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 세바스토폴(Sevastopol)
심페로폴 진격을 앞두고.
OSS의 군사적 성공에 대한 세계언론의 보도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타위타위함에는 CNN을 비롯한 각국의 기자들이 타고 있었고 엠바고(embargo)가 풀리자 앞다투어 기사를 냈다.
[ OSS와 우크라 해병, 예브파토리야 상륙 ] [ OSS, 러시아에 일격, 크림반도 탈환 임박 ] [ OSS, 제병협동 작전의 모델이 되다. ] [ OSS, 상륙작전의 개념을 바꾸다. ]하나같이 기사 말머리에 OSS가 붙었다. OSS는 어느 사이에 세계적인 군사브랜드가 된 것이었다.
특히,
함대 전체가 이동하면서 우크라이나 해병을 태우고 상륙군의 작전 편제를 완료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규모는 다르지만,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위해 1년이 넘게 준비했던 것과 비교 하면서.
오데사와 예브파토리야를 왕복하는 데만 2일이 걸리는 거리임에도 불과 3일 만에 상륙준비, 이동, 상륙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이었다.
또한, 그런 복잡한 작전을 수행하면서 비전투손실이 없다는 것 또한 기적적인 일이라고 했다.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과 민간군사기업 특유의 효율성과 유연성에 더불어, 상호주의적 리더쉽이 적절히 조화된 결과라는 촌평을 내놓았다.
OSS의 작전 과정을 지켜본 기자는 기사에서 상호주의적 리더쉽을 발견했다고 밝히면서.
OSS의 구성원 전체가 자신 임무에 대한 아무런 의심이 없고, 상관과 동료의 능력에 대한 믿음으로 가득차 있다고 했다.
그것은 그들의 리더가 ‘약속은 지킨다.’는 반복된 경험에서 출발하였다고 덧붙였다.
그런 기사들을 보면서 내심 흐믓해 하고 있는 데 손이일 제독이 다가왔다.
“대표님! 미 해군의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네! 무슨 일 있습니까?”
“하하. 좋은 쪽입니다.”
“네. 하 난 또 무슨 일이 터졌나 해서요. 하하.”
“지난 흑해 해전의 승전도 그렇지만, 이번 저희 상륙작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
“자신들은 상상도 못 할 작전이었다고 그럽니다.”
“음 ··· 말이야,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그렇긴 하죠. 하하.” “제독님!”
“네. 말씀하십시오.”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 2척 더 달라고 해보십시오. 함재기 포함해서요.”
“네?”
“본래, 흑해 제해권만 확보하는 것으로 출병한 것인데.”
“…”
“우크라이나 부탁으로 크림반도 상륙까지 한 것이니. 이제 우리가 빠질 차례라고 하면서 의사를 타진해 보세요.”
“그래도 함재기까지는 좀 무리가 아닐까요? F35B 한 대만 해도 1,000억인데···.”
“수리가 쏜 미사일만 수조 원입니다. 그런 고민하지 마시고. 쓰윽~ 던져보세요.”
“?”
“철군 준비 중이라고 하면서. 아, 그리고 우리 정보부 이 부장에게 먼저 연락하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전쟁이 끝나기 전. 그리니까 아직 협상력이 충만할 때 뭐라도, 더 받아내는 것이 좋으리라 판단했다.
미국은 이전 함종인 와스프급도 8척이나 운용하고 있으니 아메리카급 2척이 그렇게 큰 요구는 ···. 큰 요구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
전장 정리와 심페로폴 진격을 준비하는 사이에 정보부 이 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 대표. 정말 철군할 생각인가?”
“뭐, 언제든 할 수 있지요.”
“하긴, 그렇지. 하하하.”
“무슨 일이 신가요?”
“미국이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을 2척 더 공여해주기로 했다네. 함재기 포함해서 말이야.”
“지금 ···. 공여라고 하셨습니까?”
“나도 놀랐네. 사실 손 제독 이야기를 듣고, 블러핑을 좀 했는데. 잘 먹혀든 모양이야. 허허허.”
“역시, 공짜는 달콤하군요.”
“에이~ 이게 어디 공짜인가. 다 이 대표 결심으로 성과가 좋으니 그런 것이지.”
“하하하. 네. 아무튼, 잘되었습니다.”
“아, 그리고 말이야.”
“네. 말씀하세요”
“그 뭐냐 AEW인가?”
“네. 공중조기경보기요.”
“미국이 그걸 V-22 기체를 활용해 미니미한 AEW로 개발을 완료했는데.”
“정말요?”
“어이쿠! 목소리가 커지네! 그려, 그게 그리 대단한 건가?”
“그럼요. 지금 우리에게 핵무기 말고 유일하게 부족한 게 그겁니다.”
“아, 그렇군. 아무튼, 그걸 벨과 보잉사 합작으로 개발은 완료했는데. 자금 때문에 양산이 미뤄지고 있다는구먼···.”
“그 돈 저희가 다 댄다고 해주세요.”
“워워~ 뭐하러 그 돈을 우리가 다 대나? 하하. 이 대표가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는 물건이니. 적당히 흥정해서 필요한 만큼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네.”
“잘되었습니다. 항상 그 부분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
심페로폴을 앞두고 고민은 깊어진 고민은 여전했다.
시가전이 벌어지면 불가피한 민간인의 희생이 생길 것이고, 그렇다고 무차별 포격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SBU가 조직하는 급조된 크림자치군이나 경찰단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것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적개심에 가득 찬 점령군이 벌이는 참상은 또 다른 전쟁의 단면이기도 했다.
나는 SBU 고스트베어를 설득해야만 했고, 그에게 제안한 내용은 이러했다.
크림자치 공화국의 주요 인사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외추방을 돕는 것이었다. 물론 무조건 항복을 전제로 한 사안이었다.
고스트베어는 ‘배신자를 그대로 둘 순 없다’라며 무척 흥분했지만, 나의 제안을 거절할 순 없었다.
눈치 빠른 그는 이미 나와는 흥정할 수 없다는 걸 금세 깨달은 것 같았다.
시쳇말로 내가 ‘나 집에 갈래’를 시전 하면 방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SBU 보안국의 전적인 협조를 얻어낸 다음에는 그들의 항복을 끌어낼 공작을 시작했다.
F-35B 전폭기를 심페로폴 상공으로 출격시켜 지속적인 무력시위를 하는 것과 동시에 크림 자치정부 수반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무조건 항복한다면.
안전보장과 함께 국외 탈출을 도울 것이며, 정부 주요 인사 1인당 200만 달러(약 27억), 가족이 있으면 400만 달러를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 이 사실을 알면 비겁하다 할 순 있겠지만. 수많은 생명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그런 굴욕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남는 장사였다.
SM-6 미사일 한 발에 50억이다. 한국이 개발한 현무4가 40억이고, 현무5는 100억이 넘는다. 한발에 말이다.
그런 미사일을 개전 초기부터 우리 OSS가 쏜 것만 200발 가까이 되었다.
크림 자치공화국의 수도인 심페로폴(Simferopol)을 향한 군사적 압박과 함께 회유 공작이 먹혀들고 있었다.
흑해함대는 괴멸되었고, 크림 대교마저 폭파된 상태에서 심페로폴이 포위된 것이었다. 러시아의 증원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크림 자치공화국 고위관료들의 두려움은 전쟁에서의 패배나, 러시아 연방의 책임 추궁보다. 패전 이후 친 우크라이나인 세력의 보복이었다.
그들로선
‘이래 죽나, 저래 죽나. 죽긴 매한가지’인 상황이었다.
‘어차피 죽을 바엔 명예라도 지킨다.’라는 자포자기적인 방어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 절체절명인 순간에 ‘안전보장, 국외 도피 지원, 200만 달러 이상의 보상금’은 두려움 없는 선택을 종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크림 자치공화국은 우크라이나군이 아닌 OSS에게 조건 없는 항복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자존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국가, 자치공화국인데 일개의 군사기업에 항복하겠다는 것이었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크림 자치공화국은 무조건 항복의 조건으로, 항복문서에 OSS의 수장인 이시언의 사인이 있어야 한다는 다소 황당한 조건이 붙었다.
무조건을 위한 유조건인 셈이었다.
짐작하건대. 안전과 돈이 OSS로부터 나오는 만큼 그것에 대한 보장을 나에게 직접 받고 싶은 것이리라 생각했다.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크림공화국 지도부의 조건을 SBU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당국과 협의했다.
우크라이나 측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지만. 크림반도의 빠르게 수복할 수 있다면, 그 형식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OSS가 항복을 받은 후 우크라이나 정부에 행정권을 비롯한 모든 권리를 이양하는 형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이런 움직임이 세바스토폴(Sevastopol)의 시 정부와 남은 흑해함대의 수뇌부에도 알려지게 되었다. (실제론 정보를 흘렸다.)
크림 자치정부의 설득까지 더해져서 세바스토폴도 함께 OSS에 항복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왔다.
남은 것은 괴멸된 흑해함대의 지상 병력과 사령부 그리고 소수의 러시아 해병이었다.
나는 잠시 그들에게 시간을 주었다. 세바스토폴시 정부가 흑해함대 사령부를 설득할 시간이었다.
결국, 흑해함대 사령관 세르게이 비트코는 항복을 선택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도 미국도 아닌 OSS에 항복한다는 것이 그들에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게 했다는 후문이었다.
항복식은 타위타위함 갑판에서 하기로 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이 미국에 항복하던 것처럼 말이다.
그것을 흉내 내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심페로폴로 가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못하였다.
문제는 우리 배에 CNN을 비롯한 각국 기자들이 타고 있다는 것이었다. 먼발치에서 사진을 찍히는 것이 아닌 CNN 뉴스에 얼굴이 팔리게 된 것이다.
그래서 선글라스를 쓰려고 마음먹었는데 또 그러고 보니 맥아더 장군을 흉내를 내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선글라스는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었다.
크림 자치공화국이 OSS에게 항복하는 장면이 전 세계언론의 전파를 타게 되면, 우크라이나의 체면도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항복 조인식 직후 군정 이양식을 하기로 하였고, 그것을 위해 우크라이나 데니스 시미할 총리가 타위타위함으로 오기로 하였다.
…
크림 자치정부와 러시아 흑해함대의 항복 조인식이 있는 날이 되었다.
우리가 보낸 MV-22기가 타위타위함에 차례로 착륙했다.
크림 자치정부 각료, 러시아 흑해함대 사령관, 세바스토폴 시장 등이 모두 타위타위함의 비행갑판에서 차례로 항복문서에 사인했다.
이 광경을 CNN은 생중계했고, 그 항복문서를 받아 내가 사인하는 장면까지 세계언론의 전파를 타게 되었다.
이어서.
기다리고 있던, 데니스 시미할 우크라이나 총리와 함께 군정 이양식을 시행했다.
형식적이지만.
OSS가 항복을 받아 군사 통치하는 크림반도의 군정을 우크라이나에 이양하는 조치였다.
불과 몇 분 동안이었지만 크림반도는 OSS의 땅이었던 셈이었다.
군정 이양식을 마치고 나와 총리가 악수하고 군정 이양문서와 함께 만세 부르듯 두 팔을 들어 올리자.
– 와아아아 ~
타위타위함에 타고 있던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환호 소리가 온 바다를 메우는 듯 울려 퍼졌다.
나도 그들과 기쁨을 같이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재미난 생각이 들었다.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 2척은 정말 공짜가 될 것 같은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