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 극동여단
극동공화국은 넘치는 부존자원을 가지고 있었지만. 독립초기의 혼란과 함께 재정적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과거 러시아 본국이 관리했던 군대를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이 컸다.
그렇다고 군대를 해산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징집과는 또 다른 큰 문제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였다.
이에 극동 공화국의 최 이바노비치 대통령은 황당하지만 그럴싸한 제안을 하였다.
이 부장을 통해 전해온 그의 제안은 이러했다.
극동공화국 군의 일부를 OSS가 흡수하고, 그것을 유지하면서 블라디보스토크에 주둔해 달라는 것이었다.
극동공화국이 OSS의 주둔을 요청하는 이유는 군비를 줄이려는 노력도 있겠지만.
과거 러시아 동부군관구 소속이었던 군부를 견제하기 위한 노림수도 있는 것 같았다.
더불어 OSS가 군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돈이 극동공화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도 했다.
잠시 고민하였지만.
이왕 발을 담근 김에 깊숙이 관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최 이바노비치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하되 몇 가지 역제안을 했다.
OSS 극동여단을 창설하되. 단순히 극동공화국군을 재편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병사를 직접 선발하는 것을 제안했다.
OSSIA에 차출되어 근무하던 박태주 상사를 비롯한 OSS 특임대 출신이 정보부의 도움을 받아. 극동여단 창설을 위한 준비기구가 꾸려졌다.
극동공화국군에 OSS 극동여단 지원자를 모집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20대 1의 경쟁률로 지원자가 넘쳐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OSS의 활약이 잘 알려진 탓도 있었겠지만. OSS 극동여단의 급료는 기존 러시아 군대의 15배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극동여단의 입대를 지원한 지원자는 OSSIA의 신원검증 및 인성검사를 마치고, 전투력 측정까지 거쳐야만 OSS의 패치를 어깨에 붙일 수 있었다.
다시 말해, OSS 극동여단은 과거 러시아 동부군관부의 병사와 장교 중 최정예로 꾸려지게 되었다.
OSS 극동여단의 역할은 극동공화국에서 OSS의 자산을 지키고, 요인을 경호하는 것이 대외적인 임무였지만.
사실상 대통령궁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지키는 공화국 수비대 역할을 하면서, 과거 러시아 동부군관부 소속이었던 군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창설한 OSS 극동여단의 병력은 15,000명에 육박하였다.
병력 규모로는 사단급에 해당하였으나 대외적 이목을 의식해 여단이란 이름을 고수했다.
최 이바노비치 대통령의 의지로, 전략 로켓군의 경비 또한 OSS 극동여단이 맡게 되었다. 이는 핵전력을 군부가 통제하는 것을 감시하고 우발적 상황을 막기 위함이었다.
이로써, OSS는 우크라이나 전선의 크림여단과 함께 극동여단까지 2개의 여단급 병력을 해외에 주둔시키는 군사기업이 되었다.
극동 공화국 (Far Eastern Republic)은 고구려 유민과 말갈족으로 이루어진 발해와 닮아 있었다.
해동성국이란 발해의 별칭이 극동이란 이름과도 묘하게 일치했다.
하지만 극동공화국은 실제 역사에서 잠시 존재했던 나라이기도 했다.
치타 공화국(Chita Republic)이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던 극동공화국은 러시아 내전 당시 1920년부터 1922년까지 존속한 독립국이었었다.
소비에트 연방의 영향권 아래 있었고, 스스로 합병을 청원해서 1922년 11월 15일 소비에트 연방의 일원이 되었다.
또한, 1921년 6월 27일.
우리 민족의 간도 독립군이 고난 끝에 시베리아의 극동공화국의 자유시(스보보드니)에 도착했으나, 강제로 무장 해제를 당하고.
무장 해제를 거부하는 한인 사할린 부대(이항 군대)가 무력으로 진압된 자유시 참변이 일어난 나라이기도 했다.
그런 비극의 역사가 있는 극동 공화국이 OSS의 영향권 아래 독립했고, OSS 극동여단이 만들어진 것이다.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 부장과 통화를 했다.
“이 대표! 아니 대표님. 이쯤 되면 우리가 국가를 선포해도 이상하지 않을 거 같습니다. 허허허.”
“…”
“어! 그런데 부장님 갑작스럽게 말투가…”
“배석자가 있는 상황에서 자꾸 실수를 해서, 사석에서도 공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 전 편하게 하시는 게 좋은데, 예전처럼 말씀하세요.”
“아닙니다. 이제 대표님은 2개의 국가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이십니다. 제가 너무 편하게 하면 다른 넘들이 실수 할까봐 그러는 겁니다.”
“그래도 사석에선 …”
“아닙니다. 생각해보니 너무 늦었습니다. 각하라고 하면 못 견디실거 아닙니까? 대표님. 하하”
“각하라뇨? 아, 알겠습니다.”
“…”
“그건 그렇고. 국가, 각하란 말이 나와서 미리 말씀드리는데. 국가로서 누리는 지위만큼 의무가 생기게 됩니다. 각국의 견제도 뒤따라 올 것이 이고.”
“하긴, 미국의 움직임을 보면 지금도 슬슬 그런 기미가 보이긴 합니다.”
“아무튼, 국가를 만드는 것보다. 타국에 휘둘리지 않는 조직을 만들면 그뿐입니다.”
“그리고 국가의 3요소가. 영토, 국민, 주권인데 그 영토 때문에 전쟁이 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땅이 있어야!”
“저는 반대로 그 땅은 언제든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배에 집착하는 것도 있고요.”
“그러니까 ··· 누군가 침범하면 ‘옜다! 너 가져’ 뭐 이런단 말씀이군요. 하하하.”
“네. 맞습니다.”
“허어. 우리 이 대표님 생각하는 왕국이 둥둥 떠다니는 상상의 나라였군요. 하하.”
“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아. 맞어! 중요한 이야기를 못하고 있었네요.”
“아, 그렇군요. 말씀해 보세요.”
“제가 국가 이야기를 꺼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핵무기 때문이었습니다.”
“아 …”
“이번에 극동여단 창설과 함께 과거 러시아 동부군관부의 핵무기를 극동공화국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우리에게도 우호적인 핵전력이 생겼군요.”
“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사기업이기 때문에 명시적인 핵우산의 보호를 천명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음···.”
“그렇다고. 다국적기업이 OSS가 특정 국가로 들어가기도 애매하고요.”
“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어떻게 풀면 좋을지 숙고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부장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동안 미국, 우크라이나, 필리핀 등 간접적인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서 활동했지만.
만약 미국의 개입이 없는 상황에서 공해상에 OSS의 전력이 모여있는 상태로, 고가치 표적이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잠시 이 부장이 말한 국가건설을 상상해 보았다.
‘세금도 걷지 않고 투표 없는데. 공화국? 그건 아니고 그럼 왕국? 아 ··· 오글거린다.’
규모가 커진 만큼 적성국의 핵 공격에 대비해야만 한다. 요격체계를 갖추는 것 이전에 OSS가 핵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식시킬 방법이 필요했다.
…
이런저런 고민 중에도 당장 러시아의 행보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잃고 곳곳의 자치 공화국들이 줄줄이 연방을 탈퇴하는 상황이었다.
이것으로 군의 사기도 땅에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그들의 서부전선에서도 연전연패를 거듭했다.
짐작건대, 서부전선의 러시아군 사령부가 의도적으로 후퇴하는 것이리라 생각되었다.
어쩌면 우크라이나보다 자국 내 자치공화국의 연방 탈퇴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크라이나는 크림전쟁 이전의 국경선을 모두 회복하기에 이르렀다.
러, 우 전쟁 종전을 위한 국제 협상이 시작되었다.
우크라이나의 격렬한 반대가 있었지만. 전쟁에 지친 미국과 NATO는 러시아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러시아가 종전의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패전이 아닌 합의에 따른 종전이란 명분과 전쟁보상금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러시아인 전범 재판을 자국에서 하겠다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의 반발이 컷지만, 서방세계는 몇몇을 전범 재판에 회부 하는 것보다. 빠른 종전을 원했다.
…
OSS도 우크라이나에서 철군을 준비했다.
가장 먼저, 한국군에서 OSS로 파견된 병력부터 항공편으로 귀환시켰다.
하지만 그들 중 전역을 앞둔 병사의 상당수가 전역 후 OSS 입사를 희망했다.
그리고 장교와 부사관의 대부분은 입사를 확정 짓고, 전역 지원서를 낸 상태로 귀국했다.
AS21 레드백 장갑차, 비격 자주박격포와 천무 다연장 로켓포, 현궁 대전차미사일, 신궁 지대공미사일 등 기계화 장비의 절반 정도를 OSS 극동여단으로 공수했다. (이전까지 극동여단은 알 보병이었다.)
국제의용군과 함께 우크라이나 지원병이 상당수인 OSS 크림여단이 문제였다.
공식적으로 OSS 입사한 직원이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고향을 떠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고민 끝에 OSS 크림여단은 크림반도에 존속하기로 했다. 크림여단의 한국인 대원도 몇몇 남았다.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 처녀와 연애를 시작했거나 결혼을 앞둔 대원들이었다.
남은 문제는 OSS 크림여단에 맡기고 OSS 함대는 고향 같은 타위타위의 신흥캠프로 출발했다.
OSS의 철군과 함대의 이동이 CNN으로 생중계되기까지 했다. OSS는 미군 만큼 주목받는 존재가 된 것이었다.
…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여러 국가는 러시아 연방을 탈퇴한 자치국의 국가 승인을 지체없이 이어 나갔다. 러시아 연방의 영구적 해체를 기정사실로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사분오열된 러시아였지만 인구와 영토를 포함한 국력의 70%는 유지하고 있었다.
러시아 연방은 24개의 공화국과 캐나다와 호주를 합친 크기의 영토를 가지고 있었다. 그중 5개의 자치공화국이 연방을 탈퇴한 것뿐이었다.
붕괴할 것으로 기대했던, 정권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모스크바 크렘린 당국은 숨 고르기를 위해서라도 러, 우전의 종전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다만 군사력의 20%를 보유한 극동의 동부군관구 전체가 극동공화국으로 넘어간 것이 뼈아픈 일격이자. 배후의 위협이 되어 러시아의 입지를 더욱 좁히게 되었다.
…
OSS 함대는 흑해를 빠져나와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를 지나고 있었다. 이번에는 모든 잠수함이 함께 움직였다.
수에즈 운하에 일렬로 늘어선 OSS 함대의 웅장한 모습은 OSS의 군사력을 한눈에 볼 기회였고, 역시 취재 경쟁이 대단하였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고 홍해를 가로지르니 처음 소냐또레를 타고 소말리아 해적을 만났던 일이 떠올랐다.
무장이라곤 AK47이 전부였던 해적을 만나고도. 다리가 후들거렸던 내가 어뢰를 쏘고, 미사일을 날리는 거대 군사기업의 수장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 국가를 배후에서 조종하기까지에 이른 것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개발에 참여했던 비트코인이 큰돈을 안겨준 것처럼. 인생은 참! 모를 일이었다.
언젠간 이 이야기를 소설로 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