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45
45화 2주 뒤의 약속
태오가 오른손 검지를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폐하, 일단 호흡을 하시기 전에 지금 몸 전체의 고통 정도가 1에서 10중에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 스스로 판단해 보셔야 합니다. 1이 가장 약하게 아플 때의 수치이고, 10이 가장 심하게 아플 때의 수치입니다. 그리고 호흡 이후에 그 정도를 스스로 비교해보시면 됩니다.”
“가장 약하게 아프다는 기준이 뭔가? 어느 정도가 가장 약한 고통이라는 거지? 조금 알기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게.”
“네,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수치 1~2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지만 약간의 통증과 불편감을 가질 때의 고통입니다. 예컨대, 약한 신경통으로 살짝 통증이 오는 정도를 가리킵니다.
수치 3~4는 통증이 일에 집중을 어렵게 하거나 정상적 활동을 방해하는 수준의 고통입니다, 예컨대, 타박상이나 중증의 신경통 정도를 말합니다.
수치 5~6은 통증이 상당하여 활동이 제약되고, 통증으로 다른 일을 수행 못 할 정도의 고통입니다. 예컨대, 극심한 치통이나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요통 등의 경우입니다.
수치 7부터는 10까지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최대 통증을 말합니다. 맨정신으로 서 있을 수가 없는 지경의 극심한 고통이기에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해당하지 않습니다.”
“샌더슨, 그렇게 대충 넘어가지 말고, 7하고 10의 고통도 그 예를 들어주게. 궁금하구만.”
과학이나 잡학에 관심 많은 조지 3세 답게 고통 수치란 것에 호기심을 보이고 있었다.
“네, 폐하. 7 정도면 아마도 남성분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고환을 정통으로 맞은 충격 정도이고, 8은 출산의 고통, 9는 신체 절단, 10은 온몸이 불에 타는 고통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조지 왕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탄복했다.
“허, 인간의 신체 고통 정도를 이렇게 수치화해보다니···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발상이로다.”
태오는 다른 귀족과 관리들을 향해서도 말했다.
“다른 분들도 똑같이 하시면 됩니다, 제가 말한 기준대로 지금 자신 몸의 고통 정도를 측정해 보십시오.”
흥미를 느낀 조지 왕이 태오를 재촉했다.
“그래. 자네 말대로 내 몸의 고통 상태를 수치로 생각했네. 다음엔 무얼 해야 하는가?”
“간단합니다. 자리에서 최대한 편안하게 몸의 자세를 유지하시고, 눈을 감은 채로 어깨를 비롯한 온몸의 힘을 쭉 빼신 상태를 유지하십시오.”
태오의 말에 따라 조지 왕을 비롯한 귀족과 관리들이 눈을 감고 몸에 힘을 뺐다.
“그리고 제 목소리를 따라 머릿속으로 자신이 경험한 아주 아름답고 공기 좋은 산이나 숲 등을 상상하면서 마치 그곳에 가 있는 것처럼 느끼십시오.
그러신 후에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면서 그 공기가 목구멍을 지나 배 안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으로 넣으신 후, 잠시 뒤에 배를 집어넣으시면서 들이마실 때보다 두 배 더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입으로 뱉어내십시오. 아주 편안하게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머릿속으로 자신이 경험한 아주 아름답고 공기 좋은······”
기묘한 풍경이 18세기 윈저성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국왕이나 왕비는 물론 귀족과 고위 관리들이 태오가 지시한 대로 눈을 감은 채 호흡에 집중했다.
굵은 저음의 나긋나긋한 태오의 목소리는 그들의 귀를 간지럽히면서 묘한 편안함을 안겨주고 있었다.
21세기 최고의 임상심리학자였던 태오의 말속에는 듣는 이로 하여금 신뢰의 감정을 유발해 자기도 모르게 따르도록 하는 강력한 힘이 있었던 것이다.
“자, 이제 여러분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상태입니다. 몸은 깃털처럼 가볍습니다. 깊이 다시 한번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어 보세요. 마음속 깊이 있는 근심이 내쉬는 숨과 함께 빠져나가는 시원한 기분이 들 겁니다.”
사람이 불안하고 우울할 때 신체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이 뇌와 신체 간의 산소 공급이다.
뭔가에 긴장해서 불안해지고 우울할 때, 심호흡을 크게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우울감이 해소되도록 우리 인체는 설계되어 있다.
이럴 때 심호흡을 편안한 자세에서 크게 해주면 뇌에 더 많은 산소가 들어가면서 사고력과 판단력이 향상된다.
거기다 태오는 최면 암시를 이용해 심적으로 더 편안한 자세를 만들어줌으로써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조절하고 있었다.
사실 왕실 수석 의사 바커 경을 제외한 방안의 모든 이들이 이미 약한 최면에 걸려있는 상태였다.
우리는 ‘최면’이라고 하면 뭔가 특별한 심리학적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은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경험을 하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 바로 최면이다.
게임을 하게 되면 시간이 평소보다 빨리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거나,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어 부르는 소리가 안 들린다는 등의 상황도 알고 보면 모두 약한 최면에 걸려있는 상태다.
태오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에게 약한 최면상태에 들어가도록 유도했다.
소위 말하는 최면감수성이란 것도 실제 임상에서 실험해보면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특히, 상대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처럼 느낄 수 있는 태오는 최면감수성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최면을 쉽게 걸 수 있었다.
“여러분의 머리는 매우 맑아지고, 가슴에 있던 근심 걱정이 씻은 듯이 사라져서 마음이 너무나 평화롭습니다. 기분 좋은 깨끗한 공기가 온몸을 돌아서 몸이 그 어느 때보다 상쾌하고 가볍습니다. 자, 이제 숨을 천천히 뱉으면서 눈을 뜹니다.”
조지 왕을 비롯해 하나둘 천천히 눈을 떴다.
“국왕 폐하. 지금 상태는 아까 호흡을 하기 전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로 몸의 고통이 느껴지십니까?”
태오의 질문에 묘한 표정의 조지 왕이었다.
왕실 수석 의사인 바커 경은 잔뜩 긴장한 채 조지 왕의 얼굴을 살폈다.
모두의 시선이 조지 왕에게 몰리고 그의 대답을 기다리느라 방안은 다시 정적에 휩싸였다.
그런데 무표정으로 갸우뚱거리던 조지 왕이 느닷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허허허- 하하하하-.”
한참을 웃던 조지 왕이 겸연쩍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조금은 어이없지만, 그래, 그래. 내 솔직히 말함세. 솔직히 자네 말대로 호흡만으로 확실히 고통의 수치라는 것이 훨씬 내려간 것 같네. 처음엔 4 정도였는데 지금은 3이나 2 정도로 내려간 느낌이야. 거, 참. 신기하구만.”
조지 왕의 말과 함께 다른 귀족과 관료들 사이에서도 감탄의 웅성거림이 여기저기 흘러나왔다. 전부는 아니었지만, 상당한 사람들이 어떤 효과를 느낀 것이다.
좋은 기계가 있다고 해도 사용법을 모르면 소용이 없다.
18세기 말 영국에서도 호흡법이나 명상 등의 방법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주로 종교단체나 학교 등에서 활용되었을 뿐 어떤 치료를 위한 방법으로 대중적으로 이용되지는 못했다.
상대에게 신뢰하도록 만들고 확신을 주면서 그 사용법을 알려주게 되면 그때부터 제대로 된 효과를 보게 된다.
성격 급한 조지 왕이 다시 재촉했다.
“자, 좋아 일단 준비 단계는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어. 그럼, 다음 단계로 가보지? 설마 겨우 이 정도 효과로 나았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잖나?”
“물론입니다, 국왕 폐하.”
일단 조지 왕이 태오의 치료에 작은 효험을 받았고 신뢰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부터는 진행이 아주 수월해진다.
태오는 확신에 차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호흡으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셨다면, 다음 단계는 ‘생각 잘라 버리기’입니다.”
태오의 말에 조지 왕이 의아해했다.
“생각 잘라 버리기?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잘라버리란 얘기인가?”
“그렇습니다, 폐하. 다만 이때의 생각은 지금 국왕 폐하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 중에서 걱정, 불만, 우울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말하는 겁니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을 과감하게 잘라서 버리십시오.”
생각을 잘라버리라는 얘기에, 순간 조지 왕의 콧잔등에 주름이 생기고, 윗입술이 살짝 올라간 표정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감정을 내비치고 있었다.
“폐하, 다소 거북하신 마음이 드실 수 있겠지만, 효과는 매우 좋으실 겁니다. 믿고 한번 따라보셨으면 합니다.”
“그래, 좋다. 이해는 안 가지만 하기로 한 것 끝까지 해보지. 그런데, 부정적인 생각을 잘라버리다니? 그것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해보라.”
“네, 폐하. 부정적인 생각을 자른다는 것은 머릿속에서 좋지 못한 생각이 떠오를 때 스스로 그 생각을 중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걱정과 불안을 그대로 생각으로 연결해서 몰두할수록, 그 부정적인 생각은 오히려 더 커지고 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여, 결국 몸조차 병들게 만듭니다.
따라서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그만!’이라고 속으로 외쳐서 생각을 잘라버리는 것입니다. 또는 부정적 생각이 들 때면 다른 감각에 신경을 돌리는 연습을 하시는 겁니다.
그리고 과거나 미래의 후회나 두려움을 끌어당기지 말고 현재 바로 이 순간 가장 즐겁고 행복한 일에만 집중하는 겁니다.”
태오가 손뼉을 치며 주의를 집중시켰다.
짝짝짝.
“자- 이제 모두 눈을 감고··· 방금 말한 부정적인 생각 잘라버리기를 해보시는 겁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걱정과 근심을 잘라 없애버린다고 상상하세요. 지금 눈앞에 있는 맛있는 음식과 차만 생각하시고 즐거운 기분만을 남겨두세요.”
태오가 말하는 내용은 사실 현대 정신 의학 심리치료에서 널리 쓰이는 평범한 치료 방법의 하나였다.
하지만 18세기라서일까.
살면서 한 번도 이런 방법을 접해보지 않은 18세기 사람들은, 태오가 내뱉는 말 하나하나에 자신들의 마음이 강하게 이끌린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귀족들이나 관리들도 태오의 말에 따라 몸에서 생기는 미묘한 변화에 당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를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조지 3세였다.
조지 왕이 슬며시 눈을 떠 태오에게 다시 물었다.
“그냥 내가 걱정하고 있는 생각만 그만하겠다고 의도적으로 막고 잘라버리면 된다는 건가? 그리고 다른 긍정적인 생각으로 신경을 돌리고?”
태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폐하. 절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불안과 걱정스러운 생각이 튀어나올 때마다 일부러 그것을 관찰하듯이 보고 스스로 막아서는 의식훈련을 반복하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부정적인 생각에서 빠르게 빠져나와 고통이 심해지는 상황을 막을 수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가장 중요한 것은 불안과 걱정 같은 부정적인 생각에서 최대한 빨리 빠져나오는 것입니다. 그 부정적인 감정에 취해서 그것이 자기의 진짜 감정이라고 착각하지 말고, 한 발짝 빠져나와서 부정적 감정에 빠진 자신을 바라만 보아도 고조되는 감정을 막을 수 있지요.
그리고 더 나아가 부정적 생각 자체를 의도적으로 지워버리고 즐거운 생각으로 채워 넣는 겁니다.”
“흠··· 정말 겨우 그렇게만 하면 끊임없이 드는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계속 말씀드리지만 절대 한 번에 낫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생채기조차 나으려면 며칠의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까? 마음의 병은 끈질긴 잡초처럼 우리가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생성되게 됩니다. 따라서 매일 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조지 왕은 다시 눈을 감고 ‘생각 잘라버리기’에 몰두했다.
주위의 귀족들이나 관리들 역시 태오가 말한 내용을 열심히 따라 해보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표정과 몸에서 발산되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태오는 안도했다.
‘다행히 조지 왕의 적극적인 행동이 자연스럽게 치료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구나.”
그저 명상 차원의 초보적 치료단계였지만, 호흡과 심리적인 자세를 바꾸게 함으로써 처음 느껴보는 편안함과 내려놓는 감정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모습들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태오의 말에 따라 사람들이 마음을 다잡고 있을 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폐하! 말도 안 되는 수작입니다!”
또 왕정 수석 의사 바커 경이었다.
“저런 야매꾼 돌팔이 같은 작자들을 제가 한두 번 겪어 본 것이 아닙니다. 빈민촌에 가면 널리고 널린 게 저런 돌팔이 의사 행세하는 놈들이죠.”
괴혈병의 원인도 모르는 18세기 머저리 의사가 21세기 대학병원 임상심리학 박사를 돌팔이라고 몰아세우다니. 태오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눈을 뜬 조지 왕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커 경. 난 지금 실제로 기분이 무척 나아졌는데? 자네도 지금 심호흡을 하면서 끓어오르는 부정적인 마음을 잘 관찰하고 빨리 제거하도록 해보게나.”
조지 왕의 말에 바커 경이 씩씩거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폐하! 그거야 그럴듯한 말로 잠시 착각을 유도한 것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똑같아집니다. 왕실 수석 의사로서 장담합니다. 저자는 감히 국왕 폐하 앞에서 세 치 혀로 말장난의 농간을 부리고 있는 것뿐이옵니다!”
그러자 조지 왕이 턱을 들고 물었다.
“그래? 그런데 왜 난 지금 몸 상태가 근래 들어 가장 편하지? 뭔가 내 가슴을 억누르던 것도 정말 많이 사라진 것 같고.”
“그···그거야···”
국왕은 손을 들어 바커의 말을 막았다.
“또 왜 난 늘 자네가 주는 약을 먹어왔는데도, 샌더슨이 말한 안 좋은 증상이 반복되거나 더 심해졌던 거고?”
“폐하, 그···그건, 약 성분이 강한 것인데, 폐하께서 너무 많은 용량을 한꺼번에 드셔서···”
드르륵-
조지 왕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제자리에서 몇 걸음 걸어 보았다.
“허허, 이것 봐! 무릎 통증도 확실히 덜 해졌어. 이건 정말 신기할 정도라고. 그냥 말장난인데 내 몸의 변화가 이렇게 느껴진다고?”
태오는 아까부터 조지 3세의 얼굴 표정과 몸짓 등에서 나오는 이미 달라진 감정을 읽고 있었다.
‘실제로 무릎 관절이 좋아진 건 아니야. 다만 심적 스트레스가 누구보다 컸으니, 기초적인 감정조절만으로도 통증이 줄어든 것처럼 느끼는 거지.’
질병의 원인 대부분은 스트레스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라는 것은 마음에 생긴 온갖 불안과 걱정 등에서 비롯된다.
건강한 사람도 걱정과 불안의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 속에 머물면, 스트레스 호르몬의 증가로 면역체계가 무너져 신체의 질병으로 쉽게 이어지는 법이다.
“좋아, 샌더슨. 그럼 나 같은 경우엔 자네가 말한 방법으로 며칠이나 행해보면 눈에 띄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건가?”
조지 왕의 치료 반응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거기다 태오의 방법에 대한 상당한 신뢰감도 가지고 있기에, 꾸준히 그대로 따르기만 한다면 한 2주일 정도면 꽤 괜찮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럴 때 더 확신에 찬 반응을 보여줘야 환자는 믿고 따르게 된다.
“네, 폐하. 2주 정도면 몰라보게 달라지실 겁니다.”
“오호, 2주?”
“그렇습니다, 폐하. 그리고 이와 더불어 아침에 가벼운 산책을 하시면서 아침 햇살을 받으시면 더욱 회복이 빠르실 겁니다. 참, 그리고 지금 복용하시는 약은 반드시 중단하셔야 효과가 배가 됩니다.”
범불안장애에 주로 쓰이는 세로토닌계의 약의 효과는 아침 햇살을 받으면 작으나마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눈의 망막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신호가 세로토닌 신경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조지 왕이 잔뜩 억울한 얼굴을 하고 있던 왕실 수석 의사 바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들었지 자네도? 2주일간 난 샌더슨이 알려준 방법을 써 보겠네. 그러니 그동안은 평소에 주던 약은 올리지 말게.”
“아···아니, 폐하. 어디 근본도 모르는 저런 돌팔이 얘기에···”
그때 한 여성이 왕실 수석 의사의 말을 끊었다.
“어허, 경은 아까부터 왜 그리 폐하 앞에서 말을 가벼이 하는 겁니까?”
샬럿 왕비였다.
이에 조지 왕이 웃으며 말했다.
“다들 그만하시오. 우리 방금 샌더슨에게 얘기 듣지 않았소? 걱정, 불안, 짜증은 내 몸을 상하게 하니 얼른 빠져나와서 자기를 살펴보고, 기분 좋은 마음을 가져야 건강해지지, 하하.”
그러나 바커 경은 분을 참지 못했다. 씩씩대며 말할 눈치를 살피던 그가 조지 왕에게 조심스레 다시 입을 열었다.
“폐하, 2주일 뒤에, 만약 2주일 뒤에도 아무런 차도가 없거나, 제 약을 제대로 드시지 않아 더 큰 부작용이 일어난다면, 그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순간 조지 왕의 표정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자네 말속에는 자네 처방만이 맞다는 느낌이 드는군. 그리고 지금 날 사이비 얘기에 귀 기울여 듣는 한심한 인간으로 보고 있고 말이야.”
“국왕 폐하, 제가 어찌 감히 존엄하신 폐하 앞에서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다만 저런 자가 함부로 지껄인 말로, 현명하신 폐하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고, 보존하셔야 할 귀중한 몸을 저자의 간악한 혀가 망치고 있다는 걱정에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
잠시 생각한 조지 왕이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러면 이건 어떤가. 2주일 정도 지나서 다시 이 자리에 모여 그때의 내 상태를 비교해보는 것이. 대신 2주일 동안은 약속대로 나는 샌더슨의 처방을 충실히 따를 것이고, 약도 중단한 걸세.”
“···.”
“그런데 만약에 말이지.”
태오를 향해 고개를 돌린 조지 왕에게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만약, 바커의 말대로 오히려 부작용이 나고 몸에 더 큰 문제가 생긴다면, 나를 가지고 농락한 죗값은 받아야겠지?”
살짝 미소를 띠고 말하는 조지 왕에게서 태오는 섬뜩한 감정을 느꼈다.
18세기 절대자의 위치에 있는 군주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의 깊이는 확실히 달랐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데이비드 매너스 공작이 나섰다.
“국왕 폐하. 샌더슨은 폐하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니 좋게 헤아리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물론, 나도 당연히 그런 것이라고 믿고 있소. 다만, 바커의 말대로 되지도 않을 치료법을 들먹이며 국왕의 몸을 자기 멋대로 놀린 것이라면, 최소한 그에 대한 응당한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겠소?”
난감해하는 매너스 공작 옆에서 태오의 자신 있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네, 폐하. 당연히 벌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2주일간 제가 말한 대로 ‘호흡’과 ‘생각 잘라 버리기’, ‘아침 햇볕 쬐기’를 매일 하신다는 전제 조건하에, 몸 상태가 이전보다 좋아지지 않는다면, 그땐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조지 왕이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허허허. 이 친구 정말 대단한 기개구만. 그만큼 자기 치료 방법에 확신이 있다는 것이지. 좋아, 좋아. 정세 판단하는 자신감도 마음에 들고, 치료에 자신 있는 것도 좋아. 정말 2주일간은 자네 말대로 국왕의 명예를 걸고 정말 열심히 해보지. 그리고 2주일 뒤에 다시 보자고.”
“감사합니다, 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