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19
19화 은밀한 모임 2
지금으로부터 약 4개월 뒤인 1776년 7월 4일. 영국 식민지 북아메리카에서는 제2차 대륙회의에서 그 유명한 ‘독립선언문’을 발표하게 된다.
그리고 이 독립선언문 발표 이후 전쟁은 몇 년이나 지속되다, 결국 1783년 최종적으로 미국의 독립이 국제적으로 승인받기에 이른다.
독립선언문 발표를 기점으로 7년 뒤 영국의 완전한 패배가 확정되는 셈이었다.
이런 일련의 역사적 과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태오로서는 민망할 정도로 쉬운 내기가 아닐 수 없었다.
“내기라, 그거 재밌겠네요. 좋습니다. 우리 그럼 앞으로의 정세를 예측해 내기장부에 기록해 보도록 하죠.”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자신 있게 내기에 응하는 태오의 모습에 그랜틀리는 적잖이 당황스러워했다.
인텔리젼스 클럽에서야 아주 운 좋게 맞힌 것이고, 다시 내기를 걸라고 하면 망신살이 뻗칠까 분명히 뒤로 뺄 것이라고 짐작했었다.
그런데 그 예상이 빗나가고 말았다.
“아···하하. 자신감이 아주 보기 좋군요. 좋습니다. 그럼 샌더슨 씨는 북아메리카의 전세(戰勢)가 어떻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계시는지 이 자리에서 말씀해 보시죠?”
태오는 그랜틀리의 물음에 대답은 하지 않고 느닷없이 매튜 볼턴을 찾았다.
“볼턴 씨? 여기 루나 소사이어티 모임에 북아메리카 식민지국의 벤저민 프랭클린 의원님도 멤버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볼턴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답했다.
“아니, 샌더슨 씨가 프랭클린 의원님을 어떻게 알고 계세요? 네, 맞습니다. 프랭클린 의원님도 여러 번 우리 모임에 참석하셨지요.”
‘피뢰침’의 개발로 유명한 과학자이기도 한 벤저민 프랭클린은 루나 소사이어티에서 재밌는 입담과 해박한 지식으로 멤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매우 좋았다.
그러나 영국과 북아메리카 간에 전쟁이 길어지면서 꽤 오랫동안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프랭클린 의원님 얘기는 왜 꺼내신 겁니까?”
“내기 장부에 적어야 할 내용이 프랭클린 의원님과 깊은 관련이 있는 일이라서요.”
“네? 그게 무슨 소리죠?”
멤버들은 서로 속닥거리며 태오가 내뱉은 말의 의미를 해석하느라 바빴다.
그때, 얼굴이 다소 길고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중년의 남자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니, 내기장부 기록과 벤저민이 대체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거죠?”
태오에게 질문을 던진 사람은 조셉 프리스틀리. 그는 성직자이자 ‘산소’를 발견한 유명한 화학자이기도 했다.
조셉 프리스틀리는 벤저민 프랭클린과는 각별한 친구 사이라 태오의 말이 더 궁금했던 것 같았다.
“네. 제 생각에 조만간 북아메리카 지역의 13개 식민지 대표들이 독립을 강력하게 원하는 주민들의 정치적 염원을 받아들여, 독립과 관련된 아주 중대한 발표를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에 벤저민 프랭클린 의원님의 위치상 식민지의 민주주의와 독립을 관철하는 것에 관해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요.”
태오의 연이은 폭탄 발언에 루나 소사이어티는 혼란에 휩싸였다.
자신들의 모임 멤버였던 벤저민 프랭클린이 식민지 북아메리카의 독립에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니.
엄청난 얘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내는 태오의 모습에 멤버들은 어이없어했다.
“아니, 그건 너무 과장된 추측 아니오? 식민지 북아메리카의 독립은 모국인 영국에 대한 반역 행위나 마찬가지인 것 모르시오? 더구나 북아메리카의 13개 식민지 대표들도 그런 식의 독립이나 주민에 의한 정치참여의 확장은 오히려 반대한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알고 있소만?”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북아메리카 13개 식민지의 대표들은 민중에 의한 정치는 중우정치로 변질되기 쉽고, 많은 경우 오히려 식민지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보아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특히 온건주의적 성향의 벤저민 프랭클린은 과격한 대항을 통해 독립적인 국가를 설립하는 것에 늘 비판적인 자세를 취해왔었다.
이러한 배경을 잘 알고 있는 루나 소사이어티의 멤버들은, 지금 당장은 북아메리카가 어깃장을 놓고 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영국의 자치국으로서 조용히 지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참나-. 샌더슨 씨는 왜 그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단정적으로 하는 거죠? 도대체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가 뭐요?”
그랜틀리의 시비에 태오는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전체적인 상황을 종합해 보면, 북아메리카 주민들의 독립에 대한 열망은 아주 대단합니다. 전쟁을 여기서 이렇게 그칠 것이었다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는 그들을 같은 영국 국민이라고 믿고 있지만, 그들은 영국이 자신들을 같은 국민으로 대접하지 않는다고 오랜 시간 분노하고 있었죠.
그들의 독립에 대한 열망의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렸고, 이제 그 불길을 잡을 길이 없습니다.
벤저민 프랭클린 의원 역시 북아메리카 식민지인들을 대표하는 의원인 이상 그들의 의견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을 테고요.”
그랜틀리가 퉁명스레 반문했다.
“그래서? 그래서 당신은 프랭클린 의원이 뭘 어떻게 할 거라는 말이요?”
“아마도 조만간 북아메리카 의원들이 독립과 관련된 중대한 발표나 선언 같은 것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물론 그 일에 벤저민 프랭클린 의원이 제일 선봉에 나설 테고요.”
태오의 발언에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그때 작은 입술이 더 얇아진 그랜틀리가 버럭 소리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내가 가진 정보로는 현재 북아메리카의 오합지졸들은 전투에서 영국군에게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들었소. 향후 국왕 폐하(조지 3세)께서도 더 많은 병력을 보낼 것이라고 했고. 과연 그런 어설픈 식민지 민간인들이 우리의 강력한 영국군을 당해낼 수 있으리라 보시오?”
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현재 북아메리카의 전력만으로는 영국군을 계속 상대하기에는 벅찰 겁니다. 따라서 전쟁이 진행되다 어느 한계 시점이 오면 벤저민 프랭클린 의원이 전세를 뒤엎을만한 큰 방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또다시 벤저민 프랭클린의 이름이 나오자 매튜 볼턴이 머리를 갸웃거렸다.
“아니, 그 온화한 분이 또 무슨 일을 벌인다는 겁니까?”
“제가 알기론, 벤저민 프랭클린 의원은 프랑스의 유력 인사들과 끈끈한 친분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프랑스라는 말에 이래즈머스 다윈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 말인즉슨··· 프랭클린 씨가 적국인 프랑스로 달려가 프랑스군의 참전을 설득이라도 한다는 말씀처럼 들리는군요?”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보셨습니다. 이제 영국이 최대의 적이 되어버린 북아메리카 처지에서, 프랑스는 더 이상 적국으로 여겨지지 않을 겁니다.”
“······.”
“그렇다면 프랭클린 의원의 선택이야 너무 뻔하지 않겠습니까?”
“뻔하다면?”
“북아메리카와 프랑스가 손을 잡고 우리 영국군에 대적하겠지요.”
북아메리카가 프랑스군과 연합해 반격할 것이라는 언급에 멤버들의 얼굴이 모두 딱딱하게 굳어졌다.
앞으로 2년 뒤인 1778년. 식민지 독립군의 첫 승리가 이루어진 뒤, 벤저민 프랭클린은 프랑스를 찾아가 참전을 설득하게 되고, 명분을 받아들인 프랑스는 아메리카 식민지 독립부대와 연합을 이루어 영국군을 격파하게 된다.
그리고 또 4년이 흐른 1783년 9월. 영국 정부는 미국의 독립을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적으로 승인하기에 이른다.
멤버들 사이에서 아까보다 더한 동요가 일었다.
“흠··· 듣고 보니 샌더슨 씨의 예측이 제법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는데요?”
“뭐가 그럴듯합니까? 재정상황도 안 좋은 프랑스가 또 전쟁이라니···. 너무 앞서간 얘기입니다.”
“맞아요. 제 생각에는 몇 달 안에 이 전쟁이 우리 영국의 승리로 끝날 것 같은데요?”
“당연한 거죠. 영국군이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상 전쟁은 계속되기가 어렵습니다.”
술렁이는 분위기를 타고 그랜틀리가 비아냥거렸다.
“좋습니다. 그럼 샌더슨 씨는 방금 말한 그 ‘조만간’ 일어난다는 독립 관련 발표를 도대체 언제로 보시는 겁니까? 5년 뒤? 아니면 10년 뒤? 내기 장부의 효력에 벗어나시려면 한 20년 뒤로 잡으시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하하하.”
크게 비웃는 그랜틀리를 향해 태오가 단호하게 답했다.
“전세가 급박하니, 제가 보기에 늦어도 반년 안에 벌어질 일이라고 확신합니다. 북아메리카 대표들 처지에서 1년 가까이 전쟁을 끌어온 이상, 반년 안에 중대 결단을 내리지 않게 되면 식민지 주민들을 단합시키기 상당히 어렵다고 판단할 겁니다. 그래서 모든 힘을 한데 모을 만한 구심점이 될, 커다란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보겠죠.”
“뭐···뭐라고요? 반년 안에?”
“네. 반년 안에 북아메리카 독립과 관련된 중대 발표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7월 4일은 역사적인 미국의 독립기념일. 즉, 1776년 7월 4일은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채택하고 발표한 날이었다.
지금이 1776년 3월이니 4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일이다.
비웃던 그래틀리는 반년 안이라고 못 박는 태오의 발언에 말문이 막혔는지 헛웃음만 지었다.
그때 넓은 이마와 큰 눈이 인상적인 조시아 웨지우드가 너털웃음 터트리며 말했다.
“허허-, 이거 아주 흥미롭겠는데요? 6개월 이내로 벌어질 일이라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 아닙니까?”
그는 유명한 도자기 제조업자이자 사업가로, 찰스 다윈의 외할아버지이기도 했다.
자리에 일어선 조시아 웨지우드는 내기 장부로 성큼 다가가더니 펜을 잡고 거침없이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는 오늘 오신 테오 샌더슨 씨의 예측에 제 운을 걸어보도록 하죠. 미안합니다, 그랜틀리 경.”
그랜틀리의 얼굴이 검붉게 물들었다.
웨지우드의 뒤를 이어 다른 멤버들도 하나둘 내기장부에 베팅 금액과 내기 내용에 대해 적어나갔다.
마지막으로 태오가 장부에 적으러 갔는데, 얼핏 살펴보니 멤버들의 반응은 일방적으로 그랜틀리의 의견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멤버들 대부분 태오가 뛰어난 식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6개 월도 안 되는 시간 안에 그런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리라고는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태오가 내기 장부에 베팅할 내용과 금액을 다 적고 돌아서니 그랜틀리 경이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 태오였다.
그들은 앞으로 4개월간 오늘의 내기를 기억하면서 태오에 대한 평가를 저울질할 것이다.
그리고 정말 태오가 말한 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인텔리젼스 클럽에서 그랬던 것처럼 태오를 신뢰하고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정세를 분석한 것처럼 포장하는 자신이 조금은 민망하기도 했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테오 샌더슨으로 이 세계를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푸하하하, 그러게나 말입니다. 식민지에서 독립선언을 한다니요? 너무 어처구니가 없지 않습니까? 볼턴 씨는 어떻게 저런 사람을 데려와서는···.”
그랜틀리의 요란한 비웃음 소리가 태오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대부분의 멤버들이 자신의 판단을 따라준 것에 그는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후훗-. 나와 대적해서 저렇게 시끄럽게 떠들어 주니, 내 주장이 멤버들의 기억 속에 아주 또렷하게 각인되겠군.’
자신이 제물이 된 줄도 모르고 신이나 떠들고 있는 그랜틀리에게 왠지 모를 미안함과 고소한 마음이 동시에 드는 태오였다.
*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나는 태오를, 루나 소사이어티의 멤버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오늘 모임에서 보인 태오의 발언은 충격적일만큼 인상적이었다.
조시아 웨지우드가 이래즈머스 다윈에게 넌지시 물었다.
“어떤가, 자네가 보기에는?”
“뭐가 말인가?”
“저 테오 샌더슨이라는 젊은 친구 말이야.”
그의 물음에 이래즈머스 다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허허, 대단한 친구야. 저 친구와 몇 날 며칠을 붙잡고 얘기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더군. 이건 뭐라고 해야 하나··· 음, 내가 어린아이이고 저 젊은이가 선생님이 된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어.”
저녁 식사 후 차를 마시면서 다양한 얘기가 오갈 때, 태오는 줄곧 대화의 중심에 있었다.
어떤 의문점이든 시원하고 명쾌하게 풀어냈는데, 그 설명이 너무나 논리정연하고 그럴듯해서 그저 입을 벌리고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한참 젊은 나이에 어디서 그런 안목과 혜안을 가지게 되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특히 앞으로 벌어질 유럽 정세에 관한 얘기에서는 너무나 구체적인 그의 분석에 모두 숨죽이며 들어야 했다.
조시아 웨지우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샌더슨 씨가 앞으로 벌어질 수십 년의 세계정세를 거침없이 풀어내는데, 도무지 예측인지 앞으로 진짜 벌어질 일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였어.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물어보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 이유를 기가 막히게 설명해내고 말이야.”
조시아 웨지우드가 이래즈머스 다윈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쩌면 말을 아주 그럴듯하게 꾸며낼 수 있는 재주꾼일 수도 있지. 만약 그런 사람이라면 아주 조심해야 할 사기꾼이겠지.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야.
결국 6개월 뒤 결과가 나와보면 알겠지. 그가 정말 대단한 식견을 가진 것인지, 아니면 허풍쟁이 사기꾼인지.”
이래즈머스 다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 내기장부에 써진 아메리카의 독립에 관련된 발표가 실제로 반년 내로 벌어지느냐가 관건이겠군. 거기부터 틀린다면 오늘 우리가 샌더슨 씨한테 들은 얘기는 그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같은 멋진 모험담이라고 여겨야겠지, 허허.”
웃던 다윈이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말일세, 난 왠지 우리 영국을 뒤흔들만한 천재가 한 명 나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
“정말 샌더슨 씨의 말대로 북아메리카에서 독립선언을 발표하고 계속 영국에 대항해 나간다면,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국왕 폐하(조지 3세)께서도 샌더슨 씨의 의견을 꼭 들으셔야 할 상황이 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이래즈머스 다윈은 가끔 궁을 방문해 국왕 조지 3세와 깊은 얘기를 나누는 사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