스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With Mister and Missus ♩♬~
남편과 부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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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t Baker의 Blue room이라는 무반주 노래였다. 태오가 미국 병원에서 근무할 때 즐겨 부르던 곡.
노래가 흘러나오는 내내 마리아 공주는 한시도 태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속삭이듯 덤덤하게 읊조리는 노랫말은 그 어떤 애절한 오페라의 아리아보다 그녀의 가슴을 울렸다.
태오의 잔잔한 노래가 끝나자 마리아 공주가 물었다.
“도대체 누구 노래인 거죠? 영국에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가 있었나요? 저는 이런 담백한 노래는 태어나서 정말 처음 들어봐요. 어떤 청혼가보다 어떤 오페라보다… 제 마음에 큰 감동과 위로를 줬어요.”
공주가 태오의 품으로 파고들며 울먹였다.
“당신을 생각하면서 오늘 들은 이 노래를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다른 여자와 살면서 이 노래를 부르게 하고 싶지도 않고요….”
태오는 말없이 공주를 꼭 안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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