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태오를 찾아간 왕세자 >
◈ 다음날. 켄싱턴, 테오 결혼정보회사.
늦은 점심시간.
허버트 남작이 멀리 서 있는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왕세자님! 저 건물인 것 같은데요?”
허버트 남작은 도미니치 백작에게 받은 주소로 샌더슨이 운영한다는 결혼정보회사를 찾아냈다.
허버트 남작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백작님 말씀에 의하면, 회사 밑에 커피를 주로 파는 큰 티가든이 있다고 하던데, 저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켄싱턴이 언제 이렇게 살기 좋아졌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런던에 살 때만 해도 여기는 큰 저택들만 있는 휑한 곳이었는데 말이죠.”
결혼회사가 있는 거리는 런던의 중심가와 완전히 다른 세련된 분위기를 풍겼다.
마차길을 중심으로 늘어선 다양한 상점들뿐만 아니라 깨끗한 돌바닥과 심지어 거리의 냄새까지도 좋았다. 지저분한 런던 시내와는 많은 부분에서 비교됐다.
결혼회사 건물 가까이 가자 그윽하고 달콤한 커피 냄새가 진동했다.
앞을 보니 야외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여기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네, 그런 것 같군요.”
일단 회사로 쳐들어가 테오 샌더슨이란 작자를 만나면 마리아 공주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마리아 공주를 찾게 되면 어떤 변명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찾는 대로 나폴리로 가는 가장 빠른 배를 수배해 끌고 갈 작정이었다.
결혼을 통해 왕실의 자존심과 안위를 세워야 할 공주가 사랑놀이에 빠져 왕국도 저버린 사실이 큰오빠로서는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았다.
‘잡히기만 해봐라. 내가 아주 혼쭐을 내줄 테니···. 일단 샌더슨이라는 이 사기꾼부터 잡아야지.’
따라왔던 수행원은 마차에 그대로 남겨둔 채 카를로 왕세자는 허버트 남작을 앞세워 카페로 향했다.
그때, 마차에서 내려 카페 안으로 들어가는 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타고 온 마차나 차림새, 행동들을 보니 아주 지체 높은 귀족들이 분명했다.
‘···뭐지? 영국의 최상류층 귀족들 같은데? 왜 여기 티가든으로 몰려들어 가는 거야?’
카를로 왕세자가 허버트 남작에게 물었다.
“런던 귀족들은 티가든을 좋아하나 봅니다?”
“네, 뭐··· 제가 런던에서 살 때도 커피하우스나 티가든에서 모임을 많이 했었죠.”
카를로 왕세자는 그들의 뒤를 따라 카페로 들어갔다.
잘 꾸며진 내부와 북적이는 손님들을 보며 카페 규모에 놀라는 사이, 앞서 들어갔던 귀족들이 줄줄이 어딘가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카페 안과 연결되는 통로에는 다른 길이 나 있었고, 이내 안으로 통하는 문이 하나 더 보였다.
아무래도 카페 안에 특별한 모임을 할 수 있는 사적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듯했다.
“아마도 여기서 어떤 중요한 모임이 있나 보군요.”
“네, 그런가 보네요. 그나저나, 이제 어디로 가야 샌더슨이라는 사람을 만날 수가 있을까요?”
“글쎄요. 여기 카페 점원한테라도 물어봐야 하나?”
어찌할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허버트 남작을 불렀다.
“아니, 허버트 남작 아니시오?”
고개를 돌려보니 배가 많이 나온 후덕한 풍채의 중년 사내가 뒤뚱거리며 다가왔다.
중년 사내를 알아본 허버트 남작이 환하게 웃으며 반가워했다.
“아! 리차드슨 자작님!”
“오- 맞구만! 허허- 남작님! 이게 도대체 얼마 만인지···. 3년 전인가 4년 전인가 한번 거리에서 뵙고는 통 못 뵀습니다. 잘 계셨소?”
“네, 잘 지냈습니다. 자작님께서도 잘 지내셨습니까?”
“나야 뭐 늘 똑같지요. 참, 그렇지 않아도 우리 아들이···”
리차드슨 자작이라는 사람은 몹시 수다스러웠다.
보자마자 묻지도 않은 말을 끝도 없이 늘어놓더니 푸념과 자랑을 반복했다.
“그런데, 나폴리에 계셔야 할 분이, 런던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설마 커피를 마시러 여기까지 들른 것은 아닐 테고.
“그게··· 일이 있어서요.”
“무슨 일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허버트 남작이 왕세자의 눈치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테오 샌더슨 자작이라는 분을 만나 뵈러 왔습니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카를로 왕세자를 슬쩍 훑어본 리차드슨 자작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날렸다.
“저 젊은 분은 나폴리 왕국 사람 같소만?”
“아··· 네.”
“흐흐- 뭔지 알겠군요. 저 친구의 신붓감을 소개받고 싶어서 런던에 온 거지요?”
“네? 아, 그건 아니고···”
“에이-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나도 다 알고 있소이다. 요즘 워낙 유명해져서 외국에서도 종종 찾아온다고 합디다. 껄껄-”
“샌더슨 자작을 잘 아십니까?”
“알다마다요.”
“그럼, 그분을 만나보려면 건물 몇 층으로 가야 하죠?”
리차드슨 자작이 손을 휘저었다.
“아이고- 중매 건으로 샌더슨 경을 단독으로 만나는 건 턱도 없는 일입니다.”
“네?”
“샌더슨 경은 워낙 유명한 분이라 웬만한 사람들은 직접 중매해주지 않아요.”
“아니, 저희는 그게 아니고···”
단단히 오해한 리차드슨 자작은 제대로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자꾸,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그게 뭐 창피한 일이라고. 가만있자··· 그래도 반가운 분이 이렇게 먼 길을 찾아오셨는데. 까짓것 내가 한번 힘써 볼까요?”
“네?”
리차드슨 자작은 뻐기듯 자랑스레 말했다.
“좀 있으면 샌더슨 경이 모임에 참석하러 내려올 겁니다. 제가 샌더슨 경과의 모임 일원이거든요.”
“아··· 네.”
“오늘 모임은 샌더슨 경 작위 관련한 축하와 새로 나온 차를 소개하고 시음하는 간단한 시간을 가질 겁니다. 금방 끝날 테니 안에서 기다려 보세요. 모임이 끝나고 나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한번 샌더슨 경께 부탁해 보겠습니다. 일단 들어가서 내 뒤에 앉아 계시면 됩니다.”
“아니··· 그게.”
“아이고- 괜찮습니다. 어서 들어갑시다. 어서요!”
허버트 남작과 카를로 왕세자는 리차드슨 자작의 손에 이끌려 얼떨결에 VVIP 접대실로 들어갔다.
*
어떻게 된 일인지 묻는 카를로 왕세자에게 허버트 남작이 조용히 사정을 설명했다.
“왕세자님. 차라리 이렇게 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샌더슨이라는 사람이 워낙 유명해 얼굴 보기가 무척 힘들다고 하네요. 여기서 기다리면, 곧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빨리 볼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죠.”
화려하게 꾸며진 넓은 VVIP 접대실에는 십여 명의 귀족들이 군데군데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근처에는 집사나 수행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어, 리차드슨 자작과 함께 들어온 카를로 왕세자를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일단 여기 내 뒤에 잠시만 앉아 계세요. 일을 마치면 내가 소개해 드리리다.”
“네, 자작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막 자리를 잡고 앉아 주변을 둘러보던 허버트 남작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
눈에 익은 귀족들이 여럿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영국 최고위층의 공작이나 백작들이었다.
심지어 맨 앞줄에는 영국 왕세자인 웨일스 공(Prince of Wales)까지 앉아 있었다.
“이럴···수가!”
“왜 그러세요?”
“왕세자님! 여기 정말 대단한 분들이 쫙 깔렸습니다.”
“대단한 분들이라니요?”
“제 기억이 맞는다면, 저기 맨 앞에 앉아 계시는 분은 영국 왕위계승 서열 1위인 웨일스 공이십니다.”
“네? 영국 왕세자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쪽 체구가 작은 저분은 매너스 공작님이시고요. 그 옆에 하얀 가발을 쓰신 분은 러틀랜드 공작님···.”
카를로 왕세자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참석자들의 면면을 들어보니, 나폴리 국왕이 직접 주관을 한 파티에도 이 정도의 권세 있는 영국 귀족들이 모인 적이 없었다.
‘음식도 없고··· 파티도 아닌 듯한데, 왜 이렇게 지체 높은 귀족들이 티가든에 잔뜩 모여있는 거지? 그런데 이 중에 테오 샌더슨이란 자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카를로 왕세자가 참지 못하고 나직이 물었다.
“허버트 남작?”
“네?”
“그런데 샌더슨이라는 작자는 어디에 있는 거요?”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혹시 오늘 모임에 안 오는 거 아닙니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까 들은 바로는 샌더슨 경을 축하할 일이 있어서 곧 내려올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지금 이 모임은 샌더슨 경이 주인공이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카를로 왕세자가 어이없어했다.
“네? 그게 말이나 됩니까? 그럼 그런 천한 장사치 하나를 축하해주기 위해서 이분들이 전부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에요?”
허버트 남작도 난감해했다.
“네. 그게 저도 조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공작님은 물론 왕세자님까지 와 계시는데, 아직도 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
허버트 남작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혹시나 하고 살피는데, 테오 샌더슨에 관한 귀족들의 얘기가 들려왔다.
– 결국 백작으로 올라가는군요. 이미 정해진 일이긴 했지만, 정말 대단하기는 해요.
– 그러게나 말입니다. 평민에서 몇 년 만에 백작이라니요. 허- 참.
– 저는 그때 반란군을 잡는다고 적군 안으로 병사들을 이끌고 들어갔을 때, 이미 예상했었습니다. 국왕 폐하를 위해 목숨까지 아낌없이 내놓는 그런 충신을 가만히 두겠습니까? 게다가 저번 샌더슨 조약으로 확실한 눈도장까지 찍었으니 말 다 한 거죠.
– 그보다는 서민과 빈민들을 위해 자기 재산 아낌없이 내놓는 것 때문일 겁니다. 그게 말이 쉽지, 솔직히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지 않습니까?
폐하께서도 프랑스 민중 봉기로 시끄러운 마당에 그런 부분을 아주 높게 사고 계십니다. 이러한 때에 백작 작위를 줘야 국민에게 점수를 딴다고 계산하신 것도 같고.
허버트 남작은 재빨리 엿들은 얘기들을 왕세자에게 전달했다.
“왕세자님, 샌더슨이라는 사람이 곧 백작을 단다고 합니다. 그리고···”
얘기를 듣는 카를로 왕세자는 몹시 혼란스러웠다.
나폴리 왕국에서는 형편없는 평가를 받았던 테오 샌더슨.
그런데, 에녹 힐 백작의 말대로 자기들이 뭔가 잘못 알고 있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에 대한 평가가 너무 달랐다.
그때였다.
“자, 샌더슨 경! 어서 들어 가십시다. 다들 미리 축하해주려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다고요, 허허.”
왁자한 소리에 고개를 돌려 입구 쪽을 바라본 카를로 왕세자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급스러운 옷으로 감싼 노년의 신사가 한 젊은 신사의 어깨를 감싸 안고서 함께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노년의 신사는 카를로 왕세자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
‘저자는 데본셔 공작이잖아···?’
나폴리 왕국에 몇 번이나 방문했던 그는 공작 가문 출신으로 영국의 영향력 있는 의원이자 협상전문가였다.
비위가 약하고 까탈스러운 성격으로, 나폴리 왕국에 올 때마다 늘 손수건으로 코를 틀어막고 다니며 유난을 떨던 자.
워낙 까칠한 성격에 어떤 협상이든 까다롭게 굴어 나폴리 왕국을 힘들게 했던 인물로, 미소 짓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젊은 신사 옆에서 헤벌쭉 웃고 있었다.
허버트 남작이 카를로 왕세자의 귀에 대고 급히 알렸다.
“왕세자님! 저자입니다! 저자가 바로 테오 샌더슨이랍니다!”
‘······.’
곧 박수가 터져 나오고, 태오가 참석자들을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참으로 송구스럽습니다. 아직 백작 작위를 받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바쁘신 분들이 미리 축하해주신다고 여기까지 오시다니요. 너무 감사드릴 뿐입니다. 사실 오늘 이렇게······”
그는 거만하지 않았지만, 위엄이 넘쳤고,
웃고 있었지만, 천박해 보이지 않았으며,
거침없이 말했지만, 가볍지 않았다.
‘······.’
카를로 왕세자는 상상과는 전혀 다른 그의 모습에 크게 당혹스러워했다.
허버트 남작이 앞자리에 앉아 있던 리차드슨 자작에게 넌지시 물었다.
“자작님? 왜 이렇게 대단한 분들이 많이 모여있는 거죠? 샌더슨 경이 백작 작위를 받는다고 해서 왕세자님까지 오시다니요. 저는 지금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만?”
리차드슨 자작이 허버트 남작에게 귓속말로 대꾸했다.
“샌더슨 경에게 정말 무시무시한 힘이 있기 때문이오. 나는 솔직히 국왕 폐하보다 샌더슨 경이 더 무섭소.”
“네? 무슨 말씀이신지.”
“홀로 적진에 뛰어들어 반란군 제압에 혁혁한 공을 세워 폐하를 구하고서도, 고작 하수도관 고쳐 달라는 청을 했을 때부터 영국 내에 그 누구도 샌더슨 경을 건들 수가 없는 존재가 돼버렸다오.
게다가 그 재력은 또 얼마나 대단한 줄 아시오? 한 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웬만한 유럽의 작은 나라가 벌어들이는 전체 수입보다 더 크다면 믿겠소?
내 판단컨대, 현재 우리 영국에서 국왕 폐하의 결정을 마음먹은 대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샌더슨 경이 유일할 거요. 웨일스 공 역시 폐하께 밉보이지 않으려면 샌더슨 경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니 이렇게 열심히 찾아오는 것이고.”
“그래도 저런 천한 신분에 저런 대접을 받다가는 언제 정치적으로 목이 달아날지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
리차드슨 자작이 어림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샌더슨 경은 권력에도 돈에도 욕심이 전혀 없는 사람입니다. 그저 국왕 폐하에 대한 충성심과 국민을 위한 마음뿐인 사람이에요. 그게 정말 무서운 겁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정치적 욕심이 없이 행동한 덕택에 오히려 정치적으로 강력한 힘을 얻게 됐고, 무엇보다 가난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베풀면서, 서민과 빈민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고 있어요.
만약 샌더슨 경을 정치적 목적으로 내치기라도 한다면··· 허허- 글쎄요. 아마도 국민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프랑스의 민중 봉기를 본 권세 있는 귀족들 사이에서는 샌더슨 경을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엄청난 폭동이 벌어질 거라며 두려워하고 있지요. 그런 자를 어느 누가 함부로 건들 수 있단 말입니까?”
놀란 얼굴의 허버트 남작은 재빨리 들은 이야기들을 카를로 왕세자에게 전달했다.
‘······.’
그렇게 축하 인사와 새로운 커피 시음이 이어지고 모임은 금세 끝이 났다.
*
떠나는 웨일스 공 마차 주변으로 태오와 데본셔 공작, 러틀랜드, 매너스 공작 등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백작과 자작들이 도열하듯 기다렸다.
웨일스 공은 태오와 다른 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먼저 떠났고, 그 뒤로 데본셔 공작과 러틀랜드, 매너스 공작도 차례로 마차를 타고 자리를 떴다.
그렇게 백작과 자작들도 태오와 인사를 나누고 모두 떠난 후, 혼자 남은 리차드슨 자작이 태오에게 다가갔다.
“샌더슨 경?”
“네, 자작님. 이렇게 찾아서 축하해주시고 정말 감사드립니다. 자작님도 이제 가셔야지요?”
“저기, 할 얘기가 있습니다.”
“?”
“샌더슨 경을 보려고 멀리서 오신 분들이 있습니다.”
“네?”
리차드슨 자작이 뒤에 서 있는 카를로 왕세자와 하버트 남작을 가리키며 말했다.
“허허- 허버트 남작이라고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인데, 아까 들어오다가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나폴리 왕국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하더군요. 샌더슨 경에게 신붓감을 소개받고 싶었나 봅니다.
샌더슨 경. 내 얼굴을 봐서 상담만이라도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네.”
나폴리 왕국에서 왔다는 말에 태오는 멀찌감치 서 있는 두 남자를 찬찬히 살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리차드슨 자작이 탄 마차가 카페를 떠나고, 태오는 카를로 왕세자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정중히 고개를 숙인 후 물었다.
“저기··· 혹시?”
“······.”
카를로 왕세자가 긴장한 얼굴로 태오를 가만히 응시했다.
“혹시, 나폴리 왕국에서 오신··· 카를로 왕세자님 아니십니까?”
태오가 이름과 신분을 정확히 입에 올리자, 카를로 왕세자와 허버트 남작 모두 놀란 모습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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