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181
181화 사랑의 결실 >
“카롤리나 왕비님! 감축드립니다!”
“날씨도 너무 좋은 것이 하늘도 이 결혼을 축복하나 봅니다, 허허.”
“마리아 공주님, 축하드립니다!”
무리의 맨 앞에는 영국 최상류층 귀족인 러틀랜드 공작과 데본셔 공작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 뒤로는 나폴리 왕국에 외교·무역 문제 등으로 종종 들렀던 영국 귀족과 고위 관리의 모습도 보였다.
그간 영국 귀족들의 거만하고, 하대하는 듯한 태도로 속이 상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닌 왕비였다.
하지만 오늘 그들의 말과 행동에는 그런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공손했다.
굳이 신부대기실을 찾아와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카롤리나 왕비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 더구나 샌더슨 백작께서 고른 상대라면 더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 돈독한 양국 간의 관계를 생각해도 오늘은 참으로 경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하하-.”
러틀랜드 공작 바로 뒤에서 너스레를 떨며 추켜세우고 있는 작고 뚱뚱한 귀족은 시칠리아섬에서 영국과 곡물 거래를 할 때마다 딴지를 걸고넘어지던 농산물 통상 관료였다.
작년에도 나폴리를 방문해 목에 핏대를 세우고 기세등등했던 그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된 양 왕비의 눈치를 살피며 굽실거리기 바빴다.
‘······.’
그렇지 않아도 카를로 왕세자의 말마따나 태오의 위세와 영향력이 굉장하다는 사실을 며칠간 몸소 체감하고 있던 왕비였다.
영국 왕실의 왕자와 결혼한다고 했어도 이런 모습을 기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흡족한 카롤리나 왕비였다.
“모두 감사합니다. 어차피 우리 공주는 이곳 영국에서 살아갈 것이니, 여기 계신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부디 제가 떠나고 없을 때도 우리 공주를 잘 살펴봐 주시길 바랍니다.”
왕비의 말에 영국 귀족들은 앞다퉈 나폴리 왕국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공주의 후원자가 되겠다고 자청했다.
“아이고, 왕비님. 여부가 있겠습니까? 제가 후원자가 돼서 하나하나 보살펴 드리겠습니다.”
“그럼요, 그럼요. 잘 살펴드려야지요. 제가 그래도 나폴리 왕국과는 끈끈한 인연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제가요! 허허허-”
확연히 낮아진 자세로 요란하게 아부를 떨던 영국 귀족들이 모두 물러가자, 왕비 곁에 있던 왕세자와 나폴리 왕국 대신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카를로 왕세자가 그것 보라는 듯이 말했다.
“어머니? 제가 뭐라고 그랬습니까? 모두 샌더슨 백작에게 잘 보이려 난리지 않습니까?”
왕세자의 말에 카롤리나 왕비도 흐뭇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말 그렇구나. 샌더슨 경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그때 한 수행원이 대기실로 들어와 조지 왕의 마차가 대성당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왕비님! 영국 국왕 부부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오- 그래!”
카롤리나 왕비와 왕세자는 대신들과 함께 조지 왕을 맞기 위해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
조지 왕과 샬럿 왕비가 시종무관의 삼엄한 호위를 받으며 대성당 안으로 들어서자, 자리에 앉아 있던 모든 하객이 일어나 영국 국왕 부부를 반겼다.
그들 중에는 개빈 머레이에게 살해당할 뻔했던 데이비드 매너스 공작과 그의 아들 그랜비 매너스 후작, 번즈 백작, 러너스의 타운센드 반장, 매슈 벤담 제독, 마샤 프라이스 공작부인, 그레디 모리슨 경과 그의 부인 에바 모리슨, 맥스웰 백작과 크리스핀 맥스웰 경, 존 저비스 대위와 루시, 루이스 팔머 경과 애슐리, 휴즈 부대표 등이 보였다.
한쪽에는 제임스 와트와 볼턴, 맨체스터에서 온 오스본 씨와 콜린 피터슨 경 부부, 치안판사인 사무엘 컬프 경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 자메이카에서 온 스펜서 씨와 조나단 버틀러 경, 레오나드 에반스 경과 그의 부인 엘리사 에반스, 스키피오 마셜 교장 등도 보였으며, 자메이카에서의 지인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눈 리오 에드워즈 공작도 부인 로라와 함께 참석해 자리를 빛내고 있었다.
인자한 미소를 띤 채 여기저기서 들리는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된 자리로 향하던 조지 왕이 카롤리나 왕비를 보자 따뜻한 축하의 말을 전했고, 샬럿 왕비와는 한참을 서서 서로 덕담을 나누었다.
곧 대성당 대주교의 주도 아래 결혼 의식이 거행되었고, 태오는 길버트 화이트 재단사가 몇 달간 공들여 만든 멋진 예복을 입고서 단상에서 마리아 공주를 기다렸다.
♬♪~♪♬~♪~
잠시 뒤, 아름답고 경건한 연주와 함께 진주로 수놓은 하얀 베일로 얼굴을 가린 마리아 공주가 장미와 백합으로 만든 부케를 들고서 단상 쪽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길게 늘어진 푸른 빛의 웨딩드레스는 대성당 창을 타고 들어온 햇빛에 반사되어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
대성당 안을 밝히고 있던 촛불이 베일을 걷고 드러난 마리아 공주의 아름다운 얼굴을 환히 비추자 보는 사람들 모두 탄성을 내뱉었다.
다가온 마리아 공주의 손을 태오가 부드럽게 거머쥐고서 단상 앞으로 이끌자, 주위의 모든 것은 사라지고 두 사람의 사랑만이 넓은 대성당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듯했다.
이윽고 대주교의 엄숙한 주례가 시작되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이 경건한 성당에 우리는 모였습니다. 지금 우리 앞에 서 있는 두 분은 하느님 앞에서 그 사랑과 헌신을 서약하고 이를 영원히 계속할 것을 약속하려 합니다.
······ 백작님. 당신은 지금 당신 곁에 서 있는 이 여성을 사랑하며 보호하고 선한 것과 나쁜 것, 행복과 불행의 모든 풍파를 함께할 것을 서약할 것입니다.
······ 우리 모두 두 사람 앞에 찬란한 행복의 길이 펼쳐지기를 하느님 앞에서 이들을 위한 축복과 기도를 올립시다.”
긴 주례가 끝나고 의식에 따라 두 사람이 영원한 맹세를 하자 축하하는 함성과 박수로 대성당이 떠나갈 듯했다.
♬♩~♬~♪♪~♫~♩
뎅- 뎅-
연주 음악 소리에 맞춰 웅장하고 맑은 종소리가 두 사람의 결합을 세상에 알리듯 길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대성당 한구석에서는 아름다운 결혼식의 모습을 종이에 담아내느라 온 정성을 다 쏟고 있는 찰리 베일리가 있었다.
*
결혼식을 마치고 대성당 밖으로 나오는 데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수많은 시민의 손으로 만들어진 꽃길이 성당 앞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소식을 듣고 달려온 런던 시민들이 각양각색의 꽃을 들고서 성당 밖에 줄지어 태오 부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대성당에서 막 나온 귀족들이나 정부 관리들은 끝 모를 엄청난 인파에 입을 틀어막고 놀라워했다.
– 어이구, 이게 다 뭡니까?
– 엄청난데요? 이 많은 사람이 샌더슨 백작의 결혼 소식을 듣고 몰려온 건가요?
–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샌더슨 백작님의 결혼을 축하한다고 런던 시민들이 전부 나온 모양입니다.
– 세상에-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결혼식에 참석했던 귀족들은 처음 보는 장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큰돈을 가난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무상 학교를 세우고, 시민병원에 매년 거액을 기부해 오고 있다는 사실은 모든 귀족이 다 알고 있었던 일.
하지만 막상 엄청난 수의 군중들이 몰려와 진심으로 태오의 결혼을 지지하고 축하하는 모습을 확인하자, 기쁘거나 흐뭇하기보다, 새삼 두려운 감정이 드는 귀족들이었다.
바로 옆 프랑스에서는 성난 민중들의 손에 성직자와 귀족들이 맞아 죽고 목이 잘려 나가는 마당에 이토록 서민들의 사랑을 받는 귀족이라니.
태오가 운영하는 학교의 기부자 명단에 이름을 걸어놓으면, 민중 봉기가 터지더라도 목숨은 부지할 수 있다는 소문이 괜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듯했다.
태오에 대한 민중의 뜨거운 지지세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귀족들은 큰 두려움에 떨었다.
당장 내일이라도 테오 스쿨에 기부를 해야겠다고 조바심을 내는 귀족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 아! 백작님이 나오신다!
– 어디, 어디?
– 저기를 봐!
태오와 마리아 공주가 모습을 드러내자,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축하를 전하는 소리가 시민들 사이에서 축포 터지듯 터져 나왔다.
– 축하합니다. 샌더슨 백작님!
– 백작님 부부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 샌더슨 경, 만세! 만세!
– 백작님 만세!
– 샌더슨 부인 만세!
누군가가 태오의 이름과 작위를 외치자, 사람들은 연호하면서 만세를 제창했다.
– 테오 샌더슨 백작 만세!
– 샌더슨 백작 만세!
그리고 태오 뒤로 걸어 나오는 조지 왕의 모습에, 이번에는 국왕에 대한 환호로 이어졌다.
– 국왕 폐하시다!
– 국왕 폐하, 만세! 만세!
– 만수무강하소서! 만세!
– 폐하 만세! 만세! 만세!
수많은 시민이 한꺼번에 외치는 소리가 대성당 주변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자신을 향해 크게 환호하는 시민들의 모습에, 조지 왕은 무척 감동한 듯 손을 번쩍 들어 흔들었다.
태오와 마리아 공주는 마차를 타지 않고 걸어 내려갔다. 감사한 마음에 시민들이 만들어준 꽃길을 걷기 위해서였다.
– 백작님! 축하드려요!
– 백작 부인님, 너무 아름답습니다!
– 결혼 축하드려요!
그때 10대 중반쯤 돼 보이는 똘똘한 얼굴의 한 소년이 꽃을 한 아름 들고 마리아 공주에게로 달려 나왔다.
“어머, 헤레이스!”
공주는 깜짝 놀란 얼굴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옆에 창을 들고 서 있던 병사들이 즉각 막아섰지만, 공주가 그들에게 손짓하며 괜찮다는 표시를 했다.
그 소년은 테오 스쿨에서 공주에게 라틴어 수업을 받았던 ‘헤레이스 와일던’이라는 학생이었다.
테오 스쿨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으로 생김새가 태오를 많이 닮아 공주는 기억하고 있었다.
“선생님! 몇 달간 우리를 잘 가르쳐 주신 것,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그때는 너무 감사했어요. 그리고 결혼 축하드리고요!”
많은 사람이 쳐다보는 자리라 부끄러울 법도 했지만, 헤레이스는 씩씩하게 꽃을 전달했다.
마리아 공주는 감격한 얼굴이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이 꽃 잘 간직할게.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해, 헤레이스···.”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 가득 웃음을 짓던 헤레이스는 이번에는 태오를 바라보며 당당히 말했다.
“샌더슨 백작님! 저희에게 베풀어 주시는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반드시 백작님이 바라시는 세상에 쓸모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결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태오는 대견한 듯 헤레이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그래, 헤레이스. 정말 고맙구나, 고마워!”
이 모습을 지켜보던 모두가 흐뭇해하며 손뼉을 쳤다.
– 와- 짝짝짝-
– 축하드려요!
– 행복하시길!
태오와 마리아 공주는 수많은 시민이 던져서 눈처럼 내리는 꽃잎 사이를 걸으며 결혼식의 피날레를 아름답게 장식했다.
◈ 켄싱턴, 테오 무도회장.
성대한 결혼식을 마치고 오후 늦게부터 테오 무도회장에서는 결혼 피로연이 열렸다.
넓은 홀에서 활기찬 음악에 맞춰 단체로 사교댄스를 추었는데, 오늘의 주인공인 태오와 마리아 공주도 이들 사이에서 춤을 추며 즐겁게 결혼의 기쁨을 누렸다.
♫~♬~♩~♬~♩~♪♩ ♫~
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해진 봄 저녁의 무도회장은 흥겨운 춤과 음악으로 점점 달아올랐다.
특히 오늘은 사교댄스에 능숙한 신사들이 여럿 있어서인지 진행이 매끄럽게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었다.
그렇게 흥겨운 사교댄스가 한차례 끝나고, 다들 자리로 돌아가자 이내 넓은 무대가 텅 비었다.
♬♪♫~♫♬~♩~ ♬~
조금 전까지 컨트리 댄스의 흥겨운 곡의 연주로 꽉 채웠던 공간에, 마음을 흔드는 품격있는 미뉴에트 풍의 연주곡이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그러자 조금 나이가 있는 귀족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제는 저물어가고 있다지만, 여전히 미뉴에트(minuet)는 그 자체로 귀족의 품격과 우아함을 대표하는 춤이었고, 사회적 지위와 교양을 보여주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텅 비어 버린 무도회장으로 선뜻 들어가 미뉴에트 곡에 맞춰 춤을 출 만큼 실력 있는 귀족은 드물었다.
더구나 지금 흘러나오고 있는 미뉴에트 곡은 춤추기 어렵기로 유명한 곡이라 더욱 나서려는 사람이 없었다.
♬~♫~♬~♩♩~♪
미뉴에트의 부드러운 선율은 어서 빨리 주인공이 등장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무도회장 구석구석 퍼져나갔다.
그렇게 모두 눈치만 보고 있는 그때.
태오가 마리아 공주에게 성큼 다가가더니 불쑥 손을 내밀었다.
“부인? 한 곡 추시겠습니까?”
잠시 머뭇거리던 마리아 공주는 환하게 웃으며 태오의 손을 잡았다.
오늘의 주인공인 태오와 마리아 공주가 텅 빈 무대로 올라서자 큰 환호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 와-
– 짝짝짝-
– 휙- 휙-
사람들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특히 한 번도 본 적 없는 마리아 공주의 미뉴에트 춤에 다들 큰 관심을 보였다.
♬~♫~♪~♬~♩~♩~
두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응시하면서, 미뉴에트의 선율 위로 천천히 몸을 맡기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오의 오른손은 마리아 공주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 리드를 했고, 허리를 감싼 왼손은 섬세한 동작을 유도했다.
무도회장에 울려 퍼지는 연주곡은 마치 처음부터 이들의 춤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모든 움직임이 들어맞았다.
태오가 손을 내밀고 미끄러지듯 공주의 춤을 유도하자 첼로와 바이올린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들의 움직임에 맞는 아름다운 선율을 입혔다.
얼음판 위에서 미끄러지듯, 우아하고 부드러운 몸짓을 만들어 내는 두 사람의 모습에, 사람들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
그들의 멋진 춤동작이 이어질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서로를 향해 몸을 숙이고 다시 천천히 돌아서 무대 전체를 휘저으며, 그렇게 두 사람은 넓은 무도회장을 꽉 채워나갔다.
한 편의 서정적인 영화처럼, 부부의 연을 맺은 두 남녀의 이야기가 춤으로 아름답게 펼쳐졌고, 사람들은 숨죽여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태오와 마리아 공주가 멀어지는 모습에 안타까워했고, 다시 가까워져 손을 맞잡을 때는 안도했다.
모두의 마음을 홀려버린 두 사람의 황홀한 춤은 마리아 공주의 손에 태오가 입맞춤하면서 마무리했다.
– 와- 부라보-
– 짝짝짝-
– 너무 멋져요. 세상에-
낭만적이고 감동적인 무대였다.
오랫동안 잘 준비된 공연처럼 두 사람의 춤은 본인들은 물론 보는 이들에게도 벅찬 감정을 느끼게 했다.
열렬한 환호와 박수 속에서 살짝 숨을 몰아쉬며 발그레해진 얼굴로 마리아 공주가 속삭이듯 말했다.
“아··· 이렇게 행복하게 춤을 춰 본 것은 처음이에요. 정신을 놓은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덕분에 그때 받은 상처도 이젠 다 치유된 것 같고요. 후후-”
공주와 마주하며 춤을 추는 내내 태오의 가슴도 행복으로 벅차올랐다.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동이었다.
태오는 이 감정을··· 이 행복을··· 깨트리고 쉽지 않았다.
21세기로 돌아가고자 했던 간절한 마음은 어느새 이곳에서 마지막 눈을 감는 날까지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어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 마리아 샌더슨과 영원히 함께하고픈 태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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