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66
66화 숨겨진 30만 파운드 계약서
공장을 둘러본 태오와 피터슨 경은 공장장실에서 얘기를 계속 이어갔다.
“공장장님, 오스본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경우, 한 달에 들어가는 총비용이 얼마나 되나요?”
“음··· 매주 인건비로 나가는 주급과 원재룟값, 기타 비용을 생각하면 3개의 공장을 돌리는데 적어도 한 달에 700에서 1,000파운드 정도 생각하셔야 할 겁니다.”
피터슨 경이 깜짝 놀라 물었다.
“아니, 일 년도 아니고 한 달에 그렇게 많은 유지비가 든다고요?”
워커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일단 우리 공장에서는 형님, 그러니까 오스본 씨의 지시로 그동안 ‘구빈원’ 출신의 아이들은 전혀 쓰지 않고, 성인들 위주로만 직원을 채용했거든요.
게다가 대부분이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숙련공들입니다. 좋은 품질의 면직을 만들려고 애초에 경험자 위주로 뽑았어요. 그러다 보니 인건비가 많이 나가는 편이죠.”
이 당시 영국에서는 의무교육 같은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고아원 격인 ‘구빈원’의 아이들이나 가난한 평민 아이들은 공부 대신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 일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게다가 아동 노동자에 대한 나이 제한도 무척이나 낮아, 탄광은 4세, 모직 공장은 6세, 면직 공장은 8세만 넘으면 노동자로 취업이 가능했고, 노동시간은 하루 12시간에서 16시간으로 어른들 못지않았다.
반면, 급여는 성인과 비교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라 업주들이 아이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폴 오스본 씨는 아이들을 절대 고용하지 않았다. 끔찍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 때문이었다.
당시 영국 전체 노동자 중 아동 노동자 비율이 업종별로 30~50%에 이르렀다는 걸 고려할 때, 오스본 씨의 선택은 어찌 보면 매우 이례적이었다.
“비좁은 방직기계 사이에 들어가서 기름칠을 한다는 게 성인들로서는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그래서 한 번은 기름칠이나 좁은 곳에 들어가 수리할 직원만이라도 아이들로 고용하자고 건의해봤지만, 아이들이 하기엔 너무 위험한 일이라고 한사코 거부하셨지요.”
아이들 대부분이 부족한 영양상태로 왜소하고 작은 체구를 가진 터라, 탄광이나 굴뚝, 큰 기계가 모여 있는 좁은 공장 등에서 부려 먹기 좋았다.
하지만, 자칫 강한 기계에 빨려 들어가기라도 하면 손가락이 잘리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기도 했다.
피터슨 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서 아이들을 볼 수 없었던 거군요. 다른 공장을 가보면 거의 절반 이상이 어린 소년, 소녀들이 많았는데, 여기 방직공장엔 아이들이 안 보이길래 좀 이상하다고 여겼는데···.”
잠시 고민하던 태오가 워커 씨에게 물었다.
“공장장님, 만약 지금 공장에 딸린 각종 어음과 채무, 1년 치 임금과 공장 운영비 등을 지급할 자금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공장 정상화가 바로 가능한가요?”
워커 공장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요.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미간을 찌푸린 워커 씨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공장 채무 문제가 다가 아닙니다. 이제 거래처에서 우리 공장이랑 더는 거래를 안 하려 든다는 거죠.
형님이 계실 때는 형님을 믿고 거래하고 계약을 했는데, 형님이 안 계시는 데다가, 자금줄이 막혀 이제 공장을 제대로 돌릴 수 없다는 소문이 이 바닥에 쫙 돌아버렸습니다.
그러니 주문해도 물건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 누가 우리와 거래하려 하겠습니까?”
오스본 씨의 공백은 생각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예전의 명성이 사라져 일거리가 뚝 끊기면서 다시 회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게 돼버렸다는 것이 워커 씨의 설명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큰 자금이 들어온다고 해도 공장이 정상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습니다, 공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당장 시급한 문제가 자금이겠지만, 아까 말씀드렸듯이 자금만 가지고 해결될 상황이 아닙니다. 일거리가 있어야 공장이 계속 돌아갈 수 있거든요.
그런데 형님이 저리되시고, 숙련공들까지 모두 다른 공장으로 가버린 마당에 거래처들이 전부 등을 돌렸어요. 자금이 들어오고 직원을 다시 뽑는다고 해도, 기한 안에 예전 수준의 물건을 납품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니 아무도 거래를 안 하려 들 겁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직접 내다 팔 수도 없고··· 당장 일거리가 없어서 제대로 공장이 굴러가지 못하는 악순환만 되풀이되고 말 겁니다.”
해결하기 쉽지 않은 난관들로 고민이 깊어지려는 순간.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피터슨 경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저기··· 공장장님?”
“네?”
“일거리가 없다니요? 이해가 잘 안 가네요.”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두 달 전에 이곳에 잠시 살펴볼 때, 오스본 씨가 러시아 업체와 총 30만 파운드짜리 계약을 체결하셨던데요? 일단 수주받은 그 일부터 처리하면 되지 않나요?”
워커 공장장이 금시초문이라는 눈으로 되물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죠? 30만 파운드··· 계약을 했다니요? 우리가요?”
“어? 공장장님께서는 모르고 계셨어요?”
비록 매출액이라지만 30만 파운드라면 21세기 기준으로 400억 원이 훨씬 넘는 거액이다.
어리둥절해하는 헤스터 워커 씨에게 피터슨이 자세히 설명했다.
“제3공장 사무실에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제가 계약서도 직접 봤고요. 내년 2월인가 3월을 시작으로 ‘플란넬’과 ‘모슬린’ 제품 계약으로 3년에 걸친 총 30만 파운드짜리 계약이었습니다. 아마 제3공장 사무실에 그 계약서가 그대로 있을 겁니다.”
구체적인 정황이 나오자 워커 씨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30만 파운드짜리 계약이었습니까? 3공장에 그 계약서가 있다고요?”
“네! 확실합니다.”
“그게 정말이라면 빨리 찾아봐야죠! 3공장으로 빨리 가봅시다!”
설마 하는 표정의 워커 씨였지만, 누구보다 먼저 3공장으로 내달렸다.
*
제3공장으로 향하면서 헤스터 워커 씨는 몇 번이나 확인했다.
“확실히 ‘플란넬’과 ‘모슬린’ 계약이었습니까?”
피터슨 경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네. 분명합니다. 그때 아버님이 제게 직접 계약서를 보여주셨는데, 그 계약서는 영국과 러시아 간에 맺은 1766년 영·러 무역협정서에 기반한 플란넬(Flannel : 면이나 양모를 섞어 만든 가벼운 천)과 모슬린(mousseline) 제품 체결 계약서였습니다.”
‘플란넬’은 영국 웨일즈 지역에서 생산되기 시작한 직물로 방모나 털실을 이용해서 의류나 이불 등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되었다.
18세기 말 영국의 산업혁명 시기 동안 크게 발전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직물이기도 했다.
‘모슬린’은 인도인들이 손으로 직접 짠 전통 면직물이었는데, 18세기 당시 유럽인들에게 최상품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런데 이 ‘모슬린’이라는 제품은 고도의 숙련된 솜씨가 필요했고, 인도인의 면직물을 만드는 오랜 손기술과 생산성은 아직 유럽인이 따라 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오스본 씨의 공장에는 인도에서 배운 숙련공들이 여럿 있었고, 덕분에 훌륭한 모슬린 제품의 생산이 가능했다.
당황한 표정의 워커 씨가 피터슨 경에게 물었다.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1766년··· 영·러··· 무역···협정서? 그건 뭔가요?”
“아, 그건 개별 무역계약을 하기 전에 이미 국가끼리 일정 내용에 관한 규정을 맺어 놓고, 그 규정의 범위에서 다양한 사적인 무역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정한 무역 협정을 말합니다.”
“···?”
18세기 후반 영국과 러시아의 무역에서 영국 상인들은 세계 어느 나라 상인보다 러시아와의 무역에서 확고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다.
이 기초가 된 것이 바로 피터슨 경이 말한 1734년과 1766년에 러시아와 맺은 무역 협정이었다.
그런데 이 협정서를 살펴보면 어느 나라 상인들보다 영국 상인들이 매우 유리한 입장에서 러시아와 교역 조건을 가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협정서의 내용에 따르면, 영국 상인들은 모스크바 등의 러시아 전 지역에서 외국인 거주지에 집을 짓거나 빌릴 수 있었고, 매매도 가능했으며, 러시아 군대가 주둔하는 경우 숙소로 제공해야 하는 ‘숙영 부담’ 의무도 다른 나라 상인들과 달리 면제받고 있었다.
또한 수출입 상품에 관한 관세에서도 최혜국의 지위를 누려, 러시아 상인들과 다를 바 없는 관세율의 혜택을 받았다.
거기다 인기 많은 영국산 플란넬을 수출하는 경우 특별한 관세 할인도 적용되었다.
이를 알게 된 오스본 씨가 러시아 업체와 ‘플란넬’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였다.
피터슨 경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
“제3공장 사무실에 분명 계약서가 있을 겁니다. 그 계약서를 찾아 확인해 보고 맞다면 빨리 공장을 가동해야 합니다!”
“아니, 정말 그런 계약이라면 그래야겠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러시아 업체와 계약을 맺어본 적이 없어서, 수출 방법도 모르고, 관세도 다를 텐데, 또···”
피터슨 경이 워커 씨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런 계약들 별거 없습니다. 오히려 그 관세 문제 때문에라도 러시아와 거래를 하는 게 우리로서는 더 큰 이득을 볼 기회입니다. 심지어는 지금 러시아에서 러시아 상인들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이 영국 상인들이에요.
다른 프랑스나, 네덜란드, 에스파냐, 포르투갈 상인들이 우리 영국과 러시아 간의 무역 거래에서 얼마나 반대가 심한 줄 아십니까? 왜 그렇겠습니까? 그게 다 영국이 어마어마한 혜택을 받기 때문이죠.”
“······.”
“1766년 영·러 협정서가 분명히 존재하고, 이 약정이 종료되는 1786년까지는 큰 이득을 볼 수 있으니 앞으로 10년은 잘 이용해 먹을 수 있다 이겁니다.
거기다 플란넬 아닙니까, 플란넬! 오스본 씨 공장에서 그동안 생산한 플란넬 제품이 굉장히 품질 좋기로 유명하잖아요? 이걸 러시아로 수출하면 아마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큰 이득이 생길 겁니다.”
경제나 상업 거래에 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영국 귀족이나 젠트리와 달리 콜린 피터슨은 귀족 가문 출신임에도 경제나 상거래의 이론에서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프랑스에서 경제학을 몇 년간 공부하다 보니 국제간의 무역 거래에 대한 안목도 있어, 다른 일반인들과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눈을 반짝이며 피터슨 경이 말을 이어갔다.
“일단 계약서를 찾아서 꼼꼼히 살펴본 후에 구체적인 수출 물량과 선적 납품 기일, 선박 등을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도 제가 그 계약서를 보고 오스본 씨에게 보충 설명을 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일단 무엇보다 거기 교역 거래에 명시된 관세율이······.”
그의 해박한 설명이 계속됐지만, 공장장 워커 씨는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저 두 눈을 껌뻑일 뿐이었다.
실을 짜고 천을 만드는 일에는 누구보다 경험치가 높았지만, 국가 간의 무역 거래나 상거래에 관한 이론이나 관련법은 거의 모르는 눈치였다.
그런 그에게 피터슨 경이 하는 말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나 다를 바 없었다.
‘훗··· 저래서 오스본 씨가 피터슨 경에게 크게 실망했던 것이구나. 플란넬 계약을 러시아와 하고 거기서 나오는 혜택이나 각종 관세 문제마저 줄줄 꿰차고 있으니 얼마나 기가 막혔겠어? 상인들이나 관심을 두는, 그것도 국제상거래의 이해득실이나 법률문제까지 훤하니, 전혀 귀족처럼 보이지 않을 수밖에···.’
현대였다면 크게 환영받고 칭찬받아 마땅한 모습이 이 시대 영국에서는 귀족적이지 못하고 천한 모습으로 비친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고 어이없었다.
하지만 천한 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내쳐졌던 피터슨 경이 다시 돌아와 오스본 씨의 공장을 살려내려 하고 있으니, 세상일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
오스본 방직 제3공장 사무실.
제3공장 사무실의 서랍에서 계약서를 꺼내 보인 피터슨 경이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자, 이것 보세요! ‘영·러 무역 협정’에 근거한다는 어구가 여기 분명히 보이죠? 그리고 계약 완료 시 받을 수 있는 총금액도 30만 파운드로 확실히 명시되어 있고요. 다만 매해 수주하는 물량이 확실해야 한다는 제한이 있습니다.”
태오와 공장장 워커 씨가 가까이 다가가 계약서를 살폈다.
현대인의 시각에서 볼 때, 30만 파운드라는 거금이 오가는 계약서치고는 상당히 엉성해 보였다.
그래도 그 속에는 피터슨 경의 말대로 영국과 러시아 간의 무역 거래 세부 사항이나 각종 조건, 날짜 등이 명확히 기재되어 있었는데, 다른 나라 상인들이 전부 부러워할 정도의 최고 대우라고 할 만했다.
1786까지 영·러 무역 협정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10년 가까이 적용될 수 있다.
그때까지 최대한 이용할 필요가 있었다.
한참 계약서를 살펴본 공장장 워커 씨가 탄식하듯 말했다.
“아··· 그래서 형님이 두 달 전에 플란넬 어쩌고 하신 거구나.”
“오스본 씨가 이 계약과 관련해서 말씀하신 것이 있으세요?”
태오의 물음에 워커 씨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사실 제가 좀 무식한 편이라 계약 같은 어려운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모든 계약은 그동안 형님이 전부 주도하셔서 저는 그저 명령내린 대로 상품을 만들고 선적하는 일만 신경 썼습니다. 형님도 계약 관련해서 이것저것 자세히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 성격이셨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두 달 전에 형님이 플란넬을 직물로 만든다고 원재료인 양모를 대량으로 사서 창고에 쌓아두었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적지만 모슬린을 만들기 위한 목화도 준비했었고요.”
플란넬은 가벼우면서도 촉감도 부드럽고 보온성이 매우 뛰어나서 러시아와 같은 추운 지방에서 아주 유용한 원단이었다.
“그런데 양모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보니 창고에 그렇게 많이 쌓아두는 거 보고 전 조금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인제 보니 형님이 바로 이 계약 때문에 그렇게 준비해두신 거네요, 허허.”
계약서의 존재를 확인한 워커 씨의 얼굴이 눈에 띄게 환해졌다.
이 정도 규모의 계약 건에서 공장만 빨리 정상화한다면, 몇 년은 끄떡없이 버틸 정도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