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87
87화 확실한 지휘관
영국군 행세를 하자는 말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들이었다.
버틀러 경이 물었다.
“샌더슨 경, 영국군 행세를 해보자니요?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잘 안 가네요.”
“말 그대로입니다. 반란 노예들에게 영국 군대가 몰려오고 있다는 착각을 들게 해주자는 겁니다.”
“어떻게요?”
“우리 영국군의 별명이 레드 코트(redcoat)라는 사실은 너무나 유명하죠. 다시 말해 붉은색의 코트는 곧 영국군을 뜻한다는 것을 반란 노예들도 역시 잘 알고 있을 거고요.
당장 군복을 구할 수 없으니, 코트나 재킷에 붉은 천을 덧대고, 트리코른 스타일의 삼각 모자에, 가슴을 가로지르는 크로스 벨트와 금속제 버클을 차고 있으면, 이 밤에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영국 군인처럼 보일 겁니다.”
레드 코트(redcoat)는 당시 영국 육군과 해병이 입던 붉은 색의 군복 색상에서 따온 별칭이었다.
“하지만 지금 가동 인력을 전부 모아봐야 기껏 40여 명 될까 말까입니다. 고작 40여 명이 군인 행세를 한다고 검둥이들이 정말 군대가 출동했다고 속겠습니까? 아니 속았다고 쳐도 그런 작은 규모의 군대를 무서워나 하겠어요?”
태오는 대답 대신 부탁을 하나 했다.
“버틀러 경, 자메이카 지도를 좀 가져다주실 수 있을까요?”
“지도요? 아, 네.”
곧 스티븐이 서재에서 지도를 가지고 왔다.
태오는 테이블에 지도를 펼쳐놓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수적으로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작전은 기만전술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먼저 레드 코트를 만들어 입고, 4열 종대로 앞쪽에는 무장한 관리인들 20명을 우선해서 세웁니다. 그리고 요란하게 북을 치고 나가면서, 뒤편에 노예 50여 명을 띄엄띄엄 따라오게 두는 거죠.”
지도에서 에반스 자작의 저택으로 가는 길목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번에 에반스 자작 댁으로 가면서 보니, 이렇게 좁고 긴 언덕 위에 저택이 위치해 있더군요. 그렇다면, 천천히 북을 치고 총을 쏘면서 언덕으로 한 줄씩 행진해 올라오면,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젊은 노예들의 눈에는 영국군이 끝도 없이 밀려오고 있다는 착각이 들 겁니다.”
에반스 저택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폭이 좁은 길이 긴 언덕으로 이어져 있었다.
70여 명이 4열 종대로 줄줄이 나아가면 많은 수의 병력이 뒤에서 밀고 올라오는 것처럼 보일 수가 있었다.
“글쎄요. 정말 그렇게 쉽게 속을까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가짜라는 걸 금방 들통나고 말 겁니다. 검둥이 놈들이 시력이 얼마나 좋은데요.”
스티븐의 말에 태오가 머리를 저었다.
“밤이기 때문에 시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시야가 좁을 수밖에 없어요. 횃불에 어른거리는 영국군의 행진은 대낮보다 훨씬 많은 병력으로 보이게 할 겁니다.
그리고 영국군이 오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순간부터는 오금이 저려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기는 어려울 거고요. 영국군이라고 확신하게 되면 서로 도망가려고 난리가 나겠죠. 그리고···”
태오는 지도에서 측면을 가리켰다.
“전면에서 행진을 준비하는 사이, 여기 이 측면 숲으로 관리인 20명이 지름길을 통해 미리 가 있는 겁니다. 그리고 전면에서 총과 북소리를 울리며 진군해 오는 모습에 흑인들이 우왕좌왕 소동이 벌어질 때, 측면에 대기하고 있던 관리인들이 총을 쏘고 북과 나팔 등의 소리를 내면서 치고 들어가는 연기를 하는 거죠.”
창가에 팔짱을 끼고 듣고 있던 민머리 관리인이 물었다.
“그렇게 한다고 정말 군대가 왔다고 생각하고 겁을 먹을까요?”
“현재 반란 노예들 대부분이 젊고 이곳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자들입니다. 무엇보다 어두운 밤에 전방과 측면에서 갑자기 압박해 들어오게 되면, 긴장과 흥분, 공포가 뒤섞여 있는 노예들은 거대한 병력에 둘러싸여 버린 듯한 강한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한번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되면, 현재 수많은 군인에게 포위당해 있다는 상상이 겉잡을 수없이 커지면서 눈앞에 정말 군대가 진군해오고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결국 너도나도 후방으로 나 있는 뒤쪽 산으로 도망가는 선택을 하게 될 겁니다. 우리는 바로 그때를 노려 에반스 자작 집의 사람들을 구출해 빠져나오는 거죠.”
관리인 머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그동안 제 경험상 검둥이들은 생각보다 영리하고 민감했습니다. 산으로 도망쳤다고 해도 숨어서 계속 지켜보고 있을 게 분명해요. 그리고 자신들이 속았다는 걸 알게 되면 바로 내려와 모두 죽이려 들 겁니다.”
“네, 맞습니다. 바로 그 점을 염두하고 우리는 철저하게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합니다.”
태오의 손이 다시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이곳 야산으로 숨어든 반란 노예들이 동정을 살피다가, 속은 것을 알고 산에서 내려와 저택까지 도달하는 시간까지는 거리상 대략 30분 정도로 예상됩니다.
그러니 저택에 진입하고 늦어도 30분 안에 에반스 자작 가족들을 찾아내야 합니다. 찾은 후에 앞에 세워둔 마차에 타고 빠져나가는 거죠.
어차피 저들은 300명에 달하는 숫자이고 이곳 지리도 익숙하지 않은 상태이니, 우리가 마차를 타고 조금만 벗어나면 더는 쫓아오지 못할 겁니다.”
태오의 전략이 그럴싸해 보이긴 했지만, 과연 생각대로 노예들이 속아줄지 모두 자신 없어 하는 눈치들이었다.
“정말 샌더슨 경 말처럼 그렇게 잘 진행이 될까요? 검둥이들이 산으로 도망가지 않고, 강하게 대적하려 든다면요? 가까이서 보면 군인의 수가 형편없이 적다는 것을 바로 알 텐데요.”
조나단의 걱정에 태오가 덤덤히 답했다.
“그야말로 이것은 하나의 작전일 뿐입니다. 당연히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단지 지금의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을 기만해서 속여보자는 거죠.
반란 노예들에게도 작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있다면 그들의 작전과 우리의 작전과의 수 싸움이라고 봐야 합니다. 제가 말한 수에 반란 노예들이 말려들지, 아니면 실패할지는 두고 봐야겠죠.
체스처럼 서로가 생각한 작전을 펼치고 그것이 얼마나 잘 먹히느냐의 공방전인 셈인 겁니다.”
태오의 말이 끝나자 거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딱히 반박할 내용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런 쇼가 정말 통할지 망설이는 기색들이었다.
결국, 농장의 주인이자 최고 책임자인 버틀러 경이 결정할 문제였다.
“아버지? 어떻게 하죠? 이젠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골똘히 고심하던 버틀러 경이 조나단의 재촉에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그래요. 까짓것 한번 해봅시다! 우리가 전투 준비를 하는 동안 에반스 자작 집 근처로 사람을 보내 먼저 확인도 하고 말이죠. 그래서 샌더슨 경의 말처럼 저택에 불이 나지 않았다면, 영국 군대가 돼보는 겁니다.”
그러자, 여기저기 기다렸다는 듯이 말들이 터져 나왔다.
“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해보죠!”
“맞습니다! 저분의 말씀대로 해봅시다. 우리를 보고 영국군으로 착각하고 도망가면 얼른 구해보는 거고, 속지 않으면 거리가 있으니 재빨리 철수하면 그만이잖아요?”
“맞아요. 무작정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안전할 것 같습니다. 저분 말처럼 검둥이들이 속아만 준다면 최고의 결과가 나오는 거고요.”
모두가 태오의 계획을 한번 따라보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고무된 분위기에 태오가 버틀러 경에게 물었다.
“총을 최대한 모으면 몇 자루나 될까요?”
버틀러 경은 호신용과 장식용으로 꽤 많은 총을 보유하고 있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이 30여 자루이고 인근 농장까지 합하면 대략 80여 자루 가까이 될 겁니다.”
“잘됐네요. 그 정도면 어느 정도 위력을 보여 속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빨리 에반스 자작 집에 염탐을 보내 놓은 사이에, 우리는 최대한 빨리 총을 모아야 합니다.
그리고 인근 농장에서 백인 관리인들의 지원도 최대한 받아 주세요. 믿을 만한 흑인들도 50여 명 정도 뽑아야 합니다. 단 가족이 있고 나이가 많은 흑인들 위주로 데려오셔야 하고요.”
“알겠습니다.”
태오가 버틀러 부인에게도 부탁했다.
“부인께서는 빨리 붉은 천을 코트나 재킷에 덧대야 합니다. 영국군 흉내만 내면 되니까 꼼꼼하게 꿰맬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대신 무조건 빨리해야 합니다.”
“네! 알겠어요!”
“참, 벨트와 버클도 충분히 준비해 주세요. 모자도 트리코른 스타일로 보일 수 있게 만들어주시고요!”
“네, 네! 알겠습니다. 메리앤! 메리앤!”
*
버틀러 경의 지시로 농장에서 쓰는 총과 집안에 전시해 둔 사냥 총을 모두 가지고 나왔고, 인근 농장에서도 빌려 왔다.
모인 총들은 부싯돌 방식의 Flint 머스켓 소총과 영국군이 흔히 쓰는 브라운 베스 머스켓 이라는 총이 대부분이었다.
이 당시 총들은 상당히 무겁고 길었으며, 장전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해 사용이 매우 불편했다.
그런 까닭에 1분 동안 발사 가능 횟수가 고작 2~3발에 그쳤다.
‘···?’
그때 태오의 눈에 특이한 총이 한 자루 보였다.
총열 길이가 다른 총보다 훨씬 더 길고 만듦새가 매끈한 것이 단단하고 날렵해 보였다.
태오는 그 총을 집어 들고 구석구석 살폈다.
‘어?’
그런데 다른 총과 달리 총구 안에 나선 모양의 선이 잡혔다.
유심히 안을 들여다보니 강선이었다.
18세기로 와서 몇 번 총을 쏴봤는데, 그때마다 너무 짧은 사정거리와 부정확성에 실망했던 기억이 있었다.
태오는 그것이 강선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었다.
당시 영국군을 포함해 대부분 총은 강선이 없는 활강식 총이라 총알이 회전하지 않았고, 그만큼 발사후 사정거리도 떨어졌다.
태오가 버틀러 경에게 물었다.
“이 총은 다른 총과 달리 총구 안에 강선이 있네요? 사정거리가 훨씬 길어지겠는데요?”
태오의 말에 버틀러 경이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아니, 샌더슨 경이 강선을 어떻게 아세요?”
“네?”
“거기다 강선이 있으면 사정거리가 길어진다는 것도 아시고··· 말씀대로 그 총은 강선이 있는 ‘켄터기 롱 라이플’입니다.”
“켄터기 롱 라이플··· 그렇군요. 그런데 왜 이 총에는 강선이 있나요? 강선이 있는 총은 처음 봤습니다.”
“강선 제조공정이 까다롭고 비싼데다가, 구조상 재장전이 너무 느려 아직 군대에서도 쓰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쓰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정확성이 월등하니까요.”
“···네”
켄터기 롱 라이플은 총열이 불편할 정도로 길고 장전할 때도 탄이 맞물리도록 헝겊에 싸야 해서 그만큼 발사 때까지 시간이 더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총알을 회전시켜주는 강선 덕분에 사거리가 월등하고 정확도가 높다 보니, 멀리서 오는 적을 맞출 수 있는 일종의 저격용 총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어디···’
총을 몸에 대보았다.
묵직했다.
오래된 일이지만, 군대에서 사격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던 태오였다.
사단 사격대회에 참가해 주간사격과 야간사격을 가리지 않고 1등을 차지해 포상 휴가를 두 차례 다녀오기도 했다.
척-
총은 그 반동에 익숙해지고 견착과 조준을 잘하면 명중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노예 반란을 일으킨 흑인들이 가졌을 총들은 대부분 강선이 없는 활강식 총이라 명중률이 낮고, 유효 사거리도 50m가 안 된다.
더구나 총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익숙하지 않은 데다, 야간투시경이나 예광탄도 없는 상황에서 야간사격 시 우왕좌왕할 가능성이 컸다.
‘사거리에서 벗어나 있고, 야간이라 이곳 지형을 잘 아는 우리가 훨씬 유리해. 더구나 이 강선이 있는 총이라면 큰 혼란을 줄 수도 있겠어.’
총을 들어 어깨 안으로 견착하면서 가슴 안쪽으로 당겨보니 제법 강력한 느낌이 들었다.
비록 총열이 다소 길었지만, 멀리 있는 적을 맞추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총을 견착하는 태오의 모습을 옆에서 유심히 살피던 버틀러 경이 감탄하듯 말했다.
“몰랐네요. 샌더슨 경이 총을 이렇게 잘 다루실 줄은요.”
“네?”
“총을 겨누는 자세만 봐도 안정적인 것이 아주 많이 쏴보신 모양입니다?”
“아, 아닙니다.”
“사냥을 즐기시나 보죠? 아니면 혹시··· 군대에서 근무하셨어요?”
“···네?”
당황해하는 태오의 표정에 버틀러 경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어? 잠깐만요! 그러고 보니 지도를 펼쳐서 자연스레 작전을 짜시는 모습도 그렇고, 전술이나 총기에 관해서 너무 해박한 것도 그렇고··· 정말 군인이셨던 것 같은데요? 아닌가요?”
버틀러 경의 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태오를 힐끔거렸다.
흑인 노예들과 일전을 벌여야 할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에서 전투 경험이 있는 군인의 등장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아니, 그게 그러니까···”
대답을 못 하고 주저하는 태오의 모습에 버틀러 경이 확신에 차 되물었다.
“역시! 그러셨군요? 군인이셨죠? 그렇죠?”
뭐, 따지고 보면 완전 거짓말도 아니었다.
비록 18세기 군대는 아니지만, 21세기 대한민국 육군 수색 중대에서 2년 넘게 군 생활을 했으니 말이다.
어찌 보면 전술 개념 자체가 부재한 18세기 군인들보다 태오의 군 지식이 월등히 뛰어난 수준일 수도 있었다.
아까 설명한 기만전술 역시, 대침투 작전이나 대항군 역할을 하면서 몇 번씩 써먹었던 전술의 응용이기도 했다.
“아니 뭐, 그렇게 길게 한 건 아니고요. 어쩌다 2년 조금 넘게··· 군 생활을 하긴 했습니다만···.”
순간 여기저기서 예상치 못한 안도의 한숨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오!”
“어쩐지, 그러셨군요.”
“휴-, 이거 정말 다행입니다!”
“그럼 제법 믿을 만한 계획이었던 거군요?”
“그러게요, 작전이라는 것이 너무 그럴듯하게 들리더라니, 역시, 하하. 진즉에 말씀해 주시지 그러셨어요?”
영국군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반란 노예들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급변하고 있었다.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전투 지식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위안과 든든함을 전해주는 듯했다.
무엇보다 태오의 작전이 단순한 상상의 산물이 아닌,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는 신뢰가 사람들을 안도하게 했다.
“샌더슨 경?”
버틀러 경이 태오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려는 눈치였다.
“네?”
“우리 중에 전쟁이나 군대에 대한 경험이나 개념이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그동안 노예 반란이 일어나도 그저 농장 주변만 지켰었지, 이렇게 반란 검둥이들의 중심지로 쳐들어 가본 적도 없었고요.”
“······.”
“그래서 말인데, 샌더슨 경이 우리를 이끌어 주실 수 없을까요?”
“···네?”
“언젠가 훌륭한 장군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수많은 전쟁터를 누볐던 분이셨죠. 그런데 그분이 말씀하시기를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적은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부대라고 하셨습니다.
저 미쳐 날뛰는 검둥이들을 뚫고 들어가기 위해서 샌더슨 경이 지휘관이 되어 우리를 이끌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전투에서 지휘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
더구나 이런 기만전술을 적용한 전투에서는 심리 싸움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명령체계가 확실해야 한다.
태오는 별다른 고민 없이 수락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솔직히 군대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정도지만, 반란 노예 정도는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신 현장에서의 모든 결정을 제게 주셔야 합니다. 상황이 좋지 못하면 즉시 철수할 수도 있고요.”
“그럼요! 바로 그런 판단을 해달라고 이렇게 부탁드리는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전술도 전략도 없이 우왕좌왕하던 이들에게 확실한 지휘관이 생긴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