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8th century, he founded a marital information company in London RAW novel - Chapter 93
93화 샘슨의 진심
겁에 질린 표정의 쥬바가 쭈뼛거리며 손을 들었다.
“제··· 바구니입니다. 제가··· 딴 열매입니다.”
“쥬바? 쥬바가 땄다고? 이거 어디서··· 어디서 채집한 거야? 어느 나무 열매였어?”
스펜서 씨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쥬바는 잔뜩 주눅 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그냥··· 잘 익고 좋은 열매만··· 그렇게 따라고··· 명령에 움직였습니다.”
스펜서 씨의 재촉 때문인지, 쥬바는 보통 때보다 더 더듬거리며 어눌한 영어로 말했다.
겁먹은 그녀의 모습에 스펜서 씨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게 아니야, 쥬바! 지금 난 널 혼내려는 게 아니다. 열매가 너무 좋아서 물어보는 거야. 도대체 어디서 이런 좋은 열매를 딴 거지?”
뜻밖의 칭찬에 태오가 쥬바의 바구니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모양 자체로는 다른 노예의 열매와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그때 쥬바 옆에 있던 샘슨이 재빨리 나섰다.
“쥬바는 우리랑 똑같은 나무 열매 주위를 돌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따는 걸 주저하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하니까 향이 별로라는 겁니다.
그러더니 자기 손에 안 닿는 높은 곳의 열매를 가리키면서 저보고 따 달라고 해서 제가 땄습니다. 쥬바는···”
스펜서 씨가 손을 들어 샘슨의 말을 끊고 쥬바에게 다시 물었다.
“잠깐! 향이 별로였다고? 쥬바, 이 커피 열매의 향이 다른 열매랑 많이 달랐어? 그게 느껴졌단 말이야?”
쥬바는 여전히 겁먹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머리를 작게 끄덕였다.
스펜서 씨는 쥬바가 딴 열매 한 알을 자기 입에다 넣고 맛을 음미했다.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던 스펜서 씨는 다른 열매 한 알을 태오에게 건네며 말했다.
“샌더슨 경도 한번 맛을 봐 보세요.”
태오의 눈에는 다른 노예들의 열매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는데, 스펜서 씨의 감정은 이상하리만치 고조되어 있었다.
태오는 건네받은 열매를 입 안에 넣고 살짝 씹어 과육을 터트렸다.
그 순간,
“하-”
입에서 탄성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이게 뭐죠?”
그동안 먹어보았던 커피 열매의 맛과는 차원이 달랐다. 깨무는 순간 진하고 풍성한 향이 입과 코를 맴돌았다.
스펜서 씨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쥬바에게 물었다.
“쥬바, 아까 샘슨이 말한 것처럼 열매를 딸 때 향이 달라서 좋은 향이 나는 것만 골라서 딴 건가?”
우물쭈물하던 쥬바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깃소리만 하게 대답했다.
“네··· 죄송합니다. 많이 못 땄습니다.”
그녀의 말에 스펜서 씨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그게 아니래도 쥬바! 아주 잘했어. 혼내려는 게 아니야. 나는 지금 잘했다고 크게 칭찬하고 있는 거라고. 앞으로도 이렇게 하라는 말이야.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
스펜서 씨의 칭찬을 알아들은 쥬바는 물론 주위 노예들도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누구를 앞에 두고 스펜서 씨가 이렇게 칭찬하는 모습은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환하게 웃는 쥬바를 주위 동료들도 모두 잘했다고 어깨를 두드리면 한마디씩 했다.
노예 무역선에서는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은 슬픈 표정이었던 그녀가, 지금은 딸과 함께 밝은 모습으로 농장에서 잘 지내는 것 같아 태오 역시 뿌듯했다.
‘다행이다. 적응을 잘하고 있어서.’
그런데 쥬바 옆에서 그 누구보다도 기쁘게 웃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샘슨이었다.
쥬바를 내려다보는 그의 표정과 몸짓이 주위 사람들과는 다른 감정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었다.
‘응? 샘슨이 쥬바를···?’
그런 모습을 놓칠 리 없는 태오였다.
*
후두두둑-
물이 가득한 커다란 대형 물통 여러 곳에 노예들이 따온 열매를 부어 넣었다.
“노아! 물 위로 뜨는 커피 열매는 버리고, 가라앉은 것들만 골라서 옆에 준비한 바구니에 모아 넣으라고 해.
그리고 쥬바가 따온 열매는 따로 별도의 통에다 부어서 모아놓고.”
“네, 알겠습니다.”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스펜서 씨에게 태오가 물었다.
“쥬바의 열매는 따로 가공 과정을 거치시려는 건가요? 그 정도로 대단한 열매인 건가 보죠? 하지만 같거나 비슷한 나무에서 딴 열매들일 텐데, 그게 그렇게 차이가 날 수 있는 건지 궁금하네요.”
스펜서 씨는 물통 속에 잠긴 커피 열매를 확인하며 대답했다.
“일반적으로 커피나무는 초창기의 꽃에서 아주 좋은 향이 나다가 열매를 맺으면 그렇게 강한 향은 나지 않게 되지요. 그래서 열매가 난 이후에는 오로지 겉으로 보이는 색깔과 촉각으로만 잘 익었는지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소. 문제는 같은 커피나무의 열매라도 그 익은 정도는 다 제각각이라는 점이죠.
그런데 쥬바는 후각이 유달리 발달했는지, 똑같은 나무에서 나는 열매 중에서도 최상으로 잘 익은 열매를 냄새로 구분할 수 있는 것 같소. 믿기 어렵지만, 과육에서 퍼져나오는 미묘한 향의 차이를 구별하고 있다는 말이 되는 거지요.”
스펜서 씨는 허리를 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이 많은 열매 속에서 어떤 열매가 정말 잘 익고 좋은지는 직접 먹어보지 않는 한 판단하기가 어렵소. 눈과 손으로 판단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고요.
그런데 쥬바가 따온 것을 보면 비슷한 열매의 모습임에도 뭔가 다른 게 느껴졌소. 정말 오랫동안 커피 열매를 다룬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아주 미세한 차이인데, 쥬바는 그걸 먹어보지도 않고 후각을 이용해 구별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예전에 무역선을 타고 오가면서 세상에는 정말 기이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커피 농장에서 꼭 필요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만난 거지요, 허허.”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쥬바의 열매를 따로 모으시게 한 것이군요. 아주 특별한 커피를 가공하기 위해서요?”
“그렇소. 우리 커피 농장에서 수확되는 커피 열매들이 전부 특별하긴 한데, 특히 쥬바가 고른 열매의 특별함은 전혀 다른 수준이오.
하지만 보시다시피 그 양은 적을 수밖에 없으니, 나는 정말 특별하고 값비싼 원두커피를 공들여 따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아마 기대하셔도 좋을 거요, 허허.”
현대에 있을 때 수많은 사람과 만나면서 정말 많은 원두커피를 접했던 태오였다.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많은 카페에서 차를 마셨기에, 어쩌면 스펜서 씨보다 더 많은 원두커피의 향을 맡아보고 맛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태오가 기억하는 현대 원두커피 대부분은 그 향은 좋았지만, 맛은 태오의 마음을 완전히 끌지 못했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원두커피가 몇 개 있긴 하지만 나머지는 대체로 별로였다.
‘21세기에서도 만족하지 못했던 것을, 과연 18세기에 와서 끌릴 수 있을까···.’
더구나 18세기에 와서 마셔본 터키식 커피는 사실 태오가 알던 원두커피의 향이나 맛보다도 훨씬 떨어졌다.
‘서울 회사 앞에서 먹던 원두커피 정도의 맛만 낼 수 있어도 대박일 텐데.’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는 태오였다.
“아니, 아니, 그렇게 물 위에 뜨는 건 다 버리라니까!”
스펜서 씨는 물통 쪽으로 걸어가다 버럭 고함쳤다.
또 시작되는 잔소리에 고개를 설레설레 젓던 태오의 눈에 샘슨과 쥬바가 보였다.
절뚝거리며 물건을 옮기고 있는 샘슨은 환하게 웃으며 쥬바에게 뭐라고 말을 걸고 있었다.
그런데 그를 대하는 쥬바의 표정은 거의 무표정에 가까웠다.
그녀의 낮은 감정 신호 때문인지 샘슨의 과도한 표정과 몸짓은 더 두드러져 보였다.
‘샘슨이··· 짝사랑이라도 하고 있는 건가?’
그러고 보니 쥬바의 방에 놓여있던 가구나 아기용 보호 침대 등은 다른 노예들의 것보다 더 특별해 보였었다.
아마도 쥬바를 좋아하는 마음에 샘슨이 더 공을 들여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했다.
구체적인 상담을 통해 성향을 분석해 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쥬바와 샘슨은 성격적으로 꽤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샘슨의 노력에도 표정 변화가 별로 없는 쥬바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흠, 일단 저녁에 샘슨의 솔직한 마음부터 알아봐야겠군.’
* *
늦은 저녁.
태오의 커피 농장은 저녁에는 일을 하지 않고 자유시간을 갖게 했기 때문에 하루 중 이 시간이 가장 평화롭고 여유로웠다.
노예들은 일이 끝나면 자연스레 모여 수다를 떨거나 밀린 집안일을 하면서 웃음꽃을 피웠고, 주거지 옆에 있는 작은 텃밭에서 농작물을 심어 관리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이 테이블도 자네가 만든 거네. 샘슨은 손재주가 정말 타고났어, 하하.”
태오는 공동숙소 앞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샘슨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별말씀을요.”
샘슨은 태오의 칭찬에도 보통 때와 달리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워낙 긍정적이고 활달한 성격이라 이런 칭찬을 할 때면 늘 너스레를 떨며 시끄럽게 떠들어 대곤 했는데, 요즘 들어 그런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두 달 전부터 조용해졌어. 쥬바 앞에서만 밝게 웃고. 정말 짝사랑에라도 빠진 건가? 그런데 그렇다고 저렇게 힘이 빠져서 죽상을 지을 이유가 있나? 혹시 쥬바한테 고백을 했는데 차이기라도 한 건가?’
답답한 마음에 태오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샘슨, 쥬바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거 아니야? 혹시 결혼 생각은 없어?”
느닷없는 얘기에 샘슨이 화들짝 놀라며 정색했다.
“결···결혼이라니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주인님. 절대 그런 거 아닙니다!”
언제나 솔직하게 자기 마음을 표현하던 샘슨치고는 의외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쥬바의 이름을 입에 올리자마자, 그의 미세 표정과 몸짓에서 좋아하고 있다는 감정이 강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화끈한 평소 성격과 다르게 왜 자기 마음을 자꾸만 숨기려 드는 거지?’
의아하게 생각한 태오가 다시 물었다.
“이상하군. 요즘 자네가 쥬바한테 하는 걸 보면, 쥬바를 좋아하고 있다는 게 티가 날 정도야. 그런데 왜 솔직하게 좋아한다고 말을 못 하는 건가? 혹시 쥬바한테 마음을 전했더니, 자네를 싫다고 하던가?”
“아닙니다. 그런 건 감히 묻지도 않았습니다.”
“감히? 감히 묻지도 않았다니···그건 또 무슨 뜻이야?”
태오를 향해 샘슨이 애원하듯 말했다.
“주인님! 절대 오해 마십시오. 저는 이곳 생활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지금처럼 좋은 주인님과 관리인 밑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쥬바와는 그냥 가깝게 지내고 있는 것뿐이지, 결혼해서 가족을 이루려는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습니다. 쥬바한테 좋아한다는,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요. 쥬바가 저한테 어떤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
그제야 태오는 샘슨이 왜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인지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다.
이 당시 흑인 노예가 농장에서 결혼을 하게 되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일종의 사전 조치였다.
가족 간의 정이 유달리 끈끈한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 노예들은 자기가 학대받는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배우자나 자식이 고통받는 모습은 참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농장에서 결혼해서 자식까지 생긴 노예의 경우에는 일을 시켜 먹기가 상당히 불편해지게 되는데, 특히 자식을 관리인이 학대했다가 격분한 노예 부모의 공격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런 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노예 가족의 일부를 다른 농장에 팔아 떨어뜨려 놓는 것이 대부분 농장의 관리 방식이었다.
어릴 적부터 이런 일을 직접 보고 겪은 샘슨은 행여나 자기가 쥬바와 결혼이라도 했다가, 또 그런 일을 겪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을 하고 있던 것이다.
그의 감정을 읽은 태오가 어이없어 한마디 했다.
“샘슨. 정말 답답하군. 반년 가까이 함께 지내면서 아직도 나를 모르겠나? 지금 자네가 대충 어떤 걱정을 하는지는 알겠어. 하지만 자네가 두려워하는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테니 안심해.
나는 자네가 쥬바를 좋아하고, 쥬바도 자네를 맘에 두고 있다면 두 사람을 결혼시키고, 원하지 않는 한 다른 곳에 보낼 생각이 조금도 없어.
또 아바는 물론이고, 두 사람 사이에 다른 자식이 태어나도 마찬가지고. 이 커피 농장에서 일하는 한 평생 함께 살아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고 이 친구야.
그리고, 커피 농장이 크게 성공하게 되면, 자네들 월급도 팍팍 올려주고 해방 노예로 풀어 줄 생각도 있어. 그런데 무슨 가족끼리 헤어질 걸 걱정부터 하고 있나?”
“해방···노예요?”
“그럼, 언제까지 노예로 살려고 했나?”
“···주인님.”
샘슨이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더니, 어깨를 들썩였다.
울고 있었다.
“아니, 뭐야? 설마··· 고작 이런 말에 지금 울고 있는 건가?”
언제나 활달하던 그의 모습이었던지라 태오도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오래전 부모와 함께 노예로 붙잡혀와 갖은 고생을 한 샘슨이었다.
부모님과 사탕수수밭에서 고된 노동을 하며 살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강제로 팔려나가 임종조차 지켜보지 못했다.
겨우 허락을 받아 부모님을 만나러 갔지만, 2년 전에 이미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 돌아서야 했던 샘슨이었다.
이후 여기저기 팔려 다니며, 배에서 목수 보조 일도 하고, 사탕수수밭에서도 일하면서 언젠가는 해방 노예가 되어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살리라는 소박한 꿈도 꾸었다.
하지만 현실은 잔인했고, 결국 한쪽 발까지 잘려버렸다.
긍정적인 그였지만, 마음속에 그늘은 자꾸만 커져갔다.
그러다가 만나게 된 새로운 주인 태오는 버림받고 상처받은 그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거기다 행복한 가정과 해방 노예의 삶까지 그려주고 있었다는 사실에 감정이 북받쳐 오른 것이다.
과거의 아픈 기억과 현재의 행복이 한데 어우러진 샘슨은 서럽게 울었고, 태오는 그런 그의 등을 두드리며 다독여주었다.
마음이 진정된 샘슨이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주인님이 보신 것처럼 제가 쥬바를 좋아하고 있고,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쥬바에 대한 제 감정은 저 혼자의 일방적인 마음일 뿐입니다. 쥬바는 제게 별 관심도 없는 것 같고요.
거기다 걱정되는 미래 때문에, 감히 제 마음을 쥬바에게 말해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 현실이 너무 비참해서 며칠 전부터 끙끙 앓았던 거고요.”
“바보처럼. 진즉에 나한테 말을 하지 그랬어? 그런데, 쥬바가 그렇게 좋아?”
“처음 쥬바를 봤을 때는 그저 이쁘다는 정도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꾸만 제 마음이 기울고 손에 일이 안 잡히더니, 근래 들어 갑자기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쥬바도 눈이 있는데 저처럼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나이 든 남자랑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습니까? 저번에 보니 쿠조도 쥬바한테 마음이 있던 것 같고, 쥬바도 그 친구를 싫어하지 않는 눈치더라고요.”
쿠조는 쥬바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젊은 흑인 남자 노예로 다른 농장에서 여자 노예들에게 꽤 인기가 있었다고 했다.
“왜? 자네도 풍채와 얼굴로는 누구한테도 밀리지 않지. 하여간 자네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결혼 후 가족과 떨어지는 걱정거리가 없어졌으니까, 이제라도 쥬바한테 용기 있게 말해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샘슨이 머리를 긁적이며 주저했다.
“네? 아니··· 그건 좀···. 제 꼴에 괜히 마음을 일방적으로 전했다가, 쥬바가 저 때문에 농장 생활을 불편해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에요. 저는 쥬바가 이곳에서 더 좋은 남자와 행복해지면, 그것만으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래. 뭐, 듣고 보니 자네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 쥬바는 아프리카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딸도 있으니까 심적으로 여유가 많이 없을 거야. 무작정 좋아한다고 들이대는 것이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네, 맞습니다. 주인님.”
“좋아, 그럼 내가 아주 조용히 쥬바의 마음을 알아볼게. 그래서 쥬바도 샘슨에게 마음이 있다면, 자네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겠지?”
“그렇게 해주신다면야···.”
“오케이! 자네도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내가 런던에서 중매로 유명한 사람이야.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내게 맡겨두게.”
샘슨은 진정으로 고마운 마음을 담아 허리를 꾸벅 숙였다.
“주인님. 저같이 보잘것없는 놈한테 이렇게 신경을 써주시니 뭐라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우리 농장이 잘 될 수 있도록 몸이 부서지라 열심히 일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이제야 자네 답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