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5
5화 첫 매칭의 시작
두 달 후.
18세기 런던에 21세기식 결혼정보 회사를 차려보겠다는 포부도 잠시, 태오는 몇 가지 큰 난관에 부딪혔다.
우선, 상상 이상으로 비싼 물가가 문제였다.
대량생산과 경제적인 운송 수단이 자리 잡지 못한 근대사회에서는 건물 하나를 건설하는 것에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요구됐다.
자연히 건물의 임대료 역시 비싸질 수밖에 없었다.
현재 거주하는 집의 대여 비용만 해도 부담이 상당한데, 런던 시내에 그럴듯한 건물을 빌려 회사를 꾸민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또, 어떻게 회사를 차린다고 해도 결혼중개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골칫거리였다.
‘사회적으로 중매업자들에 대한 멸시와 반감이 적지 않아.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결혼정보업체를 오픈한다고 한들 얼마나 많은 손님이 회사를 이용할까?’
무엇보다 컴퓨터가 없는 세상이라 제대로 된 매칭 분석작업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큰 걸림돌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당장 회사 설립은 무리다. 일단, 좋은 회원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 분석 모형을 설문지 형태로라도 만들어 봐야 할 것 같아.’
바로 결혼정보 회사를 차리는 것보다 회원 확보와 현재 시대에 맞는 매칭 시스템의 연구가 먼저라는 판단이었다.
‘인터넷은 물론 회원 데이터를 저장하고 검색할 컴퓨터나 프로그램도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회원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없이는 절대 좋은 매칭 결과가 나오기가 어려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태오는 모든 것을 수작업으로 진행해 보기로 했다.
자신의 특기인 인간에 대한 관찰력과 심리학적 전문 지식, 결혼 업체에서의 실전 경험을 토대로 매칭 분석프로그램을 최대한 단순화시켜 직접 만들기로 결심한 것이다.
현생에서처럼 아주 정밀한 결과를 얻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태오였다.
***
태오는 클럽에 갈 때마다 결혼제도의 문제점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결혼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였다.
그 관심이 현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컸던 탓인지, 태오의 결혼제도의 비판과 분석은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그러한 반응은 남성 전용 인텔리젼스 클럽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결혼제도의 문제점과 미래에 대해, 애덤 스미스도 인정한 명 담론이 펼쳐지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알맥스 클럽에서 태오를 초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 알맥스 클럽(Almack’s Club) : 1765년 영국 런던 상류층 귀족 여성들이 중심이 돼 조직된 여성전용 클럽
◈ 런던 피카딜리(Piccadilly) 인근, 알맥스 클럽(Almack’s Club).
태오가 여성 전용 알맥스 클럽에서 결혼제도의 미래에 대한 강연을 펼치고 있었다.
“······ 이렇듯 사회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가문과 계급을 최우선으로 하던 결혼이 점점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게 되고, 이렇게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주목받으면서 개인의 선택에 의한 결혼이 앞으로 당연한 결혼관으로 확립되게 될 것입니다.”
알맥스 클럽에서의 태오 인기는 대단했다. 초청을 기획한 클럽 운영자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뜨거운 반응이었다.
특히 여성이 앞으로 사회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발전한 것인가에 대한 디테일한 예측은 지금껏 그 누구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한 신선하고도 구체적인 미래 담론이 아닐 수 없었다.
사회적 활동이 사실상 막혀 있던 그녀들로서는 태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역할을 했다.
태오는 알맥스 클럽 여성회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여러 번 클럽에 초대됐다. 그리고 여성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로 강연과 질문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덕분에 알맥스 클럽 최고위 운영진들은 물론 일부 여성 회원들과의 친분도 돈독히 다지는 기회를 얻었다.
◈ 인텔리젼스(Intelligence) 클럽
클럽 내에 신흥 자본가 계층들이 모여 사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같은 자본가 계층으로 분류되는 태오가 앞으로 유망 사업에 대해 조언을 하자, 사업을 천시하는 귀족들까지도 큰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 개량된 증기기관이 앞으로 영국의 산업을 엄청난 변혁의 시대로 이끌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샌더슨 씨? 하지만 증기기관은 이미 60여 년 전에 발명된 것 아닌가요? 그게 정말 그렇게 대단한 변화를 몰고 오게 할까요?”
“제가 말씀드리는 증기기관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꿔주는 것으로, 뉴커먼의 증기기관에 비해 연료도 1/4밖에 들지 않고 경량화가 가능하게 됩니다. 이것으로 인해 정말이지 혁명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방적기계 공장을 크게 운영해 기계에 대해서 잘 아는 사업가는 태오의 전망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떻게 우리 사업 분야까지 그렇게 소상히 잘 파악하고 계신 거죠? 정말 샌더슨 씨의 지식과 안목은 이젠 칭찬이 지겨울 정도네요. 그런데 이렇게 대단한 능력을 갖추신 분이 왜 적극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지 않으세요?”
태오가 멋쩍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가 이렇게 입만 잘 놀리지, 실은 겁이 많아서 직접 나서지는 못합니다. 설탕 무역으로 잠시 돈을 벌기는 했지만, 참 두려운 일이더군요.”
“그래도 브리스톨에서 런던까지 오신 걸 보면 뭔가 시도해보려고 오신 것 같은데요, 아닌가요?”
“하하-. 네. 맞습니다. 사실 적당한 사업을 찾고 있긴 했었는데··· 얼마 전에 해볼까 하는 사업이 하나 생기긴 했습니다.”
“오- 그래요? 무슨 일을 해보실 계획이신데요?”
주변의 눈들이 모두 태오의 입으로 집중됐다.
조금 망설이던 태오가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
“웃으실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된 중매업을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태오가 결혼중개업을 입에 올리자 모두 당황스러워했다.
“중매업이요? 진심이세요? 제가 잘 못 들은 것 아니죠?”
“네, 아닙니다. 중매업 맞습니다. 후후.”
“당신같이 높은 식견과 지식을 가지신 분이 고작 입싼 여자들이나 하는 매파를 하겠다니요? 너무 이해가 안 가는 말씀인데요?”
태오도 충분히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실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애덤 스미스 씨가 지난번에 말씀하신 대로, 이 사회에서 결혼이라는 것이 여성들의 인생에 있어서 전부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기도 하고요.
그런 그녀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해 주는 사업이라면, 단순히 돈벌이를 떠나서 꽤 보람 있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최소한 엉터리 매파들에게 사기를 당해 인생이 망가지는 일은 없게 하자는 것이죠. 물론 이것은 미혼 남성들에게도 적용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까보다 더 많은 회원이 태오 주변으로 몰려와 있었다.
“그리고 저는 신흥 자본가에 속합니다. 자본가는 그야말로 돈이 되는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해서 이득을 보려는 사람 아니겠습니까?
단언컨대, 결혼 정보 관련 사업은 영국 사회에서 유망한 직종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합니다. 결혼이라는 중대사에 책임 있는 자세로, 객관적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면서, 당사자들의 성향을 제대로 분석해 서로에게 가장 잘 맞는 짝을 찾아내 주는 사업, 꽤 흥미롭지 않을까요?”
런던에서도 최고의 부자로 손꼽히는 신흥 자본가 윌리엄 롤랜드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 중개일을 전문적 영역으로 끌어들인다라···. 시장은 확실히 크지만, 공급이 엉망인 상태이니, 흠. 수익 측면에서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사업 아이템인 것은 확실하네요.”
“사실 저는 그간 여기 계신 미혼자분들의 성향이나 심리 등을 오래전부터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이 클럽의 총각분들은 이미 제 고객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죠. 하하.”
태오의 말에 클럽의 미혼 회원들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혹시 원하시지 않는 분은 미리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고, 혹시 저를 믿으신다면, 가끔 제가 제안해 드리는 여성을 만나보시기를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아마도 깜짝 놀랄만한 경험을 하게 될 수 있다고 감히 자신합니다.”
윌리엄 롤랜드 씨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저는 이미 늙어서 별 필요가 없지만, 혹시 제 아들은 가능합니까?”
“그럼요. 가능합니다. 대신 제가 아드님을 만나 뵙고 얘기도 나눠보고 어떤 분인지 파악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죠.”
태오의 중매사업에 크게 거북해하는 회원은 없었다.
그간 쌓인 태오에 대한 신뢰도 있었고, 또 저렇게 통찰력이 뛰어난 자가 결혼중개인이 되어 소개해 주는 여자는 과연 어떨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도리어 클럽에서 누가 첫 번째 대상이 될까, 또 어떤 결과를 낼지에 대해 은근한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반응이 나쁘지 않아 다행이네. 아니, 오히려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야. 그렇다면 어떡하든 첫 번째 연결을 제대로 성공시켜야 해. 첫 번째 기회만 잘 살린다면 결혼 정보 사업에 굉장한 탄력을 받을 수가 있겠어.’
그런데 그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 며칠 뒤, 태오의 집
똑. 똑.
하녀 루시가 서재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주인님? 지금 아래에 누가 주인님을 찾아왔습니다.”
매칭 분석 모델을 만들고 있던 태오가 고개를 들었다.
“나를 찾아왔다고? 누군데?”
“네, 두 분의 여성입니다. 웰슬리 경의 소개로 왔다고만 했습니다.”
웰슬리 경이라면 인텔리젼스 클럽의 운영위원 중에 한 분이었다.
가정부에게 그녀들을 서재로 모시라고 한 태오는, 재빨리 자리를 정리했다.
‘웰슬리 경의 소개라니···무슨 일이지?’
곧 중년의 부인과 젊은 여성이 서재로 들어섰다.
두 여성의 눈매가 많이 닮아 있는 것으로 보아 모녀지간인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테오 샌더슨이라고 합니다. 웰슬리 경의 소개로 오셨다고요?”
“그렇습니다. 샌더슨 씨. 참, 저는 알렉산더 고드윈 남작의 부인입니다.”
“네, 남작 부인. 그런데, 우리 집에는 무슨 일로···?”
잠시 머뭇거리던 중년 여성이 부끄러운 얼굴로 마른 입술을 뗐다.
“저기···그게··· 제 딸아이의 결혼문제로 상의드릴 것이 있어서요.”
“결혼···.아- 네. 네! 그러셨군요. 일단 자리에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태오는 루시에게 차를 내오라 시키며 생각했다.
‘웰슬리 경이 아마도 클럽에서 했던 내 사업 얘기를 듣고서 이분들에게 나를 소개한 모양이구나.’
제대로 준비가 안 된 갑작스러운 만남이었지만,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결혼정보 사업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라도 실력 발휘를 해야 할 중요한 순간이었다.
따뜻한 차가 나오고, 태오가 상담의 주인공인 젊은 여성을 바라봤다.
“정식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테오 샌더슨이라고 합니다.”
“네. 저는 리디아 고드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젊은 여성의 표정이 미묘했다. 태오를 바라보는 눈빛이 굉장히 우호적이었다.
남작 부인과는 달리,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보이는 특유의 어색함을 그녀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보통 저렇게 지켜보는 듯한 호기심 어린 눈빛은 상대를 알고 있을 때 보이는 태도였다.
“고드윈 양, 혹시 저를 알고 계시나요?”
“네?”
마음을 들킨 그녀가 당황스러워했다. 그렇다면 호감 어린 분위기로 보아 아마도 여성 전용 알맥스 클럽에서 태오의 강연을 들었을 가능성이 컸다.
“알맥스 클럽에서 저를 보셨나 보군요?”
“아, 네. 그걸 어떻게···.”
그렇게 첫 번째 고객과의 상담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