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115
115화 – 마샬 (marshal)
타타르스탄 공화국이 러시아 영토를 침공했다. 러시아 연방에서 탈퇴한 지 6개월도 안 된 상태였다.
놀랍지만, 놀랍지도 않은 소식이었다. 세계의 질서는 무너졌고, 패권국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도 다를 바 없었다.
“하야~ 대표님! 타타르 이 사람들이 무기 좀 받았다고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일단 벌어진 일이니 ···. 침공한 방향은 어느 쪽입니까? 명분은요?”
“명분은 러시아 연방의 사소한 국경침범이 있었는데. 그걸 빌미로 과거 타타르스탄의 고토를 회복한다며 침공했습니다.”
“침공 지역은 타타르스탄 남부 카자흐스탄 쪽입니다.”
“실질적 이유는 카자흐스탄과 연결하는 회랑을 확보하려는 것이군요. 결과는요?”
“작전은 일단 성공한 듯합니다. 워낙 기습적으로 감행한 데다가. 러시아도 방비가 허술했던 모양입니다.”
“음 ···.”
“그 결과 길이 150km에 폭 50km 정도의 회랑에 해당하는 영토를 확보해서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맞대게 되었습니다.”
“목적이 분명해 보이네요. 어쩌면 잘한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네? 어째서요.”
“타타르스탄은 국토 전면이 러시아 영토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런 지정학적 불리함 때문에 독립을 유지하기 어렵겠죠.”
“…”
“어쩌면 러시아 연방에 재편입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봐야 할 겁니다.”
“네 그렇죠. 그래서 시간이라도 벌어달라고 무기를 지원해 준 건데 ···.”
“앉아서 죽느니, 일어나서 몰래 뒤통수를 후려갈긴 거죠. 단 한 번의 기회라도 잡기 위해 ···.”
“아 ···.”
타타르스탄 공화국이 러시아 영토를 침공한 것이 놀랍긴 했지만 이해가 가는 구석도 많았다.
“타타르스탄은 우크라이나와는 다르게 NATO와 서방의 지원을 받기 힘듭니다.”
“맞습니다. 그러니까 더 총알 한 발이라도 아껴야 할 텐데.”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가만히 말라죽느니 건곤일척 수를 빼 든 것 같습니다.”
“?”
“카자흐스탄으로 향하는 회랑을 확보했다면. 그곳으로 전선이 집중될 것이고. 그것은 어디로 들어올지 모르는 타타르스탄의 국경 전체를 방어하는 것보다 쉬운 일일 겁니다.”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회랑이 유지되는 동안은 카자흐스탄으로부터 지원과 보급을 받기에도 용이하고.”
“…”
“국민의 피난과 함께 최악의 경우 망명정부를 세울 수도 있으니. 그들로서는 위험을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이겠죠.”
“아 ··· 정말 이신영 이사 말이 맞는 건가?”
“네?”
“아, 혼잣말입니다.”
“무슨?”
“하하. 이신영 이사가 늘 하는 말이 ‘우리 대표님이 신기가 있는 것 같다’라고 해서.”
“하하하”
“대표님! 저도 가끔 같은 생각을 합니다. 매번 어떻게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정세를 꿰뚫어 보시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타타르스탄 공화국은 서방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타타르스탄이 카자흐스탄과 연결되는 회랑을 확보하기 위해 러시아 영토를 선공한 것은 전략적으로는 이해할만한 사건이지만.
문제는 그들의 힘이 그 전략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급한 대로 무기 지원도 했고, 우크라이나 군사 고문단도 파견했지만. 그들의 군사력이 성장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뭔가,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부장님!”
“네. 대표님. 뭔가 또 생각이 나셨나 봅니다.”
“러시아가 한눈팔지 못하도록 타타르스탄을 도와야만 합니다.”
“네. 그래서 사방에서 바리바리 싸서 무기를 보내지 않았습니까?”
“그건 타타르스탄 자국 영토 방어에 쓰라고 보낸 것이고요.”
“그렇죠. 그런데 ···. 일을 벌인 거죠. 참나.”
“타타르스탄의 전략적 배팅에 즉각적으로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용병을 보내도록 하죠.”
“용병이요? OSS 크림여단도 놀고 있는데 ···.”
“진흙탕 싸움에 우리 병사를 보내고 싶진 않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아카데미나 G4S 쪽으로 알아보겠습니다.”
– 아카데미 (Academi) : 미국 용병 기업 Blackwater의 바뀐 이름 (이미지 세탁을 위해 주기적으로 이름을 바꾼다.)
– G4S : 영국 런던에 본사가 있는 다국적 경비(용병)회사로 125개국에 지부가 있고 약 60만 명의 직원이 있다.
“네. 그건 그것대로 추진하시고요. SBU 고스트베어와 접촉해서 체첸 용병을 알아보세요.”
“체첸요?”
“네. 우크라이나와 체첸은 사이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가요?”
“1917년 러시아 혁명 당시 서로 동맹을 맺기도 했고. 2007년 상당수의 체첸 반군과 반러시아파가 우크라이나로 이주했습니다.”
“아니, 대표님은 어떻게 그런 걸 다 아십니까?”
“제가 전쟁사 덕후 아닙니까? 17년, 07년 기억하기도 좋고. 하하.”
“그런데 1차 러, 우 전쟁 때 체첸이 러시아 편 아니었나요?”
“네. 그렇긴 합니다만. 체첸도 러시아 연방을 탈퇴해 새로운 연방을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공통의 적을 러시아로 두고 있으니 말이 통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체첸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고. SBU 고스트베어야 우리에게 협조적이니 잘될 겁니다. 조치 취하고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럼 수고해주세요.”
이 부장과 통화를 마치고 나니. 흔한 말로 현타가 왔다.
요트 타고 낚시나 하다가, 종말이 오면 잠수함에서 숨어 살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국제정세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십 원짜리 한 장,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무슨 큰 사명감을 느끼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유표가 되지는 말자’
힘을 가졌으나 무사안일 안주했다가 모든 것을 잃은 삼국지의 유표처럼 되고 싶진 않았다.
바퀴는 클수록 일단 멈추면 다시 움직이기 힘든 것처럼. 운명의 수레바퀴는 크고도 무겁고 나는 이미 그것을 돌리고 있었다.
그렇게 상념에 잠긴 사이 김준명 이사가 얼굴을 모르는 몇 명을 대동하고 집무실로 들어왔다.
“아, 이사님. 오랜만입니다.”
“그렇습니다. 대표님. 이제 매일 봐야겠습니다.”
“하하. 좋아져.”
“그게 그뿐만 아니라. 이제 경호에도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기지 내에서도 혼자 다니시지 말고요.”
“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몸 치수를 재셔야 하겠습니다.”
“네?”
“진 부사장 아니 진민규 사무총장에게 들었습니다.”
“아 ···.”
“곧 ESSO 방위군 원수로 취임하셔야 하는데. 정복은 있어야지요.”
“아, 것 참 오글거려서 ···.”
“일단 치수부터 재시고. 복식에 대해서도 말씀 나누시죠.”
재단사 2명이 다가와 한 명은 내 몸의 치수를 재고, 다른 한 명은 그 치수를 받아적고 있었다. 엉거주춤 어색한 상황에서 김준명 이사는 말을 이었다.
“OSS와 ESSO 공통 정복을 디자인해야 하는데 의견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글쎄요. 전투복이라면 모르겠지만 ···.”
“요즘 군 정복도 레트로가 유행이긴 합니다.”
“그래요. 그럼 2차대전 미군 정복 스타일로 하죠. 계급과 약장 같은 건 기존 OSS 것을 따르고요.”
“아, 그런데 최근 미 육군의 신형 정복이 2차 대전 스타일로 바뀌었습니다.”
“아! 그래요. 그러면 스타일은 따르되 색상을 달리해서 구분토록 하면 어떨까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약장은 OSS의 최초 작전인 Give warning부터 만들겠습니다.”
“아뇨, 이사님이랑 처음 만난 소말리아부터 해주세요.”
“그땐 OSS가 만들어지기 전인데요?”
“알게 뭡니까. 이사님과 그때 함께 했던 대원들에게 작더라도 뭔가 남기고 싶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과 저만 공유하는 표식이 있다니 뭔가 뿌듯합니다. 하하.”
“네. 저도 이사님이 함께해주셔서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ESSO 경호국을 따로 신설하고, 실질 운영은 OSS가 기로 했습니다.”
“네. 경호국장은 이사님이 겸직해주시면 좋겠네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현 시간부로 24시간 최소 3명의 근접 경호원이 따라붙을 겁니다.”
“3명이나요?”
“그것도 대표님이 짜증 내실 것 같고, 기지 안이니 줄인 겁니다.”
“네, 네.”
“이 부장 말로는 중국 애들이 우리에 대한 정보수집을 엄청나게 하고 있다고 합니다. 매사 조심하셔야 합니다.”
“배치되는 근접요원은 누군가요?”
“장민성, 유민 중사와 브누아 상사입니다.”
“아, 소말리아 때 이사님과 쏘냐또레호 같이 탔던 그 브누아인가요?”
“네 맞습니다. 저격수이지만 대테러 교육도 이수했고. 무엇보다 상황파악 능력이 뛰어납니다. 그리고 OSSIA로 파견 나간 박태주 중사도 불러들였습니다.”
“박 중사는 또 왜요?”
“그 친구 UDU, 국정원, OSSIA까지 거친 경험과 더불어 근접전투에선 부대 내 최고 능력을 갖춘 요원입니다.”
“든든하네요. 근데 유민 중사는 왜?”
“그건 이혜인 씨를 위한 배려입니다. 대표님이 같이 다니시는 경우가 많아서, 여성 경호원을 한 명 포함했습니다.”
“그렇군요.”
“지금 문밖에 대기 중입니다.”
“지금 밖에 서 있어요?”
“네. 그렇습니다.”
“아이고, 숨이 턱턱 막히네. 아무튼, 들어와서 앉아 있으라고 하세요. 그리고 경호 인력을 3배수로 뽑아서 교대할 수 있도록 하세요. 집무실 밖에 요원 대기실도 따로 만들고요.”
“아, 네 알겠습니다.”
대기 중인 요원들을 집무실로 들어오게 했고,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모두가 아는 얼굴들이라 무척 반가웠다. 유민 중사가 생긋 웃으면서 경쾌하게 인사말을 했다.
“대표님! 가까이서 모시게 되어서 너무 기쁩니다.”
“하하. 우리 유민 중사님 언제 봐도 멋스럽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간 밀렸던 사담을 나누었다.
…
늘 그렇듯 김준명 이사와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바닷가로 향했다. 그러자 경호요원들이 내 앞과 뒤로 따라붙기 시작했다.
무언가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내 사생활은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제 점점 더 심해질 텐데 ···.’
선선해진 바닷바람을 맞으며 담배를 피우고 숙소로 돌아갈 때도 경호 요원들의 호위는 계속되었다.
답답했다.
머리를 식히고 나에게 자유를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나만의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 흔한 일탈이란 걸 하고 싶어졌다.
‘낚시라도 가자!’
초심으로 돌아가 소냐또레를 타고 나만의 바다를 느껴보고 싶어졌다. 또 더 추워지면 그것마저도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혜인과 김창기 선장, 안민기 항해사 그리고 경호 요원 3명만 대동하고 낚시를 떠나기로 했다.
김준명 이사가 알면 군함에 초계기까지 출동할 것 같아서, 경호 요원들에겐 비밀을 지켜달라고 사정하다시피 부탁을 해야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