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49
49화 형과의 조우 2
거친 숨소리와 함께 크리스핀의 가슴이 크게 오르내렸다.
형에게 다가가는 것에 극도의 긴장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잠시 후, 크리스핀은 형과 얘기하듯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형··· 나 때문에 많이 혼났지? ···미안해. 그리고··· 끝까지 내 얘기 안 해줘서··· 정말 고마워.”
말을 마친 크리스핀의 표정이 정말 조마조마해 보였다.
하지만 곧 그의 표정이 환해졌다.
“형이 뭐라고 하던가요?”
“괜찮다고 해요. 오히려 자기가 대신 혼나서 더 기쁘대요. 하하. 역시 우리 형은 정말 착해요! 늘 저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보호해 줘요.”
곧 크리스핀의 가슴 속에 미안함으로 자라지 못한 감정 하나가 해소되면서 특유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태오는 그 감정의 해소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흠··· 다행히 억눌렀던 감정 하나가 해소됐어··· 하지만, 이 감정도 그저 작은 감정에 불과하다. 지금 크리스핀을 극단적으로 옥죄고 있는 깊은 상처는 아니야.’
*
최면에 들어간 지 벌써 3시간이 넘어섰다.
오래간만에 에너지를 쏟아서인지 태오도 점점 지쳐갔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았다.
최면에서 크리스핀을 깨운 태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돌아섰다.
그리고 지켜보고 있던 백작 부부에게 양해를 구했다.
“백작님. 오늘 치료는 여기서 중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 아침에 다시 오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그렇고 크리스핀도 많이 힘들 거예요.”
맥스웰 백작이 태오의 손을 덥석 잡으며 고마워했다.
“네, 알겠습니다. 오늘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어요. 크리스핀의 밝은 모습이 도대체 얼마 만인지.”
“아닙니다. 다행히 빨리 반응이 왔고, 치료 효과가 긍정적이라 저도 참 기쁘네요.”
백작 부인이 주저하다 조심스레 물었다.
“그렇다고 아들이··· 결혼식에 설 수 있을 정도로 괜찮아지는 건 아니겠죠?”
태오가 고개를 저었다.
“부인, 아니요. 그게 아닙니다. 지금 결혼식에 서려고 치료를 서두르는 게 아닙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완치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치료입니다.”
백작 부인이 화들짝 놀란 눈으로 물었다.
“결혼식 전에 완치할 수 있다고요?”
“네. 결혼식에 서는 거야 아무 문제 없을 것 같고, 다행히 지금 상태로 보면··· 그때까지 완치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태오의 확신에 찬 대답에 백작 부부는 기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럼, 내일 아침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 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태오는 무거워진 몸을 마차에 싣고 집으로 향했다.
***
다음 날 이른 아침.
맥스웰 백작의 집에 도착하니, 문 앞에 집사와 함께 백작 부부가 직접 마중 나와 있었다.
그런데 얼굴이 무척이나 밝아 보였다.
특히 백작 부인의 눈썹은 한껏 당겨져 있었고, 눈둘레근이 상승하여 진정으로 기쁘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샌더슨 씨. 글쎄, 어젯밤에 크리스핀이 두 달 만에 처음으로 깊이 잠들었지 뭐예요. 말이 없고 멍한 표정은 그대로지만, 그래도 얼굴이 무척 밝아졌어요. 어떻게 단 하루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너무 신기하고··· 그저 고맙고···.”
“아, 다행이군요.”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상처 입은 감정들을 가지고 살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고 괴로워하는 정도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비슷한 상처일지라도, 별것 아닌 일로 가볍게 지워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생을 그 상처로 인해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사람도 있다.
어제 작은 치유로 크리스핀의 상처받은 감정 몇 개가 해소됐을 것이고, 그로 인해 마음이 가벼워져 모처럼 깊은 잠도 이룰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아직 근본적인 치유가 된 것은 결코 아니다.
크리스핀을 옥죄는 가장 깊은 상처를 빨리 찾아내 해소하지 않으면, 잠시 나아졌다고 해도 또다시 재발하고 만다.
“크리스핀은 방에 있나요?”
“네. 침상에 앉아 있습니다”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결혼식. 어서 치료를 끝내야 한다.
*
똑똑.
덜컹-
노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지만, 크리스핀은 어제처럼 멍한 얼굴로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우호적인 감정을 내비치고 있음을 태오는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어제 태오가 다녀간 후 몸과 마음이 훨씬 편해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응이었다.
극심한 트라우마로 고생하고 약물로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던 환자들이 최면 치료 이후 태오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함을 느꼈는데, 크리스핀도 그런 감정을 받은 것 같았다.
태오가 크리스핀 옆에 말없이 앉았다.
어린 시절의 사연과 형의 추모식에 벌어진 이상행동을 종합해 볼 때, 크리스핀의 상처받아 자라지 못한 감정은 죽은 형과의 관계에서 형성된 것이 확실해 보였다.
평소에는 밝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았지만, 무의식 속에는 형과 관련해 상처받은 감정이 남아있어서 때때로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심한 우울감을 느꼈던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다 형의 추모식으로 인해 애써 밀어내고 부정했던 형의 죽음에 대한 인식이 강렬해지면서, 숨어 있던 감정이 폭발하고 이상 신호를 보인 것이다.
미국에서 심리치료를 할 때 가끔 마주쳤던 것이 이렇게 이 세상에 더 이상 없는 가족과의 감정 문제였다.
가족 간의 감정 문제가 상처의 원인이 된 경우,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 감정을 해소하고 풀어가면 충분하다.
하지만,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족에 대한 마음의 상처는 직접 만나 풀 수 있는 대상이 없다는 점에 문제가 있었다.
이런 경우 환자는 스스로 더 감정을 옥죄며 미움이나 죄책감 등으로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고 나약하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지만, 정작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상처보다 더 괴로워하고 힘들어한다.
그러다 끝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따라서 세상에 없는 가족과 관련된 감정을 건드릴 때는 훨씬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자, 어제처럼 편하게 누워보세요.”
태오는 일상적인 말로 크리스핀을 다독인 후, 편안한 자세로 침대에 눕게 했다.
어제 경험이 있어서인지 바로 최면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제 당신이 꼭 만나야 하고 지금 말을 해야 할, 형 다니엘 앞으로 가게 됩니다. 하나, 둘, 셋.”
딱-.
최면감수성이 높은 크리스핀의 몸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눈을 감았지만, 그의 눈동자가 쉴새 없이 굴러가는 모습이 잡혔다.
형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 분명했다.
“당신 앞에 형이 보이는가요?”
“···네. 으흐흑.”
그런데, 느닷없이 울먹이는 크리스핀이었다.
최면이 시작되자마자 울먹이는 크리스핀의 모습에 태오도 덩달아 긴장했다.
그리고, 그의 표정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확연히 다른 감정의 색깔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
태오는 지금 발산되는 감정이 문제의 발작 버튼임을 직감했다.
어제 세 시간에 걸쳐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했던 상처 입은 감정이 불쑥 솟구쳐 올라온 것이다.
‘바로 이 감정이다! 그토록 크리스핀을 억누르고 있던 감정!’
그렇게 찾고 있던 상처 입은 감정을 예상치 못하게 빨리 발견했지만, 좋아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였다.
행여나 무의식 상태에서 크리스핀이 빠져나오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태오는 재빨리 감정 속으로 개입했다.
작은 실수라도 생겨 감정선을 놓치는 순간 다시 오지 못할 기회를 놓치고 마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크리스핀? 형은 어떤 모습으로 당신 앞에 서 있나요?”
“······.”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보이는 대로 말씀해 주세요.”
흐느낌을 그친 크리스핀이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형이 여행을 가려고··· 멀리 떠나는 복장으로··· 마차 앞에 서 있어요···.”
어제 백작 부인이 말했던 프랑스 요양 가는 날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군요. 형이 먼 곳으로 가는 것 같아서 아주 슬펐군요? 그럼 형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어볼까요? 작별 인사를 해야죠?”
“무···무서워요. 제가 말을 걸면··· 형이 눈앞에서 영영 사라질 것만 같아요.”
“무서워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계속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니까 형이 사라질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마음 편하게 형에게 다가가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이나, 하지 못했던 말을 전해주고 잘 갔다 오라고 말하면 되는 일이에요.”
“······.”
그러나 태오의 다독임에도 크리스핀은 섣불리 다가서지 못했다.
“괜찮습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속에 있던 말을 해보세요. 형도 크리스핀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자, 용기를 내보세요.”
망설이던 크리스핀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태오의 말에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다니엘에게 다가서고 있어···’
그리고 잠시 후, 크리스핀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형? 치료받으러 프랑스로 떠나는 거지? 많이 힘들겠다.”
뭔가 눈치를 보는 듯한 크리스핀이 어렵게 말을 이었다.
“미안해···미안해··· 형. 그때는···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형이 그렇게 아픈 줄 몰랐어···. 나는 형이 나만 버리고 멀리 놀러 가는 줄로만 알았어. 그렇게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으러 가는 줄··· 그때는 정말 꿈에도 몰랐어··· 흐흑.”
그런데 울먹이던 크리스핀이 사색이 되어 다급히 외쳤다.
“어···어떡하죠? 형이··· 형이 그저 절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 그냥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고 있어요. 너무 무서워요.”
태오는 성급해 보이는 크리스핀의 가슴을 다정히 토닥이며 이끌었다.
“괜찮아요. 서두를 것 없어요. 마음을 편히 가지고 두려움을 버리고 다가가세요. 형은 크리스핀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잖아요? 크리스핀도 그런 마음으로 다가서면, 그럼 형도 말을 해줄 거예요. 자, 이제 형이 직접 당신에게 말을 건넬 겁니다. 하나, 둘, 셋.”
딱-.
숨을 고르듯 호흡이 가빠지는 크리스핀이었다. 그리고 곧 다시 입을 열었다.
“형이··· 자기는 잘 있다고, 그냥 잘 있는데 왜 그렇게 바보처럼 울고 있냐고 그래요.”
“그것 보세요. 형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잖아요. 형한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부 해보세요.”
조금은 안정을 되찾은 듯한 크리스핀이 무의식 저편에 꼭꼭 숨겨두었던 상처 입은 감정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
“형은··· 그렇게 오랫동안 떠날 거면서···그걸 다 알았으면서도 나에겐 왜 한마디도 안 하고 떠난 거야? 나는 그것도 모르고··· 매일매일 얼마나 형을 기다렸는지··· 알아? 흐흑···.”
크리스핀은 마치 7살이 된 아이처럼 서럽게 울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백작 부인도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채 조용히 오열했다.
그날의 슬픈 기억이 떠올라 그녀 역시 감정이 북받쳐 오른 것이다.
7살의 크리스핀에게 형 다니엘은 피를 나눈 형제이자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든든한 친구였다.
몸이 불편했던 형이었지만, 늘 자신을 지켜주고 보호해 주려 애를 썼던 소중한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형이 어느 날 말도 없이 사라지더니, 하루, 이틀, 일 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크리스핀은 자신을 버리고 가버린 형에 대한 그리움과 미움, 배신, 끝없는 상실감에 깊이 빠져들어 버렸고, 7살에 받은 상처 입은 감정은 딱딱한 덩어리로 뭉쳐져 가슴 한곳에 고착화돼버렸다.
좀 더 시간이 흐른 후, 형의 배신이 아니었음을 알게 됐지만, 가슴 속 깊은 상처는 어찌 된 일인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꼭꼭 숨어 들어가기만 했다.
4년 만에 훌쩍 커서 돌아온 형은 예전의 느낌이 아니었다. 반갑기보다 미움과 원망이 앞서 그 어떤 감정도 공유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억눌린 감정이 제대로 해소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그만 형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자, 형이 뭐라고 하나요? 들리는 소리가 있으면 입으로 말해보세요.”
감정이 격해진 크리스핀의 가슴이 심하게 울렁거렸다.
“형은··· 자기도 그렇게 오래 있을 줄 몰랐다고 해요. 길어도 몇 개월 일 줄 알았다고. 자기도 저랑 너무나 놀고 싶어 매일 울었대요···. 저를 배신한 게 아니었다고··· 미안하다고 그래요···으흐흑.”
7살 소년의 감정이 크리스핀의 표정과 몸짓에서 그대로 뿜어져 나왔다.
그동안 억눌려 해소되지 못해 단단하게 굳었던 상처 입은 감정이, 그 대상을 만나 속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급격히 풀어지는 중이었다.
크리스핀이 응석 부리듯 형에게 따져 물었다.
“그런데··· 왜··· 집으로 돌아온 날 내가 부탁한 구슬은 안 사 왔어? 케일리나 메리 것까지 다 사 왔으면서··· 왜 내건 안 사 온 건데···. 뭐? ···진짜? 그게 진짜야···?”
태오가 잠잠해진 크리스핀에게 물었다.
“선물에 대해 형이 뭐라고 하나요?”
크리스핀의 가슴은 더는 들썩이지 않았고, 숨도 가쁘게 내쉬지 않았다.
그저 뭔가에 놀란 듯 그의 감은 눈동자가 요리조리 바쁘게 움직일 뿐이었다.
크리스핀이 천천히 입을 뗐다.
“선물을··· 제 선물을 사 왔는데, 제가 자꾸 형을 피해서 주지 못했다고 해요··· 형, 뭐? 선물은 우리 비밀 장소에 넣어 두었다고···? 그럼 목각 말 안에 넣어두었다는 거야? ···정말?”
그렇게 크리스핀은 형과의 즐거운 대화를 한참 이어갔다.
무의식 속 형과의 대화는 억눌리고 상처받았던 감정을 빠르게 해소했고, ‘슬픔과 분노’에서 ‘기쁨과 용서’라는 과정으로 뚜렷이 옮겨갔다.
“형이 또 다른 말은 하지 않나요?”
태오의 물음에도 대답이 없던 크리스핀이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왜 그러죠? 형이 무슨 재밌는 얘기라도 해줬나요?”
“아니, 아니요. 형이 이제 귀찮다고 해요. 여기 너무 편한데 자꾸 제가 불러서 너무 귀찮대요. 귀찮다고 투덜거리는 어린 형의 모습이 너무 작고 귀여워요. 하하.”
어린 시절, 원인 모를 헤어짐과 그로 인한 형에 대한 배신감은 크리스핀의 잠재의식 속에 깊은 상처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형이 죽고 난 뒤, 해소할 대상이 없어졌다는 상실감은 그를 절망과 한없는 죄책감에 빠지게 했고, 급기야 심각한 우울증에 걸리게 만든 것이다.
형이 이 아름다운 세상을 떠나 어둡고 차가운 저세상으로 간 것이 마치 자기 책임인 것처럼 크리스핀은 자신을 스스로 자책하고 옥죄었다.
그래서였을까? 자기를 자꾸 찾는 동생이 귀찮다고 하는 형의 말이 오히려 크리스핀의 마음을 크게 달래주고 있었다.
상처받은 감정이 해소되면 환자의 모습은 완연히 달라진다.
크리스핀의 부드러운 미소와 따뜻한 표정이 이제 완치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태오에게 알리고 있었다.
‘혼자 억지로 가두고 자라지 못했던 감정이 드디어 풀어지고 있어.’
그렇게 태오는 크리스핀의 얼굴과 몸에서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감정의 해소 과정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형과 관련된 감정을 놓아줘야 할 시간이 온 것 같았다.
수시로 크리스핀의 머릿속으로 침투해 심한 우울감과 외로움, 스스로에 대한 분노를 형성시켰던 어린 시절의 응어리진 감정과의 영원한 이별을 시켜줘야 할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