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69
69화 번즈 백작님이 오실까요?
태오가 리카도 경에게 되물었다.
“번즈 백작님께 부탁해보자고요?”
“네, 그렇습니다. 쉽진 않겠지만, 번즈 백작께 잘 말씀드려 숙련공을 여기로 데려오게 하는 겁니다. 그렇게만 되면, 시급한 숙련공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아무리 관할 지역의 백작님이라고 해도 그게 가능할까요?”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그렇지만 메이드스톤 지역 안에서 켄트 가문의 신뢰와 영향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번즈 백작님만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입니다.”
옆에 있던 피터슨 경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기··· 리카도 경? 지금 메이드스톤의 켄트 가문이라고 하셨나요?”
“네, 맞습니다. 피터슨 경도 번즈 백작님을 아세요?”
“아니요. 백작님은 모르지만 켄트 가문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또 제가 면직물에 관심을 가지면서 켄트 가문 얘기는 정말 많이 접했거든요. 런던 남부 쪽 면직물은 켄트 가문이 꽉 잡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것 같던데요.
특히, 켄트 가문 관할 하의 면직물 수공업자들은 아주 어릴 적부터 인도식 면직물 직조법을 체계적으로 교육받았다는 얘기도 들었고요.”
공장장 워커 씨도 무릎을 치며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이제야 생각이 나네요. 저도 몇 번 그쪽 직물을 만져본 적이 있었습니다. 형님이 메이드스톤 수공업자들의 제품이라면서 들고 와 연구했었습니다.
면직의 짜임새나 촉감부터가 보통 제품과는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로 우수했던 기억이 납니다.”
피터슨 경이 걱정스레 물었다.
“그런데··· 켄트 가문 정도 되는 백작님이 이 먼 곳까지 자기 영내의 수공업자들을 보내주실까요? 특별히 이득 되는 것도 없을 텐데 말이죠.”
리카도 경이 싱긋 웃으며 답했다.
“당연히 우리가 부탁하면야 들어주지 않겠지요. 하지만 여기 샌더스 경이 있잖아요? 샌더스 경이 부탁하면 아마도 들어주지 않을까 싶어 말을 해본 겁니다.”
피터슨 경은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네? 이런 부탁을 켄트 가문의 백작님이 들어주신다고요? 정말 그게 가능한가요?”
“하하. 피터슨 경은 번즈 백작님과 샌더스 경의 관계를 잘 모르시는군요?”
“아무리 친분이 있다고 해도 이런 부탁은 절대 쉽지 않을 텐데요. 백작님이 샌더스 경을 얼마나 아끼시길래···.”
태오가 쑥스러운 얼굴로 머리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런 거. 저와 번즈 백작님과의 관계를 리카도 경이 너무 과대평가하셨네요. 제가 백작님께 조금 도움을 드린 건 사실이지만, 그 정도의 관계는 아닙니다.
물론 번즈 백작님께 정중하게 청은 해보겠지만, 들어주시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수공업자 분들의 개인적인 사정도 있을 테고요.
게다가 한두 명도 아니고 30명 정도가 이 먼 곳까지 와, 한 달 이상 지내야 하는데···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 부탁드리기도 참 죄송하네요.”
잠시 고민하던 태오가 공장장에게 물었다.
“워커 씨, 만약 그분들이 온다면 숙련공 문제는 확실히 해결되는 건가요?”
“그럼요. 정말 메이드스톤 수공업자들이라면 그 솜씨야 대단하죠. 그분들을 모실 수만 있다면 정말 최고겠는데요? 바로 숙련공 문제가 해결되면서 당장 공장을 가동해서 러시아와의 계약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일단 3주 뒤에 있을 러시아와의 예비 협상에서 샘플 상품 원단을 통해 확인을 받고 작업에 들어갈 수 있잖아요. 그러면 내년 3월에 10만 파운드가 확실히 생기게 되니까 공장도 완전히 정상화될 수 있을 테고요.
그렇게 한 달 정도만 도움을 받다가 우리 숙련공들을 모두 데리고 오는 거죠.”
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염치가 없더라도 지금 그런 걸 가릴 때가 아닌 것 같군요. 번즈 백작님께 간곡히 부탁을 드려봐야겠습니다. 현재로서는 그것만이 공장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니까요.”
“네, 그게 최선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때.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고 경청하던 캐서린이 갑자기 작게 훌쩍거렸다.
커다란 두 눈에는 눈물까지 글썽였다.
“캐서린··· 왜 그래요?”
놀란 피터슨 경이 묻자 캐서린이 울먹이며 입을 뗐다.
“샌더슨 경, 정말 감사합니다. 그 큰돈을 어렵게 모아 아버지 공장을 매입해 주신 것도 감사한데, 이렇게 끝까지 애를 써주셔서 어떻게 고마움을 표할지 모르겠습니다.
또, 여기 계신 모든 분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안 계셨더라면, 어린 시절을 보낸 정든 이 집에서도 쫓겨나야 했고, 아버지의 피와 땀으로 세워진 공장이 무참히 헐리는 것을 맥없이 지켜만 봐야 했을 거예요. 정말 고맙습니다. 아버지의 열정과 혼이 깃든 집과 공장을 지켜주셔서··· 흐흑.”
딸 하나만 보고 평생 험한 바다를 목숨 걸고 항해하며 돈을 벌었던 아버지였다.
그녀는 아버지가 평생을 노력해서 일구어낸 저택과 공장을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런 능력도, 힘도 지식도 없는 자신이 너무나 나약하고 무력하게만 느껴졌다.
아버지가 옆에 계실 때는 그 존재만으로 무서울 것 없이 지내 온 그녀였지만, 어느 날 아버지가 사라지자 세상의 빛이 다 꺼진 것처럼 한없는 어둠 속에서 떨어야 했다.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에, 하나라도 더 뜯어가려 덤벼드는 알렉 파커나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전에 몰랐던 세상의 냉혹함과 무서움을 절실히 느꼈고, 그로 인한 절망감은 그 끝을 모를 정도로 깊어져만 갔다.
그리고 눈앞에 닥친 현실 앞에서 아버지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자신에게 실망하며 하루하루 힘들어하고 우울해했다.
그런 그녀 앞에 든든한 태오가 나타났고, 콜린 피터슨이 한걸음에 달려와 다정히 감싸주었다.
오랜 친분을 가졌던 월터 리카도 경은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진심으로 아파하고 함께 위로해주고 있었다.
블레이크 집사나 마리 부인은 마치 자식을 돌보듯 애틋한 마음으로 신경 써 줬고, 하녀나 하인들도 자기에게 최선을 다했다.
그동안 이들의 고마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때로는 당연하게 여겼던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는 캐서린을 피터슨 경이 옆에서 위로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태오의 마음은 알 수 없이 무거워졌다.
‘오스본 씨는 본능적으로 캐서린의 주위에 좋은 사람들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 나이도 많고, 험한 일을 하는 자신이 어느 날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을 때 홀로 남게 될 소중한 딸을 위해, 끝까지 곁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채워주려 했던 거야.’
절절하고 애틋한 부정(父情)이 느껴졌다.
다만 사윗감을 고르는 문제에서 보인 지나친 욕심이 큰 화가 된 것 같아 그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
늦은 밤.
2층 끝에 있는 방의 촛불이 새벽까지 꺼지지 않고 있었다.
태오는 작은 책상에 앉아 정성스레 편지를 작성했다.
안토니 번즈 백작에게 면직물 수공업자 30여 명을 한 달 정도 파견해 줄 수 있냐는 부탁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숙련공을 구해서 러시아와의 계약을 성공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오스본 공장이 건재하고 제대로 돌아간다는 인식이 빨리 퍼져야 해. 그러려면 번즈 백작님의 도움이 절실하다.’
남에게 어려운 부탁을 한다는 것은 늘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매입한 공장을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현재로서는 이것뿐이었다.
◈ 10일 후
끌어모은 자금으로 공장을 매수한 태오는 공장 가동을 위해 직원을 급히 모집했다.
숙련공이 필요한 곳 이외에 단순 작업장에 투입될 직원이 50여 명 정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하겠다고 찾아온 지원자는 생각보다 적었다.
맨체스터 지역에는 일자리가 널려있는 데다가, 오스본 공장이 언제 문 닫을지 모른다는 소문에 사람들이 지원을 꺼린 탓이었다.
태오가 공장장 워커 씨에게 물었다.
“공장장님? 레드먼드 공장으로 간 숙련공들하고는 접촉을 해보셨나요?”
“네. 계속 만나서 설득하고 있습니다.”
“성과는요?”
“한 십여 명은 한 달 뒤부터 나오기로 약속을 했는데··· 아직 나머지 직원들은 고민을 더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장장님께서 좀 더 수고를 해주세요.”
“네, 그럼요.”
피터슨 경은 영국으로 오게 될 러시아 상인들과 구체적인 협정 준비에 들어갔다.
워커 공장장은 그에 맞춰 각종 양모와 면직물 등을 계산하고, 원단을 창고에서 분류하여 직조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숙련공.
그러나, 기대했던 번즈 백작에게서는 아무런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태오는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거기다 날씨까지 추워지면서, 30명의 숙련공이 이곳까지 오는 것은 점점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열흘이 넘어가는데 아무런 연락을 안 주시네···. 전화나 이메일 같은 게 없는 세상이다 보니 정말 답답하군. 이제라도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나?’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5일 내로 작업을 시작하지 않으면, 공장에 있는 기계를 완전히 가동해 실을 뽑는다 해도, 일정에 맞춰 물건을 뽑아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비숙련공에게 맡기면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다.
태오는 번즈 백작의 어려움을 이해하면서도, 편지에 대한 답장조차 없는 그가 못내 섭섭했다.
‘며칠 내로 오시지 않으면, 남아 있는 숙련공이나 충원된 직원으로 밤샘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속도가 너무 늦어 약속한 양의 3분의 1도 맞추기 힘든데다, 상품성이 떨어질 테고··· 하··· 골치 아프네.’
얼떨결에 큰 방직공장의 사장이 된 태오는 늦은 밤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자꾸만 늘어갔다.
* * *
다음 날 점심.
점심을 먹는데 밖에서 묵직한 울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두두두-
“어머, 이게 무슨 소리지?”
디저트를 만들어 나르던 마리 부인이 목을 빼고 창밖을 내다봤다.
그리고 곧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어머나! 저게 뭐지?”
식사하던 캐서린이 물었다.
“왜요, 아줌마?”
창문까지 열어젖혀 다시 한번 밖을 내다본 마리 부인이 캐서린을 향해 소리쳤다.
“아가씨! 지금 우리 집 쪽으로 마차들이 몰려오고 있어요! 뭐지? 저런 모양의 마차는 생전 처음 보는데?”
“네? 우리 집으로요?”
“네! 한두 대도 아니고 커다란 마차가 10대는 넘게 들어오고 있는 것 같은데요?”
“네? 마차가 10대나 넘는다고요?”
캐서린과 피터슨 경이 급히 식탁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곧 오스본 씨 저택 앞 마당으로 요란한 마차 바퀴와 말발굽 소리가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두두두-
따각. 따각.
히이잉-
‘···?’
이상한 생각에 태오도 일어나 창가로 가보았다.
‘!’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일반 마차에 두 배는 돼 보이는 커다란 마차가 10대는 넘어 보였고, 마차를 끄는 말도 수십여 마리였다.
블레이크 집사가 허겁지겁 외투를 챙겨 입었다.
“아니, 오늘 누가 온다고 연락해 온 게 없는데? 저 많은 사람이 다 누구죠?”
오스본 씨가 지고 있던 거액의 채무도 전부 해결된 상황이라 빚을 받으러 몰려온 채권자일 리도 없었다.
블레이크 집사를 비롯해 태오와 피터슨 경이 밖으로 급히 나가보았다.
덜컹-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4마리의 백마가 이끄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마차 한 대가 현관 앞으로 미끄러지듯이 돌아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따그닥. 따그닥.
워- 워-
히이잉-
마차가 멈춰서자, 마부 옆에 앉아 있던 시종이 뛰어 내려와 마차 문을 공손히 열었다.
끼릭- 딸깍-
정교한 문양으로 장식된 마차의 문이 열리자, 멋진 정장 차림의 신사가 미소를 머금은 채 천천히 걸어 나왔다.
안토니 번즈 백작이었다.
태오가 마차 앞으로 황급히 뛰어갔다.
“아니, 번즈 백작님!”
번즈 백작이 호탕하게 웃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하하하, 샌더슨 경? 잘 지내셨습니까? 작위 수여식 때 보고 이게 몇 달 만입니까?”
“네, 네! 벌써 그렇게 됐네요. 백작님도 잘 계셨죠?”
“네. 저야 잘 지냈죠. 아무튼 제대로 찾아온 것 같아 다행이네요, 하하.”
태오와 번즈 백작은 친형제처럼 서로를 얼싸안고서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샌더스 경의 다급한 편지를 받고, 영내의 수공업자들을 설득하느라 조금 늦어졌습니다.”
“아닙니다. 늦다니요. 열흘 정도밖에 안 됐는걸요?”
태오는 서운하게 생각했던 마음이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먼저 편지를 보낼까도 생각했는데, 편지가 도착하는 것보다 직접 오는 게 더 빠를 것 같고, 솔직히 몇 명이나 갈 수 있을지 장담을 할 수가 없어서 먼저 연락을 못 드렸습니다. 다행히 38명의 숙련공을 데리고 올 수 있었네요.”
“네? 38명이나요? 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백작님, 제가 여기 오신 분들께는 확실한 보상을 해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사실 제가 선지급으로 충분히 다 드렸습니다.”
“네?”
“하여간, 뭐 이런 얘기는 나중에 차차 하기로 하고, 우선 저분들을 쉬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먼 길을 쉬지도 않고 달려오느라 아주 고생했을 겁니다.”
“아! 네네. 그럼요.”
인사를 나누는 둘의 모습을 뒤에서 살피던 피터슨 경이 캐서린에게 작게 속닥거렸다.
“캐서린, 저분이 누군지 아세요?”
“아니요, 모르겠어요. 여기 분은 아니신 것 같은데.”
“마차에 문양을 보니까 ‘켄트 가문’ 문양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허··· 정말 켄트 가문의 백작님이 직접 오신 것 같네요.”
“그럼 그때 리카도 경께서 말씀하신 그 백작님이신가 보네요?”
“네, 그런 것 같습니다. 허- 정말··· 이쯤 되면 샌더스 경의 정체가 너무 궁금해지는데요?”
옆에 있던 마리 부인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차며 옆에 시종들을 보니 전 무슨 국왕 폐하 행차인 줄 알았어요. 저분이 정말 대단한 가문인가 봐요?”
마리 부인의 말에 피터슨 경이 허탈하게 웃었다.
“허헛, 대단한 가문이요? 마리 부인, 켄트 가문은 대단한 정도가 아닙니다. 맨체스터 인근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샌드위치 가문의 몬테규 백작님의 영지도 켄트 가문의 영지에 비하면 소박할 정도지요. 비교가 안 돼요. 영국 전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가문이니, 말 다 했죠.”
마리 부인이 깜짝 놀라 했다.
“영···영국에서··· 다···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가문이라고요?”
*
오스본 씨의 저택에는 40여 명의 숙련공과 하인들이 묵기에 충분한 방이 있었다.
무역업 성격상 손님들이 묵고 가는 경우가 많아, 애초 저택을 건축할 때부터 손님방을 많이 설계한 덕택이었다.
블레이크 집사는 바쁘게 돌아다니며 손님들에게 맞는 방을 배정했고, 마리 부인은 하녀들을 이끌고 음식 준비를 서둘렀다.
그렇게 정신없이 점심과 저녁 시간이 지나갔다.
저녁 식사 후, 태오는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방에서 번즈 백작과 단둘이 술잔을 기울였다.
“······ 그렇게 해서 백작님께 편지를 쓰게 됐습니다.”
“하-,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그동안에 있었던 폴 오스본 씨와 관련된 얘기와 공장 매입과정을 들려주자, 번즈 백작은 여러 번 탄식을 내뱉으며 깊이 공감해주었다.
그리고 파렴치한 알렉 파커에 대해서 몹시 분개했다.
“그런 놈이 백작 가문의 장자라니! 가만두면 안 됩니다.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야죠.”
“그럼요, 백작님. 급한 공장일이 정리되는 데로, 꼭 그놈을 찾아서 감옥에 가두게 할 겁니다.”
“혹시 제 작은 힘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백작님···?”
“네?”
“사실 기대는 조금 하고 있었지만, 백작님께서 이렇게 직접 숙련공들을 이끌고 오실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습니다.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태오가 진심 어린 고마움을 표하자 번즈 백작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방금, 캐서린 오스본 양의 사연을 듣고 있자니, 예전 뉴게이트 감옥에서의 막막하던 제 심정이 떠오르더군요.”
“······.”
“기억나시죠? 감옥에서 제 모습···. 모두가 의심하고 모두가 등을 돌릴 때, 오직 한 사람. 샌더슨 경만이 저를 믿고 손을 내밀어줬지요.
그때 샌더슨 경이 제게 주셨던 희망과 용기는 제 마음속 깊이 불로 새긴 듯 또렷하게 각인된 것 같습니다.
그때의 은혜를 이렇게나마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게 된 것 같아 오늘 정말 행복하고 기분이 너무 좋네요.”
“그렇게 생각해 주시다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백작님.”
번즈 백작이 남은 술잔을 비우며 말했다.
“아무튼 모처럼 런던과 메이드스톤을 벗어나서 이렇게 멀리까지 오니 여행을 온 것 같이 기분이 색다르고 좋습니다. 제가 여기서 우리 수공업자들과 같이 한 달 정도 머물러도 괜찮겠죠?”
“그럼요, 백작님. 그렇게 해주시면 저야 너무 감사하죠. 하하하.”
그렇게 둘 사이의 대화는 저녁 늦게까지 끝날 줄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