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56
56화 예상치 못한 후보자의 등장
다음 날 오후.
세 번째 후보자인 콜린 피터슨 경이 도착할 2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스본 씨나 캐서린 양은 어제와 같은 긴장감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존 라우더 경과의 우울하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인 지 큰 기대감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캐서린은 마리 부인이 만들고 있는 케이크를 보러 간다고 잠시 부엌으로 내려갔다.
‘라우더 경 때문에 다들 기대감이 꺾였군.’
사람은 큰 뇌를 가진 덕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발산이 다른 동물에 비해 무척 높다.
좋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즐겁고 유쾌한 감정을 느끼면서 시간이 잘 가는 것도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상대방에게 다가오면서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존 라우더 경은 다음날까지 모두를 처지게 할 정도로 좋지 못한 감정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고, 이것은 오늘 마지막으로 만날 후보자에 대한 기대마저 꺾어버리게 하고 있었다.
똑똑.
“콜린 피터슨 경이 도착했습니다.”
집사 존 블레이크가 드디어 마지막 후보자의 등장을 알렸다.
“그래, 모시게.”
어제와 달리 많이 여유로워진 폴 오스본 씨가 보고 있던 책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곧 경쾌한 발소리와 함께 콜린 피터슨 경이 들어왔다.
‘!’
그가 들어오는 순간 태오의 눈이 커졌다.
어제 존 라우더에게 느꼈던 어둡고 우울한 에너지 때문인지, 지금 들어오는 콜린 피터슨의 에너지는 상대적으로 무척 밝아 보였다.
콜린 피터슨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폴 오스본 씨에게 인사했다.
그의 깔끔한 외모와 품격있는 태도에 오스본 씨도 흡족해하는 표정이었다.
“여기는 사업차 들르신 제 지인 테오 샌더슨 씨입니다.”
오스본 씨의 소개에 고개를 돌린 콜린 피터슨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아, 반갑습니다. 콜린 피터슨입니다.”
“네. 처음 뵙겠습니다. 테오 샌더슨입니다.”
정중한 태도와 얼굴에 드러난 미세 표정은 그의 웃음이 가식이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허 참, 마지막 후보자에 이런 뜻밖의 인물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에너지는 태오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태오는 처음 단 몇 분 만에 상대 감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데, 그것을 통해 지금껏 거의 예외 없이 그 사람의 성향과 성격을 정확히 맞힐 수 있었다.
‘피터슨 경에게서 느껴지는 정서 상태만 보자면 일단 캐서린 양과 무척 잘 어울려. 좀 더 대화를 나누면서 세밀하게 감정을 체크해봐야겠지만, 이거··· 두 사람이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기대감이 전혀 없었기에 상대적으로 좋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콜린 피터슨은 매우 좋은 성격과 건강한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감정적 성향이 캐서린 오스본 양의 성향과 잘 어울렸다.
“오스본 양은 집에 안 계신 건가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콜린 피터슨이 오스본 씨에게 물었다.
“잠깐 주방에 내려갔어요. 이제 곧 올라올 겁니다.”
“아,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인 콜린 피터슨은 태오에게도 관심을 보였다.
“사업차 오셨다면 이곳의 면직 사업 때문에 오셨나 봅니다?”
“네. 사실은 다른 업종의 사업을 하고 있는데, 제가 면직 공장에 관심이 있어서 겸사겸사 들렀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사실 저도 면직업에 흥미를 두고 있거든요. 이전에···”
콜린 피터슨은 면직업과 관련해 상당한 지식을 가진 듯한 귀족 청년이었다.
처음엔 그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한 주제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말을 가만 들어보니 면직 산업과 무역에 관해 진심 어린 흥미와 깊은 지식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프랑스에서 수년간 경제학을 공부하고 온 터라 상업적 이론 역시 해박했다.
‘캐서린 양과 딱 맞는 성격에 앞으로의 시대에 맞는 진취적인 마인드라···.’
사실 성격이라는 것은 그 색깔이 워낙 다양하여서 결혼해서 평생 살아가기 위한 반려자를 위해서라면 두 사람 간의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냥 일반적으로 좋은 성격이 다가 아닌 셈이다.
두루두루 모나지 않은 성격은 나쁘지 않게 살 수는 있지만, 서로의 매력을 느끼며 오랜 결혼 생활을 지속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콜린 피터슨과 십여 분간 대화를 나누고 그의 성향이 파악되자, 태오는 그가 캐서린의 성격과 매우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사람임을 확신했다.
게다가 외모상으로도 두 사람은 잘 어울렸고, 서로에게 충분히 매력을 느낄 것으로 보였다.
‘재밌겠는데? 곧 캐서린 양이 오고 대화를 나눌 때 살펴보면 더 확실해지겠군.’
18세기의 일반적인 백수 귀족의 아들과 달리 콜린 피터슨은 뚜렷한 목표와 자기만의 신념이 있었다.
어제오늘 지켜본 캐서린 오스본 역시 피터슨 경과 비슷한 색깔의 신념이 자주 잡혔었다.
앞으로 둘 사이에 깊은 대화가 오가면, 더 높은 호감으로 발전하게 될 가능성이 컸다.
똑똑.
덜컹-
“아버지 이거 드셔보세요! 마리 아줌마가 케이크를 정말 맛있게···.”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캐서린 양이 갓 구운 케이크를 직접 들고 거실로 들어섰다.
콜린 피터슨 경이 문을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는 눈앞에 걸어오는 캐서린 양을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섰다.
“아,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피터슨··· 아니, 콜린 피터슨입니다.”
도착한 지 몰랐던 콜린 피터슨의 등장에 캐서린이 잠시 당황했지만, 곧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받았다.
“네, 반갑습니다. 캐서린 오스본이라고 합니다.”
태오는 재빨리 콜린 피터슨의 표정을 살폈다.
캐서린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났을 때의 첫 번째 시선과 자기 앞으로 다가오는 모습을 확인한 두 번째 시선은 확연히 다른 감정을 내뿜고 있었다.
예상대로 콜린 피터슨은 캐서린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아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눈동자의 미세한 떨림이나 표정과 몸짓에서 드러나는 감정은 마음에 들어 하는 차원을 넘어서 첫눈에 반했다는 신호를 강하게 발산하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캐서린도 얼굴이 붉어지면서, 이성에게 호감을 느낄 때 나오는 특유의 부산스러움을 보인다는 점이다.
만약 콜린 피터슨만 강한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면, 그의 당황한 모습이 단점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캐서린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는 상태에 들어갔기에 서로의 단점은 감추어진 채 감정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중매업자들이 집안만 보고서 후보자를 소개해 주었을 텐데, 천생연분 커플이라니. 두 사람 모두에게 생각지 못한 행운이 찾아왔네, 후후.’
행여나 세 번째 후보마저 아니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했던 태오는 한시름 놓인 기분이었다.
현대에서도 절실히 느꼈던 일이지만, 남녀가 중매 만남으로 서로 첫눈에 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대부분은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 조건에 맞춰서 적당한 사랑을 하게 된다.
하물며 집안 간의 결혼이 우선인 근대사회에서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둘의 만남은 굉장한 축복이 아닐 수 없었다.
“자, 이제 당사자들이 다 왔으니 자리에 앉아 차를 듭시다.”
오스본 씨가 피터슨 경에게 차를 권하며 말을 건넸다.
“숲길로 왔다고요?”
“네? 아···네.”
“오시는데 길이 괜찮았나요? 얼마 전에 비가 많이 와서 이 마을로 오는 숲길이 일부 잠겨 있다고 하던데.”
“아···네. 네? 길이요? 뭐···하하···길이야 뭐···그랬나요?”
그런데, 지금 피터슨 경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의 에너지가 너무 높아 보였다.
기대하지 않은 이상형의 등장에 들떠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평정심을 잃은 과잉 감정의 에너지는 행동과 말에서 반드시 실수를 만들기 마련이다.
태오는 이성적인 질문을 던져 그의 감정을 진정시켜 보기로 했다.
“피터슨 경은 맨체스터 지역에서 오래 사셨나요?”
“아, 네, 네··· 저는 이곳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면직 산업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시게 된 거군요.”
“네. 그런 셈이죠.”
“면직이라면 여기 오스본 씨가 전문가이시니 물어보셔도 되겠네요, 하하.”
“아! 그렇겠군요. 안 그래도 궁금한 점이 많았습니다.”
18세기 말의 면직은 어찌 보면 굉장한 부가가치를 지닌 미래 첨단 산업의 일종이었다.
콜린 피터슨은 미래 산업인 면직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면직과 관련한 콜린 피터슨의 질문이 이어지자 오스본 씨는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모직에서부터 면화까지의 얘기는 오랫동안 면직 관련 공장과 무역업을 했던 오스본 씨여서 그런지 태오도 깜짝 놀랄 정도로 해박한 실무 지식을 자랑했다.
“아··· 그래서 수력 공장의 면직업이 성장한 것이군요. 하하, 이제야 작은 의문이 하나 풀렸습니다.”
콜린 피터슨은 오스본 씨의 이야기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탄복했다.
“의문이 풀렸다니 다행이군요, 허허.”
사람은 자기의 지식이나 경험을 열심히 떠들고 주위에서 그 얘기를 들어주면 신이 나게 된다.
오스본 씨도 그저 자기의 경험이었지만, 집중하며 들어주는 피터슨의 태도에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했다.
다행히 캐서린도 아버지와 피터슨의 얘기에 재밌게 동참했고 그렇게 좋은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졌다.
한참을 면직과 무역업에 관련한 얘기를 나누던 도중 캐서린이 생각난 듯 물었다.
“혹시 피터슨 경도 유럽 여행을 다녀오셨나요?”
콜린 피터슨이 조금 부끄러워했다.
“아니요. 전 큰형처럼 몇 년씩은 못 다녔습니다. 작은형이 1년여 정도 유럽 몇 나라를 다녀왔고, 전 그저 이탈리아 지역에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5개월 정도 다녀온 게 전부죠. 제가 미술을 좋아해서요.”
그랜드 투어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지만, 웬만큼 사는 귀족 집안의 장남에게는 기본 덕목과도 같은 거라 몇 년씩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차남부터는 훨씬 짧은 기간과 비용을 들여 여행을 다녀오거나, 아예 안 보내는 것이 보통이었다.
“와, 이탈리아에 가셔서 그림을 감상했다고요? 너무 부러워요. 저도 그림 보는 거 좋아하는데. 꼭 한 번 이탈리아로 가서 직접 그림들을 보고 싶어요.”
“하하, 부럽다니요. 아닙니다, 가보시면 되죠.”
그림을 좋아한다는 그의 얘기에 태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래서 두 사람이 함께 얘기할 때 감정이 더 조화로웠구나. 피터슨 경도 캐서린 양처럼 예술적 성향이 강한 젊은이야. 거기다 미술과 예술을 좋아하고. 두 사람이 강한 공통점이 있다 보니 얘기가 더 잘 통하는 거였어.
피터슨 경의 표정을 보아하니, 캐서린 양과 벌써 이탈리아로 그림을 보러 가는 상상을 하고 있는 것 같군. 후후.’
그런데 얘기를 듣던 오스본 씨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작은형이라니요? 제가 듣기론 피터슨 경이 차남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나요?”
콜린 피터슨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전 셋째입니다. 위로 큰형과 작은형이 있거든요.”
순간 오스본 씨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셋째’라는 소리에 그의 얼굴이 그렇게 굳어진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한 가문을 유지하기 위해 장자상속제도가 유지되는 영국의 18세기에서 장남이 아닌 다른 아들들은 좋은 조건의 남편감이 되지 못했다.
그것은 집안의 맏아들이 귀족 작위와 거의 모든 재산을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족 집안의 장남은 결혼 시장에서 인기가 높았고, 그만큼 귀할 수밖에 없었다.
오스본 씨 역시 될 수 있으면 귀족 장남을 원했지만, 마음처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둘째인 차남까지는 재산이나 남는 작위 혹은 갑작스러운 장남의 유고로 작위를 물려받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었다.
하지만, 셋째부터는 집이 아주 부자가 아닌 이상 받을 수 있는 재산과 작위는 그만큼 더 적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오스본 씨의 눈에 콜린 피터슨은 돈 없는 귀족 집안의 쓸모없는 셋째 아들로 비쳤다.
급작스레 차가워진 오스본 씨의 감정과 캐서린을 향한 콜린 피터슨의 뜨거운 감정은 한눈에 비교가 될 정도로 온도 차이가 벌어졌다.
‘아, 이거 큰일이네. 방금까지는 얘기도 잘 통하고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는데, 셋째라는 얘기에 콜린 피터슨이 오스본 씨의 눈에 차지 않는 것 같아.
그렇다고 캐서린과의 성향이 맞는다는 것만으로 오스본 씨를 설득하기도 쉽지 않을 테고···. 이거 그냥 이대로 두면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는걸.’
21세기라도 집안 어른의 반대가 심한 경우 사랑 하나만 가지고는 그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하물며 18세기에는 말할 것도 없었다.
여전히 정략결혼이 대세였고, 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부모님이 반대하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시대였다.
그러니 콜린 피터슨과 캐서린의 대화를 옆에서 지켜보는 태오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성향이 너무 잘 맞아. 내가 직접 고른다고 해도 이 정도로 서로 어울리는 커플은 찾기가 어려워.
콜린 피터슨도 처음엔 지참금 얘기를 듣고 왔겠지만, 캐서린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지참금 따위는 후순위가 되어버렸고. 거기다 캐서린 역시 점점 빠져들고 있어. 흠··· 두 사람은 만남이 길어질수록 서로에게 더 강하게 끌릴 텐데···.’
세 사람의 복잡한 감정을 바라보면서 태오는 이들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아무래도 태오가 나서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