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189
189화 결전 >
◈ 다음 날, 카시노(Cassino) 산.
이른 아침.
날이 밝기도 전에 프랑스군은 진군 준비를 서둘렀다.
나폴레옹의 지시를 받은 1만 5천여 명의 기병대가 먼저 산에 올라갈 준비를 마쳤고, 그 뒤를 보병부대와 포병이 뒤따를 채비를 했다.
“저기 오고 있습니다!”
집결해 준비하는 동안, 새벽 내내 정찰을 마치고 온 프랑스 보병 200여 명이 줄줄이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나폴레옹은 혹시나 모를 함정에 대비해 다시 한번 세밀한 체크를 지시했었다.
하지만 산은 고요하기만 했다.
정찰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중대장이 나폴레옹에게 보고했다.
“사령관님! 산 정상 근처까지 아무것도 없는 것이 확실합니다.”
“그래, 수고했다.”
곧 보좌관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사령관님! 출발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잠시 높이 솟은 산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폴레옹의 입에서 조용히 명령이 떨어졌다.
“···출발한다.”
드디어 진군 명령이 내려졌다.
부사령관이 천천히 말을 몰아 집결해 있는 병사들 앞에 서서 외쳤다.
“이제 출발한다! 기병대와 보병은 최대한 빨리 저 산을 넘어간다! 저 산만 넘으면 맛있는 음식과 술이 너희를 기다릴 것이다! 내일 이 시간이면 나폴리 왕국의 모든 것은 전부 너희들 차지다! 승리해 나폴리 궁에서 코가 비뚤어질 때까지 술을 퍼먹고 전리품도 마음껏 취해보자!”
수만 명의 병사가 총을 높이 쳐들고서 함성으로 화답했다.
와아아-
*
진군이 시작되자 기병대가 선두에서 빠르게 산을 치고 올라갔다.
바로 뒤로는 산 정상에서의 기습 공격을 대비한 경보병연대와 기동포병대대가 뛰다시피 뒤를 따랐다.
비가 와서 물렀던 땅도 대기하는 동안 어느 정도 굳어 있었고, 온도도 10도 이상으로 나쁘지 않았다.
날씨가 평소보다 흐리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렇게 5만의 정예 프랑스군이 구불구불한 산길을 빠른 속도로 올랐다.
나란히 말을 타고 가던 보좌관에게 나폴레옹이 머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가 샌더슨이라는 자를 경계한 나머지 너무 신중했었던 것 같군. 사흘이나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어.”
“아닙니다, 사령관님. 신중해서 나쁜 것은 없지요. 그리고, 사흘 동안 병사들도 오랜만에 푹 쉬어 사기도 바짝 올랐고요. 오히려 나폴리-영국 연합군 놈들이 우리를 기다리다 살짝 지쳤을 겁니다. 하하.”
“그래, 좋게 생각하자고. 아무튼, 이 산을 넘어서부터가 진짜 싸움이 될 거야.”
“네, 사령관님.”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좁은 산길을 벗어나 제법 넓은 길이 나타나고 산 정상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선두에 기병대는 말을 끌고서 험한 산길을 넘느라 고생이었다.
포병은 가장 큰 12파운드 이상의 대형 포는 일단 이곳에 숨겨 두고, 6파운드 이하의 중형 포와 소형 포 위주로 끌고 올라가도록 지시했다.
“조금만 고생하자! 곧 저 산만 넘으면 나폴리 왕국이다! 힘을 내!”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어! 힘내자!”
“어서 가서 나폴리 놈들과 영국 놈들을 혼 내주자고!”
그렇게 프랑스군이 승리를 다짐하며 힘겹게 마지막 고비를 넘고 있었다.
그런데···
타앙- 탕-
탕- 탕-
“으악!”
“컥”
“억!”
후미에서 따라가던 프랑스군 수백 명이 순식간에 앞으로 고꾸라졌다.
“적이다! 적이 숨어있다!”
“멈춰! 멈춰서 대열을 유지해!”
“당황하지 마! 침착들 하라고!”
혼비백산한 프랑스군이 허겁지겁 총을 꺼내 들고 대응 사격을 준비했다.
“어디야? 어디서 총알이 날아온 거야?”
탕- 탕-
타앙-탕-
탕-
퍽-
퍼퍽-
“으악”
“억!”
“으헉!”
소총을 제대로 들기도 전에 이번에는 훨씬 더 많은 병사가 피를 흘리며 맥없이 쓰러졌다.
그러자 수천 명의 병사가 우왕좌왕하며 가운데로 몰렸고, 지휘관들까지 혼란에 빠져 허둥댔다.
“몰리면 아무것도 안 보여! 침착해! 전투 대형을 유지하라고!”
“옆이야? 앞이야? 도대체 어디서 쏘는 거야?”
“산속이라 총소리가 메아리쳐서 위치가 헷갈립니다!”
“적을 찾아! 적을!”
“적 위치를 찾아서 보고해!”
탕-탕-
타앙-
탕- 탕-
“으억!”
“으악”
“억!”
여기저기 들리는 총소리와 비명이 그칠 줄을 모르고 계속 들려왔다.
탕- 타앙-
탕-
탕- 탕-
본격적으로 날아들기 시작한 수천 발의 총탄에 프랑스군이 속절없이 쓰러졌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뒤다! 우리 뒤에서 적이 쏘고 있어!”
뒤라니? 나폴레옹은 그제야 황급히 뒤돌아봤다.
정말이었다.
뒤에 보이는 백여 미터 거리의 숲에서 불꽃이 터져 나왔다.
메아리로 인해 총소리가 앞이나 옆에서 들리는 착각을 불러일으켰고, 무엇보다 설마 뒤를 밟아 따라오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번쩍이는 불꽃만 보일 뿐, 적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몇이나 있는 건지 감을 잡을 수조차 없었다.
당황한 나폴레옹이 소리쳤다.
“거리가 너무 멀어! 우리 총알이 저기까지 닿지를 못한다! 총을 쏘지 말고 달려들어! 칼을 꽂아 백병전을 펼쳐라!
기병대와 포병은 빨리 위로 올라가 피해! 여기를 벗어나야 한다! 아래에서 놈들이 올라온다! 전달, 전달해!”
나폴레옹의 다급한 지시가 곧바로 병사들에게 신속하게 전달됐다.
“전달! 백병전 준비! 기병대와 포병은 신속히 위로 간다!”
그러나 먼 거리에서 날아오는 수천 발의 총알은 무섭도록 정확하게 프랑스군의 급소를 파고들었다.
파박- 팍-
탕- 타앙-
파팟-
“으억!”
“악!”
“억!”
바로 옆에 있던 전우들의 머리가 깨지고, 가슴이 뚫려 쓰러져 나가자 프랑스군은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다.
후미에서 따라오다 공격을 피해 올라온 대위에게 나폴레옹이 소리쳐 물었다.
“몇 명이야? 뒤에 따라온 적이 몇이나 되는 거야?”
“모르겠습니다! 날씨가 너무 흐리고 이상한 옷을 걸치고 있어서 나무와 숲에 가려 제대로 구별이 되질 않습니다! 그런데··· 엄청나게 많은 화염으로 봐서는 최소 4~5천 명은 뒤따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폴레옹의 인상이 무섭게 구겨졌다.
“뭐? 4~5천 명? 그 많은 인원이 아래에서 갑자기 어떻게 나타난 거야? 우리가 지나간 자리잖아?”
한두 명도 아니고, 그렇게 많은 인원이 뒤를 밟았는데 몰랐다니.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것을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나폴레옹이 다시 고함쳤다.
“백병전을 포기하고 모두 위로 올라간다! 빨리 여기를 벗어나 위로! 위로 이동해! 전달해!”
명령이 떨어지자, 프랑스군은 아래에서 올라오는 총탄을 피해 너도나도 위로 올라가려 아우성쳤다.
그때였다.
타앙- 탕- 탕-
탕-
타앙-
산 정상에서 불을 뿜는 수천 발의 화염이 보이면서, 앞서가던 기병대들과 말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미노처럼 쓰러져갔다.
“산 정상에도 적이 대기하고 있다! 위에서··· 위에서도 적들이 내려오고 있다!”
아래와 위에서 정신없이 쏟아지는 총탄에 프랑스군은 전열을 갖출 새도 없었다.
전열을 갖춰 반격한다고 해도, 적들과의 거리가 100여 미터가 훌쩍 넘어 총알이 닿지도 않는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다 수많은 전우가 끝도 없이 쓰러져 나가자, 전의를 상실한 병사들이 넋을 놓고 우왕좌왕했다.
나폴레옹이 고함쳤다.
“흩어져! 최대한 양옆으로 흩어진다! 아직 우리 병력이 절대적으로 많아! 부대별로 나누어서 옆 숲으로 흩어져 전열을 갖추고 백병전으로 반격한다!”
나폴레옹의 지시가 떨어지자, 지휘관들이 병사들을 숲으로 흩어지게 하려 애를 썼다.
“옆 숲으로! 빨리 멀리 숲으로 몸을 숨겨라! 부대별로 흩어져 숲에서 다시 준비한다! 빨리 옆으로 피해! 빨리!”
그렇게 허겁지겁 좌우 옆 숲으로 한참을 도망가는 프랑스군 무리.
그러나 분산돼 도망가던 병사들이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사색이 되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왜 그래? 왜 돌아오는 거야?”
“으흑- 적입니다. 옆에도 온통 적들로 바글거립니다!”
“뭐, 뭐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총알이 빗발쳤다.
타앙- 탕-
탕-
파- 파팍-
왼쪽 숲속에서도, 오른 숲속에도 총탄 세례가 날아들어 오고 있었다.
길옆 숲으로 피신하려던 나폴레옹은 자기 눈을 의심했다.
저 멀리 셀 수도 없이 많은 불이 뿜어져 나왔고, 자욱한 화약 연기가 숲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하지만, 적이 정확하게 보이질 않았다.
백여 미터 밖에서 나무인지 바위인지 제대로 구별도 되지 않는 적들이 총을 쏘아대며 숨통을 조여왔다.
얼굴을 시커멓게 칠하고 괴기스러운 군복을 입은 채, 무서울 정도로 차분하게 다가오는 적들은 프랑스 군인들에게 극심한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뒤를 돌아보니 오른쪽 숲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위아래, 양옆까지··· 완전히 포위당한 채 대항 한번 제대로 못 하고 하나둘 쓰러져갔다.
총소리는 수도 없이 들리지만, 보이지 않는 적과 대적해야 한다는 것은 여태껏 어떤 전투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끔찍한 악몽이다.
나폴레옹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함정에 단단히 걸려들었다! 우릴 가둬 포위하고 있었어! 여기 그대로 있다가는 떼죽음을 당하고 만다!’
나폴레옹이 목이 터지라고 외쳤다.
“아래로 내려간다! 전달해! 산 아래로 퇴각한다! 무조건 내려가야 해- 목숨을 걸고 내려가! 빨리 내려가! 전달!”
뒤에 있던 부사령관도 고함쳤다.
“전달! 퇴각한다! 산 아래로 퇴각한다! 왔던 길로 저지선을 뚫고 퇴각··· 으억-!”
타앙-
지휘하던 부사령관의 머리에 굵은 핏줄기가 주르르 흘러내리나 싶더니, 그대로 말 등에 머리를 처박고 고꾸라졌다.
“부사령관님!”
부사령관마저 총탄에 쓰러지자, 프랑스군은 더욱 혼란에 빠져들었다.
나폴레옹과 지휘관들이 그런 병사들을 독려했다.
“퇴각! 산 아래로 퇴각!”
“퇴각하라! 왔던 길로 내려가!”
“정신 차려! 내려가야만 살 수 있다!”
수만 명의 프랑스군이 방향을 돌려 올라왔던 길을 거슬러 내려갔다.
그러나 산 아래 길에서는 마치 이 상황을 기다렸다는 듯이 엄청난 화염이 동시에 불을 뿜었다.
타앙- 탕-
탕- 탕-
타앙-
셀 수도 없이 많은 프랑스군이 보이지 않는 적의 총탄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바닥을 뒹굴었다.
그때, 말을 몰아 총알 세례를 뚫고 내려가던 나폴레옹은 아뿔싸 싶었다.
산 옆으로 깊이 팬 기나긴 통로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나무판자를 본 것이다.
‘이놈들이··· 땅속에··· 땅속에서 며칠 동안 숨어있었던 거야!’
땅을 깊게 파고 그 안에 숨은 뒤 나무판자로 가린 후, 다시 흙이나 나뭇잎 등으로 살짝 덮어 감쪽같이 자신들을 속였다.
그리고 프랑스군이 모두 산으로 올라간 것을 확인한 후 땅에서 기어 나와 뒤를 쳤던 것이다.
‘마른고기나 마른 과일은 며칠간 땅속에 숨어서 먹기 위한 것이었어!’
그리고 양쪽 먼 숲에서는 수만 명의 나폴리-영국 연합군이 멀리서 대기하고 있다가 프랑스군이 산에 진입하는 시간에 맞춰 숨죽이고 조금씩 접근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철저한 위장으로 인해 멀리서 적들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뚫어! 탈출로를 확보해!”
탕-탕-
타앙-
와아아-
탕- 탕-
나폴레옹과 기병들이 목숨을 걸고 방어선 한 곳을 뚫었고, 뒤이어 수천 명의 프랑스군이 죽을 각오로 빠져나갔다.
*
간신히 빠져나온 나폴레옹과 4천여 명의 프랑스군.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전우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피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런데 그때.
수만 명의 부하를 잃고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던 나폴레옹의 눈에 저 멀리 의심스러운 무언가가 포착됐다.
산 정상 부근에 희끗희끗 움직이는 물체··· 그것은 분명 사람이었다.
‘······지휘관?’
그 사내가 오른손을 높이 들자, 짧고 빠른 북소리가 반복적으로 터져 나왔다.
둥- 둥- 둥- 둥- ♪~
그 북소리에 맞춰 오른쪽 숲 편에서 총을 쏘면서 들어오던 병사들이 더욱 바짝 조여왔다.
다시 사내가 왼손을 치켜들자, 느리고 긴 북소리가 울렸다.
두두둥- 두두둥- ♬♪~
그러자, 왼편에서 들어오던 병사들이 그 자리에 멈춰선 채 사격을 가했다.
‘저자가··· 사격 거리와 완급을 조절하면서 우리 병사들을 한가운데로 몰고 있어! 그래서 어느 쪽으로 가도 저자의 지휘를 받은 총알이 쏟아졌던 거야!’
나폴레옹은 황급히 망원경을 들어 산 정상에 서 있는 의문의 사내를 자세히 살폈다.
사내는 새하얀 코트 자락을 바람에 휘날리며 전장 상황을 유심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폴리-영국 연합군의 복장은 자연과 하나가 된 듯 어두웠지만, 사내의 복장은 눈에 띌 만큼 밝은 흰색이었다.
덕분에 연합국 병사들은 그의 지휘를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보고 따르고 있는 듯했다.
생김새로 보아 이 작전을 총지휘하고 있는 영국군 사령관이 확실했다.
‘그렇다면··· 저자가··· 테오 샌더슨!’
두 눈을 무섭게 치켜뜬 나폴레옹이 갑자기 고래고래 고함쳐 보좌관을 찾았다.
“부관! 부관!”
“네! 사령관님!”
“당장! 지금 당장 대포를 올려! 산 정상으로 대포를 쏴야 해! 산 정상에 빌어먹을 샌더슨이 있어! 샌더슨이 저기 있다고!”
5만에 달하는 부하들이 태오가 쳐놓은 덫에 걸려 비참히 죽어가고 있었다.
나폴레옹은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오로지 저놈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자, 보좌관이 놀라 다급히 막아섰다.
“사령관님! 불가능합니다! 소형 포도 아니고 대형 포뿐입니다! 쏠 병력도, 시간도 없습니다! 어서 여기를 빨리 빠져나가셔야 합니다! 곧 놈들이 따라붙을 겁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하지만 이성을 잃은 나폴레옹을 보좌관이 말릴 수는 없었다.
퍽-
“저리 비켜!”
보좌관을 거칠게 밀치고 말에서 뛰어내린 나폴레옹이 널브러져 있는 포로 달려갔다.
그가 정신없이 대포 옆에 놓여있는 나무 상자 하나를 열어젖히더니, 캔버스 천 주머니에 담아둔 화약을 허겁지겁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장전봉을 들고 화약을 대포로 마구 쑤셔 넣었다. 이어서 마개(wadding)를 밀대로 집어넣으며 소리쳤다.
“포탄! 포탄 가지고 와! 어서! 포탄 가지고 오라고!”
쫓아온 보좌관이 나폴레옹의 팔을 붙잡고 애원했다.
“사령관님! 제발! 제발 정신 차리십시오! 이러다 사령관님마저 위험합니다!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남은 병사들이라도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1문의 대포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30명 가까운 병사와 28마리의 말이 필요하다. 나폴레옹 혼자서는 절대 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병사도 말도 부족했다. 모두 적의 총탄에 쓰러졌다.
파- 파팟-
파팍- 팍-
타앙-
탕- 탕-
대포를 쏘려는 움직임에 적들의 총알이 여기저기서 날아들어 왔다.
보좌관이 주변에 있는 병사들에게 다급하게 지시했다.
“빨리! 사령관님을 모셔라! 마차에 태워! 강제로라도 태워! 퇴각한다! 퇴각! 놈들이 곧 쫓아올 거라고!”
병사들의 손에 끌려오다시피 마차에 태워진 나폴레옹이 얼이 빠진 눈으로 멍하니 산을 올려다봤다.
산 정상에서는 여전히 그가 지휘하고 있었다.
나폴레옹은 자신도 모르게 망원경을 들어 다시 그를 살폈다.
그는 한결 여유 있는 자세로 오른발을 바위에 올려 둔 채, 산 아래 여기저기를 망원경으로 훑고 있었다.
그러다 그의 망원경과 나폴레옹의 망원경이 정확하게 서로를 향했다.
‘···!’
그런데, 갑자기 망원경을 내린 그가 얼굴을 훤히 드러낸 채 확인이라도 하듯 나폴레옹을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
맨눈으로 보일 리가 없는 나폴레옹을 그는 한참을 그렇게 쳐다보다 다시 망원경으로 눈을 가져갔다.
나폴레옹을 알아보는 듯한 그의 기이한 행동이 그렇게 몇 차례나 반복됐다.
‘······.’
순간, 조금 전까지만 해도 끓어오르던 울분이 순식간에 사그라들고 섬찟한 기분이 온몸을 감쌌다.
누구보다 정보전을 중시하고, 적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전술을 즐겨 쓰는 자신이었는데, 테오 샌더슨은 그런 자신의 모든 수를 읽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거기다 신속한 기동력을 살린 자신의 부대가 침공할 것을 수년 전에 알고서, 원거리 사격이 가능한 강선총 부대를 일부러 창설한 것만 같았다.
그리고 위장이 중요하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던 자신에게 보이지 않는 적이 얼마나 두려운지 똑똑히 보여 주었다.
무엇보다 산 정상을 점하는 유리한 위치에 당연히 두었어야 할 포진지 구축조차 포기하면서, 자신의 최고 장기였던 포병술을 미리 막아버린 과감한 수는 도무지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테오 샌더슨이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이미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절대적 존재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감정은 하나의 거대한 벽과 같이 이기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를 무참히 짓밟아 놓고 있었다.
망원경 속의 테오 샌더슨을 노려보던 나폴레옹의 입에서 탄식하듯 작은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내가··· 내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단 한 번의 전투였지만, 자기가 어떤 길을 간다고 하더라도 그 길을 미리 알고 막아버릴 것처럼 숨이 막혀왔다.
그리고, 커다란 두려움으로 변한 그에 대한 감정이 나폴레옹의 가슴 속 깊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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