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43
43화 모든 것을 걸 수 있겠느냐?
조지 왕을 따라 들어간 곳은 접대용 다이닝룸이었다.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꾸며진 다이닝룸에는 수십 명이 앉을 만한 기다란 식탁이 놓여 있었고, 식탁에는 차와 음료, 과일, 쿠키 등 다양한 먹거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초대된 귀족과 관리들은 이런 자리가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앉아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저항한다고는 하지만, 식민지 오합지졸들이 우리 영국군의 상대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북아메리카는 우리와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보급이나 지원이 아무래도 원활하지 못해 많이들 힘들어하고 있을 겁니다.”
여기서도 북아메리카 식민지와의 전쟁, 즉 미국독립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대화의 주를 이루고 있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독립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고 목에 핏대를 세우고 부정하지 않았습니까? 영국 정부 관리의 잘못된 행정을 저지하려 저항하는 것뿐이라고 했었죠. 그런데 이젠 말을 싹 바꿔서 식민지 독립을 위해 싸운다니요? 정말 어처구니없는 폭도들이 아닙니까?”
어떤 관리는 북아메리카 식민지 사령관의 행태를 꼬집으며 비난했다.
“그뿐만이 아니에요. 작년 7월에 조지 워싱턴이라는 작자가 탄약 등의 군수 물자가 부족하다고 100만 파운드가 훨씬 넘는 돈을 들여 수입했답니다. 그런데 그 수입처가 어디이신 줄 아십니까? 바로 프랑스입니다. 프랑스! 이건 적국 프랑스와 대놓고 내통을 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허허, 참 나. 군수 물자를 프랑스에서 사들이다니요. 앞으로 이 전쟁이 도대체 어떻게 굴러갈는지, 쯧쯧.”
10여 년 전 프랑스와 벌였던 7년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천문학적인 전쟁 비용으로 재정적으로 아주 곤란한 지경에 처한 영국이었다.
이런 상황에 프랑스가 다시 끼어들자 강한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영국인들이었다.
그런데 분개하고 있는 이들과 달리, 태오는 전쟁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우울한 눈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 조지 왕의 표정에 더 집중했다.
조지 왕은 북아메리카 식민지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분노와 슬픔, 불안 등의 복잡한 심경을 슬금슬금 얼굴에 드러내기 시작했다.
“테오 샌더슨 씨?”
구석에 앉아 조지 왕의 심리상태를 엿보고 있던 태오를 한 귀족이 찾았다.
느닷없는 부름에 깜짝 놀란 태오가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
“샌더스 씨에게 꼭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소.”
“?”
“작년 인텔리젼스 클럽을 다니는 지인으로부터, 식민지 전쟁 발발과 프랑스의 개입에 대한 샌더슨 씨의 얘기를 전해 듣고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돌아가는 사정이 일단은 샌더슨 씨의 예측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소. 그럼 앞으로 어떠하리라 보시오?”
작년 북아메리카와의 전쟁 예측에서부터 이번 안토니 번즈 백작의 누명을 벗긴 일까지.
상류 귀족들 사이에서 태오의 안목과 혜안은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이제 그들은 식민지 전쟁의 최종 결과에 대한 태오의 생각이 어떤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턱을 괴고 말없이 듣고만 있던 조지 왕까지 목을 빼고 태오를 빤히 쳐다봤다.
‘어떡한다··· 북아메리카 식민지는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게 되는데. 역사적 사실 그대로를 얘기해 버리자니 영국의 치욕적인 패배를 발설하는 꼴이 되고··· 그러면 가뜩이나 화병이 나 있는 조지 3세를 굉장히 자극하게 될 텐데.’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나는 모르겠소.’ 하고 입을 닫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미 인텔리젼스 클럽에서 프랑스와 협력하는 북아메리카에 대해 신나게 떠든 것을 여기 귀족들은 물론이고 조지 왕도 알고 있으리라.
‘안 되겠다. 우선은 루나 소사이어티에서 주장했던 ‘미국독립선언’ 정도만 은근슬쩍 짚어주는 선에서 대충 끝내는 것이 적당할 것 같아.’
그 정도 얘기만으로도 이들에게는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흠··· 제 생각에··· 조만간 북아메리카 식민지에서 일종의 독립에 대한 의지를 외부에 대대적으로 공표하지 않을까 합니다.”
방 안에 있던 관리와 귀족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웅성거렸다.
무엇보다 조지 왕의 심기가 몹시 불편해 보였다.
아래쪽 눈꺼풀이 살짝 위로 당겨지고 입술이 더 얇아지면서 격앙된 감정이 치솟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독립 의지를 공표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다는 거요?”
고위 관리의 퉁명스러운 질문에 태오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아마도 영국과 독립전쟁을 벌인다는 것을 전 세계 국가들에 인지시켜 협조를 구하려 들 테고, 또한 지쳐있는 북아메리카 식민지인들을 한데 뭉치는 계기를 위해 독립선언 형식을 취하지 않을까 합니다.”
“뭐요? 독립선언? 허허 참. 정말 그렇게 한다면, 대외적으로 이제 영국에 맞서서 싸우겠다는 걸 공식적으로 알리고 판을 키워보겠다는 것 아니오?”
“네, 그렇습니다. 저는 그렇게 되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샌더슨 씨! 함부로 말하지 마시오! 영국에 대항해서 그따위 선언을 한다는 것은 명백한 반역 행위라는 것을 모르시오?”
“그래요! 만약 정말 그런 짓을 한다면, 그건 반란으로 즉각 교수형 감이요!”
백발이 성성한 고위 관리 하나가 혀를 차며 태오를 훈계하듯 나무랐다.
“샌더슨 씨는 책상머리 지식인이었나 보군요. 수십 년간 외교를 다뤄본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식민지의 독립선언은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아무리 자기들이 독립을 운운한다 해도, 우리 영국과 아무런 협의 없이 독단적인 독립을 전 세계에 선언하는 일 따위는 절대 없을 거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렇게 해서 북아메리카가 얻을 이득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런 것이오. 결국 우리 영국이 승리하리라는 것은 그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일일 것이오. 그렇다면 최대한 자극을 덜 하는 선에서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권리를 얻으려고 협상을 하려 들 테지, 독립선언이라니···.
그런 막무가내식 독립선언을 하게 되면 우리 영국이 총공세를 감행할 것이 뻔한데 그것을 그들이 어떻게 감당하겠소?
쯧쯧. 샌더슨 씨의 안목이 대단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오늘 직접 만나보니 아직 많이 설익은 풋내기였군요.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고작 작은 권리 몇 가지를 얻기 위해 대규모 식민지 군을 결성해 이렇게 오랫동안 대항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돌아가는 사정을 정말 제대로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뭐요?”
그때였다.
방을 옮긴 후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던 조지 왕이 태오에게 손짓했다.
“자네. 내 앞으로 가까이 와보게.”
소란스럽던 주변이 이내 조용해지고, 모든 이들의 시선이 태오에게로 쏠렸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 태오가 조지 왕 앞으로 고개를 숙이고 다가갔다.
“샌더슨이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폐하.”
“자네가 말한 그 선언이라는 걸 도대체 언제 한다는 거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옵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자네를 참 좋게 봤는데 아주 실망스럽군. 샌더슨! 두리뭉실하게 생각나는 대로 지껄이지 말고, 정확하게 말해야 할 걸세. 여기는 정세 판단을 자랑질하는 클럽 모임이 아니니까 말이지.”
조지 왕의 날 선 말투에 주변은 삽시간에 무거운 정적에 휩싸였다.
“다시 한번 묻지. 언제쯤 그 공식적인 반역 선언을 한다고 보고 있는 겐가?”
“식민지 주민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라도 더 늦어질 수 없을 겁니다. 늦어도 가을이 되기 전에 일을 벌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주변 신하와 귀족들이 웅성거렸다. 가을이 되기 전이라면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기간이었다.
“너는 지금, 영국 국왕이 보는 앞에서··· 몇 개월 내로 식민지인들이 영국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는, 반역 선언을 한다는 것을 아주 쉽게도 지껄이는구나?”
조지 왕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 노기가 서려 있었다.
“저는 단지 제 견해를···”
“이 나라의 국왕 앞에서 잘난 척 한번 해보겠다고 그런 소리를 꺼낸 것은 아닐 터, 정말 네가 내뱉은 그 어처구니없는 예측에 너의 모든 것을 걸 수 있겠느냐?”
조지 왕의 물음은 단순히 의견을 묻는 차원이 아니었다.
입에서 나온 말을 왕 앞에서 책임을 질 수 있느냐는 무언의 협박이었다.
룸 안에 있던 관리와 귀족들은 이제 숨소리마저 죽인 채 조지 왕의 눈치만 살폈다.
“어허, 왜 대답을 빨리 못 해? 설마 나를 농락하려 그런 소리를 함부로 한 것은 아닐 것이고··· 왜? 내 앞에 서니 있던 허세도 갑자기 사라진 것이냐?”
잠시 숨을 고른 태오가 작정한 듯 조목조목 이유를 설명했다.
“폐하! 오래전 네덜란드 북부 7주가 결탁해 에스파냐에 독립을 선언하고 만방에 알린 역사적 사실을 떠올려 보십시오. 북아메리카 식민지 수뇌부들은 지루한 전쟁의 판세를 뒤집어 보려 하고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다면 독립선언만 한 이벤트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우리 영국을 혼란스럽게 하고, 식민지 주민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하며, 기회를 엿보는 다른 국가들을 끌어들여 판을 흔드는 최고의 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모든 상황을 두고 판단컨대, 감히 폐하 앞에서 이런 불경한 얘기를 입에 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일, 예측한 대로 되리라는 것에 하찮은 저의 모든 것을 걸어보라 하신다면, 감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용서하시옵소서.”
조지 왕은 태오가 당연히 주장을 굽히거나 자신 없어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오히려 자기의 전부를 걸어보겠다는 당당한 태도에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허허, 헛된 자존심으로 인해 너의 신변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그래도 끝까지 그렇게 우기겠다?”
“폐하! 결코 제가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정보를 토대로 분석해 봤을 때, 전 그렇게 되리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조지 왕이 태오를 찬찬히 뜯어봤다.
영국 국왕인 자신도 모르는 정보를 특별히 더 가지고 있지도 않을 텐데, 겁도 없이 확언하는 태오가 기이해 보이기까지 했다.
소문으로 들었을 때도 호기심이 갔었지만, 직접 만나고 보니 더 궁금하게 만드는 묘한 인물이었다.
“훗-. 다른 건 몰라도, 사내가 비굴하지 않아서 좋구만. 허나, 국왕 앞에서 그렇게 자신 있게 장담한 말이니만큼, 그 말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할 걸세.”
“알겠습니다, 폐하.”
“흠··· 너의 말대로 독립선언 같은 반역 행동을 정말로 벌인다면, 오히려 우리 영국의 분노를 사서 전쟁이 더 빨리 끝날 수도 있는 일이지. 그렇게 된다면 더 좋은 일이 될 수도 있고.
아무튼 좋다. 내 잊지 않고 그 결과를 반드시 지켜보도록 하겠다.”
조지 왕은 잠시 화가 치밀기는 했지만, 틀리더라도 자신 앞에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태오의 사내다운 패기가 썩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런 조지 왕만큼이나 태오를 눈여겨보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조지 왕 옆을 지키고 앉아 있는 샬럿 왕비.
샬럿 왕비는 오늘 궁중 음악회에서 태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요즘 상류층 귀부인들 사이에 태오와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꽤나 큰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몬슨 자작의 중매나 번즈 백작의 사연은 태오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궁중 음악회를 마치고 방에서 나올 때, 테오 샌더슨을 호명하지 않았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준 이도 다름 아닌 샬럿 왕비였다.
그런데 식민지 독립전쟁과 관련한 태오의 확신에 찬 발언은 그녀에게 또 다른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저 사람은 확실히 뭔가가 다르단 말이지. 옆에 있는 흐리멍덩한 귀족들이나 관리들과는 눈빛부터 다른 사람이야.’
샬럿 왕비는 조지 왕만큼이나 태오의 예측 결과가 어떻게 될지 내심 기대됐다.
태오가 다시 자리로 물러가고, 식민지 독립전쟁에 관한 얘기가 조지 워싱턴 장군에 대한 것으로 넘어갔다.
“지금 북아메리카에서는 총사령관인 조지 워싱턴이란 작자가 큰 인기라고 합니다.”
이 당시 40대 중반이었던 조지 워싱턴 식민지 대륙군 사령관은 그동안 ‘애국적 왕(Patriot King)’이라고 칭송받던 조지 3세를 밀어내고 새로운 ‘애국적 왕’이 되어 식민지인들에게 추앙받는 영웅이 되어 있었다.
하필이면 이름도 같은 ‘조지’인 바람에 식민지인들 사이에 ‘진짜 조지 왕’이 나타났다면서 자신을 가짜 취급하는 것에 단단히 화가 나 있는 조지 3세였다.
이런 상황들은 조지 왕에게는 분노와 두려움을 주면서 동시에 극심한 스트레스의 요인이었다.
“건방진 놈! 세상이 어찌 되려고 그따위 천박한 놈이 내 식민지에서 왕 대접을 받고 있다니, 쯧쯧.”
작년, 조지 왕은 조지 워싱턴 사령관으로부터 평화협상 시도와 관련한 서신을 받았다.
서신을 받은 조지 왕은 자신에게 대항하는 폭도이자 반란군의 건방진 편지에 크게 분개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조지 워싱턴’이란 이름을 들을 때마다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는데, 오늘도 그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붉으락푸르락하는 미세 표정이 여러 차례 태오의 눈에 잡혔다.
얘기하는 중간중간에 보이는 조지 왕의 말투와 표정, 그리고 불안한 몸짓이 음악회장에서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표출됐다.
‘흠··· 생각했던 대로 범불안장애 증상이 심하군. 그것 때문에 우울증까지 더불어 오려 하고. 여기서 더 지체하면 치료에 상당한 애를 먹게 될 텐데.’
‘범불안장애’는 실제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일에도 지나치게 걱정하고 두려워하며,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이유로 그 걱정이 지속되는 장애이다.
조지 왕은 발생하지도 않을 일을 계속해서 걱정하고 푸념을 늘어놓았으며, 그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끊임없이 보이고 있었다.
‘항상 저렇게 걱정 상태에 있다 보니 수면의 질도 떨어지고 몸은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돼. 거기다 신경이 바짝 곤두선 채로 안절부절못하게 되니, 결국 정신의 문제가 신체적 이상으로까지 연결되고 있고.’
그때 조지 왕의 눈치를 살피던 한 귀족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폐하, 제가 실은 몇 년 전에 식민지에 들렀다가 조지 워싱턴이란 작자를 직접 만난 적이 있사옵니다”
그의 말에 조지 왕이 흥미를 보였다.
“그래? 자네가 직접 보기엔 어떤 자인 것 같더냐?”
국왕의 관심에 귀족은 신이 나서 떠들기 시작했다.
“네, 국왕 폐하. 그자는 일단 키가 거인처럼 컸습니다. 그리고 얼굴이 무척 긴 데다가 턱이 유달리 크게 튀어나와 마치 서커스에서나 볼 법한 흉측한 몰골을 하고 있었고, 얼굴 곳곳에는 퍼져있는 곰보 자국은 영락없는 흉악범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조지 왕이 모처럼 환하게 웃으며 무릎을 쳤다.
“옳거니! 딱 식민지 놈들 수준에 맞구만. 그러니 그런 놈을 왕으로 추대하는 것이겠지.”
“하하하. 그러하옵니다, 폐하.”
조지 워싱턴은 키가 187cm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당시 유럽 남성의 평균 키가 160대 중반 정도였음을 생각해보면 상당한 장신이었다.
그런데 치통을 심하게 앓으면서 치아를 뽑고 틀니를 하게 되면서, 아래턱이 튀어나와 얼굴이 길어 보였고, 이로 인해 쾌활한 성격임에도 무뚝뚝한 인상으로 비췄다.
또한 젊은 시절 천연두를 심하게 앓아서 얼굴에 곰보 자국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향수와 파우더 뿌린 가발을 자주 쓰고, 외모 가꾸기에 신경 쓰는 멋쟁이 신사이기도 했다.
조지 워싱턴을 싫어하는 영국에서는 이런 그를 괴물로 비하했고, 북아메리카 식민지에서는 멋진 신사로 칭송하는 등 이해관계에 따라 그의 외모에 대한 반응이 극단적으로 갈렸다.
“내 얼마 전 요즘 유럽에서 유행하는 ‘관상학’이란 책을 보았지.”
조지 워싱턴의 외모에 관한 얘기로 다소 기분이 좋아진 조지 왕이 갑자기 관상에 관한 얘기를 꺼내 들었다.
“내 그 책을 보면서 느낀 게, 사람의 생김새에 따라 성격이 결정되고, 또 얼굴의 형태에 따라 범죄자도 결정된다는 거야. 그 책을 보니 이건 신께서 인간을 미리 판별할 수 있는 신호를 주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
18세기 후반, 본질적인 모습을 추구하는 신학자이자 의사인 라바터의 ‘관상학’이란 책이 유럽에서 유행하고 있었다.
조지 왕이 태오를 쳐다보며 물었다.
“샌더슨. 내 듣기로 자네는 그 극악무도한 살인마를 얼굴만 보고 한 번에 알아맞혔다고 하던데?”
“······.”
“내 보기엔 자네도 분명히 관상학을 공부한 것 같은데? 그렇지?”
“네?”
“맞다면, 자네가 보기에 조지 워싱턴은 어떤 인간 같은가? 딱 보기에 전형적인 범죄자 상이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