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apocalyptic world, I'm on a submarine RAW novel - Chapter 125
125화 – 자주포전함
김범준 박사의 설명을 듣고 놀라움에 김준명 이사를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넋이 나간 듯 신형 방탄 플레이트를 매만지고 있었다.
“그 바리티늄 1.2mm 판에 복합 다층소재로 케블라, 카본 나노튜브, 붕소 카바이드등이 사용되었습니다.”
“…”
“아까 말씀하신 대로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바리티늄으로 장갑차를 만들면 장갑차의 무게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습니다.”
“와, 박사님 저 흥분됩니다. 하하.”
“다만 현재 수준으론 100대 이상 만들 비용으로 1대밖에 못 만드니 가성비가 떨어집니다. 생산단가를 낮출 때까진 개인보호장구로 한정해 쓰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 박사님 뭐 더 필요한 건 없으십니까?”
“아, 일단 향후 생산을 위해 대량의 전기가 필요합니다.”
“그런거야 당연히 뒷받침해드릴 것이고, 개인적으로 필요하신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모든 게 풍족해서 딱히 부족한 것 없습니다만 ··· 낚싯배나 한 척 사주십시오. 하하.”
“네네. 그럼요 뭐든 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기술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도 신경 써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OSS-ART 연구소의 첫 번째 결과물을 보고. 뿌듯한 마음이 생겼다.
매번 지상 작전 때마다.
사상자가 생길 위험에 전전긍긍하였는데, 그런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세계 최고의 방탄 시스템을 착용하게 된다면. 그것이 사병들에게 주는 안도감과 자긍심으로 사기진작에도 큰 보탬이 될 것 같았다.
김범준 박사의 팀이 만들어 낸 신소재와 기술을 활용할 생각으로 이런저런 상상이 끊이질 않고 있었다.
바리티늄을 온몸에 두른 무적의 장갑부대를 상상했다. 바리티늄(Baritinium) 때문에 행복한 상상 속으로 잠시 피해있을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오래전에 생각만 했던 걸 김범준 박사는 이해하고, 또 해낼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그들 다시 불렀다.
“박사님!”
“대표님. 말씀하십시오.”
“제가 상상만 했던 물건이 있는데.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상상이란 즐거운 것이지요. 기대됩니다.”
“간단히 말하면, K-9 자주포를 배의 갑판에서 방열해서, 함포로 쓰는 것입니다. 해안 포격은 물론 전함의 역할도 할 수 있게요. 물론 고려할 사항이 많겠지만.”
“가능합니다.”
“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다만 제가 그런 걸 시도할만한 위치나 힘이 없었을 뿐이죠.”
“정말입니까?”
“네. 아주 구체적으로 생각했었습니다. 배의 제원도 윤곽을 잡아 보았고요.”
“와아~ 만약 이게 된다면, 자주포 하나로 육상과 해상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고. 상륙전에선 엄청난 효과가 있을 겁니다.”
“그렇죠. 하지만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긴 합니다.”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세요.”
“네. 일단 함선이 스테빌라이저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데. 배의 크기는 물론 흘수가 커야 합니다.”
“아무래도. 배가 흔들리면 ···.”
“네. 배의 복원력이 자주포의 사격 정확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겠죠.”
“그리고 배의 복원력만으로는 부족하고, 갑판이 일종의 스테빌라이저 역할을 할 장치가 필요합니다.”
“오~ 뭔가 막 상상이 됩니다.”
“하하. 그 보정 장치를 얼마나 효율적이고 신뢰성 있게 설계하고 만드느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네. 네 그리고요?”
“마지막으로 자주포 사격 통제 시스템에 약간의 소프트웨어적 변형이 필요합니다.”
“아, 함포사격 시 탄착군을 보정하는 것처럼 ···?”
“네 그렇습니다. 네. 이동 타겟을 향한 탄착 보정도 필요하지만. 배의 복원력과 스테빌라이저로도 부족한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너울성 파도나 악천후 같은…”
“아…”
“갑판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정확한 고각을 유지하는 순간에 포를 발사하는 타이밍 시스템입니다.”
“가, 가능하겠습니까?”
“기술적으로는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오늘 보여드린 방탄복 만드는 것보다 몇 배는 쉽습니다.”
“오오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자주포가 바다의 해풍과 습기를 견딜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아···. 그렇다고 함재기처럼 별도의 자주포를 개발하긴 어려울 텐데.”
“대안으로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네. 말씀해 주세요.”
“첫 번째는 갑판 아래 격납고에 자주포를 넣어 두었다가, 필요하면 갑판에서 방열하는 방법.”
“그건 아무래도···.”
“두 번째는 갑판에 방열한 자주포에 덮개를 씌우는 방법입니다. 물론 자동이 되면 더 좋고요.”
“이왕 한다면 두 번째 방법이 좋겠네요. 언 듯 생각해봐도 갑판 아래에 들어갈 게 많을 것 같습니다. 예비 자주포는 물론이고 탄약과 정비시설도 해야 하고···.”
“배가 크고, 원자력 추진이면 두 번째 방법에 무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 가능하다는 결론이군요. 와아~”
“그렇습니다.”
“오! 그런데 왜? 그동안 다른 나라나 군에선 이런 시도를 하지 않은 거죠?”
“아무리 개념이 좋아도. 수많은 결제과정을 거치면서 어느 한군데에서 ‘에이, 말도 안 돼.’ 한마디면 프로젝트는 무산되기 마련이죠.”
“아 ···.”
“바보, 미친놈 소리를 듣더라도 프로젝트가 추진이라도 되면 성취감이 생길 터인데 ··· ”
“공무원 조직의 속성상 …”
“게다가 성과를 빠르게 내지 못하거나 실패하면 인사상 불이익까지 있으니 ···.”
“…”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기보다 이미 있는 것을 개선하거나 오더가 완료된 것만, 즉 안전한 연구만 하게 되는 것이 병폐입니다.”
“한국은 그게 문제입니다. 연구자와 엔지니어에 대한 존경이 없어요. 처우는 말할 것도 없고.”
뭔가 맺힌 것이 있었는지 김범준 박사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이 없었다.
“정말! 그런 환경속에서 자긍심과 신념 하나로 잠수함, 미사일, 전투기 개발한 그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의 목소리가 다소 격앙되었다고 생각했는지 김범준 박사는 화제를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육군과 해, 공군의 무기가 전혀 다른 개념과 조직에서 개발되어왔던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아 …”
“대표님이 생각하신 함선에서 자주포를 방열하는 아이디어는 육군과 해군 어느 한쪽에서 제안하더라도 웃음거리가 되기 쉬우니까요”
“그렇겠네요. 해군 관점에서 육군을 위한 함선이고, 육군으로서 굳이 해군의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고 ···.”
“그래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전시상황이 되어야 신무기들이 등장하는 거 봅니다.”
“그렇죠. 과거 독일, 일본이 만든 신무기가 그러했고. 미국이 맨해튼 계획을 실천에 옮긴 것도 마찬가지고요.”
“박사님! 우리 이거 한번 만들어 봅시다. 자주포전함.”
“알겠습니다. 대표님이 또 흥미진진한 고민거리를 주시는군요. 자주포전함! 입에 착 붙습니다. 하하.”
“키리바시에 조선소도 건설 중이니 첫배를 자주포전함을 건조하겠습니다.”
“…”
“필요한 스펙을 정리해 한화오션 관계자들과 협의해보세요. 비용은 조 단위로 써도 되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예산 걱정 안 하고 연구하니,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크림반도 상륙작전을 진행하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
만약, 러시아가 2차 대전시 노르망디처럼 방어선을 조금이라도 구축해 놓았더라면 작전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었다.
예브파토리야의 긴 해안선에 기관총 진지와 해안포 벙커로 방어선이 만들어져있었다면. 그것을 무력화하기 위해, 당시 12대뿐인 F-35B는 너무나 부족했고.
미사일을 퍼붓는 것 역시 가성비를 떠나 전술적 위험이 있었다. 미사일은 탄약 재보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자주포전함은 상륙 지원이 끝나면. 자주포를 그대로 상륙시켜 공격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김범준 박사와 이야기를 마치고 기분 좋은 상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보부 이 부장이 보안 전문으로 보고서를 보낸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급변할 것을 대비해. OSS의 정보자산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한 내용이었다.
동북 3성의 조선족자치주는 중국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자치주로. 200만 명의 조선족이 거주하고 있으며, 한국, 북한과는 다른 또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족과 다르게 개방적 사고와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나, 중국의 경제정책은 물론 중앙진출에 동북 3성이 소외되어왔기에 사회적 불만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에 북, 중 관계 급변 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에 대비해 정보자산을 확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보고서를 읽고 이 부장과 통화를 시도했다.
“부장님 보고서 잘 보았습니다.”
“네. 우리 대중국 정보분석관이 작성한 것인데. 대표님이 말씀하신 것도 있고 해서 보내드렸습니다.”
“북·중 관계가 그렇게 소원해 졌나요?”
“최근 북한이 ESSO 가입을 타진해 본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겠죠. 1차 러, 우 전쟁 때 북한이 러시아에 붙은 이유로 미움 털이 박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ESSO 와 중국을 두고 저울질한 것이 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겠군요.”
“네. 이미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중국이 이미 그것을 알고 비공식적으로 북한에 경고했다는 믿을만한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음 ···. 제가 제시한 조건에 대한 북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뭐, 일단 놀라는 건 당연한 반응인데. 의외로 접촉한 북한 당국자는 전향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
“?”
“북의 특성상 논리보다. 그거 뭐냐 윗대가리 최고 존엄의 결심과 체면이 중요해서 주춤거리는 것 같습니다.”
“그럼, 만약 북한이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 채로 올겨울을 보내면 어찌 될 것 같습니까?”
“저희 분석으로 중국이 아예 모른 척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적어도 평양시민에게 필요한 최소물자 정도는 지원할 듯합니다.”
“그다음은요?”
“아마도 북한 전역에서 동사자, 아사자가 속출할 겁니다. 지역적인 폭동이 일어나거나, 대량의 난민이 휴전선으로 향할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라면 북한 정권이 내부적으로 무너질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모두 그런 전망을 하고 있어서. 정보부에서 엄밀히 검토해보았는데 ···.”
“…?”
“북한 자력으로 정권이 바뀔 동력이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너무 못살아서. 민중의 힘이 모일 여력이 없는 거죠 ···.”
“만약 외부의 힘이 개입되면요?”
“외부의 힘 중 가장 가능성이 있는 것은 중국입니다. 중국이 북한 권력의 특정 파벌을 노골적으로 지지 혹은 지원할 경우. 균열이 생길 수는 있습니다.”
“음. 북한은 중국 아니면 ESSO 둘 중 하나를 잡아야만 하는 상황이군요.”
…
내 밑으로 들어와라!