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61
61화 새로운 희망
상황판에 그려진 그래프는 꺾은 선 그래프였다.
사실 그래프를 통한 비교법의 시작은 영국의 화학자이자 성직자였던 조셉 프리스틀리가 10여 년 전에 최초로 선보인 막대그래프를 통해서였다.
사람의 ‘수명 비교’를 위해 고안된 조셉 프리스틀리의 막대그래프는 당시 상업적으로나 대중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지금 태오가 보여주는 것과 같은 꺾은 선 그래프는 막대그래프보다 한 단계 진화한 것으로, 앞으로 10년은 더 지나야 등장하게 되는 새로운 형태의 그래프였다.
18세기로 와서 꺾은 선 그래프를 한 번도 보지 못한 태오는 아직 이 그래프가 나오지 않았음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눈에 들어오는 설명을 위해 꺾은 선 그래프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 저 선이 뭐죠?
– 산을 그려 놓은 건가?
– 글쎄요. 수치가 쓰여 있는 걸 연결한 선 같은데요?
이러한 그래프를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신기하게 보여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재무장관이자 총리인 프레드릭 노스 경은 급히 안경까지 꺼내 쓰면서, 태오의 꺾은선 그래프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언제나 처음 선보이는 신기술은 신선한 법.
각종 프로그램을 돌려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을 구사하는 현대와 비교하면 너무나 민망한 수준이지만, 한눈에 보기 쉽게 색을 칠해 구분해 만든 여러 개의 꺾은 선 그래프는 18세기의 사람들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루시와 밤샘 작업을 한 것이 그래도 효과를 보는 것 같네.’
모여있던 사람들의 감정 에너지가 자기에게 한꺼번에 몰리는 걸 느끼는 태오였다.
빠른 시간 안에 알기 쉽게 내용을 전달하고 설득하는 데는 PPT만 한 것이 없지만, 지금 시대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방법이다.
그래서 고심해서 만들어 본 그래프와 일목요연한 정리였다.
쉽게 말해 종이로 만든 간단한 PPT인 셈이었다.
태오가 얇은 막대기를 손에 들고서 꺾은선 그래프를 가리켰다.
“폐하, 이것은 애덤 스미스 교수의 국부론에 근거해서 나라별 연간 노동생산물을 나름의 정보를 통해 추적하여 만들어본 그래프입니다. 또한 앞으로의 예측까지도 포함했고요.”
얼마 전, 조지 왕은 국부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를 직접 궁으로 불러 경제에 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사실 기존의 중상주의 정책에 젖어있던 국왕이나 그 측근들은 애덤 스미스의 자유무역 사상과 국가의 부에 대한 관점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농부의 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서민적이고 검소했던 조지 왕은 애덤 스미스의 국가의 부에 관한 생각에 일견 동의하는 바가 있어서인지, 흥미 있게 태오의 그래프를 지켜보았다.
“이 그래프는 지금부터 150여 년 전인 1600년부터 앞으로 백 년 뒤인 1870년까지의 각국의 노동생산물을 비교해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제가 나름대로 도식화해 본 그래프입니다.”
상황판에는 영국 외에 네덜란드, 벨기에,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국가가 보기 편하게 비교되어 있었다.
이 자료는 그동안 클럽 모임을 통해 얻은 정보와 영국 내의 서적과 외국의 서적, 출간문 등을 통해 모아온 당시의 경제 자료와 미래의 역사적 경제 지식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추측해서 만든 자료였다.
짧은 시간 안에 조지 왕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래프만 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 촉박한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그래프에서 보다시피 우리 영국은 1700년만 해도 노동생산물의 비교에서 네덜란드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음···.”
그래프에서 영국은 네덜란드의 절반을 조금 넘는 노동생산물의 양이었고, 이탈리아나 벨기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 허, 저런.
– 우리 위치가 고작 저랬단 말이요?
– 아니, 대체 저런 자료는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 근데, 저 특이한 표가 신기하게 눈에 확 들어오지 않나요?
– 네. 하나의 표에 모든 것이 들어가 있는데, 쉽게 구별이 되니 정말 보기 편하네요.
태오가 꺾은 선 그래프를 가리키며 설명할 때마다 웅성거림이 일었고, 조지 왕 역시 큰 관심을 보이며 경청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좋은 반응에 태오도 덩달아 신이 났다.
‘이거 생각보다 반응이 뜨겁네. 루시가 그래프에 색깔을 잘 입혀서 더 집중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그들로서는 살면서 처음 보는 형태의 그래프였지만, 직관적으로 전체 내용이 쉽게 파악되는 방식이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집중시키고 있었다.
태오는 열심히 설명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점은 바로 여기.”
태오가 1780년 부근을 가리키자 모두의 시선이 막대기 끝에 놓인 그래프로 쏠렸다.
“보시다시피 현재 영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급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다른 나라는 거의 변화가 없고요.”
“정말 그렇군. 확연히 비교되는구먼. 안 그런가 노스 경?”
조지 왕 옆에 있던 총리이자 재무장관인 프레더릭 노스 경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감탄했다.
“그러하옵니다, 폐하.”
꺾은 선 그래프에서 영국의 노동생산물의 양은 가장 높은 지점에 있던 네덜란드의 선과 여전히 격차는 있었지만, 상당히 따라붙은 모습이었다.
이에 비해 다른 나라는 미미한 성장을 보였다.
한눈에 변화된 모습을 파악할 수 있는 꺾은 선 그래프를 흥미롭게 지켜보던 조지 왕이 물었다.
“그래. 그러면 저 1820이란 건 앞으로 40년 뒤의 모습을 예측한 것인가?”
“네, 그렇습니다, 폐하.”
1820년의 그래프에서는 영국은 이제 네덜란드를 거의 다 따라잡았지만, 다른 나라는 하락하거나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이 시점으로부터 50년 뒤.”
태오가 잡고 있던 막대기가 한없이 하늘로 솟구쳐 있는 그래프의 끝을 가르쳤다.
“저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혼자 올라가 버린 선. 바로 이것이 50년 뒤 영국의 노동생산물의 양이 될 것으로 저는 확신합니다.”
– 와!
– 저 표의 1750년과 비교해보세요. 도대체 몇 배입니까?
여기저기서 터지는 찬사와 함께 조지 왕의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노스 경. 전문가인 자네가 냉정하게 평가해 보게. 지금 샌더슨이 말하고 있는 저 경제 수치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 거라고 보나?”
조지 왕은 옆에 있던 영국 총리 프레드릭 노스 경에게 물었다.
안경을 콧잔등 위에 올리고 다시 한번 태오의 자료를 찬찬히 뜯어본 노스 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놀랍네요. 솔직히 지금 시점 이후의 상황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샌더슨 씨가 말한 올해까지의 상황은 상당히 냉정하고 정확한 분석으로 보입니다. 특히 놀라운 점은 네덜란드나 이탈리아, 벨기에 등의 지난 10여 년간 생산량 분석을 보면······”
재무부 장관도 겸직을 하고 있는 노스 경이라 그동안 꽤 많은 경제 관련 수치가 그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머리에 들어있던 정보와 태오의 자료가 상당한 일치를 보였다.
노스 경의 찬사에 조지 왕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 전문가인 자네도 그렇게 생각한단 말이지.”
“네, 그러하옵니다. 그런데···.”
꺾은 선 그래프를 유심히 살펴보던 노스 경이 턱을 매만지며 태오에게 물었다.
“샌더슨 씨? 지금까지의 비교는 아주 훌륭합니다. 하지만 자료만 있다면 이와 같은 실적 비교야 누구라도 할 수가 있겠죠. 물론 샌더슨 씨 수준까지는 힘들겠지만요.
아무튼, 제가 궁금한 것은 도대체 왜 갑자기 지금 시점에서 영국만이 유독 경제 생산량이 저렇게 치솟게 되고, 1820년 이후로는 급성장을 할 것이라 확신하는 것이죠? 무슨 근거로?”
태오는 기다렸다는 듯이 상황판의 종이를 걷어 다음 장을 펼쳤다.
여기저기서 또다시 탄식이 흘러나왔다.
다음 장의 종이에는 조금 전 본 꺾은 선 그래프가 작게 축소되어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 있었고, 중간에는 다양한 마인드맵 형태로 정리한 자료가 연도 별로 보기 좋게 구분되어 있었다.
일종의 모핑 효과를 원시적으로 준 것인데, 앞 장에서 집중해서 보았던 그래프가 축소되어 내려간 듯한 느낌 때문인지 무척이나 신기해했다.
태오가 마인드맵의 한 곳을 가리켰다.
“여기 보시다시피, 영국은 지금 이 시기에 산업적으로 혁명과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산업적으로··· 혁명이 일어났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이미 십여 년 전부터 그랬고, 지금부터는 그 혁명이 더욱 속도를 내게 될 것입니다.”
총리 노스 경이 다시 물었다.
“아무래도 전 이해가 안 가는군요. 우리 영국의 산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근거가 뭡니까? 전쟁으로 인해 재정이 고갈된 우리 영국이 무슨 근거로 산업적으로 그렇게 크게 부흥할 수 있다는 거죠? 재원을 구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어디에 있소?”
태오는 마인드맵에 있는 두 단어를 가리켰다.
『신용 & 제도』
노스 경이 내려간 안경을 바로잡으며 머리를 갸웃거렸다.
“신용과 제도? 그게 산업의 부흥이나 재원 마련과 무슨 상관이란 말이죠?”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
휘릭-
종이를 뒤집어 다음 장을 펼친 태오의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총리님께서 방금 말씀하셨다시피, 재원은 현재 우리 영국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돈이 있어야 노동자의 임금도 주고, 공장도 세우고 기계를 가동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오랜 전쟁으로 재원이 고갈된 우리 처지에서, 막대한 재원을 외국과의 금융거래를 통해 조달할 수밖에 없는데, 이 금융거래의 핵심이 바로 ‘신용’입니다.
이 ‘신용’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금융거래는 소극적으로 되고, 결과적으로 재원 마련도 어렵게 만들죠.
쉽게 말해서 돈을 빌렸는데 잘 갚지 않아 신용이 없는 사람에게 다음에 누가 돈을 빌려줄까요? 그래서 금융에서는 이 ‘신용’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신용 때문에 영국과 프랑스는 앞으로 현격한 차이를 보일 테고요.”
태오의 손끝이 영국과 프랑스를 비교하는 표로 향했다.
“여기 표를 통해 우리와 프랑스를 한번 비교해보시죠.”
프랑스에 항상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던 조지 왕은 물론 주변의 귀족과 관리들까지 태오의 설명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사실 영국과 프랑스는 거의 같은 시기에 전쟁을 치러왔고, 재정적으로 전쟁 비용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서 자금이 매우 부족한 상태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똑같이 재정이 힘든 상황에서 우리 영국과 프랑스는 여기 보다시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실 겁니다.”
상황판의 종이에는 각종 사건이 터졌을 때 프랑스의 채무 상환에 관한 결과를 영국의 그것과 비교하고 있었다.
영국은 한눈에 보기에도 상환을 위한 노력이 뚜렷하게 보이는 데 반해, 프랑스는 채무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조지 왕이 물었다.
“저 표에 프랑스 숫자는 왜 0으로 돼 있는 건가?”
“채무 상환을 전혀 하지 않아서입니다.”
“뭐? 저런 흉악한 도적놈들을 보았나!”
“하하, 맞습니다. 도적이지요. 문제는 국제사회의 자본시장에서 이런 도적들은 ‘신용’을 얻지 못하고 그만큼 국제 금융 거래를 통해서 돈을 빌리기가 힘들어진다는 점입니다. 이걸 보십시오.”
아래의 그래프에서는 영국과 프랑스가 가진 국채나 채권, 각종 은행권, 어음 등을 놓고 그것에 붙는 이자 금액을 비교해 놓고 있었다.
거기서 영국 정부는 좋은 ‘신용’ 때문에 매우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었지만, 프랑스는 매우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야 했고, 그마저도 쉽지 않아 보였다.
“여기 보듯이 프랑스는 군주가 모든 것을 결정하다 보니 멋대로 돈을 빌리고 제대로 갚지 않으면서, 국제적으로 그 신용도가 매우 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영국은 책임 있게 상환 문제를 처리해왔고, 그만큼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있어서 훨씬 원활한 상태임을 알 수 있지요. 따라서 앞으로 우리 영국은 부족한 재원을 국채 등을 통해 손쉽게 마련할 수 있게 될 겁니다.”
17세기와 18세기에 프랑스는 무려 9번이나 국가 채무 전부나 일부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국가 신용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쳐 있었다.
표를 본 총리 노스 경이 무릎을 치며 말했다.
“그렇군요. 그동안 국왕 폐하와 우리 국회가 머리를 싸매고 채무 상환을 위해 노력했던 것이 이렇게 빛을 발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영국 은행에서 국채를 발행하면 해외에서 서로 사려고 다 몰렸던 것이고요.
반면 프랑스는 그런 게 안되니 국민에게 세금을 쥐어 짜내는 수밖에 없게 되고, 점점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현대에서 본다면 너무나 상식적인 경제 논리였지만, 이 당시 국제 금융 거래를 국가 간 신용이라는 개념보다 군주에 의한 사적 거래 정도로 취급하는 나라가 많았다.
“맞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프랑스는 우리와 달리 국제 금융 거래가 원활하지 못하니, 결국 할 수 있는 거라곤 국민의 고혈인 세금을 쥐어 짜내는 수밖에 없게 됩니다.”
조지 왕이 통쾌하다는 듯이 큰소리로 웃으며 물었다.
“하하하- 그럼, 샌더슨. 프랑스 놈들이 그렇게 세금을 짜내도 국민에게 더는 나올 것이 없다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될 거로 생각하는가?”
“······.”
순간 태오는 머뭇거렸다.
국제 금융 시장에서 ‘신용’이 낮았던 프랑스는 세금이나 매관매직 등의 방법을 총동원해 재정문제를 해결해 보려 했다.
하지만 재정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행한 것이 150년 만의 삼부회 소집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프랑스 대혁명으로 가는 결정적 빌미를 만들었고, 또 이것 때문에 국민에 의해 군주의 목이 날아가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10년 뒤에 있을 이 엄청난 일을 이 자리에서 전부 다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네, 폐하. 프랑스 왕정은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되고, 영국의 산업 발전을 그저 부러운 눈으로 바라만 봐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으허허허- 어허허허-”
조지 왕의 웃음이 터지자 여기저기서도 웃음소리가 들렸다.
태오는 나머지 설명을 이어갔다.
“신용 외에도 우리 영국은 사유재산을 보장해주면서 특허권을 인정해주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러한 ‘제도’의 정비는 산업이 눈부시게 성장하는 하나의 원동력 될 것입니다.”
실제로 기존에 없던 특허권의 인정은 발명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줌으로써 발명품과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신용과 제도의 정비와 더불어 증기기관, 석탄, 면직물을 중심으로 한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우리 산업을 탄탄하게 이끌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영국의 석탄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지표면에 낮게 매장되어 있어 채굴이 쉬운데다, 도시지역에 가까워서 운반에서도 큰 이점이 있습니다. 이는 다른 나라가 따라오려고 해도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우리나라만이 가지는 특별한 산업적 환경이지요. 우선 아래 표에 보듯이 버밍엄과···”
이후로도 태오는 상황판을 통해 구체적이고 정확한 경제 발전의 이유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상황판의 그래프와 글자는 단순히 정보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영국의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다.
물론 영국의 산업혁명은 그 밝은 면만큼이나 어두운 면도 많았다.
증기기관을 통한 대량생산으로 큰 성장을 이룬 자본가 계층과 달리 극빈층 노동자의 삶은 이전보다 더 비참해지면서 빈부격차가 현격히 벌어졌다.
시골에서 도시로 올라온 노동자들은 가축우리 같은 곳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고, 하루 종일 일해도 겨우 죽지 않을 만큼 돈을 벌 수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석탄을 이용한 대규모의 공장으로 인해 공기오염도 심각해서 이로 인한 질병도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국왕 앞에서 그런 부정적인 얘기를 모두 떠들 수는 없었다.
지금 조지 왕에게는 희망이 필요했고, 태오는 앞으로 펼쳐질 역사의 그 밝은 면만을 이야기해 줄 수밖에 없었다.
조지 왕의 어둡고 무거웠던 마음은 태오와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밝고 가벼워졌다.
“샌더슨, 그러니까 북아메리카 식민지 문제가 어떤 결론이 나든 간에, 앞으로 우리가 프랑스보다 더 나아질 거라는 말인가?”
“그러하옵니다, 폐하. 프랑스는 우리 영국에 밀려 영원한 2인자에 머물게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 2인자? 어허허허-”
기분이 무척 좋아진 조지 왕이 노스 경을 쳐다보며 말했다.
“노스 경, 어떤가? 내가 왜 그때 그렇게 샌더슨을 입에 올렸는지 알겠는가? 샌더슨은 내 앞에서도 북아메리카에서 독립선언을 할 것이라고 용기 있게 떠든 사람일세.
정말 아부라고는 눈곱만치도 모르는 앞뒤 꽉 막힌 천재지. 그런 자가 저렇게 우리 위대한 영국의 밝은 미래를 말하고 있는데, 내 어찌 믿지 않을 수 있게나? 하하하.”
노스 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의 마음을 저도 알 것 같습니다. 물론 몇 가지 의문이 드는 내용도 있지만, 이 정도라면 아주 훌륭한 경제적 식견과 미래에 대한 안목이 있는 것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조지 왕이 고개를 돌려, 휘그당 당수인 찰스 제임스 폭스에게도 물었다.
“폭스 경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상황판에 정신이 팔려 있던 폭스 경이 고개를 번쩍 들어 대답했다.
“아··· 네. 뭐, 앞으로의 경제 예측이 너무 과장되고 좋은 면만 일부러 부각한 것 같습니다만, 흠, 조사 내용과 처음 보는 그래프만큼은 확실히 놀랍기는 합니다.”
폭스 경의 비판에도 조지 왕은 한결 기분이 좋아 보였다.
“참으로 이상하단 말이지. 샌더스의 예측이 틀리든 맞든 그런 건 차치하고 말이야··· 샌더슨이 저리 훌륭한 설명과 자료를 가지고 긍정적으로 말해주니, 아까까지 속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거리던 것이, 이렇게 가벼워지고 걱정이 싹 다 사라졌어. 자네들은 안 그런가?”
주위를 둘러보며 조지 왕이 말하자, 여기저기서 호응하는 소리가 들렸다.
– 그렇습니다, 폐하.
– 국왕 폐하, 제 마음도 무척이나 뿌듯하고 평온해집니다.
밝은 표정의 조지 왕이 별안간 노스 경에게 물었다.
“이 정도라면, 지난번 내가 건의한 요건에 충분하지 않겠나? 나의 건강과 우리 영국의 미래에 대해 이 정도로 식견과 애정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조지 왕의 물음에 노스 총리도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국왕 폐하께서 말씀하신 요건에 잘 부합해 보입니다, 정말 우리나라의 경제와 문제점에 대해 아주 깊이 있는 성찰과 연구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허허.”
“그래, 그래. 좋아. 그럼 내가 말한 대로 진행하도록 하게!”
“네, 폐하!”
‘···?’
태오는 국왕과 총리가 뭘 진행한다고 하는 건지 의아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