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 OSSel
그늘진 마음을 담배 연기에 실어 바람에 흘려버리고 있었다.
혜인이 다가왔고 눈이 마주친 그녀는 옅은 미소로 화답했다. 그녀의 양손엔 커피가 들려있었다.
“아이스커피에요 더 추워지기 전에 ··· 호호.”
“마침 입이 텁텁했는데. 고마워.”
“또, 또 뭔가 생각에 잠겼네요? 오빠.”
“으, 응”
“오빠는 그 상상력 때문에 고생인 거 같아요.”
“응?”
“보통 사람은 발가락을 찍혔다. 하면, 아프겠구나 하는데 ···.”
“…”
“오빠는 그걸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하잖아요. 발톱이 어떻게 되고 인대가 어떻게 되는 것까지 말이어요. 호호호.”
“그, 그런가.”
“거, 뭐지 ··· 극하근 소원근 사이 근막이 어쩌구”
“하하.”
“수직으로 자유 낙하한 총이 ··· 발등 피부를 찢고 피하의 정맥을 터트리고 내출혈 ··· 인대에 가해진 충격이 어쩌고 ···. 하는 식으로 말이야.”
“내가 표현이 좀 ···.”
“아무튼, 고통을 그저 아프다고 표현하지 않고. 그것을 아주 세분화해서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말하더라고요. 난 처음에 웃기려고 그러는 줄 알았어요.”
“그, 그렇긴 해. 어릴 때도 그런 거로 놀림 받기도 했어. 하하.”
“그런데. 그게 목석같고 로봇 같은 오빠가 ··· 아니 ‘가장 인간 같은 로봇’이 낮겠다.”
“로봇 같은 사람이 아니고, 사람 같은 로봇?”
“암튼, 그런 습성이 오빠의 공감 능력을 만들어 준 거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뭐지? 칭찬 같기도 욕 같기도 하네. 하하.”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조금 전에 보니까 표정이 심각하던데 ···.”
“응, 그게 올겨울에 북한에서만 수백만 명이 동사할 거란 전망이 있어서 ···.”
“어머나!”
“그렇지. 끔찍한 일이야.”
“그럼, 아오지 같은 데 잡혀간 사람들은 다 얼어 죽겠네요.”
“그렇겠지. 모든 자원이 마지막으로 배분될 테니 ···.”
“어떡해요 ···.”
“그래. 이 사람들을 ···.”
“네?”
“아니 혼잣말이야.”
“오빠가 마음먹으면 뭐든 될 거에요. 안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호호.”
혜인과의 대화에서 문득 깨달았다.
사람은 짐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자산이자 힘과 이해를 나누는 척도라는 사실을 말이다.
북한에선 짐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에게 큰 자산이 될 수 있는 집단을 빼 올 수 있다면.
그렇다면 그것이 꼭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마음의 짐은 덜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북한을 비롯한 각국의 이해관계를 시뮬레이션했다.
그 가운데 OSS가 취할 이득과 사람들을 살릴 최선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먼저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것을 이 부장에게 지시했고. 진민규 사무총장에게 북한의 ESSO 가입 시 파장과 각국의 반응을 떠보라고 했다.
…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정시운 이사가 좋은 소식을 전해왔다. 그에게는 따로 특별한 미션을 주었었다.
“대표님. 협상이 잘 되었습니다.”
“오! 잘되었습니다.”
정시운 이사에게 주었던 임무는 대한민국의 주요 방위산업체를 모두 모아서 컨소시엄을 만드는 것이었다.
– 컨소시엄 (Consortium) : 상호 공통의 목적을 가진 집단이 만든 협회나 조합을 말한다. 주로 사업적 합작 법인이나 조합에 많이 쓰인다.
“네. 한화오션 한규동 사장님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그래요? 좋습니다. 하하.”
“OSSel에 한화 방산 사업본부는 물론 LIG넥스원, 풍선 등 탄약과 미사일 관련한 국내 방산 업체는 모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기대 이상입니다. 이사님 수고 많으셨어요.”
“아닙니다. 저는 제 몫을 한 것뿐입니다. 대표님이 추진하신 ESSO 결성이 정부와 방산업체가 협조적으로 나오게 만드는 큰 지렛대가 되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잘되었습니다.”
“업체별로 1차 기술진이 꾸려져서, 김완준 이사가 인솔해서 키리바시 OSS-LAND로 출발했습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아 그리고 김완준 이사가 ···.”
“아, 네. 크루즈선이요?”
“하하. 네네.”
“네. 일단 독일에서 4척의 인수 협의가 끝났고,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도 몇 대 더 인수 가능할 듯합니다. 곧 직원들과 날아갈 예정입니다.”
“역시! 정 이사님. 든든합니다. 하하.”
방산업체를 모아 컨소시엄이 만들어야 했던 이유는 이러했다.
OSS가 소모하는 포탄과 미사일 등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키리바시에 추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면서 순식간에 소모되는 미사일과 포탄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비축분을 저장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또한, 다국적 전쟁 시 재래식 포탄과 탄환의 수요가 폭증하는 것을 목격했고.
단지 가격이 비싸지는 것을 떠나, 포탄의 재고량 자체가 전략적 옵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OSS 자체적으로 포탄과 미사일 생산시설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었으나, 그 기술과 시설이 여러 회사로 분산되어 있어 난감한 상황이었다.
또, 방산은 민감한 산업이라 정부 당국의 협조도 지지부진했었다.
ESSO 가 출범한 이후 의장과 사무총장, 방위군 총사령관 등 주요보직이 OSS 출신인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한국이 ESSO에 가입하게 되자 급속도로 일이 진행된 것이다. (의장은 내가 겸직했다.)
대한민국 입장에서도 군수 생산시설이 한반도에 모두 모여 있는 것이 고민 아닌 고민이었다.
좁은 지역에 전략 시설이 모두 모여 있는 것은 자체가 전략적으로 큰 핸디캡이었던 것이었다.
유사시 포격, 공습으로 탄약 생산시설의 가동이 중단될 경우 심각한 전력 누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OSS가 모든 자본을 부담해서.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키리바시에 방위산업 생산단지를 만들기로 한 것이었다.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 된 것이다.
메인 섬인 OSS-LAND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다섯 개의 섬 중 OP4 (아웃 포스트 4)에 대규모 탄약과 미사일 생산시설을 짓기로 하였다.
풍산이 만드는 소총탄부터, 155mm 자주 포탄, 박격포탄, 함포탄등 각종 탄환과 포탄.
한화와 LIG넥스원이 만드는 현무, 천궁, 신궁 해궁, 천궁, 현궁 등 각종 유도 미사일과 청상어, 백상어, 홍상어, 범상어 어뢰까지 모두 OSS 함대와 ESSO 방위군에 필요한 것이었다.
OSS에 필요한 모든 탄약과 포탄 그리고 미사일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시설을 갖추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 노력의 결실로 OSSel이란 컨소시엄을 설립했다.
– OSS (Ocean Science Security)
– OSSel (Operational Support Systems + el) – el은 커널, 픽셀 등의 접미사.
이것으로 키리바시의 OSS-LAND 주변으로 조선소, 연구소, 탄약공장이 모두 만들어지게 된 셈이었다.
만약 어떤 세력이 키리바시를 공격하려면 최소 10,000km 이상을 가야 하는 것은 물론, 하와이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감시체계 그리고 OSS의 방어망과 방공망을 뚫어야만 한다.
2차 대전의 일본 진주만 공습 같은 것을 계획한다고 하더라도, 가성비가 안 나오는 타겟인 것이다.
그런데도 키리바시의 방어와 경계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생각에 OSS-LAND 방어 전단을 따로 꾸려 키리바시로 보냈다. 그들에겐 대양 항해 훈련과 휴가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
북한 관련 미션을 주었던 정보부 이 부장이 정보보고를 위한 비화 통신을 요청해왔다.
“대표님. 정보보고서는 보안 메일로 보냈고, 그 외 구두보고를 위해 연락드렸습니다.”
“네. 부장님. 북측 동향이 궁금합니다.”
“북의 요구와 주변국의 반응은 대표님이 예상하신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북한이 원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다.”
“요약하면 에너지자원과 식량입니다.”
“그럼 그것의 대가로 제시한 게 어떤 건가요?”
“가장 큰 것은 ESSO 가입을 시작으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리고요?”
“ESSO 방위군에 3개 사단 이상, 군단 규모의 지상군을 파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
“필요하면 북한의 노동력을 원하는 곳에 파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음 ···. 예상은 했지만 둘 다 우리에게 딱히 필요한 구석은 없군요.”
“네. 그렇긴 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ESSO 방위군 파견은 대한민국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겠지요. 저도 뭐 썩 내키는 부분은 아닙니다. 그리고 노동력 파견도 파견 인원의 급료를 북한 당국이 가로챌 것인데 ···.”
“그렇겠죠. 과거 사례를 보아도,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급여의 상당 부분을 북한 당국이 가져갔습니다.”
“부장님!”
“네. 뭔가 신박한 방법이 있으신가요? 하하.”
“뭐. 신박하다기보다. 그냥 한번 생각해 본 것입니다.”
“뭐든 말씀해보시지요. 지금껏 그냥 한번 생각한 것들이 다 이루어지지 않았습니까. 하하하.”
“간단히 말하면, 그러니까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정치범과 가족이 약 10만 명쯤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쯤 될 겁니다. 최소 8만은 됩니다.”
“그들을 제가 원하는 곳으로 영구 이주시키는 것입니다.”
“네?”
“과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처럼 어느 날 갑자기, 노동력을 철수시키거나 하면 그것도 난감한 일 아닙니까?”
“그렇죠. 그놈들은, 그렇긴 하지만 ···.”
“그러니, 단순히 노동력을 파견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에서 골치 아파하는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사람들을 키리바시 같은 먼 곳으로 영구이주 시켜서, 노동력을 확보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럴 듯하긴 하지만. 북한으로선 아무리 정치범이라 하더라도 자국민을 내어주는 일이라 ···.”
“명분은 노동력 확 보입니다만. 겨울이 오면 북한은 그들을 관리하는 것도 머리 아플 겁니다. 아마도 동사하도록 내버려 둘 겁니다.”
“대표님의 인도주의적인 마음은 알겠습니다만. 이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다양한 어려움이 있겠죠. 그러니 이 부장님의 수완을 기대해 봅니다. 북한 당국이 이 패를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써주세요.”
“그런데 그 많은 인원을 어디에 수용하려고 하십니까?”
“일단 OSS-LAND의 OP 섬 한곳에 수용한 뒤 적응 기간을 거친 후 본섬과 생산시설의 노동자로 투입할 요량입니다. 부족하면 섬 한 두개를 더 사면 되고요.”
“아, 알겠습니다. 우리가 아쉬울 건 없으니 한번 추진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속임수가 발견될 경우, 일 순간에 모든 지원이 끊길 수 있음을 북한 당국에 꼭 주지시켜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또 한 번,
내 마음 편하기 위해 망상을 실천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