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182
182화 새로운 교역국 >
◈ 태오의 결혼식 2년 2개월 후.
1792년 6월.
프랑스 혁명정부는 끝내 국왕을 단두대에 세웠고, 그렇게 루이 16세는 콩코르드 광장에서 목이 잘려 나갔다.
절대 왕정의 군주가 분노한 국민의 손에 의해 처형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은 삽시간에 주변 국가로 퍼졌다.
한나라의 군주까지 국민의 뜻에 따라 목이 달아날 수 있다는 사실은 영국, 프로이센, 합스부르크 제국 등 주위의 많은 왕정국가의 군주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프랑스와 맞닿아 있던 국가들은 혹여 혁명의 기운이 자신의 나라에까지 전염될까 노심초사하며 서로 연합하게 했다.
한편,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가 극에 달해 있던 프랑스에서는 이십 대 중반의 장교 하나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그 장교는 틀롱에서 벌어진 왕당파의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외국 연합군을 몰아내는 큰 공을 세우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뛰어난 포병 지휘관으로서의 능력을 발휘해 짧은 시간 만에 장군으로 승진했는데, 이 젊은 군인의 이름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였다.
◈ 2년 후. 1794년 4월. 윈저성, 국왕 접견실(King’s Presence Chamber).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로 프랑스가 한창 시끄러울 때, 영국에서는 엉뚱한 문제가 불거졌다.
“샌더슨 경! 경이 직접 말해보시오! 지금 청나라와의 무역으로 생기는 국부 유출은 전적으로 귀사의 커피가 무역에서 지나친 이득을 추구하려다 벌어진 결과가 아니오?”
리틀턴 하원의원이 매서운 눈으로 태오를 몰아세웠다.
늘 태오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그가 아주 좋은 기회를 잡았다는 표정이었다.
‘······.’
태오의 T&S 커피가 커다란 붐을 일으키기 전, 영국의 음료 시장은 다른 유럽국가와 달리 커피가 아닌 청나라의 차(茶)가 대세였다.
그런데 다른 대체품과 달리 차(茶)는 아시아 지역, 특히 청나라 제품이 절대적인 맛과 품질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영국은 손해를 감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지속됐더라면, 차 수입에 막대한 은(銀)이 지출되었을 테고, 영국으로서는 국부 유출 문제로 꽤 골머리를 앓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무역적자는 인도의 아편을 청나라에 뿌리려는 추악한 유혹에 빠질 수 있게 했다.
다행히 ‘아편전쟁’이라는 비극적 역사는 T&S 커피의 돌풍과 함께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T&S 커피의 무서운 성장세에 차(茶)에 대한 수요가 대폭 줄어들면서, T&S 커피는 물론 다른 커피들까지 덩달아 영국의 음료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 나갔고, 이로 인해 청나라 차 수요가 20% 아래로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영국으로서는 구태여 아편을 팔아 찻값을 대신하는 파렴치한 짓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떨어지는 점유율에 자극받은 청나라 상인들이 찻값을 일방적으로 내려버린 것이다.
게다가 품질 좋은 차를 선별하여 대량으로 영국으로 보냈다.
기존에 비해 월등히 좋은 품질이었음에도 오히려 더 저렴해진 차(茶)는 다시 영국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거기다 차 판매상들로부터 로비를 받은 영국 의원들이 세금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청나라 차에 대한 세금이 10배 가까이 줄어들었다.
대폭 내린 가격에다 기존보다 10배 가까이 줄어든 세금으로 인해,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저렴하게 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조치로 한때 20% 아래까지 떨어졌던 청나라 차의 점유율이 단숨에 40% 선을 회복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차의 점유율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청나라 상인들이 다시 찻값을 예고도 없이 올려버렸다. 가격은 T&S 커피보다 약간 낮은 가격대.
질 좋은 차의 맛에 길들여지고, 상대적으로 고가인 T&S 커피를 마시는 데 부담을 느낀 상당수의 사람이 다른 저가의 커피보다 찻값이 다소 올랐더라도 청나라의 고급 차를 선택했다.
이렇게 되자, 한동안 주춤하던 은(銀) 유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물론 T&S 커피의 견고한 판매율로 인해 이전과 같은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은(銀) 유출에 민감해하고 있던 영국 정부로서는 ‘아편’이라는 끔찍한 카드를 꺼내 들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아편전쟁이 정해진 운명처럼 자꾸만 고개를 들려고 하고 있어. 어떡하든 그 역사만큼은 막아야 한다.’
태오는 이미 사이먼 휴즈 부대표로부터 이와 관련한 보고를 지속해서 받아왔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해결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오늘 궁에서의 회의 역시, 청나라와의 무역 불균형 문제 때문이란 걸 미리 알고 있었던 태오였다.
리틀턴 의원이 태오에게 답을 재촉했다.
“샌더슨 경? 왜 대답하지 않는 것이오? 내 물었잖소. 지금의 이 국부 유출에 대해 경의 회사에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닌가 말이오!”
윽박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태오가 리틀턴 의원을 똑바로 바라보며 반문했다.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니요? 무슨 소리를 하시려는 건지 도통 이해가 안 가는군요. 저희 커피가 잘 팔려 청나라의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했다는 말입니까? 억지를 부려도 정도껏 부리셔야죠. 우리 회사가 잘못한 일이 없으니 책임을 져야 할 까닭이 전혀 없습니다.”
“뭐요?”
“다만, 청나라가 행하고 있는 무역 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대책이 시급합니다. 이것이 한 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앞으로 발생할 이와 같은 무역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뭔가 획기적이고 특별한 방책을 서둘러 세워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리틀턴 의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응수했다.
“흠-. 억지가 아닙니다! 샌더슨 경이 원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일이 그리됐다는 말이요.
어찌 됐든 샌더슨 경도 특별한 수단을 동원해 지금 청나라의 무역에서의 심각한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소. 그런 면에서는 나도 같은 생각이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아시아 쪽에 우리 영국의 무역을 늘려 세력을 넓히고자 한다면, 방법은 딱 하나뿐이지 않겠소?
하루라도 빨리 청나라에 특사를 파견해 건륭제와 통상조약을 맺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대로 된 무역 환경을 재정립해야 합니다.”
10여 년 전, 청나라의 황제 건륭제는 영국 동인도 회사의 무역을 허락해 차, 도자기 등을 수입해 가져가도록 하고, 영국은 모직물이나 면직물 등을 청나라에 수출했다.
하지만 교역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서 청의 입장과 영국의 입장은 확연히 달랐다.
청나라의 황제 건륭제는 대국이 큰 ‘은혜’를 베풀어 교역의 혜택을 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즉, 청나라는 없는 것이 없는 나라라 구태여 유럽국가와 교역을 할 필요는 없지만, 베푼다는 마음으로 차나 도자기, 비단 등을 쓰도록 허락해준다는 태도였다.
더불어 청나라는 교역에 여러 제한을 걸었다.
교역을 하려면 공행(公行)이라는 기관을 통해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라는 기간을 준수해야 했고, 교역의 품목과 종류, 수 역시 청나라 상인의 의견 수렴을 거쳐 철저히 제한되었다.
이렇게 통상과 관련된 제대로 된 협상이나 조약 없이, 일방적으로 청나라 상인에게 유리한 무역 환경 아래에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영국이었다.
반대로 청나라의 상인들은 영국인들에게 잘 팔리는 차(茶)나 도자기, 비단 등을 수출하면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그러나, 식민지의 성장에 한계를 맞고 있었던 영국으로써는 청나라와의 교역은 포기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동아시아로의 시장 확대가 절실했고, 그것을 위해서는 청과의 교류가 꼭 필요했다.
이에 조지 왕은 청나라와 정식 통상조약을 맺기 위해 사절단을 파견하였다.
하지만 첫 번째 사절단은 청나라에 도착도 하기 전에 대표가 배에서 병사하는 바람에 성사되지 못했다.
그 이후 청나라와의 통상관계는 지지부진이었다.
영국의 차 상인들에게 적지 않은 로비를 받아온 리틀턴 의원은 이번에는 반드시 청나라에 사절단을 파견하겠다는 각오였다.
리틀턴 의원은 마치 나라를 생각하는 애국지사라도 된 양, 조지 왕 앞에서 호소했다.
“국왕 폐하! 올해 건륭제의 생일을 맞아 대규모 특별 사절단을 보내셔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우리 영국의 다양한 물품이 청나라에서 직접 거래될 수 있도록 하여 청나라 시장을 개척하기만 한다면, 우리의 이득이 몇 배는······.”
태오는 리틀턴 의원을 얘기를 듣는 순간 역사책에서 보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지금이··· 그 사건이 있었던 시기인가···?’
역사 속에서 영국은 청나라의 건륭제에게 사절단을 보내지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땅에 조아린다는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의 예(禮)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심기를 크게 건드리는 사건이 있었다.
여기에 무역을 위해 영국 공사를 청나라에 상주시키되, 영국 관계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섬을 하나 내어달라는 다소 무리한 청을 넣는 바람에 건륭제를 노하게 하였고, 결국 사절단은 쫓겨나듯 영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 일은 영국과 청나라의 관계를 악화시켰고, 이후 수십 년 뒤 아편전쟁이나 난징조약의 실마리가 되었다.
젊은 시절 국력을 막강하게 키웠던 청나라의 건륭제는 나이가 들수록 과학을 도외시하고 통상수교거부정책을 고수하면서 종국에는 서구 열강의 반식민지가 되는 망국의 길을 자초하게 된다.
“폐하! 즉각 사절단 대표를 선정해 건륭제를 찾아가 담판을 지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우리 영국의 번영과······”
오로지 자기 이득을 챙기려고 열심히 조지 왕 앞에서 침을 튀기며 떠들어 대는 리틀턴 의원.
그를 바라보는 태오의 심경이 복잡했다.
다시 조지 왕이 태오를 찾았다.
“샌더슨 백작! 경은 이 상황을 타개할 구체적인 방도가 혹 있는 것이오?”
잠시 고민하던 태오가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
“폐하! 차 등과 관련한 무역 문제, 그리고 더 나아가 동아시아에 제대로 된 영향력을 갖고자 하신다면, 굳이 청나라를 통하지 않더라도 해결 가능한 방법이 있사옵니다.”
태오의 뜬금없는 말에 대신들이 웅성거렸다.
리틀턴 의원이 태오에게 따지듯 물었다.
“청나라를 통하지 않아도 된다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이오?”
“차 수입에 청나라의 힘을 빌리지 말자는 말입니다.”
“허허- 다른 제품도 아니고 차를 수입하는 문제인데 청나라의 힘을 빌리지 말자니···. 경은 차가 무슨 커피처럼 막 생산되는 것인 줄 아나 본데, 차는 그렇게 쉽게 재배되는 작물이 아니요! 차가 어떤 환경에서 생산되는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 당신 정말 사업하는 사람이 맞소? 쯧쯧.”
태오는 리틀턴 의원을 무시하고 조지 왕에게 말을 이었다.
“폐하! 다른 나라와 미래의 교역을 위해 파트너로 삼으려면, ‘무력’이 아닌 제대로 된 ‘무역’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기존처럼 무력에 의한 총칼로 그 나라를 굴복시키고 식민지로 삼아 접근하려는 방식은 동아시아에서 작은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언정 더 많은 부작용에 직면하시게 될 것이옵니다.
그보다는 동반자가 되려는 진정 어린 마음으로 그들과 진짜 무역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다가서야 합니다. 그런 자세로 접근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비약적으로 커지는 아시아의 거대한 시장에서 열 배, 아니 스무 배의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옵니다.”
“쯧쯧- 동아시아에서 청나라 말고 제대로 된 나라가 있다고 생각하시오?”
또 시비를 걸려는 리틀턴 의원을 조지 왕이 언짢은 기색으로 막아 세웠다.
“거참-. 경은 그 입 좀 다무시오! 백작이 지금 말하고 있지 않소?”
“···아, 네.”
조지 왕이 태오에게 물었다.
“샌더슨 경? 경의 말이 옳은 말이긴 하나, 그게 어디 말처럼 쉽겠소? 특히나 동아시아의 나라들은 우리 유럽인들에게 굉장히 비우호적이라고 알려져 있잖소.
얼마 전에도 선교를 목적으로 간 성직자들의 목을 모조리 베는 잔학무도한 짓을 저질렀고. 우리가 아무리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해본들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오.”
“폐하! 젊은 시절 제가 마주한 청나라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인들은 유교 사상에 심취해 있고 외부 세력의 접근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그들의 처지에선 당연히 적대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가서는 우리도 제대로 된 접근법을 몰라 무력을 이용하여 덤벼들기 바빴고요.
하지만 반대로 그들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그들이 쓰는 말을 사용하면서 정중하게 접근하면 의외로 마음을 크게 열어 더 큰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간 우리나 다른 유럽의 여러 나라가 청나라의 문화를 공부하고 그들의 말을 공부하면서 접근해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지 않았소?”
“그건 그 상대하는 나라의 진짜 생각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진짜 생각?”
“그렇습니다. 청나라는 스스로 자신들이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대국’이라고 여기고 나머지 국가들은 아래로 보는 경향이 강한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에 무역이라는 것은 평등한 교역이 아닌 자기들의 선진 문물을 특별히 은혜를 베풀어 조금 나누어줘 맛만 보라는 식이지요. 우리가 청나라를 존중하고 얘기를 들어준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상대를 동등하게 바라보지 않는 나라와의 교역은 결국 득보다는 실이 많고, 계속해서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청나라의 힘을 빌리지 말자는 말씀을 드렸던 것이옵니다.”
“하지만 리틀턴 경의 말마따나, 아시아 중에 청나라를 제외하고 교역이 가능한 수준의 나라가 없지 않소? 혹 일본이라는 나라를 생각하는 것이오?”
모두가 조지 왕만큼이나 궁금한 눈으로 태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저는 지금의 무역이 단순히 앞으로의 몇 년간의 이득이 아니라 향후 100년, 200년을 바라보는 선택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청나라와 일본이라는 나라 사이에 있는 ‘조선 왕국’이라는 곳을 강력하게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조지 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선···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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