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118
118화 – 개리슨캡 (Garrison Cap)
“먼저, 소소한 현안부터 정리하고. 중국 문제는 그다음에 숙의토록 하죠.”
조직이 커진 것에 비례해 군사행정을 도울 인력충원과 자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더불어 군 경찰 및 자체적인 군사법원도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OSS가 스스로 초법적 조직인 것을 천명하는 모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해를 살 수 있으니, 그 기능은 유지하되 OSS 보안대와 분쟁조정실로, 군사법 대신 사내 규범이란 용어로 순화하고. 차후 ESSO 방위군 차원의 군 경찰과 군사법원을 만들기로 하였다.
그리고 기쁜 소식이 있었다. OSS-ART 연구소의 첫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새로운 복합 방탄복 소재를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무게는 절반이고, 강도는 두 배에 가까운 신소재 개발이 완료되었고 그것은 적용하여 다양한 시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현안이 정리되자. 정보부 이 부장은 중국의 소냐또레 나포 시도에 관한 정보보고를 이어나갔다.
– 감청자료와 여러 정황을 종합해볼 때. 소냐또레가 술루해를 빠져나간 직후, 가장 근접해있던 중국 해양 경찰력을 동원한 것으로 보입니다.
–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
– 위성으로 상시 감시하고 있었단 말이군.
– 부장님 감청내용을 공개해주실 수 있습니까?
– 네. OSSIA는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를 지속해서 감청해왔고. H330이 대표님 혹은 OSS의 지휘부를 뜻한다는 걸 알아내었습니다.
– 음 ···.
– 그리고 저들이 평문 통신하면서 언급하는 고스트가 H330과 연관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 아, 부장님. 그걸 저희 쪽에도 좀 공유해 주시지 ···.
– 그게 그 당시엔 미확인된 정보여서 ··· 이번 사태로 확인된 셈입니다. 알겠습니다. 차후 미확인 정보도 구분해서 지휘부에 선제적으로 공유되도록 하겠습니다.
– 이어서 OSSIA 감청 및 정보 동향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여기 지도를 보시면 …
이 부장은 화상회의 화면에 지도를 띄우고 설명을 이어갔다.
– 대표님이 타신 소냐또레가 신흥캠프에서 출발해 술루해를 거의 빠져나온 이 지점에 도착했을 때. 중국군의 비문 통신에 H330이란 호출부호가 등장했습니다.
– … 그럼 캠프에서부터 감시하고 있었다는 말이군.
– 네. 그리고 곧이어 중국 해경에게 평문으로 고스트원이란 단어와 함께 전달된 좌표가 소냐토레가 위치한 좌표와 일치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 큰일 날 뻔했습니다.
– 아마도, 중국 경비함 2901의 현장 요원들은 몰랐겠지만. 중국이 해상검문을 명분으로 대표님을 납치, 구금하기 위해 움직인 것인 확실시됩니다.
– 무력을 통한 응징과 보복을 해야 합니다.
– 저도 마음은 그렇지만. 실체적 피해가 없는데 군사적 보복을 하는 건 ···.
– 그렇긴 하지만 그냥 넘어갈 순 없습니다. 그냥 지나가면 OSS를 얕보일 수 있습니다.
나의 일탈이 일파만파 커지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뭐라도 한마디 해야 했다.
“음, 먼저. 저의 경솔한 행동으로 여러분들에게 폐를 끼치게 된 것에 대해 사과 말씀부터 올립니다. 차후 좀 더 신중히 행동하겠습니다.”
– 아닙니다. 대표님.
– 저희가 매번 받기만 했지. 대표님 심기를 살피지 못했습니다.
– 스트레스가 많으셨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네. 그리들 말씀해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하여튼 이번 일은 우리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없으니 무력보복은 온당치 않은 듯합니다. 그렇지만.”
– …
“중국이 우리 OSS를 감시하고, 필리핀 영해까지 침범한 사태는 묵과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 필리핀 해군을 지원해서, 그들이 영해 경비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렇습니다. 더불어 우리가 직접 초계하는 해역의 범위도 넓혀야 합니다.
“필리핀 해군을 지원하는 건 어떤 방식이 좋겠습니까?”
– 우리 1번 초계함은 필리핀 해군에게 공여하기로 되어 있고 ···.
듣고 있던 진민규 사무총장이 입을 열었다.
– ESSO 준회원국인 필리핀을 회원국으로 격상하면, OSS가 ESSO 방위군 자격으로 남중국해에서 직접 작전을 수행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ESSO 가 동해연대기구인데 ···.”
– 북대서양조약기구인 NATO에 북대서양 국가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정치, 경제적 이해만 맞으면 됩니다. 대표님의 결심만이 유일한 고려사항입니다.
“네. 좋습니다.”
– 또, 필리핀을 ESSO에 가입시키면 동아시아에서 미군이 하는 상당 부분의 역할을 OSS가 하게 됩니다.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 극동공화국의 국경선이 러시아보다 중국이 더 긴 만큼, 중국을 견제하는 것도 중요할 듯합니다.
“네. 그럼 필리핀 해군을 지원할 방안을 좀 더 마련해 주세요.”
손이일 제독이 나섰다.
– 지금 한국 해군이 노후함정 교체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교체사업을 좀 앞당기고 교체 함정을 필리핀에 공여하면 좋겠습니다. 사무총장님이 공식적으로 한국에 요청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네, 제독님 그리하겠습니다. 해군 쪽은 ···.
– 해군 지휘부에선 숙원사업을 앞당기는 것이니, 설득할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미리 언질을 주어 빠르게 진행되도록 하겠습니다.
“네. 좋습니다. 두 분 말씀대로 진행하도록 하죠. 그리고 이번에 손 제독님과 김웅 사령관 및 몇 분을 진급시켰으면 좋겠는데. 방안을 말씀해주세요.”
– 네?
– 저희는 이미 예편했는데 ···.
“한국군에서 OSS로 재입대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저 혼자, 별 5개의 무게를 견딜 순 없습니다. 어떤 방식이 좋을지 말씀들 해주세요.”
진민규 사무총장이 의견을 내었다.
– 대표님이 원수로 취임하시는 것은 형식적으로 극동공화국에서 하지만, 예하 장군은 대표님이 직접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그렇습니다.
– 네. 저희도 대표님이 진급시켜 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 우리 OSS는 이미 준 국가나 다름없습니다. 타국에서 진급은 의미 없습니다.
– 사실 대표님이 극동공화국에서 별 다시는 것도 별로입니다. 그냥 우리끼리 해도 누가 뭐랍니까?
– 네, 그렇긴 합니다만. ESSO란 국제기구의 특성상 국제관례도 무시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ESSO 방위군 창설식과 취임식 직후, 두 분의 진급도 함께 하도록 하죠.”
– 네.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나를 비롯한 OSS 주요 지휘관의 경호 범위와 체계가 바뀌게 되었고.
ESSO 방위군 창설과 취임식을 위해 극동공화국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하는 것조차, 잠수함을 타고 이동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회의를 마치고, 발코니에 나와 담배에 불을 붙였다. 멍하니 신흥캠프 연병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멀찍이 김준명 이사가 사람들을 인솔해 오는 모습이 보였다.
‘또, 뭔가 일이 있나 보군.’
“대표님!”
“네. 들어오세요. 오늘은 무슨 일입니까?”
“근무복과 예복 디자인을 골라 주셔야겠습니다.”
김준명 이사가 손짓을 하자, 디자이너로 보이는 여성과 그의 조수가 정복 3벌을 벽에 걸기 시작했다.
“대표님. 마침 임직원 가족 중에 남성복과 제복 디자인을 하시는 분이 있어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 김혜윤 님이십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대표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시간을 짧았지만, 열심히 준비해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차대전 당시의 정복을 참고하라고 하셔서, 현대적 편의성과 레트로한 감성 두 가지를 충족시키면서도. OSS의 유니크한 멋을 살려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김혜윤 디자이너의 화려한 언어만큼 그녀가 가져온 옷들은 모두 강인하면서도 멋스러웠다.
“근무복으로서의 실용성 또한 살렸고. 이사님의 요청으로 유사시 전투복의 역할도 가능토록 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수고가 많으셨네요.”
“그리고 모자는 예식용 둥근 정모와 함께 개리슨모를 함께 준비했습니다.”
– 개리슨모, 개리슨캡(Garrison Cap) : 챙이 없고 테두리를 접어 쓰는 간편 모자, 주로 군에서 사용.
“색상은 보시는 바와 같이. 카키, 네이비, 처칠 그레이 3가지이고 모두 투톤입니다.”
“그레이 색상이 마음에 드는군요. 그런데 처칠 그레이보다 진한 것 같은데요?”
“오와~ 어째 그런 걸 아세요? 원단 탕이 좀 깊어서 사실 미라지 그레이에 가깝습니다.”
– 탕 : 원단의 생산과정(순서)에서 생기는 염색의 차이를 말하는 은어.
“그냥 아는 척을 좀 해보고 싶었습니다.”
OSS의 근무복과 예복은 아주 진한 회색과 진한 회색 투톤의 고유한 유니폼이 되었다.
당장 필요한 것만 10만 벌 이상 필요했고, ESSO 군의 전투복까지 통일하려면 수십만 벌을 만들어내야 했다.
…
타타르스탄 공화국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마침 우크라이나에서 인수한 An-225 므리야가 제 몫을 톡톡히 했다.
An-225 므리야와 OSSAC의 수송기들은 과거 체첸 반군 출신의 용병 4,000명과 보급물자를 카자흐스탄으로 실어날랐다.
그들은 카자흐스탄과 타타르스탄 사이 회랑지대에 배치되었고, 우크라이나 출신 의용병도 1,000명 이상 참전했다.
타타르스탄 공화국군이 체첸용병과 우크라이나 의용병들과 가장 먼저 한 것은 회랑지대 양쪽에 지뢰를 까는 일이었다.
과거 러시아 병기창고에 엄청나게 많은 지뢰가 보관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주변국에서도 10,000명이 넘게 의용병을 지원을 위해 모여들었다.
다행히 앞서 파견되었던, 우크라이나 군사고문단이 다국적 의용병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편제와 훈련을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명목은 의용병이었지만, OSS에서 급료를 주었기 때문에 사실상 용병이나 다름없었다.
의용병 급료와 처우에 대한 소문을 OSSIA가 의도적으로 퍼트린 것이었다.
해외 용병을 수배하는 것보다 즉각적으로 병력을 충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자연스럽게 카자흐스탄 오랄(Орал) 인근에 타타르스탄 의용병을 위한 대규모 캠프가 만들어졌다.
카자흐스탄은 타타르스탄 의용병 캠프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러시아의 영향력이 감소한 탓도 있겠지만 경제적인 이득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OSS가 무기를 지원하긴 하지만, 대규모 의용병(사실상 용병) 캠프를 유지하기 위한 모든 물자와 용역을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조달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카자흐스탄은 EAEU의 탈퇴를 선언했고 키르기스스탄도 그 뒤를 따랐다.
– EAEU (Eurasian Economic Union) 유라시아 경제연합 :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5개국이 2015년에 만든 경제, 군사연합.
타타르스탄이 방아쇠를 당겼고.
OSS가 기름을 부으니 중앙아시아에 군사적, 경제적 새로운 물결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