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출정(出征) >
◈ 1794년 5월. 테오 스쿨(Theo School), 교장실.
“이렇게 총 32명을 선발하였습니다.”
스키피오 교장이 최종 선발 명단을 태오에게 건넸다.
‘흠··· 헤레이스 와일던, 조프리 리드, 사무엘 홀···.’
명단에는 태오의 눈에도 익은 이름들이 많이 보였다.
“좋은 학생들을 잘 선발하셨네요.”
“네. 보여주는 능력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질이 빼어난 학생들입니다. 특히 헤레이스 와일던은 독학으로 간단한 청나라 문서를 해석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였습니다.
헤레이스뿐만 아니라, 선발된 학생들은 생소한 동양 문화나 언어에 대해서 거부감 없이 무척 관심이 많아서 생각보다 좋은 성과를 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청나라에서 가져온 성리학 관련 번역본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스키피오 교장은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다.
“편하게 말씀해 보세요.”
“네···. 그게 조선 왕국이란 곳과 교류를 하려고 하면서, 왜 청나라의 책을 보고 연구하시려는 건지 좀 이해가 안 가서요.”
계몽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유럽에서는 송나라부터 청나라까지의 철학과 윤리, 관습, 정치 등에 관한 연구가 제법 활발했고, 공자와 맹자의 유교 사상을 바탕으로 한 성리학은 라틴어로도 번역되어 유럽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조선 왕국은 수백 년 전에 나라를 건국하면서 그 이전의 나라였던 고려가 망한 것이 불교를 떠받들어서였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런 불교를 버리고 유학을 받아들여 성리학을 하나의 국교(國敎)처럼 숭상하게 되었지요.
따라서 조선의 문화를 이해하고 접근하기 위해서는 조선 성리학의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조선의 성리학 관련 번역본이 없는 상황이라 청나라의 서적으로 공부해 대략적으로라도 학생들에게 성리학을 이해시키려는 것입니다.”
“조선 왕국이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국가라고요? 그리고 그전에는 불교였다가 지금은 성리학이라니··· 아니, 대표님은 도대체 그런 내용은 어디서 보고 들으신 겁니까?”
태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한국의 역사였지만, 스키피오 교장으로서는 생전 처음 듣는 내용이라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 네. 그냥 젊었을 때 관심이 있었고, 어쩌다가 알게 된 내용입니다. 하여간 교장 선생님께서는 교육과정에 대한 계획을 제가 보내드리면 검토하시고, 사정에 맞게 조정을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두 달 뒤, 1794년 7월.
테오 스쿨에서는 32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조선통상과라는 특별반이 만들어졌고, 총 2년 과정을 목표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조선어와 조선의 역사·문화와 예절 그리고 인간 심리 등에 관해 태오는 직접 교재까지 집필하면서 열과 성의를 다해 가르쳤고, 학생들은 잘 따라와 주었다.
이렇게 유럽에서 거둬들인 태오의 거대한 부(富)는 뜻하지 않게 인적자원의 형태로 조선으로 흘러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 2년 후. 1796년 11월 중순. 런던 메이페어(Mayfair).
늦은 저녁.
태오의 저택 거실은 깊은 슬픔에 잠겨있었다.
굳은 얼굴로 나폴리 왕국에서 온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마리아 공주에게 태오가 물었다.
“이탈리아 지역 상황이 안 좋다고 합니까?”
힘없이 편지를 내려놓은 마리아가 침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 프랑스군이 이미 롬바르디아를 절반 이상 점령했다고 하네요.”
“급행으로 보낸 편지겠지만, 지금쯤이면 롬바르디아가 완전히 점령당했겠군요.”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 혁명군은 오스트리아군을 쳐부수고 승전보를 올리더니, 파죽지세로 이탈리아 지역을 하나씩 점령해 나가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이탈리아 북부지역인 롬바르디아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
그런데, 오늘 나폴리 왕국에서 온 편지를 보니 롬바르디아마저 점령된 것이 확실해 보였다.
롬바르디아까지 차지했다면, 나폴리 왕국의 침공도 멀지 않은 상황.
나폴레옹의 이탈리아 원정을 예측하였던 태오는 수년 전부터 나폴리 왕국에 무기를 강화하고 대비 태세를 갖출 것을 강력하게 조언했다.
프랑스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하던 나폴리 왕국은 태오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영국으로부터 각종 무기는 물론 전술훈련도 주기적으로 받아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막강한 나폴레옹 부대를 상대하기에는 버거웠다. 영국의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이었다.
며칠 전, 조지 왕은 긴급 군사 회의를 주재했고, 격론이 오간 끝에 동맹국인 나폴리 왕국에 영국 정예군을 급파하기로 결정했다.
지중해에서 확장을 꾀하려는 프랑스를 저지하려면, 전략적 요충지인 나폴리 왕국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군사 회의에 참석한 태오는 자신 역시 참전하겠노라고 선언했다.
조지 왕은 태오의 참전을 극구 만류했다.
하지만 태오의 결심은 확고했다.
군지휘관들 역시 태오의 합류를 강하게 요청했다.
현재 전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천재적인 지략가 나폴레옹.
언제부터인가 그를 대적할 사람은 샌더슨 백작뿐이라는 소문이 영국을 넘어 유럽을 떠돌고 있었다.
거기다 나폴리 왕실의 사위라는 태오의 특수한 신분이 참전의 당위성을 높였다.
고심 끝에 조지 왕은 나폴리 왕국 방어 작전의 총사령관으로 태오를 전격적으로 임명했다.
실전 전투 한번 치러보지 않고 돈으로 장성이 된 귀족들이 즐비한 마당에, 임시 연대장으로 하우 장군과 대적했던 태오의 자격을 문제 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역사적인 출정 일이 내일로 다가왔다.
“···정말 내일 떠나시는 건가요? 하루만 더 함께 있으면 안 되겠죠?”
마리아 공주가 서글픈 눈으로 태오를 올려다봤다.
“하루라도 빨리 가야 합니다. 언제 프랑스군이 밀고 내려올지 모릅니다. 나폴리 왕국에서도 우리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군인도 아닌 당신이 꼭 직접 가셔야 하나요?”
“프랑스 군대가 휩쓸고 간 지역이 얼마나 참담하게 변했는지 당신도 소문을 들었잖아요? 나폴리 왕국에 계신 아버님 어머님··· 그리고 국민이 얼마나 불안에 떨고 있겠습니까?”
“···네. 그렇겠죠··· 당연히···.”
“나폴리 왕국은 사랑하는 당신의 조국입니다. 이제 제가 지켜줘야 할 나라이기도 하지요.
게다가 프랑스 사령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무척 조심해야 할 상대입니다. 그동안 나름의 대비를 한다고 했지만, 많이 어려울 수 있어요. 한 사람의 힘도 아쉬울 판입니다. 나폴리 왕국의 사위인 내가 가는 것이야 너무나 당연하지 않겠어요?
너무 걱정 마세요. 그동안 준비한 것이 큰 힘을 발휘해 반드시 왕국을 지켜낼 테니까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진심으로 고마워요.”
역사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가까운 시간 안에 프랑스군이 공격하리라는 것은 정해진 순서나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나폴레옹의 나폴리 왕국 침략은 역사에 없던 움직임이었다.
현재 세계 최강국으로 불리는 영국과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프랑스와의 격돌.
더구나 나폴레옹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공격이니만큼 전쟁사에 길이 남을 대격전이 예상됐다. 그만큼 전장 상황은 위험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마리아 공주에게 다가간 태오가 부드럽게 어깨를 어루만지며 다독였다.
“염려 말아요. 그동안 이런 일이 벌어질 걸 모두 알고 있었고 열심히 준비하지 않았소? 나는 반드시 승리하리라 봅니다.”
지난 2년간, 직접 나폴리 왕국으로 가서 훈련이나 작전을 전수하기도 했던 태오.
마리아 공주도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는 있었지만, 막상 전장으로 떠난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부모님과 형제, 왕국 걱정에다 전쟁터로 떠나는 남편까지···. 마리아 공주는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무거운 심경이었다.
“너무 불안해요. 부모 형제들의 안전과 조국의 안위··· 무엇보다 당신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그것이 너무 두려워요···. 죄송해요, 내일 출정하시는 분께 이런 소리를 해서···.”
바들바들 떠는 마리아의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누구보다 씩씩하고 긍정적인 아내였지만, 두 번의 유산이라는 큰 아픔을 겪으면서 심적으로 많이 약해져 있었다.
태오는 자신이 가진 치료 실력을 총동원해 보살폈고, 덕분에 아내는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많이 좋아진 상태였다.
마음 같아선 조금만 더 옆에서 지켜주고 싶었다.
그러나 상황이 너무 긴박했다. 지금 떠나지 않으면 나폴리 왕국은 처참하게 짓밟히고 만다.
태오가 아내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당신의 생일과 테오 스쿨 조선통상과 학생들의 졸업식 전까지 반드시 돌아오리다.”
마리아 공주는 눈물을 글썽이며 부탁했다.
“꼭··· 꼭 제 생일 전에 돌아온다고 약속해 주세요.”
태오가 마리아의 등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토닥였다.
“런던으로 돌아오면, 당신의 이번 생일은 우리가 처음 만난 카페에서 하기로 해요. 카페에서 당신의 제자들도 부르고, 조선 통상과 학생들, 그리고 우리를 아는 사람들 모두를 초대해서 하루 종일 즐겁게 보내는 거예요. 어때요?”
눈물을 훔친 마리아 공주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당신이 돌아오면, 우리 꼭 그렇게 해요··· 꼭.”
◈ 다음 날, 영국 함선 지휘통제실.
나폴리 왕국으로 향하는 영국 함선의 지휘통제실에서는 해군 총책임자인 청색해군소장(Rear Admiral of the Blue) 넬슨 제독과 그의 참모들, 그리고 루시의 남편이자 이번 작전에서 육군 총책임자 임무를 맡은 주드 로저스 대령과 그 보좌진들이 앉아 있었다.
빨라진 역사에 맞춰 태오가 넬슨을 서둘러 등용시켰던 결정은 정말이지 신의 한 수였다.
태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역사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게 성장한 넬슨 제독은 백전백승의 해군 지휘관으로서 명성을 떨치며, 나폴레옹이 가장 두려워하는 적장으로 우뚝 올라섰다.
덕분에 프랑스는 감히 해상으로 영국을 침공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만약 태오가 넬슨을 조금만 늦게 찾았더라도 영국은 프랑스군의 군홧발에 무참히 짓밟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나폴리 왕국에 내리는 대로 바로 강력한 정보 보안 통제에 들어가야 합니다.”
총사령관인 태오의 지시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우 장군이 이끌었던 대규모 반란군에 대적하고, 또 몇 년간 나폴리 왕국에서의 군사 훈련을 지휘하는 모습을 보면서 태오의 군 지휘관으로서의 수행 능력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는 군 관계자는 아무도 없었다.
특히 실전 작전 계획을 수립하고, 적을 파악하고 대비하는 태오의 능력과 지략에 대해 영국 지휘관들은 하나같이 탄복하고 놀라워했다.
그런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로저스 대령이 태오에게 물었다.
“총사령관님. 정말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
“도대체 그 보나파르트라는 젊은 장군은 어떻게 징병으로 억지로 끌려온 오합지졸들을 가지고, 훈련이 잘돼 있기로 유명한 오스트리아군을 격파할 수 있었던 걸까요?”
로저스 대령의 질문에 다른 지휘관들도 궁금한 눈빛으로 태오를 바라보았다.
프랑스군은 혁명으로 혼란스러웠고 강제 징병제도로 인해 훈련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데다가 군 물자 공급도 형편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 유럽 강대국을 차례로 무너트리면서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지도에서 눈을 뗀 태오가 팔짱을 끼고서 입을 열었다.
“지금 프랑스의 징병 군을 이끄는 보나파르트 장군은 지상 전술에서 기존과 전혀 다른 전략을 쓰면서 상대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즉, 보통의 군대에서 익숙한 횡대형으로 보병을 세운 것이 아니라, 주위 곳곳에 산병을 세워······”
당시 프랑스는 로베스피에르가 단두대에서 처형되었지만, 여전히 공포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해 사회는 불안정했고, 국가의 운영은 엉망이었다.
거기다 혁명 정부에 대한 주변국의 위협까지 겹치면서 나라 안팎으로 몹시 혼란스러웠다.
고민 끝에 프랑스가 찾은 해결 방법은 ‘전쟁’.
전쟁을 혼란의 돌파구로 정한 프랑스는 이탈리아 북부를 먼저 공격하기로 했는데, 이때 이탈리아 원정 총지휘관으로 발탁된 인물이 다름 아닌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였다.
나폴레옹은 갑작스러운 징병으로 인해 경험이 부족한 병사들이 많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혼합대형의 전술인 ‘산병전’을 전투에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이 당시에 일반적인 전투방식은 보병들이 일렬로 죽 늘어서서 전열 하여 줄을 맞춰 전진하는 형태였는데, 이 전술은 긴 줄을 일렬로 흐트러지지 않은 채 나가야 해서 생각보다 많은 훈련이 필요했다.
하지만 징병으로 끌려온 프랑스군이 짧은 훈련기간 안에 이런 대형에 딱딱 맞추어 나가는 전투 능력이 있을 리 없었다.
이에 나폴레옹은 횡대로 길게 줄지어 서서 전진하는 병사들 옆에 대형을 갖추지 않고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산병을 두어 경험이 부족한 병사들을 엄호하는 형태로 나아가도록 해 전투 능력을 높이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전투력을 채울 수가 없었기 때문에 길게 늘어선 횡대를 몸통으로 여기고, 양쪽에 경험 많은 베테랑 병사들을 중심으로 종대로 배치해 주먹과 같은 역할을 하도록 했는데, 이러한 전술은 실제 전투에서도 대단히 큰 효과를 발휘했다.
현대 군인들이 본다면 허술하기 짝이 없는 전략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당시 무기가 가진 한계로 횡대 전열이 일반적이었던 군인들로서는 혼비백산할만한 놀라운 전략이었다.
또한 여기에 나폴레옹은 무거운 군 장비들을 과감히 버리고 경량화하였고, 식량마저도 현지조달을 원칙으로 함으로써 빠른 기동력을 보유하게 했는데, 이런 움직임을 통해 상대 군을 분열하도록 했다.
잘게 쪼갠 군사로 상대 군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이동하면서 가장 유리한 장소에서 앞뒤 좌우로 공격하여 적군을 교란하게 하여 하나하나 격파해 나갔던 것이다.
태오는 현대에 있을 때 나폴레옹의 전술 방식을 관심 있게 보아서 그 전술의 파괴력을 익히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오스트리아군을 격파한 것이죠. 그러나 프랑스의 보나파르트 장군이 지금까지 산병전과 기동력으로 재미를 봤겠지만, 나폴리 왕국도 그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해왔고 먼 거리에서도 명중률이 높은 라이플 연대도 따로 만든 만큼 우리에게 분명 승산이 있을 겁니다.”
태오는 나폴리 왕국의 국왕에게 강선이 들어간 롱 라이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대 창설을 강력하게 권고하였다.
태오의 제안을 받아들인 나폴리 국왕은 제17라이플 연대를 창설해 영국에서 새로운 총을 대량으로 구매한 후 혹독하게 훈련해왔다.
제17라이플 연대 병사들은 2년간의 피나는 교육과 연습 덕택에 150m 거리에서 높은 명중률을 보였고, 일부는 200m가 넘는 거리에서도 좋은 결과를 나타냈다.
당시 일반 병사 소총의 명중 거리가 25~70m 정도 임을 고려할 때 상당한 거리 차이였다.
태오는 넬슨 제독과 로저스 대령을 쳐다보며 당부했다.
“해상에서는 넬슨 제독이 프랑스 해군의 지원이나 보급을 철저히 막아야 합니다.
그리고 로저스 대령은 나폴리 병사들과 함께 프랑스군이 넘어올 것으로 보이는 몬테카시노 지역에서 적을 기다릴 겁니다.”
“총사령관님? 그럼 어제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산악에서 전투를 치르시려는 겁니까?”
이탈리아의 남부지역에는 거대한 산맥이 가로질러서 막고 있었기 때문에, 북부지역에 있던 나폴레옹 군대가 남부지역에 있는 나폴리 왕국을 침략하려면 몬테카시노라는 험준한 산을 넘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영국 야전 지휘관들 사이에서는 산보다는 평지에서 싸워야 유리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태오는 높은 산 정상에서 진을 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로 넓은 평지에서 전투 경험이 있는 영국군 지휘관들은 작전 계획을 어떻게 짜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이었다.
반면, 나폴레옹은 아우스터리츠 전투와 바그람 전투에서 산악 지형을 활용해 오스트리아군을 격파해 승리를 거둔 전적이 있었다.
로저스 대령이 걱정스레 물었다.
“총사령관님?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프랑스군은 산악전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산악전 경험이 거의 없는 우리가 과연 그런 프랑스를 상대할 수 있을까요?”
“보나파르트 장군이 승리로 가져간 산악전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걸 역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태오는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진정한 의미의 산악부대는 아니었지만, ‘산악전의 명수’라는 별칭이 자랑스레 새겨진 강원도 수색 중대에서의 경험이 이번 작전 계획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고작 2년여간의 의무 복무였지만, 전열보병 형태 위주의 명예를 중시한 18세기 전투 전략이, 오로지 적을 이기기 위해 체계화된 21세기 전투 전략을 절대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이 태오의 생각.
태오는 산악전에 대비한 세부적인 비밀전략을 세웠고, 로저스 대령과 몇몇 중요 야전 지휘관들에게 반복적으로 작전을 숙지시켰다.
그렇게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나폴레옹과의 한판 대결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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