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64
64화 그 간의 사연 1
“아니, 그···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오스본 씨가 돌아···가셨다니요?”
너무 놀란 태오는 말까지 더듬거렸다.
월터 리카도 경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도 그제 블레이크 집사로부터 편지를 받고서야 알았습니다. 벌써 두 달 전에 일어난 사고라고 합니다. 리버풀 항구에서 배로 옮겨 타고 가다가 변을 당했다고 하네요.”
18세기 영국의 상품들은 주로 운하와 강을 따라 운송되었다.
브리스톨로 많은 면직물을 다시 옮겨야 했던 오스본 씨는 브리지워터 운하를 타고 간 후, 리버풀 항구에서 다시 배에 옮겨 싣고 브리스톨로 향하다가 참사를 당한 것이다.
“두 달 전이라면 8월 말이 아닙니까?”
“네, 편지에는 9월을 앞두고 사고를 당했다고 하더군요.”
태오가 콜린 피터슨 문제로 오스본 씨를 찾은 것이 8월 중순쯤.
그렇다면 그 만남 후 얼마 안 돼 그런 사고를 당했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오스본 씨가 왜 배를 타신 거죠? 이제는 나이가 들어 배를 타지 못한다고 아쉬워하셨는데.”
“편지 내용을 보니 8월 말에 공장에서 짠 면직물에 큰 문제가 생겼던 것 같아요. 급히 오스본 씨가 직접 가봐야 하는 상황이라 9월 초에 잡혔던 캐서린 양의 약혼식은 취소하고, 한 달 뒤에 돌아오는 대로 약혼식을 바로 올리기로 하고 곧장 떠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리버풀 항구에서 떠난 지 얼마 안 돼 배에 물이 새고 크게 기울더니 순식간에 바다로 잠겨버렸다고 하네요. 배에 탄 선원 중 3~4명만 가까스로 살아남아 소식을 전할 수 있었고요.”
“아··· 저런.”
이젠 직접 배를 타지 않을 것을 딸과 약속했다고 들었는데, 그 약속을 깰 정도로 급한 일이었던 것 같았다.
리카도 경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 어린 캐서린이 혼자서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겠습니까? 오스본 씨가 혈혈단신이라 주위에 도와줄 만한 가까운 친척 하나 있는 것도 아니고, 세상 물정도 아직 모를 나이인데···.”
리카도 경은 오스본 씨와 오랜 세월 알고 지냈다고 한다.
특히 캐서린은 막 태어났을 때부터 보아온 터라 친딸과 다를 바 없다면서 며칠 내로 맨체스터로 가볼 것이라고 했다.
잠시 고민하던 태오가 입을 열었다.
“리카도 경, 저도 함께 갈 수 있을까요?”
“네? 샌더슨 경도 같이요? 뭐··· 저야 같이 가면 좋지만, 일이 많으실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이틀 정도면 지금 하는 일이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앞으로 한 달 정도는 특별한 일이 없어서 시간이 나기도 하고요.”
“그래도 거기까지 가는 것만 해도 며칠이나 걸릴 텐데. 정말 괜찮으세요?”
“지난번에 오스본 씨 따님의 사윗감을 고른 후에 제가 받은 사례금이 과분할 정도로 많았습니다. 맨체스터에서 지내는 내내 오스본 양이 저한테 극진하게 잘하기도 했고요. 이것저것 너무 마음이 쓰여 함께 가고 싶네요.”
“아··· 네. 그럼 그렇게 하시죠.”
오스본 씨가 많은 사례금과 함께 준 따뜻한 편지의 감동이 아직 가시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 가시다니.
만약 하늘에서 오스본 씨가 이 상황을 내려다보고 있다면 얼마나 안타까울 것인가.
또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불행이 닥친 캐서린은 얼마나 힘들고 무서울까.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 그렇게 외동딸의 결혼을 서둘렀는지도 몰랐다는 생각이 들자 태오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 8일 뒤, 폴 오스본 씨 저택.
남은 일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한 태오는 리카도 경과 마차를 타고 밤낮을 쉬지 않고 맨체스터로 달렸다.
보통은 일주일 넘게도 걸리는 거리였지만, 6일이 채 안 된 점심 무렵에 오스본 씨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텅텅텅-
태오가 도어 노커를 두드리자 집사 존 블레이크가 문을 열고 나왔다.
덜컹-
문 앞에 서 있는 리카도 경과 태오를 본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리카도 경과 샌더슨 씨 아니십니까? 아··· 죄송합니다, 이제 샌더슨 경이시죠?”
항상 진중한 모습을 보이며 필요 이상의 감정표현은 자제했던 블레이크 집사였다.
그런데, 오래간만에 본 그는 반가워하는 감정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리카도 경을 몹시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사정을 전하려 편지를 보낸 건데, 이렇게 직접 와주셔서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와봐야지. 그런데 자넨 왜 두 달이나 지나서야 연락한 겐가?”
“그게··· 집안에 일이 많아 너무 정신이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리카도 경이 블레이크 집사의 얼굴을 여기저기 살펴보면서 물었다.
“아니, 그런데 자네 얼굴은 왜 그런 거야?”
그러고 보니 그의 왼쪽 광대가 상처와 함께 많이 부어올라 있었다.
블레이크 집사가 씁쓸한 얼굴로 답했다.
“사연이 있었습니다. 들어가시죠? 들어가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
리카도 경은 더는 묻지 않고 말없이 그를 뒤따랐다.
블레이크 집사의 표정만 봐도 이 집에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
“아니··· 이게···.”
현관 복도를 지나 집으로 들어오니, 집 안이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 것처럼 곳곳이 어수선했다.
불편한 마음으로 태오와 리카도 경이 소파에 앉자, 집사 블레이크도 옆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태오가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다.
오스본 씨가 수십 년 동안 모아두었던 골동품들이 군데군데 눈에 보이지 않았고, 커다란 나무로 만든 보관장이나, 벽과 바닥 등도 여기저기 흉하게 뚫리거나 깨져 있었다.
“이게 다 무슨 꼴인가? 집이 왜 이렇게 된 거야?”
“······.”
“그나저나, 캐서린은 어디 갔나?”
“아가씨는 지금 막 잠들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다 돼 가는 시간인데, 막 잠이 들었다니?”
“사실 아가씨가 요즘 심각한 불안증에 시달려서 잠을 통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늦은 아침이 돼서야 겨우 잠깐 잠이 들고 있습니다.”
“음···.”
똑똑.
덜컹-
검은 옷차림의 가정부 마리 부인이 차를 들고 거실로 들어섰다.
찻잔을 내려놓으며 인사를 나눈 마리 부인에게 리카도 경이 말했다.
“자네도 여기에 잠깐 앉아보게.”
“···네.”
마리 부인이 블레이크 집사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어서 얘기해 보게. 도대체 이 집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잠시 감정을 추스르는 듯 두 눈을 꼭 감고 있던 블레이크 집사가 슬며시 눈을 뜨고 입을 열었다.
“주인어른이 처음에 약혼자로 생각하셨던 콜린 피터슨 경과의 인연을 끝내고, 새롭게 약혼자로 정한 사람은 알렉 파커 경이었습니다.”
몇 달 전 콜린 피터슨의 부모가 태오를 찾아왔을 때쯤에 오스본 씨는 이미 알렉 파커를 새 약혼자로 결정한 것 같았다.
“아가씨는 피터슨 경과 그렇게 되고 매일 밤 울음으로 지샐 정도로 굉장히 힘들어했지요. 하지만 주인어른의 명령을 감히 거역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9월 초에 알렉 파커 경과 약혼식을 올릴 예정이었고요.”
“······.”
“그런데 8월 말경에 공장에서 생산했던 면직물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급한 전갈이 도착했습니다. 상황이 너무 안 좋은지라 주인어른이 직접 가야만 하는 상황이었어요.”
결국 몇 주 뒤에 올리기로 한 약혼식은 연기될 수밖에 없었고, 오스본 씨가 돌아오는 대로 바로 약혼식을 올리기로 했다고 한다.
그 후 오스본 씨는 급히 배를 타고 나갔는데, 리버풀 항구를 떠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그만 참변을 당하고 말았다.
“마침 지나가던 배가 있어서 바다 위에 뗏목을 잡고 있던 몇 명의 선원만이 간신히 구조돼 돌아왔습니다. 그 선원들 말에 따르면 주인어른은 완전히 정신을 잃고서··· 바닷속 깊이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오스본 씨의 마지막 얘기에 마리 부인의 퉁퉁 부은 눈에서 눈물이 글썽였다.
캐서린은 아버지의 소식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실신했고, 깨어나서도 몇 번이나 더 까무러쳤다고 한다.
“아가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부터 줄곧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너무 깊은 슬픔에 먹지도 자지도 않고, 온종일 침대에 누워만 지냈죠.”
태오는 캐서린에게 급성 우울증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 염려스러웠다.
믿고 의지하던 가족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을 때, 급성 우울증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캐서린과 오스본 씨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했다.
급성 우울증에 걸린 경우, 작은 움직임조차 버거울 정도로 몸이 무겁고 의욕을 완전히 잃게 된다.
환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감옥에 갇혀버리고, 꼼짝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에 깊이 빠져 헤어 나오질 못한다.
“알렉 파커 경은 처음 이 소식을 듣고서 가장 먼저 달려왔지요. 그리고 실의에 빠져있던 캐서린 양을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알렉 파커는 법적 남편은 아니었지만, 곧 약혼할 신분자였다라는 것을 내세워 집안의 일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아가씨가 몸져누워있자, 알렉 파커 경이 아가씨 대신 집안의 중요한 일을 맡아 하나둘 처리했습니다. 아가씨도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나머지 그렇게 하라고 했고요.
떠나는 날 주인어른이 알렉 파커 경의 말을 잘 들으라고 저와 마리에게도 신신당부했기에 집안사람들도 모두 따랐지요.”
오스본 씨가 알렉 파커를 캐서린의 약혼자로서 대접할 것을 당부하고 갔기 때문에 모두 주인 받들어 모시듯 따를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처음에 그는 점잖고 무게감 있게 캐서린 곁을 지켰고, 크나큰 슬픔 속에서 캐서린 양도 그에게 의지하고 집안일을 맡겼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알렉 파커에게서 이상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알렉 파커 경은 정신이 없는 아가씨를 앞세워서 주인어른의 사망신고를 서두르려 했습니다.”
시신조차 찾지 못했지만, 바다에서 배가 난파되고 살아남은 목격자 여러 명의 진술이 확보되면 실종자가 아닌 사망자로 바로 신고할 수 있었다.
선박 침몰로 인한 실종의 경우, 신고 후 최소 1년의 기간이 필요한 현대와는 다르게 빠른 사망신고가 가능한 셈이었다.
“아가씨는 주인어른이 살아올 수 있다면서 몇 달 더 기다려보자고 했지만, 알렉 파커 경은 공장의 운영과 각종 채무 문제를 언급하면서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공장을 다 뺏길 수도 있다며 아가씨를 겁주었습니다. 하지만 아가씨는 끝까지 사망신고를 거부했어요.”
그러나, 깊은 슬픔으로 몸조차 가누기 힘들었던 캐서린 양은 집안일과 공장 일을 알렉 파커에게 모두 맡겨 버렸다.
알렉 파커는 비록 몰락한 귀족 집안이긴 했지만, 엄연히 백작 가문의 큰아들인데다가 캐서린의 남편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집안 그 누구도 그의 행동을 견제할 수 없었다.
“파커 경은 집안일뿐만 아니라 공장의 상황과 다른 재산에 대한 것을 저에게 캐묻기 시작했습니다. 약혼을 예정한 데다가 오스본 씨가 떠나시면서 알렉 파커 경에게 모든 일을 협조하라고 제게 여러 번 당부하셨기 때문에 저로서도 알려드릴 수밖에 없었고요.”
처음에 그는 무척 예의 바르고 공손한 태도로 집안사람들을 대해서 다들 캐서린 아가씨를 진정으로 걱정해서 동분서주한다고 여겼다.
그러다가 몇 주가 지나 오스본 씨의 방안에 금고를 열어야 할 일이 생겼다.
“어느 날 오후에 공장 총책임자인 헤스터 워커 씨가 찾아왔습니다. 주급으로 나가는 돈과 공장 운영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죠. 주인어른이 매주 챙겨주었는데 한 달 가까이 밀린 상태라는 겁니다. 그리고 며칠 뒤에는 은행에서도 채무상환 독촉이 들어왔고요.”
이런 상황이 닥치자 알렉 파커는 캐서린에게 오스본 씨 서재에 있는 금고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에서는 아가씨만이 유일하게 금고 열쇠가 어디 있는지 알고 계셨거든요. 공장장까지 찾아와서 돈이 급하다고 하고, 은행에서도 채무독촉이 오니 결국 아가씨는 숨겨둔 열쇠를 꺼내 금고를 열어보았습니다. 금고는 아가씨도 처음 열어보는 것이었죠.”
“······.”
금고를 열어보니 그 속에는 12만 파운드가량의 돈과 외국 화폐 여러 뭉치, 채무 관련 서류 등이 들어 있었다.
돈에 관해 집착과 의심이 많았던 오스본 씨는 아무도 믿지 않고 철저하게 혼자서 돈 관리를 해왔다고 한다.
이 당시에도 큰 회사의 경우에는 오늘날의 공인회계사와 같은 재무 관리자를 따로 두고 있었지만, 돈과 관련해서는 그 누구도 믿지 못하던 오스본 씨는 금고에 돈을 넣어두고 다른 사람은 모르게 관리한 것이다.
“파커 경이 금고의 돈을 꺼내 채무를 변제하고, 공장 직원들의 월급을 주러 간다길래, 저도 동행하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흔쾌히 승낙하며 다음 날 아침에 함께 가자고 하더군요.”
“······.”
“전 어리석게도 그 말에 깜박 속고 말았습니다. 아침에 같이 가면 되겠지 안심을 하고,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파커 경을 찾았더니···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놀란 블레이크 집사는 서재로 달려가 금고부터 확인했다.
“아가씨가 열쇠를 찾을 때, 파커 경이 열쇠 숨겨둔 곳을 훔쳐보지 않았나 합니다. 그래서 새벽에 열쇠를 몰래 가져와 금고를 열고 돈을 가지고 갈 수 있었던 거죠.
하지만 당시에 금고를 다시 잠그고, 열쇠까지 가져가 버리는 바람에 파커 경이 사라진 날, 금고 속의 돈을 가져갔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속만 태우고 있었죠.”
집을 나간 알렉 파커 경은 일주일간 돌아오지 않았다.
그사이 전문 열쇠공을 불러 금고를 열어보려 했지만, 번번이 여는 데 실패했다.
금고가 두꺼운 강철로 만들어진데다 오스본 씨가 특별히 고안한 이중 작동 잠금장치로 되어 있어서 도무지 열리지 않은 것이다.
결국 강한 의심은 갔지만, 파커 경이 정말 돈을 가져갔는지 확인할 수 없는 바람에 당장 신고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종적을 감추었던 알렉 파커 경이 일주일이 지난 늦은 밤에 잔뜩 술에 취해서 집으로 다시 들이닥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